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적으로(5) - 더럽고 소중해
1.
아이가 막 경련을 시작할 참이었다. 안 돼, 조금만 참아! 아이는 정말로 '잠깐멈춤' 같은 표정을 지으며 경련을 참는 것이었다. 엄마, 힘들어. 아이가 용케도 말을 해주었다. 경련보다 더 고통스러워 보였다. 차라리 그냥 해라, 엄마가 살려줄게. 이 말이 내뱉어진 즉시 나는 꿈을 탈출했다. 12시간에 육박하는 잠을 즐긴 아이 역시 빛나는 가을 아침을 맞이했다. 변기는 아이의 쾌변을 선사 받았다.
2.
"엄마, 내 똥은 더럽고 소중해!"
까르르, 세상 해맑고 천진한 웃음까지 덤으로.
3.
세상에 살다 살다, 무슨 주사가 그리 아프노. 5시간 짜리 주사도 있는데 이건 아픈 것도 아니고 온몸에 진이 쫙 빠지고 잠도 슬슬 오고 억수로 힘들다. (그럼 주무시면 되잖아요?) 아니, 그렇다고 잠이 자지는 것도 아니거든. 집에서 맞는 주사도 약 들어갈 때 어찌나 아픈지. (그러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지, 솔직히, 너무 막 사셨잖아요?) 그야 그렇지, 인정, 아빠가 인정한다.
4.
아빠의 항암은 12분의 8 완료, 남은 건 12분의 4
인생은 분모를 알 수 없고, 고로 분자도 알 수 없다
나-너는 몇 분의 몇 지점에 와 있는가
5.
내-네 인생은 더럽고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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