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꼭 잡아 주세요, 아빠! ㅣ 인성교육시리즈 가족 사랑 이야기 3
진 윌리스 지음, 김서정 옮김, 토니 로스 그림 / 베틀북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남동생 해람이가 태어난 이후 큰딸과 옆지기의 사이가 각별해졌다.
피치 못해 둘이서만 연극을 보러 가거나, 산책을 하거나, 장보러 가는 일이 잦아진 것도 있지만,
둘만의 비밀 이야기도 곧잘 하고(물론 마로는 쪼르륵 달려와 내게 비밀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확연히 느껴지는 건 아빠에 대한 마로의 절대적 신뢰.
어떠한 경우에도 아빠는 나를 지켜주고 돌봐줄 거라는 딸아이의 순수한 믿음이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한편으로는 겁이 난다.
우린 과연 이 아이에게 언제까지나 든든한 지킴이가 되어줄 수 있을까?
행여 이 아이의 눈망울을 저버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지?
잠든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옆지기와 나는 그렇게 작은 각오를 세우곤 한다.
책 속의 아빠는 근사한 말을 골라서 한다.
"얘야, 세상 어디든 미끄러운 비탈은 있고, 오르막과 내리막,
울퉁불퉁한 길도 있단다. 가기 힘든 길은 늘 있을 거야.
높은 계단이랑 언덕도 있고... (중략)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 혼자 힘으로 그 곳에
닿을 수 있다는 자신감.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까짓,
조금 넘어지는 일, 한두 군데 멍드는 일쯤은 아무 것도 아니지.
하지만 네가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면, 우리가 조금 기다려 줄게.
네가 뭘 하고 싶어하든 말이야."
하지만 우리는 안다.
딸아이에게 의연한 모습만 보이고자 하는 아빠의 속내는 얼마나 시커멓게 타들어가는지.
"널 놔 준다는 건 끔찍이도 어려운 일이구나.
나도 정말 무서웠단다.
그렇게 멀리 갈 수 있으니,
다시는 내게 돌아오지 않을까 봐 무섭더구나."
딸아이가 혼자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아빠가 격려해주는 이야기라고만 여기기엔 아쉽다.
성장의례를 겪는 딸아이를 뒤에서 든든히 지켜주다가,
마침내는 어서 네 갈 길을 가라고 등떠밀어주어야 하는 부모노릇까지도 일러주는 고마운 책.
이번 어버이날에 <은행나무처럼>과 같이 읽어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