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나폴리 4부작 4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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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나만 사랑하는 알파메일은 없다! 그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 (믿는자에게는 보이나니? 놉🙅🏻‍♀️절대 놉!!) 페미니즘 참 교훈 대하 소설, 레누라는 여성의 자기 풍자 소설. 똑바로 보고 똑바로 사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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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9-15 1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이 아니었음 1권만 읽고(작년?) 이 소설의 진가를 모르고 넘겼을지 모릅니다. 4권다 구매했어요. 매일매일 오디오북 듣고 있는데 이거슨 진정한 페미니즘 소설이네요😭

공쟝쟝 2022-09-15 14:01   좋아요 2 | URL
네 ㅠㅠ 다 읽고 야한이야기좀 합시다 우리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9-15 1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 참 교훈 대하소설 ㅋㅋㅋㅋㅋㅋ
오디오북으로 끝까지 들으신 거예요?

공쟝쟝 2022-09-15 14:07   좋아요 1 | URL
네넼ㅋㅋㅋㅋㅋㅋ 대량 60시간의 대장정… ㅠㅠㅠ

다락방 2022-09-15 14:16   좋아요 1 | URL
대단하다 ㅋㅋ 나는 토지 1권도 아직 한참 멀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역시 눈으로 읽어야 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짱이다 이 두꺼운 소설 네 권을 오디오북으로. 만세만세 만만세다. 대박.. 이런 능력을 가진 분이셨네요, 쟝님..

공쟝쟝 2022-09-15 14:50   좋아요 1 | URL
ㅋㅋㅋ 편당 거의 24시간이니 ㅋㅋ 80시간 일듯요 ㅋㅋㅋㅋ 저도 제가 오디오북 듣는 재능이 있었다니 ㅋㅋㅋㅋㅋㅋ 새로운 능력 ㅋㅋㅋㅋㅋ 토지 가기전에 빠친고 먼저 달려보겠습니다 ㅋㅋ

다락방 2022-09-15 15:01   좋아요 1 | URL
크 - 또 빠친코는 조선의 니노가 나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노 이즈 에브리웨어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15 15:21   좋아요 1 | URL
니노 이즈 에브리웨어… 우리는 그것을 가부장제라고 한다. 가부장제가 타파되는 그날까지!!!!

독서괭 2022-09-15 15:42   좋아요 1 | URL
와 한권에 24시간이요? 엄청 기네요~

책읽는나무 2022-09-15 15: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으로 읽은 게 아니고 오디오로???????
와.....입이 안 다물어짐!!!!
나는 오디오북 듣다 보면 자꾸 놓치게 되는 게 많던데...오디오북 듣는 재능은 확실히 따로 있나 보군요?ㅋㅋㅋ 와~대단합니다.
근데 페미 참 교훈 대하소설!! 맞는 말 같아요.
전 초반엔 릴라가 좀 얄미웠는데 다 읽고 나니까 릴라가 아주 멋진 여성이었두만요!!
레누도 불쌍해 보였죠ㅜㅜ

공쟝쟝 2022-09-15 15:2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저는 정말 이 소설이 그냥 모든 삶을 다 보여준 것 같아여 ㅋㅋㅋㅋ

새파랑 2022-09-15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폴리 시리즈는 필독서군요 ㅋ 공쟝쟝님 덕분에 다 모아야겠고 결심했습니다~!@

공쟝쟝 2022-09-15 16:2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아 새파랑님이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네요 ㅋㅋㅋ 푸흐흐흐흐 ㅋㅋㅋ 리뷰 올려주세요@@@

Falstaff 2022-09-15 18: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 참.... 별 다섯인데.....
저도 열광해서 읽었습지요. 우와, 이탈리아 소설 정말 대박이고 블루오션이구나, 감탄하면서 읽었는데요, 불과 두 주일 후엔 아쉽게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큰 아이 나폴리에 놀러 간다고 하길래, 딱 한 마디 해주었습니다. 결혼할 생각 없으면 절대 오빠 있는 아가씨 건드리지 말라고요. ㅋㅋㅋㅋ 실화입니다.

공쟝쟝 2022-09-16 18:03   좋아요 2 | URL
걸드문트님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너무 페이지 터너라서 재밌게 읽히고, 막장드라마 같아서 슈슈슉 넘어가는 데, 정작 다 읽고나면 잘 만든 상업영화 본 것 처럼 쓱 지나가는... 하지만 저는 릴라와 레누에게 이입할 수 밖에 없는 배경과 성별을 지닌 몸이라서, 굉장히 굉장히 많은 질문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어요. 만약 책을 평소처럼 게걸스럽게 읽었다면 그 질문들을 질문하지 않고 뒷장을 소비했을 것 같습니다. 히히....

유부만두 2022-09-18 0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디오 북을 어디서 들어요?? 다정하다는 니노 목소리가 너무 궁금해서요;;;;

공쟝쟝 2022-09-18 09:17   좋아요 1 | URL
윌라에서 들으시면 되요~! ㅋㅋ 첫달은 무료?!
 

