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나이 들면

착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해진다

유해지는 것이 아니라 물러진다, 터진다

불혹과 지천명이 아이러니라는, 마흔에도 미혹하고 

쉰에도 천명은 모른다는 깨달음에 의기소침해져

 

태어날 때 운 건 아파서였을 거야

아플 줄 알았으면 태어나지 말 걸

평생 속아서 억울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제

불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가난과 희망의 기록을 남기련다

 

 

 

 

 

 

*

 

 

 

 

찾아 보니 박형준 시인, 최근에도 시집을 냈다. 그의 첫 시집을 읽은 것도 신림9동 자취방, 95년. 참 의미심장한 해였다. 컴퓨터를 사는 바람에 소설을 제대로 쓰기 시작했으니까. 그로부터 2년 뒤인가 그는 모 잡지 기자로서 나를 인터뷰한 적이 있고, 나도 그런 식의 인터뷰를 당하는^^; 인기 신예였다.

 

 

 

 

 

 

 

 

 

 

 

 

 

 

아주 어릴 때, 그러니까 대학 시절에 쓴 단편 중 하나 <소희, 기억에 접점에 서다>. 집에서 뇌전증 발작을 하다가 사고사로 죽은(우리는 그렇게 알았던)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가, 실은 그때 죽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는데(과연 어떤 게 진실이었을까) 거기서 시작된 소설이었지 싶다. 다시 읽어볼 용기가^^; 안 난다.

 

 

 

 

 

 

 

 

 

 

 

 

 

 

응답하라 9*년, *에 뭘 넣어야 하나. 아무튼 그때 많이 읽었던 작가(들)의 최근작이 있다. 만감이 교차, 까지는 아니고 몇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이인성은 어쩌면 (김윤식이 쓴) 이인성 연구서로 남을지. 적어도 청년기의 한 권은 남을지. 최윤이 이효석 문학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봤다. 반가운 이름. 지금 내 나이는, 내가 그들을 처음 읽었을 때 그들의 나이보다도 몇 살 많다. 그러게, 만감 교차까지는 아니고 몇 가지 감정의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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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 써요

 

 

 

 

수국을 보면 수국 담은 시가 생각나요

밤하늘을 보면 별 헤는 밤이 떠올라요

그래서 저도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소설가에게, 번역가에게, 인문학자에게 시란

솎아냈음에도 여전히 빽빽한 봉선화 화분에

겁없이 꽃을 피운 버섯 몇 송이 같아요

나도 엄연히 삶이란 말이에요, 라고 말하지만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시들고 말지요 

 

그래서

저, 시 써요

 

 

*

 

 

 

 

 

 

 

 

 

 

 

 

 

 

 

 

 

이 시집의 표제작(너무 좋아!)뿐만 아니라 다른 시에도 수국이 자주 등장한다.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는 꽃인데, 이 시집 덕분에 수국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내가 아는 수국은 주로 연분홍(연보라)색인데 요즘 우리 동네는 아주 연두색(?) 수국이 자주 보인다.

 

 

제주에 혼자 살면서 매일 한 편씩 시를 썼다나, 대단하다. 나도 위인전(인물전) 읽는 초등생처럼 다짐해본다. 실은 대학 시절의 꿈-계획이기도 했던바^^;  

 

 

매년 (저서든 번역서든) 한 권씩은 쓴다(낸다)!^^;

겸사겸사, 쓰는 건 내 몫이지만 내는 건 그렇지가 않다. 넓은 의미의 사회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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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고 싶다 보니 ㅋㅋ 요즘 시집을 뒤적이게 된다. 이른바 고전 말고 말 그대로 요즘 나오는 시들. 좋은 시도 있고 별 감흥 없는 시도 있고, 시는 전체적으로 좋은데 뭐랄까, 감히, 몇 줄, 몇 자 빼서 더 좋게 만들고 싶은 시도 있고 그렇다. 다음 학기 강의할 때 아이들과 공유해 봐도 좋겠다.

