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마태우스 2004-11-24  

김지님 반갑습니다
남겨주신 글 보고 저도 반가워서 달려왔어요. 순천만이 배경인 줄은 몰랐네요. 직접 그곳을 가보셨다니, 갑자기 부럽네요. 안개라는 게 바쁜 도심에서는 비행기를 못뜨게 하거나 교통사고를 잦게 만드는 원인에 불과하지만, 문학 작품 속의 안개는 언제나 신비한, 겪어보고 싶은 그 무엇이 되지요. 전집을 사가지고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인데요, 그 작가 읽을수록 대단한 것 같습니다. 좋은 소설을 보는 눈은 없지만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드는걸요. 김지님,달력을 보니 돌아오신지 일주일 이상 지났군요. 인사가 늦었어요. 앞으로는 너무 오래 서재 비우지 마세요. 저희가 모두 기다리잖아요^^
 
 
kimji 2004-11-2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 속의 안개의 이미지는 많은 상징을 내포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리워진 현실이라든지, 그들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피해자들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하는 현실로도 쓰이겠지요. 물론 연인이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더없이 애처로운 배경이 될테고요. 개인적으로 실제 안개를 좋아하는 편인 저는 그래서 문학 속에서의 안개에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순천만은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남쪽으로 가신다면 순천만에 들르시길. 그리고 그 순천만의 갈대를 보고 오시길 권하고 싶어요. 소설을 읽고 나서라면 그 느낌이 배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반감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어쨌든 말이지요.


아, 제가 긴 여행을 다녀오느라 서재를 비웠던 사이, 사실 그 여행 중에 삶의 터를 바뀌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부모님을 떠나 서울이 아닌 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예전과 반대로 서울로 가는 길이 마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되곤 합니다. 이 답글을 쓰는 곳도 서울이 아닌, 새 터전이고요. 이 곳에서의 생활도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서재도 더 자주 찾아와야겠지요. 기다리는 분들이야 어디 계시겠습니까,

kimji 2004-11-24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 다가가는 공간인 이 서재에, 이제는 오랜 시간 비우지 않을 생각입니다. 마음만이라도 그렇게 따스히 건네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도 날씨가 푹한가요, 제가 있는 이 곳은 마치 초가을처럼 훈훈합니다. 아침에 안개가 끼기도 하고, 오전에는 흐렸는데, 어느새 오후 햇빛이 집 안 가득 들어차 있군요.



오랜만에 방명록에서 뵈니, 반가운 마음에 혼자 수다를 이렇게 늘어놓았네요.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님.

kimji 2004-11-24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페이퍼를 뒤적이니, 순천만을 찍은 사진이 아직 살아 있더군요. 혹시나 싶어서, 주소 남겨 봅니다.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7451
 


선인장 2004-11-19  

그저 잡담
그냥 왔어요. 일 해야 하는데, 도무지 정신이 산만해서요... 딱히 할 말도 없는데, 그냥 왔어요. 전에 말씀하신 모과차 한 잔이 생각나서요... 겨울이 왔는데, 일상은 왜 이리 같은 일만 반복될까요? 찬바람에 얼굴이 빨개지도록 거리를 걷고 싶어요. 쨍쨍한 겨울 햇살 틈에서, 살을 에는 듯 불어닥치는 바람을 맞고 싶어요. 그리고 엉덩이 시리도록 아무 데나 퍼질러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툭툭, 농담을 던지고 싶어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그저 헤실헤실 웃고 싶어요. 그렇게 지금, 밖으로 나가고만 싶어요.
 
