초가을 서정
온다던 태풍 대신 가을이 성큼 내려온 날
나는 미꾸라지 빠진 고등어 추어탕을 끓이고
긴급 휴교를 선사받은 아이는 올림과 버림과 반올림을 복습한다
지금껏 내가 봐 온 세상은 얼마나 맑고 깨끗했던가!
지금껏 내가 읽어온 글자들은 얼마나 반듯했던가!
청승맞도록 흐려지는 시야를 달래던 손가락이
지적인 척 싸늘한 꿀밤을 날린다, 나이는 너만 먹니?
교정의 산사나무는 수줍은 흰 꽃 자리에 야무진 빨간 열매를 맺었나니
가을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고 겨울은 숫제 의기소침을 선사할 테니
수의 범위를 아는 만큼이나 어림짐작이 중요하다
참고로, 추어와 가을은 아무 상관이 없고
나는 라벤더 닮은 꽃을 피울 방아풀의 잎사귀가 참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