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의 상상

 

 

 

 

 

 

학교가 좋다


1981년 3월 부산시 전포동 성전국민학교에 입학 
2020년 12월까지 단 한번도 학교를 떠난 적이 없다

대학 갈 때, 대학원 갈 때, 유학 갈 때, 귀국할 때 

아이도 방학 때 낳고 젖가슴에 젖을 가득 품고 학교에 갔다 

 

1년은 1학기 더하기 2학기, 한 학기는 수업과 시험과 방학의 총합

이런 순환은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위대한 일상

감옥과 병동을 닮은 학교 안에서 나는 충분히 자유롭다

나의 수용소 바깥은 엄동설한, 얼어죽을 asylum

 

'마지막 연애의 상상'을 본 따 '마지막 강의의 상상'을 해볼까

 

 

 

 

*

 

 

<마지막 연애의 상상> 이미지도 뜨지 않는다 ㅠㅠ

 

 

 

 

 

 

 

 

 

 

 

 

 

 

 

종강 및 평가를 생각하며 한 번 써봤다. 이인성 소설 <마지막 연애의 상상>은 김영민 칼럼(에세이)에서 <마지막 강의의 상상>의 밑텍스트가 된다. 이번 학기에 시집을 들추느라 에세이들을 못 읽고 있다. 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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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워서 못 피겠어요

 

 

 

  

 

 

"너무 추워서 못 피겠어요..."

 

뒤늦게 꽃봉오리 맺은 봉선화가 이렇게 애원하는 것 같다. 난감해진 나는 <시골의사>처럼 내뺄 궁리를 하며 눈맞춤을 회피한다. 그 사이 베란다에 방치된 식재료 감자에서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무럭무럭, 또 꽃봉오리가 맺혔다.

 

"너무 추워서 못 피겠어요..."

 

감자 꽃봉오리도 보채는 것이 분명하다. 겨울이 올 참인데 이 철 없는 것들은 웬 뒷북인지. 난감해진 나는 또 눈맞춤을 피한다. 그 사이 봉선화는 너무 삐졌는지 꽃봉오리 채로 굳었다, 얼었다. 나는 죄스러운 회심의 미소를 슬그머니 감춘다. 

 

무릇, 식물이란 눈이 없어 얼마나 좋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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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2 1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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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2 16: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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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본다(3) - 스피노자 렌즈 

 

 

 

 

 

나무도 죽나요?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의문문이 문제였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이 말의 저작권은 스피노자에게 있는 것으로 안다

안경 박사이기도 한 나무 박사에게 물어보고 싶다 

스피노자 박사님, 요즘 제가 나무에 꽂혔는데요

혹시, 나무는 멸망하지 않나요?

나무든 지구든 멸망하든 말든 나는 나대로, 이런 뜻인가요?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스피노자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고

나는 스피노자 렌즈에 흐린 눈알을 띄우고 한 권의 책을 읽겠다

 

나무는 나무대로, 지구는 지구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각자 자기 자리에서 his own mode 자기 방식대로

 

 

*

 

오래 전 대학(원)시절 지금의 대학동에 <스피노자 안경점>(??)인가 하는 가게가 있었는데 그곳 사장님을 통해서 스피노자가 안경을 만든 걸 알게 되었다.

/  his own mode  - 밀, <자유론>(by 유시민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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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본다(2) - 어떤 실존에 대한 두 견해

 

 

 

 

 

같은 식물이라도 초본식물과 달리 목본식물인

나무는 한 두해, 여러 해만에 죽지는 않는다고 한다

움직여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동물과 달리

한 자리에 가만히 있으니 에너지 소모가 적다고

여러 기관이 한꺼번에 생기는 고등동물과 달리

자라면서 필요한 부분이 차례로 생긴다고

병균의 침입에 뛰어난 자생력으로 대처한다고

그렇게 죽을 때까지 꾸준히 영원히 자란다고

따라서 정해진 수명이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사실상 같은 나무 얘기인데 사뭇 다른 관점도 있다

 

나무는 이식되면 굉장히 심한 스트스를 받기 때문에 

태어난 그곳에 계속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자리에서

밑으로는 물과 양분을 빨고 위로는 햇빛을 얻기 위해 

근처 식물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한 번 지면 영원히 끝, 패자 부활은 없다고

오래 살기 때문에 오래 고통 받아야 하고 

병든 생살이 도려지는 아픔도 감수해야 한다고

몸의 끝 가지 눈嫩의 생장점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고

따라서 굉장히 위험한 생존 방식일 수 있다고 한다

 

내 결론인즉

나무로 사는 것도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만

인간으로 사는 것도 위험한 생존 방식일 수 있다

 

 

*

 

1번 이경준 교수

https://blog.naver.com/y9chung/90102768611

 

2번 박필선 교수

https://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30/20140330025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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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시집 한 권

 

 

 

 

 

 

때아닌 가을비가 을씨년스럽다

축축한 강의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온풍이 불고

내 굵직한 종아리 옆 가다란 석영관이 빨갛다

몸과 마음이 따뜻하고 푸근해져 흥부 박이 연거푸 터진다

 

대박은 너무 황송하고 중박 소박, 심지어 쪽박도 좋아요

어차피 안동 고기국수 한 그릇 얻어 먹는 호사는 누릴 테니까요

 

시집은 평생 딱 한 권이면 되나 봐요

 

나머지 생애는 아프리카에서 커피나무를 가꿔도 돼요 

낙엽 쓸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 괴로워하기만 해도 돼요

 

죽기 전에 시집을 한 권 내고 싶네요

 

 

 

*

 

 

 

 

이렇게 조그만 놈인 줄 몰랐지만 ㅠㅠ 그래서 첫날 보고서 너무 놀랐지만 그 사이 난방도 시작되고 너무 따뜻해서 부자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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