 
kimji 2004-11-19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를 보고 온 날입니다. 얼마전부터 엄마와 떨어져서 지내거든요. 엄마와 헤어지고 두어시간 걸려 돌아오는 길, 벌써 낙엽은 거리를 메꾸고, 나무는 앙상해졌더군요. 제가 사는 도시에 들어섰을 때는, 안개가 자욱해, 마치 꿈에서 막 깬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아니, 어쩌면 꿈속같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적응되지 못한 곳, 아직 적응되지 못한 일상을 사는 저는 저도 모르게 그만큼 고단했는지도 모르겠어요. 현실과 꿈이 가끔 그렇게 헷갈리곤 합니다.
날이 다시 추워진다고 하더군요. 얼굴이 빨개지도록 찬 겨울 날씨,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사계절 중에서 유독 겨울을 좋아하기도 하지만요. 그렇게 빨개진 얼굴로 집에 돌아오면 따스한 기운때문에 금세 얼굴이 가려워지고 따끔따끔해지곤 하지요. 그럼, 집이 그렇게 아늑하고 좋은 느낌을 가질 수가 없더군요. 희한하지요. 집 밖을 나서면 집으로, 집에 있으면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니 말이지요.
주말에는 어쩌면 속리산에 가게 될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님의 글을 읽으면서 떠올렸습니다. 아니, 어쩌면 더 멀리, 더 남쪽에 다녀올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제가 사는 곳보다는 조금 더 따스할지, 어쩔지 궁금해집니다.

kimji 2004-11-1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숙한 곳에서는 낯선 곳을, 낯선 일상 속에서는 지루하도록 익숙한 일상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나서기'는 좋습니다. '지금, 밖으로 나가고만 싶어요' 라는 문장을 읽는데 마음이 막 활랑거립니다. 제 마음 속에서도 똑같은 문장이 회오리치고 있는 게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또 압니다. 그냥 있어야 하고, 오늘은, 적어도 오늘은 참아야 하고, 조금 있으면 또 사라지게 될 감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이 말이지요.

모과차, 함께 마시면 정말 좋을텐데요- 하, 안타깝습니다.


추운날, 이불 차 내지 마시고, 코끝까지 덮고 주무시길요 : 문득 이런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글샘 2004-11-03  

딴지^^
신경질적으로, 날카롭게, 못 돼 먹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그래서 어서 빨리 늙어버려야지.
 
 
kimji 2004-11-0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 님- ^>^ 딴지가 아닌데요, 감사합니다. 이제서야 확인을 했습니다. 못돼먹은,이 맞군요. 고맙습니다.
- 그런데 알라딘이 여전히 불안정해서 수정이 쉽지 않겠네요. 알라딘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되면, 그 때에나 서둘러 고칠 수밖에 없을 듯 싶네요.
(아, 부끄러워라;;; )

kimji 2004-11-15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 15일, 오늘에서야 첫 화면을 고쳤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 한번 더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마늘빵 2004-10-23  

사진은 존재의 부재증명이다
오늘 처음 들렀습니다. '존재증명, 부재증명'이라는 제목을 보고 왔는데, 저도 참 좋아하는 말이죠. 저 역시 저걸 어디서 봤는지 모르지만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사진은 존재의 부재증명이다"

라는 문장이 있었죠.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현재 존재하지 않는 사진속의 대상물을 통해 부재를 증명한다니...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존재' '부재' '증명'이라는 단어를 좋아해 저 문장 역시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뭘 하시는 분인지는 구체적인 소개가 나오지 않았네요. 막연한 궁금증을 가지고 다시 돌아갑니다.
 
 
kimji 2004-10-25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아프락사스님. 알라딘을 기웃거리면서 님의 아이디는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서재도 구경하곤 했었고요. 이렇게 인사 글을 받으니 더욱 반갑습니다.

얼마 전에 '서재 소개 25문25답'을 통해서 그 서재 이름에 대해서 밝힌 적이 있었어요. 다시 그래도 옮겨와봅니다.

