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과학
전방욱 지음 / 풀빛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멋진 신세계"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은 바로 내일의 공포가 되버렸다. 현재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미국의 주요 수출품인 대두와 옥수수에 집중되어 있지만, 만약 주식인 밀과 쌀로도 확대되고, 경제상호협상에 따라 우리나라가 이를 미국으로부터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면? 실험실 안의 터미네이터 유전자가 유출되어 다른 작물을 오염시킬 가능성은 과연 전무할까? 불임클리닉을 다니고 있는 내 친구의 난자는 무분별한 실험으로부터 안전할까? 등등.

하지만 오늘의 성장에 눈이 먼 '그들'에게 우리는 그저 격리되어야 할 히스테리 환자일 뿐이고, 대기업 산하 연구소들은 해석불능의 전문용어와 통계수치를 끌고와서 우리를 저능아로 폄하하곤 한다. 친환경적인 연구결과들도 존재하지만 이를 발표한 학자는 사이비나 이단으로 낙인찍히기 일쑤이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학문적 자살행위'를 감행한 전방욱씨는 참으로 용감한 사람이다.

저자는 '수상한 과학'이란 책을 통해 자신이 환경운동에 직접 관여하고 있음을 이실직고하였으며, 자본과 밀애하고 있는 학문을 비판하고 있다. 그의 내부고발은 참으로 거침없는데, 제1장 옥수수 소동에서는 국제적 권위를 자랑하던 학술지가 끝내 거대자본 앞에 무릎꿇게 된 경과를 일러주고 있고, 제7장 豚벼락, 돈벼락에서는 국내 생명공학 분야의 치부를 폭로하고 있으며, 제8장 섹시한 과학자에서는 황우석씨나 최재천씨와 같은 스타 과학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갑론을박하고 있다. 좌충우돌 정면승부를 하는 전방욱씨의 도전을 보자니, 그가 이 책을 출판한 다음 학계에서 얼마나 왕따당하고 있을까 무척이나 걱정될 정도이다.

나의 바람은 '수상한 과학'이 도화선이 되어 우리나라에도 유전자 변형 농산물뿐 아니라 유전자 변형 식품의 건강 위해성을 조사할 만한 지침이나 기구가 생기고, 현재 농림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이원화되어있는 관련 업무가 통합되는 것이다. 또한 유전자 변형 여부에 대한 라벨링이 유의미할 수 있도록 유전자 비변형 식품이 충분히 시장에 존재할 뿐 아니라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길 바란다. 이 과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73.6%의 소비자조차 늘 유전자 비변형 식품을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일반 마트에서 두부를 살 경우  국산콩 두부를 사려면 미국산콩 두부보다 2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여야 하며, 국산콩으로 만든 비지나 순두부는 아예 판매되지 않고 라벨링도 없기에, 세계에서 가장 유전자 조작콩을 많이 생산한다는 미국산 콩비지나 중국산 두부를 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굳이 아쉬운 점을 덧붙이자면, 글쓰기만큼이나 중요한 편집과정이 좀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2001년도 강릉대학교 기성회 학술연구조성비를 받은 것이 출판을 감행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면, 구체적인 저술기간은 아마도 2002년과 2003년이었을 것이고, 참고문헌은 2003년 말까지 골고루 아우르고 있다. 물론 2003년 12월 15일자의 신문기사는 편집과정에서 첨언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2003년 막바지까지 글쓰기가 진행되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1월 26일 인쇄라니, 얼마나 촉박하게 편집되었는지 감이 안 잡힌다. 그래서일까? 나는 실험용 쥐가 마우스(생쥐)와 래트(시궁쥐)로 나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방욱씨는 마우스와 생쥐를 구별해서 쓰기도 하고, 혼용해서 쓰기도 하니 도무지 헛갈린다. 또한 원어 표기 원칙도 일관성이 없어 어떨 땐 지명, 회사(연구소)명, 연구자명까지 모두 원어를 병기해 눈이 바빠지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름조차 원어병기를 생략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엇보다 도처에 널린 역어체를 읽어내다 보면 편집자가 좀 더 시간을 들여 손보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숨이 나온다. 삐딱하게 마음을 먹자면 연구실적 제출기간에 맞춰 인쇄를 부랴부랴 서두른 게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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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5-02-0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전에 이 책 읽었는데 이렇게 리뷰 쓰신 거 보니 몹시 반갑네요^^ 게다가 편집에 대한 아쉬움까지도 공감입니다...