 

 

 

 

 

 

 

 

 

 

 

 

 

 

 

 

이원하, 김민정 시집은 이미 어느 정도 공유의 작업을 거쳤다. 문동 편집자이기도 한(그런 걸로 알고 있는) 김민정의 시는 여러 모로 너무 '쎄서' 읽기 불편한 감이 있었고, 신예인 이원하는 정말이지 시가 너무 예쁘고 상큼해서 자꾸 읽게 된다. 지금 읽는 허연은, 좋다. 기시감도 있는데,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그의 시집을 들춘 기억이 있다. 고전 리뷰집도 꾸준히 내는 걸로 안다.

 

 

 

 

 

 

 

 

 

 

 

 

 

 

 

 

 

누군가에는 조금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 새로 나온 박상순의 시집도 읽었다. '완독'했지만, 시집에는 왠지 '완독'이라는 말이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이게 스토리-구성이 중요한 소설이나 희곡, 다른 인문서나 연구서와는 다른 점인 것도 같다. 아무튼, 그의 시를 주지주의(?) 계열로 보나,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연애시(처럼 읽히는 시)가 좀 더 와 닿는다.

 

 

 

 

 

 

 

 

 

 

 

 

 

 

 

 

단시간에 시를 마스터^^;하기 위해 모음집을 샀다가, 말하자면 낭패를 보았다. 역시 학문에는 왕도가 없음을 깨달았다. 이때 학문은 시 읽기이지만, 이미 늦은 건 어쩔 수 없고 시간 되는 대로, 여유가 되는 대로 꾸준히 읽으려고 한다. <가재미>를 가져온 건 저 모음 시집에서 제일 마음에 든 시가 문태준의 시였기 때문이다. 이러나저러나 시집은 가볍고 휴대가 간편하여 아이를 기다리리는 동안에도 몇 편은 족히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교 시절, 영단어 외우던 생각난다.

 

마음에 드는 시들을 좀 옮겨 적고 싶은데, 이거 원 '빨간 날'이라 아이가 돌봄도 안/못 가고 코로나 확진자 폭증에 스트레스 폭발하여 당장 진정부터 해야될 지경이다. 모두모두 힘내자! 우리에겐 (아름다운) 시가 있다, 꼭 완독하지 않아도 된다, 듬성듬성 발췌독을 해도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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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나쁜 수면

 

 

 

 

 

덕분에 잘 잤습니다

 

간밤에는 딱 다섯 번만 깼습니다

그때마다 찔끔 오줌을 쌌습니다

다행히, 변기에다

 

마지막 꿈이 상영될 때 

2007년에 덕유산 흙이 된 할머니가 등장했습니다

정확히, 할머니와 통화하는 아빠가 등장했지요

 

"구야, 이 망할 놈아, 엄마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엄마 보러 안 오나?"

"엄마, 지금 가요, 지금!"

 

전화기 너머 할머니의 목소리는 생전처럼 괄괄하고 우렁찼으며

48년생 아빠는 호랑이 앞에 생쥐처럼 찍찍거리고 계속 절절

매는 것이 처자식 두고 가기가 무서운, 아쉬운 것 같았습니다만 -

 

暗轉 -

 

덕분에 잘 잤습니다

오늘도 맛있는 음식 먹을 생각에 마음이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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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아주 안 닮으면 괜찮아, 심지어 좋아

나는 나 너는 너, 우리는 남남이니까  

적당히 닮으면 불쾌하다 못해 기분 더러워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헷갈리거든

아주 닮으면 또 괜찮아, 심지어 최고야 

나도 너 너도 나, 우리는 혼연일체, 한 몸이야

 

사마귀 메뚜기 잠자리 짝짓기라면

아무나 봐도 돼, 불완전 탈바꿈 곤충의 생태일 뿐 

교미하는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하드코어-고어도 좋아

강아지 고양이부터 애매하네, 봐도 돼 말아야 돼?

급기야 인간동물의 짝짓기, 곧장 등급제

어쩌면 그래서 흘레붙는 인간동물의 짝짓기만

픽션이 되었나봐 - 사랑, 낭만, 키스, 정사, 섹스  

 

로봇에 대한 인간의 태도와 감정에 관한 얘기였어

언캐니 밸리는, 정말 기분 더러운 지점이 있지만

조금만 참아봐, 다시 올라가, 적절한 친밀감을 되찾게 돼요   

 

 

 

*

 

 

 


*

 

초3-1과학 

<언캐니 밸리>: 정재승, 중고생(?) 대상 어떤 강의에서...

사랑 - 픽션,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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