존재증명, 부재증명- 이 거창한 단어는 아마 책에서 발췌한 듯 싶다. 박성원 소설 <나를 훔쳐라>에 수록된 '댈러웨이의 창'에서 가지고 온 것인지, 아니면 한정식의 <현대사진을 보는 눈>이나 <사진과 현실>을 읽으면서 훔쳐온 조합일 수도 있다. 혹은 또 모르겠다. 그 책들이 인상으로 만들게 한 조합인지(하지만 자신이 없다). 아무튼, 말 그대로 부재란 존재의 또 다른 증명 방식이라는 것, 그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었을 것이다. 비단 사진에만 구축된 것이 아니라, 온라인 상의 공간에서의 존재감이란 실제의 나의 존재와 허상의 나의 존재, 그것은 간혹 실제 나의 부재라든지, 혹은 실제 나의 부재를 가정한 존재의 의미이기도 하는. 이 곳에 올려지는 모든 나의 흔적들은 나의 부분이기도 하면서, 나의 부분이기 때문에 나의 전부이기도 하는. 하지만 나의 부분이기 때문에 나의

kimji 2004-10-25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분이기 때문에 나의 전부가 아닌, 그런 부분과 전체의 의미까지의 확장이게끔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kimji가 존재한다는, 혹은 부재한다는 증거이기는 하니까.

------------------- 가끔가다 서재 제목에 대한 방명록글을 받곤 합니다. 역시나 좋은 문장은 여럿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가 봅니다. 겁도 없이 덜컥 제가 훔쳐온 것 같아서 조금 머쓱하기도 하네요.

저도 개인적으로 '부재'라는 단어를 좋아한답니다.

아, 저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랍니다. 뭘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하셨는데, 답을 드리기가 저도 힘이 드네요. ^>^ 직업이 없다는 건 이렇게 머쓱하면서도 그게 또 아무렇지도 않으니, 아마 한동안 계속, 오랫동안 이런 상태로 지낼 듯 합니다. 막연한 궁금증을 계속 유지하게 해 드려서 죄송요-
늘 건강하시길요, 찾아 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겸겸요-
 


Loco 2004-10-20  

깜짝 방문이요-
잘지내시죠?
영일 선배님 통해서 선배님 소식 들었습니다.
어찌어찌 시간을 지내다 보니 저도 군대 날짜가 5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쿡.
가기 전에 여기에는 꼭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상하게 시간은 잘가고 책은 잡히지 않는 날들이네요.
요즘은 다 읽고 가지 못하는 책들 때문에 힘들어 할까 책을 들지 않고 있습니다.
뭐 말뿐인 핑계일 수도 있지만요. 큭.
새벽 1시 반에 친구에게 불려나가 거의 두 병 가까이를 마시고 들어온 새벽이네요.
몸보다는 마음이 후끈, 뭔가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역시 버겁다는 생각에 미리 손을 놓는 새벽입니다.
오렌지 주스를 한통을 다 마시고서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붕 떠 있네요.
군대 가기 전, 선배님의 사진을 다시 볼 수 있어서 기쁜 날입니다. ^^
언제나 행복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
그럼 이만.
-04. 10. 20. 후배 진상 올림-
 
 
kimji 2004-10-2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oco, 진상. 무척 오랜만.
당신이 입대를 하기 전에 이 답변을 읽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말처럼, 입대하기 전에 꼭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는 말에 나는 많이 감사하다. 제대로 연락도 못했고, 얼굴 볼 수 있는 상황이나 기회를 내가 저버리곤 했던 시간들이 미안하기도 했고 말이지.
입대 며칠 전까지 책을 읽는 일과 무언가를 써야할 일에 대해서 고민하는 당신을 보니 마음이 참 좋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시간들,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지만, 상상만으로도 입술이 바짝 타들어간다. 초조함과 불안감, 그리고 얼마간의 공포와 욕심을 채우지 못한 일상들에 대한 아쉬움 등등. 그걸 너무 많이 부여잡지 않으면 어떨까, 그냥 물 흐르듯이, 남들하는대로 살아가는 시간도 가끔은 괜찮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문득 했던 것 싶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라는 말, 휴가나오면 참 바쁘겠지만서도 그때 간간히 연락 주고받자는 말, 영일선배를 끈으로 소식 서로 주고받자는 말, 그런 말들을 두서없이 건네고 싶다. 한동안은 힘들겠지만, 군생활 동안 깊은 독서를 하는 사람들도 나는 봤던 듯. 당신도 그렇게 그런 모습의 군인이 되기를.
기원할게.

kimji 2004-10-2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하렴. 그리고 건강하고 또한 건강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