딸기 2005-03-0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

책읽는나무 2005-03-12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사 읽었네요!..^^
공감입니다...그리고 때늦은 추천..^^

비로그인 2005-03-30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잘 읽었는데 조선인님의 리뷰, 깔끔하니 참 좋습니다..제가 의식하지 못했던 옥의 티를 잘 가려내주시기도 했구요. 음..추천 한 방 안 누를 수 없구만요. 꾸욱~
 
한+ 국어사전(중) - 개정2판
남영신 엮음 / 성안당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어떤 사전을 사는 게 좋을까요 알라디너들에게 물었더니 숨은아이님이 성안당 것을 추천해줬다.

직접 서점에 나가 확인해보고 역시나 믿을 만한 알라디너들이다 싶어 샀는데 오늘 더욱 만족.

다음은 껍데기에 관한 성안당의 설명이다.

---------------------------------------------------------------------------------------------------

1) 무른 물체를 싸고 있는 단단한 물건

2) 속에 든 물건을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 속에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것. 빈껍데기.
예문)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 껍데기는 가라)

3) 속을 싼 겉의 물건(예:이불 껍데기)

4) 화투의 끗수가 없는 패짝

---------------------------------------------------------------------------------------------------

예문으로 시 한 편이 통째 실리다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비록 2002년에 나온 뒤 아직까지 개정판이 안 나온 점은 안타깝지만 강추이다.

편집부가 아니라 남영신씨가 자기의 이름을 걸고 만들었다는 점,

고종석씨가 강추하는 사전이라는 점도 참고하시면 선택에 후회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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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1-1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종석?

조선인 2005-01-1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렇게 물으시면 할 말이...
전해 들은 것인지라. -.-;;

릴케 현상 2005-01-19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종석씨가 이 사전을 추천한 글을 쓴 적이 있고, 오마이뉴스에서 헌책에 관한 칼럼 쓰는 최종규(?)씨도 이 사전을 추천하더군요...

숨은아이 2005-01-19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ㅎㅎ 마지막 줄에 고종석을 "고영석"이라고 쓰셨어용. 그리고 2003년 1월에 새로 나왔어요. 그건 표지 사진도 뜨는데... /자명한산책님 그렇습니까? 이 사전 은근히 추천을 많이 받는군요.

조선인 2005-01-2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의 오타를 지적한 거군요. 전 그것도 모르고. ㅋㅋㅋ

마냐 2005-02-04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정말 대단한 사전임다. 시 한편이 통째로라니...상상이 안됨다. (왕뒷북 댓글, 양해를...^^;)
 
아빠는 널 사랑해
존 레논 지음, 이상희 옮김 / 베틀북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존 레논이 아들을 위해 썼다는 이유 만으로 덥석 샀다가 후회했습니다.

아마도 스케치북에 대충 그려줬을 법한 그림이 내용 연결없이 주르륵 담겨있을 뿐인 책.

단지 낙서한 사람이 존 레논이라는 이유만으로 출판사에서 잘도 상업적으로 이용했구나 했는데...

신기하게도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나로선 말도 안 된다고 여겨지는 낙서같은 그림들을 엮어 제맘대로 이야기를 지어내고,

스케치북을 끌고 와 따라 그린다고 흉내를 냅니다.

한참을 가지고 놀다가 책을 꼬옥 껴안으며 "아빠는 날 사랑해. 그렇지?" 눈을 반짝이며 묻습니다.

그리곤 아빠에게 물감놀이를 해달라고 조르는 것으로 끝을 맺는 딸아이의 일과.

존 레논이 아들을 무지 사랑했구나,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 사랑을 내 딸이 느끼는구나 싶어 신기해요.

좀 큰 애들에겐 시큰둥하겠지만 최소한 마로에겐 사랑 가득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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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01-1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색해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아들은 션 레넌이더군요. 75년에 두번째 부인 오노 요코가 낳았으니, 존 레논은 그 아들이 5살이 될 때 죽은 셈이군요. 그리고 첫번째 부인 신시아가 낳은 아들은 줄리안 레논이라고, 나중에 80년대에 앨범을 내기도 했었지요. Hey Jude에서 Jude는 줄리안을 가리키는데, 불쌍한 줄리안을 위해(부모가 이별했으니) 폴 메카트니가 쓴 곡이라죠?

조선인 2005-01-1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서림님, 그런데 이 책은요, 아이가 좋아하는지 꼭 오프에서 확인하시고 사세요.
전 처음 이 책 받아보곤 얼마나 실망했는지.
그리고 미누리님 아이들도 안 좋아했다고 하구요.
마로가 이 책을 좋아하는 게 정말 불가사의하게 여겨질 뿐입니다.

