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보고 싶다

 

 

 

 

 

노래는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나만 혼자 이렇게 늙고 병들어 운다

그 동안 고생했어, 잘 가라

나의 아픈 췌장

 

2005년 여름밤 홍천강에서 바람이 분다, 에

참붕어, 동자개, 피라미 모두 풀어주었어요

은혜는 안 갚아도 된단다

물고기들아 

 

먼저 간 딸아이가 좋아하던 노래, 오늘은

용기를 내어 한번, 아니 한 번 들어봅니다

사랑한다, 우리 딸,

보고 싶다

 

바람이 분다 -

살고 싶다

 

 

 

*

 

- 이소라, <바람이 분다> 동영상 밑에 댓글들을 토대로. 

-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한번: 시험 삼아 한번, 우선 해보는 거 

한 번: 한 번 두 번 세 번 셀 때

 

 

 

바람이 불었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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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 써요

 

 

 

 

 

 

오늘처럼 부슬비가 내리면

동물원 김광석이 생각나요 

거리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시를 끄적이고 싶어져요 

 

부슬비도 비실비실 쓰러지고

초가을 하늘에 쓰인 시들도

한 자 한 자 흘러내리고 말지요

온 거리가 語로 어지러워요 

 

그래서

저, 시 써요

오늘도 

 

 

 

 

*

 

 

 

비에 젖은 축축한 학교. 어째 3월보다 사람이 훨씬 많다. 이건 이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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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은 14일로 찍혀 있는데 실물을 받은 건 지난 주, 서점에는 오늘에야 떴다. 아무렴, 요즘 같은 시국에 책이 나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20세기 부분을 쓰지 못해(않아) 분량이 적은데, 막상 책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니 그리 얇다는(가볍다는)  느낌도 없다. 요즘 책들이 워낙 얇기 때문인 것도 같고, 19세기러시아문학 교과서, 이 정도만 읽으셔도 됩니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는 작품을 읽는 데 쓰시는 걸로 - 나는 20세기 작가, 작품에 대한 논문을 순차적으로 쓰고 '후일담'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

 

서문:

근대, 인간, 소설, 속악

 

 

이 책은 푸시킨, 고골, 레르몬토프,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등 19세기 러시아문학의 대표 작가, 대표 작품을 다룬다. 이들을 아우르는 핵심어로 근대, 인간(개인), 소설, 속악(俗惡: 속물성)을 꼽겠다. 앞의 세 요소는 르네상스, 특히 세르반테스-돈키호테와 셰익스피어-햄릿 이래 형성된 서유럽의 19세기 문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네 번째 항목이다. 러시아어 poshlost’속물성으로 번역된다. 영어의 banality보다는 더 평범-진부하고 vulgarity보다는 덜 저속한 개념인 것 같다. 근대와 함께 탄생한 인간-개인은 주인공-영웅이든(푸시킨, 레르몬토프) ‘대중-단역이든(고골) 이 속물성-속악을 피해갈 수 없다.

유라시아 대륙에 자리 잡은 러시아는 대체로 아시아에 등을 돌린 채 유럽을 지향하는 식의 입장을 취해왔다. 표트르 대제 시절부터 본격화된 이런 모방 욕망이 그들의 속물성의 기저에 깔려있는지도 모르겠다. 19세기 러시아문학이 묘파한 속물성은 훨씬 더 다층적이다. 그것은 특정 정체(政體)와 같은 환경의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의 문제이다. 그렇기에 인간과 세계의 대립 구도는 더 복잡한 희비극이 되고, 여기에는 또 다른 개념인 신-구원이 요청된다. 고골과 도스토예프스키가 대표적인 예이다. 등단할 때부터 생활 밀착형 소설을 썼던 톨스토이는 중년과 노년에 이르러 육체와 정신의 이분법에 더 몰입한다. ‘침체기’(bezvremen’e: 직역하면 시간-시대 없음이라는 뜻이다), 즉 세기말의 작가로서 체호프의 문학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시작된다. 그는 우리가 모두 작은 인간이며 이 작음은 인간 본연의 속성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이른바 인텔리겐치아의 소명도 투르게네프를 비롯한 저 삼두마차선배-스승 작가들과는 다른 식으로 받아들인다. 비단 희곡 덕분이 아닐지라도 체호프는 19세기를 마감함과 동시에 20세기를 여는 작가로 평가될 만하다.

 

이 책의 토대는 지난 15여 년 동안 모교에서 러시아문학을 강의하며 학술지에 발표한 여러 편의 논문이다. 그러나, 연구서이면서도 학부생을 위한 교과서적 성격을 갖도록, 또 러시아문학을 사랑하는 지적인 독자도 흥미를 갖도록 작가의 전기를 소개하고 전체 형식과 문체를 대폭 수정했다. 각주를 최대한 줄이고 외국어, 특히 러시아어로 된 개념어와 서지를 거의 다 뺐다. 학술정보와 전문자료가 필요한 독자는 이 책의 끝에 붙은, 대폭 간추린 참고문헌을 보기 바란다. 책 제목에 연구강의처럼 정형화된 단어 대신 가뿐한 느낌의 산책을 넣은 것은 빠진 주제(낭만주의 시인들, 벨린스키를 비롯한 사상가-비평가, 레스코프·레스코프·살트이코프-셰드린· 곤차로프 등 사실주의 소설가들, 극작가 오스트롭스키 등)가 많기 때문이다.

