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하루를, 엊그제 죽은 남편에게
1.
"잘 지내지? 많이 보고 싶다."
2.
서로 본 체 만 체 하는 열둘, 열넷 해바라기들과
실실 쪼개며 담배 꼬나 물고 있는 해골은, 하나다
상악과 하악이 다 드러난 해골의 잇새에
시들어빠진 해바라기 줄기를 꽂아 주고 싶다
3.
이국의 전망 좋은 방, 들판에 존재했던 들꽃을 고속도로변에서 스치듯 보았는데, 어딘가 이 세상 같지 않은, 그런데도 여기 내 눈 앞에 버젓이 있어서 되게 오묘하고 야릇한 느낌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돌연한 죽음을 엊그제 바로 내 옆에 보았는데, 어딘가 나의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엄연히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서 되게 요상하고 얄궂은 느낌, 마치 내가 스크린이나 TV 속에 들어 있는 느낌이었다.
노란 금계국 사이로 얼굴을 내민 청보라빛 수레국화는 까마귀 나는 노란 밀밭 옆의 새빨간 양귀비처럼 낯설고 신비스러웠다. 사실 내가 지금 꽃이나 논할 정황은 아닌데, 예쁜 것 그렇게 좋아하던 내가 세상 예쁜 것도 없고 맛있는 것도, 신나는 것도 없는데, 이런 정황에서 뭔가 논할 것이라곤 참수당한 해바라기뿐인 것 같다.
4.
"얼마나 먼 길을 갔는지, 다시는 안 올 모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