짱구아빠 2005-01-18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나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 도대체 저딴 걸 왜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가는 사례가 왕왕 있습니다. 우리 둘째 녀석이 좋아하는 "핑구"같은 거...

미누리 2005-01-1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어쩌면 어른들의 눈에 안 보이는 어떤 것들이 마로에게는 보였나봐요.

설박사 2005-01-19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마음에 드네요... ^^
의겸이에게 이 책으로 세뇌를 시켜야겠습니다. ㅋㅋㅋ

조선인 2005-01-1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빠 들어가는 멋진 책은 더 많아요.

특히 "아주 특별한 너를 위하여" 강추입니다. 이미 있을 가능성이 더 많겠지만요.

 
명화퍼즐
거인 편집부 엮음 / 거인 / 2002년 12월
절판


6조각짜리 퍼즐 3종
- 쇠라의 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 르노와르의 테라스에서
- 다빈치의 모나리자

퍼즐의 뒷바닥에는 그림에 관한 설명도 있어요.
예) 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쇠라 Georges Pierre Seurat (1859-1891)
색채를 분할하여 그림 전체를 색점으로 표현한 쇠라의 대표작으로 일요일 오후의 한가로움을 밝은 색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엄마가 대신 읽어준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설명이 좀 어렵죠?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뭐, 쇠라가 유독 어려운 편이긴 합니다만.

9조각짜리 퍼즐 3종

-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 고흐의 자화상
- 밀레의 이삭줍기

12조각짜리 퍼즐 3종
- 라파엘로의 검은 방울새의 성모
- 다비드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 브뤼겔의 바벨탑

명화퍼즐의 최고 장점은 6조각, 9조각, 12조각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단계별로 두고 두고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점입니다. 명화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죠.
다만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아까 말했듯이 뒷면 설명이 부실하다는 점, 명화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시대도, 화풍도 뒤죽박죽), 그림의 명도와 채도가 떨어진다는 점 등입니다.
그러나 가격으로보나 구성으로보나 이만큼 만족스러운 유아용 퍼즐은 드물다는 걸 강조하고 싶네요. 물론 이 퍼즐을 선물해준 깍두기언니의 안목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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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1-1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잘 갖고 놀고 있나요? 근데 6조각 짜리도 있다면 마로에겐 좀 쉽겠네. 매장 직원이 9조각부터 있다고 해서 샀는데...ㅠ.ㅠ

조선인 2005-01-16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의 경우 그전엔 원색의 유아용 그림으로만 퍼즐을 했던 터라 명화퍼즐을 보곤 처음엔 갸우뚱하더라구요. 6조각부터 할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뭐, 지금 제일 좋아하는 건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이긴 합니다만. 왕자, 공주가 나와서 좋대요. 요새 공주놀이에 아주 심취해있는 터라. -.-;;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학고재신서 1
최순우 지음 / 학고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교 다닐 때 처음 이 책을 만난 후 참 오래 두고 두고 읽네요. 느낌표 선정도서가 되었을 때 함께 기뻐하며 이제야 칼라도판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도 했었구요. 하지만 보급판에 내용이 더 축소되어 나와 실망했던 기억이 더 사무치네요. *^^*
각설하고.
원래는 이 분야에 문외한이나 오래 벗하다 보니 눈에 띄는 점이 몇 가지 있네요. 다른 분이 지적한 사항은 제외하고 말씀드리면.

<보급판 기준>
- 98쪽 산수문전 도판의 좌우가 바뀌었습니다.
- 218쪽 청자죽절문병이 개인소장으로 나와 있으나 현재는 호암미술관 소유로 되어있는 줄 압니다.
- 250쪽 철채자기삼엽문매병의 경우 조선시대로 표기되어 있는데, 고려청자에 걸맞지 않아 보입니다.

저런 오기 수정보다 더 간절한 소망은 칼라도판 소장본 출판입니다. 출판시장 불황으로 많이 힘든 줄 아오나 예약주문 등을 받아 기획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늘 좋은 책을 펴주심에 고마움을 표하며 부탁드립니다.

* 제 서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라는 카테고리에 보면 몇몇 칼라도판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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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1-11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볼때마다 칼라도판이 아쉬워요.

참 좋죠??


마태우스 2005-01-1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낌표 전에 이 책을 사랑하신 분이 있었군요. 역시 알라딘에는 고수들이 많다니깐요^^

水巖 2005-01-1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소장하고 있는 이 책은 1994년版인데 조선인님의 수고로 개정되어 나왔군요.

고맙습니다.

조선인 2005-01-11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아뇨, 아직 개정되지 않았어요. 저도 얼마전에 정리한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