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꼬리라면 얌전히 붙어라도 있지

마지못해 따라오기라도 하지

 

개구쟁이 내 동생 곱슬머리 내 동생

두 살이나 어린 녀석이 말도 안 듣고

또 어디로 튈까 축구공 같이 

 

게 섰거라, 요 녀석!

 

 

 

 

*

 

코로나 때문에 작년 같지는 않(았)지만, 등하굣길에 여전히 형제자매들을 본다. 1-2살 터울은 같이 다니는 경우가 많다. 성격의 차이도 있겠지만 보통 누나나 언니는 동생을 잘 챙기지만 오빠나 형은, 넘 귀여운데^^, 온 얼굴에, 온 몸에 불만이 가득하다. 마지못해 동생이랑 학교 가고 마지못해 같이 집에 가고. "빨리 안 와!" "야, 씨!" 한 패 퍽, 툭. 힝 ㅠㅠ 까불다가 형한테 맞았어 ㅠㅠ 아이 엄마 입장에서는 사실 저렇게 두살 안팎 터울로 두 아이를(기왕이면 누나 남동생이 좋지만 아무래도 좋아^^;) 키우는 엄마가 제일 부럽다,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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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이번 주말까지 논문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자 갑자기 시간이 무척 많아졌다. 참 아이러니하다. 지난 여름의 무리를^^; 반복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아이의 등교 수업 일수도 많아진 까닭도 있다. 그 와중에...

 

 

 

 

 

 

 

 

 

 

 

 

 

 

 

 

 

정작 직에 계실 때는 만난 적이 없는 듯한데, 최근 10여년 간 오다가다 한 번씩 마주치는 얼굴. 그저께도 커피숍에서 스치듯 뵈었고, 그 참에 그의 책을 찾아보았다. 물론 제일 신세를 진 건 푸코 번역이 아닌가 싶다.

 

 

 

 

 

 

 

 

 

 

 

 

 

 

 

 

내가 그를 알았을 때는 이미 (체감^^;) 중년-노년, '할아버지'였다. 저렇게 많은 책을 쓰고 번역한 사람도 늙는다, 죽는다, 라는 평범한 사실이 지금 막 칼로 벤 상처의 통증처럼 알싸하다. 오생근 선생의 모습에 프랑스 시들이, 그것들을 읽던 이십대의 내가 떠올라 오랜만에 찾아본다. 몇 편은 다시 읽으려 한다. 보들레르는 그 사이 역자가 김붕구에서 황현산으로 (지당하게도^^;) 바뀌었다. 김붕구의 <보들레에르>를 감사히 읽은 기억이 있다.

 

 

 

 

 

 

 

 

 

 

 

 

 

 

 

 

 

 

 

 

 

 

 

 

 

 

 

 

 

 

영미권 시보다, 또 독일어권 시보다 프랑스(어) 시를 좋아한 건 무척 당연했다, 당시로서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웠는데, 그건 처음부터 너무 좋은 외국어, 남의말이었다. 그래서 대학에 가서도 계속 공부를 하려고 애썼고, 외국어 공부를 겸하기에, 시를 읽고 외우는 것이 참 유익했다. 팝송 가사도 많이 쓰고 외웠던 것 같다. 좋은 시절이었다, 그립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못할 건 없다^^; 시간을 조금 내어 짬짬이 읽은, 읽고 있는 시집은 윤동주와 백석이 사랑한 그대 -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옛날 판본을 구했다. 앞서 가져온, 내가 어릴 때 읽은 상징주의, 모더니즘, 아방가르드, 초현실주의 등등의 시와는 정반대되는 결의 시다. 이 모든 것이 다 소중하다.

 

 

 

 

 

 

 

 

 

 

 

 

 

 

 

 

*

 

아이의 원격수업 링크 동영상 중 5세부터 75세까지 사람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 것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이 대략 20대까지는 남녀 답변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가 30대부터는 제법 커진다. 30대 이후 적잖은 여성이 '아이'와 관련된 답변을 한 반면, 남성은 결코 그렇지 않다. 여자들: 첫 아이 낳았을 때, 우리 아들 낳았을 때, 우리 딸 낳았을 때, 우리 아들 둘이 박사학위 받았을 때(심지어 더 자랑하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 손주들 볼 때 제일 행복해요  등등. 물론,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여자-암컷'에게 '새끼'가 의미하는 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인 것 같다. 엄마는 아이의 시간표까지, 학습 내용까지 다 알고 있어도 아빠는 아이가 오늘 등교일인지 아닌지도 모른다는 것만 봐도 이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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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

 

 

 

 

 

아이의 손바닥 위에 얹힌 무당벌레를, 노란 액을 보았다.

침일까 토일까 똥일까 아무튼 협박, 이라고 한다.

건들바람이 소소리바람보다 더 찬 어김없는 가을날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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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의 저항

 

 

 

 

 

 

 

안녕하세요, 과일박쥐에요

저는 망고, 사과, 구아바를 먹고 살아요

바오밥나무 꽃이 피면 꿀도 빨지요

먹을 때는 나무에 매달린 바른 자세 

똥 눌 때는 몸을 거꾸로 세워요

저의 피막은 깃털 날개 부럽지 않고요 

초음파는 감지하지 못해도 밤눈이 밝지요

 

저는 과일박쥐라 곤충은 먹지 않아요 

그래서 제 몸은 식물성, 상쾌하고 청신하답니다

바이러스도 식물성인데요, 더 무섭다고요?

