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고 싶다 보니 ㅋㅋ 요즘 시집을 뒤적이게 된다. 이른바 고전 말고 말 그대로 요즘 나오는 시들. 좋은 시도 있고 별 감흥 없는 시도 있고, 시는 전체적으로 좋은데 뭐랄까, 감히, 몇 줄, 몇 자 빼서 더 좋게 만들고 싶은 시도 있고 그렇다. 다음 학기 강의할 때 아이들과 공유해 봐도 좋겠다.
이원하, 김민정 시집은 이미 어느 정도 공유의 작업을 거쳤다. 문동 편집자이기도 한(그런 걸로 알고 있는) 김민정의 시는 여러 모로 너무 '쎄서' 읽기 불편한 감이 있었고, 신예인 이원하는 정말이지 시가 너무 예쁘고 상큼해서 자꾸 읽게 된다. 지금 읽는 허연은, 좋다. 기시감도 있는데,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그의 시집을 들춘 기억이 있다. 고전 리뷰집도 꾸준히 내는 걸로 안다.
누군가에는 조금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 새로 나온 박상순의 시집도 읽었다. '완독'했지만, 시집에는 왠지 '완독'이라는 말이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이게 스토리-구성이 중요한 소설이나 희곡, 다른 인문서나 연구서와는 다른 점인 것도 같다. 아무튼, 그의 시를 주지주의(?) 계열로 보나,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연애시(처럼 읽히는 시)가 좀 더 와 닿는다.
단시간에 시를 마스터^^;하기 위해 모음집을 샀다가, 말하자면 낭패를 보았다. 역시 학문에는 왕도가 없음을 깨달았다. 이때 학문은 시 읽기이지만, 이미 늦은 건 어쩔 수 없고 시간 되는 대로, 여유가 되는 대로 꾸준히 읽으려고 한다. <가재미>를 가져온 건 저 모음 시집에서 제일 마음에 든 시가 문태준의 시였기 때문이다. 이러나저러나 시집은 가볍고 휴대가 간편하여 아이를 기다리리는 동안에도 몇 편은 족히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교 시절, 영단어 외우던 생각난다.
마음에 드는 시들을 좀 옮겨 적고 싶은데, 이거 원 '빨간 날'이라 아이가 돌봄도 안/못 가고 코로나 확진자 폭증에 스트레스 폭발하여 당장 진정부터 해야될 지경이다. 모두모두 힘내자! 우리에겐 (아름다운) 시가 있다, 꼭 완독하지 않아도 된다, 듬성듬성 발췌독을 해도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