 

*

 

김연경앞에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93학번이라는 명찰이 붙은 이래 나는 항상 노문학도이자 노문학자로 살았다. 20043월 초, <러시아 명작의 이해> 시간, 인문대 61층의 한 강의실로 처음 들어설 때 입었던 10만 원짜리 감색 트렌치코트를 아직도 좋아한다. 그때부터 러시아문학 연구서를 쓰는 것은 당연지사, 하늘이 두 쪽 나도 끝내야 하는 숙제였다. 박상순 시인이 민음사에 있던 2007년에 기금을 받은 것이 직접적인 자극이 되었다. 애초에는 20세기 문학이 3부로 예정되었으나, 작업 중에 현재의 목차가 되었다. 원래는 부제도 문학은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는가였다. 30대 초중반의 미혼이었고 하루에 담배를 두 갑 이상 피우던 시절이었다. 거의 10년 차 비흡연자에 만 45세를 넘긴 지금의 생각인즉, 문학은 아무도 구원하지 못한다. 그러나 내가 한없이 치사해질 때 그나마 문학이 있기에 벌레가 아니라 인간이구나, 라는 위안을 받기는 한다. 이 책이 러시아문학은 속된 우리를 어떻게 위로하는가라는 물음에는 어느 정도 답하지 않나 싶다.

훌륭한 학자가 되고 싶은 야무진 꿈이 물론 한때는 있었지만, 이제는 그저 학자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죽기 전까지 최소한의 소임이나 다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첫 연구서를 낸다. 여전히 비정규직 신분이기에 학적 성취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열망은 더 크다.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한 학자의 충고대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 2020, 여름을 앞두고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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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08-3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시원한 저녁시간되십시요!ㅎ

푸른괭이 2020-09-01 09:16   좋아요 0 | URL
주문도 좀 같이...^^;;

박균호 2020-08-31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저도 사서 꼭 읽어볼께요. !!!

푸른괭이 2020-09-01 09:16   좋아요 0 | URL
예, 꼭 사주세요!^^; 하루 사이 아무도 안 산 책은 처음입니다 -_-;;

박균호 2020-09-01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 주문했습니다 !!! 페이퍼도 남길 께요...ㅎㅎㅎ 홧팅하세요.

푸른괭이 2020-09-01 10:05   좋아요 1 | URL
흠, 아무리 안 팔리는 소설책도 첫날, 첫주에는 그래도 조금의 숫자 변동은 있는데, 연구서라 그런지 확실히 놀라운 정적인데요?^^;; 0, 이라니...

박균호 2020-09-0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출판사가 민음사였네요 !!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편하게 접근하기 어려운 제목과 주제 때문인 것 같은데 주말에 기사도 좀 나오고 그러면 나아지겠지요. 그래도 민음사 아닙니까.

푸른괭이 2020-09-01 11:06   좋아요 1 | URL
여기다 공개적으로 쓸 내용은 아닌 것 같지만^^; - 이 책이 팔려야 도스토예프스키 연구서도 내줄 것 같네요, 이후 20세기 문학 연구서는 말할 것도 없고요. 아니면, 제가 팔리는^^;; 러시아문학책을 후다닥 번역하든가 ㅋ

박균호 2020-09-0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그런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는 판매량도 신경쓰지만 그 책을 냄으로서 얻게 되는 출판사의 위상도 고려하는 것 같은데요. 제가 아는 인문학자는 일년에 서너권씩 책이 나오는데 매번 판패포인트가 500이하였습니다.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좋은 내용의 원고는 출판사에서 좋아하더라구요. 우리 출판사는 이런 좋은 양서를 냈다...뭐 이런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도끼형님의 책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ㅎ

2020-09-01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1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1 1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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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1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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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1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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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1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1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서處暑 지나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입 돌아간다는 처서가 지났음에도  

어젯밤 창틀에 모기 한 마리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 본다 

내 다리 네 다리에 침을 꽂고야 말겠다는 

당돌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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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20-08-29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머스럽고 다정한 시이네요.

푸른괭이 2020-08-29 10:28   좋아요 1 | URL
아,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어젯밤에 아이가 한 말을 옮겨 적어 보았습니다^^; 모기가 눈 뜨고서 자기를 째려본다고 하더라고요 ㅋㅋ

박균호 2020-08-2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보니 귀여운 시이기도 하네요.. 아이들의 시선이란 정말 깜찍하고 기발해요.
 

 

 

처서處暑

 

 

 

 

 

모기가 내 다리 네 다리에 침을 꽂고

그뿐, 입이 비뚤어져 피를 빨지 못해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모기는 입이 비뚤어져 제 구실을 못해

 

더위가 머물 곳을 잃고 방황한다

슬슬 추위에 처소를 내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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