흥, 저야말로 여러분이 꺼져주시면 고맙겠어요 

저는 저항도 식물성이란 말이에요  

 

 

*

 

 

 

 

 

 

 

 

 

 

 

 

 

 

 

아이와 박쥐 관련 (유치한^^;) 동영상을 보았다. 과일 먹는 박쥐라니, 너무 재미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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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내 인생

 

 

 

 

1.

 

아침 등굣길

조용히 걷던 아이가 입을 연다.

나지막하지만 비장한 어조다.

 

"엄마, 선생님이 오늘 수학1단원 평가 본다고 했어."

 

 

 

2.

 

오후 하굣길

아이는 3킬로 책가방을 메고 타박타박 걷는다.

가방을 들어준다고 해도 싫단다.

 

"몇 점쯤 나올까?"

"100점까지는 아니고 한 80점, 90점 정도?"

 

 

 

 

 

*

 

 

 

 

 

 

 

 

 

 

 

 

 

 

 

 

 

남의 좋은 점은 배워야 마땅하지만, 그러려고 노력해 볼 필요가 있지만, 그 배움과 이식과 적용이 쉽지도 않을 뿐더러, 유럽식 교육에 대한 환상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 바깥에서, 멀리서 보면 좋아 보이지(유학생 역시 '밖의 시선'이다) 실제 내부로 들어가서 겪으면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우리 교육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 설령 나쁜다고 해도, 그런 점이 있다고 해도 전체적인 틀 안에서 점진적으로 고쳐갈 생각을 해야할 것이다. 

 

소위 경쟁에 내몰리는 아이가 불쌍한가.

아이가 내몰린다기 보다 우리가 내모는 것이다.

 

간혹 학습과 평가를 '경쟁'과 동일시하는데, 이 태도 자체가 우리 어른의 것이라는 것이다. 학습과 평가는 꼭 필요한 것이다. 유럽은 그렇지 않다고? 말마따나 우리식으로 초등 5-6학년에 이미 결판난다. 아니, 결판낸다. 과연 피아제 말대로 만 10세 ㅠ 공부를 할 놈과 안/못 할 놈이 확연히 보이고, 나중에 다른 식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큰 틀은 다 짜인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내 아이의 성향과 학력을 냉혹히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대목이 문제다. 쉽지 않다. 믿거나 말거나 유럽의 경우, 담임교사가 '가부'에서 '부'를 결정하면 학부모도 별로 토를 달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일찍 직업 교육, 기능 교육을 시작하는 모양이다. 우리 식으로 중학교 때부터 이미. 하지만 우리 나라라면 학부모가 담임의 그 '가부' 결정에 별로 동의할 것 같지 않고^^; 학원이나 과외를 하려 들지 않을까 싶다. 아, 이 역시 유럽이라고 별반 다르겠는가. 우선은 인종(+종교)에서 한 번 걸러질 테고, 외외로(?) 선진국일 수록 계층 이동율은 더 낮다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80년대 내가 다니던 초등과는, 좋은 거 나쁜 거 다 포함, 너무 달라진 초등 풍경에 놀라곤 한다. 코로나 때문에 등교 수업이 원활하지 않아 평가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지만, 수학 단평은 꼭 보려고 하시는 것 같다. 다른 과목은 몰라도 수학은 정말이지 오직 시험(!)을 통해서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지금 생물 단원이라 재미가 있고, 아이가 국어와 사회에도 흥미를 갖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어제는 집에 와서 "나무매달리기 선수 다람쥐"(?)를 (잘 못 -_-;;) 검색하던데 과학 시간에 선생님이 보여주셨다고 한다. 이런 식이다. 컴퓨터가 다 있으니 각종 동영상이나 PPT를 대거 활용한다. 하긴, 심지어 줌까지 하니. 5교시 사회. 선생님이 안동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나요, 물으셨는데, 내가 "간고등어"라고 하고 싶었는데, 다른 친구들이 먼저 말해서 말할 시간이 없었어~ 전주 비빔밥, 평양냉면~, 감자옹심이~

 

초등 교육은 그야말로 기본 교육이지만, 의외로(!) 우리 어른도 꼭 알아야 하는 지식-정보의 총체이다. 교과 내용이나 교습 방식 탓하지 말고(!!! - 부분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은 고쳐나가도록, 여러 채널을 통해 건의하도록 하고) 열심히 배우도록 하자. 엄마가, 우리가 교과를, 학교를, 선생님의 가르침을 무시하면 아이도 금방 배운다. 각 교과목, 각 단원의 주제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건 '태도'가 아닐까 싶다. 우리 교육이 뿌리부터 썩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자녀들 학교 어떻게 보내시는지, 자녀들에게 어떻게 말씀하시는지.

 

 

  

 

 

 

 

 

 

 

 

 

 

 

 

ps. 올해는 노벨상 특수가 없구나, 출판계에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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