나에게 기쁨인 똑똑한 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문장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정희진의 글쓰기 4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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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기혼 여성이 페미니스트일때 내적 갈등이 더 심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힘든 점이고요..비혼 비출산이 현실적으로 가장 개인에게 깔끔한 선택이지만 출산이라는게 여성의 의무만이 아니라 하나의 권리이자 특권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면 특권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게 하나의 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수하님이 말씀하셨고.


“버릴 수 없고, 버리고 싶지 않은 내 삶의 조각들을 다 부정하는 게, 부정하라고 말하는 게 페미니즘은 아니라고 느껴요. 저는요. 하지만 자주 그렇게 ‘들리기는’해요.”

라고 단발머리님이 말씀하셨다.  (https://blog.aladin.co.kr/selfsearch/13917094)

나는 여기에 *인식론적 특권*을 이야기 하며 부정과 분열을 쓰라는 종류의 댓글을 달아 놓았다.(https://blog.aladin.co.kr/jyang0202/13919676) (https://blog.aladin.co.kr/jyang0202/13918760)


그렇다. 오늘의 글감은 이거다. 50살 쟝쟝, 보고 있나? 너는 지금 어젯 저녁 (타발적 금주) 한 달을 종료하고 신나게 소맥을 마셨고 ㅋㅋ 동생 남친 소개 받고 동생이 그와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ㅋㅋㅋㅋ(니 인생 아니라고 그렇게 막 생각해도 되는 거냐?) 늦잠 자고 일어나서 아, 오늘 어떻게 가성비 넘치게 쉬지? 궁리하며 글은 노트에 세줄 ‘만’ 쓰자. 라고 먹었던 마음을 손바닥 처럼 뒤집으며 나의 비타(🫢)와 단발머리님 수하님한테 하고 싶은 말을 써보도록 하자. (명절 노동 고생하셨어요 ㅜㅜ)



1.


나는 나의 모순과 분열이 나에게 글을 쓰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없으면 책을 읽을 필요도 글을 쓸 필요도 안생겼을 것 같다. 일상에서는 모순적인 인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은 꽤나 능숙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종족이며, 그것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듯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더욱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라는 사실은 나를 자주 상처받게 한다. 어쨌든 ‘그럴 수 밖에 없는’ 인간에 대해 꽤나 붙잡고 생각해 보았고,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궁금한 것은 그들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모순에 대한 개인 특유의 생존전략(해결하는 방식)이다. 


나는 그게 잘 안돼서 힘든데 어떻게 하세요?? 그러면 괜찮은 사람들은 곧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많은 중년 남자들은 허세에 가득차서 하나마나 한 소리를 곧잘 대답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생각을 많이 한 것 처럼 쉽게 재빨리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한국사회의 모순 아닌가?ㅋㅋㅋㅋ 응? 여기까지 쓰고 나니 그럼 나는? 하고 자문하게 된다. 물론 나는 아직은 미미님만 알고 있는 천재니까 재빠른 버전과 천천한 버전 둘다 가능하다, 푸하하하.


지금의 나에게 분열과 모순을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하는 시선이 *가까스로* 생겼다면 그것의 8할 정도는 페미니즘 공부에 빚지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페미니스트로 나를 정체화하냐? 라고 묻는다면 분명 그렇지만… 나는 페미니스트 보다는 글을 읽고 쓰는 사람(그걸 공부라고 말하기로 했다)으로 나를 더 정체화하고 싶다. 물론 나의 공부는 학위도 없고, 증명서도 없고, 돈도 안된다. 되려 나의 돈을 쓰게 하고, 없는 체력을 갉아먹고(ㅋㅋ), 깔끔했으면 좋겠을 방을 무거운 책 더미로 어질러 놓고, 친구들과 멀어지게 하며, 시시때때로 나를 많이 많이 많이 마아아않이 아프게 했지만, 그렇지만 그 결과로 나는 나를 좀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미워서 나를 미워하던 짓들을 이제는 조금 많이 멈추게 되었다. 


아마 나는 결혼 제도에 안착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나는 ‘종’으로서의 여성을 포기하고 재생산을 하지 않게될 것이고. 그건 페미니즘 때문이 아니다. 부끄럽지만 그건 페미니즘적 실천이 아니다. (그래서 기혼 유자녀 여성이 ‘부역자’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가.) 내가 이렇게 지내는 건 내가 유달리 강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나는 적응하지 못했다.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만약 됐으면 했을 것이다. 지금도 된다면 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이제는 딱 그 만큼의 나를 안다. 또 미래의 나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것이 만약에 페미니즘을 위한 실천이었다면 나는 나를 미워하게 되어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쩌.다.보.니. 이렇게 살고 있게 된 것이고, 이렇게 사는 삶을 뭐라고 하는 시선에 주눅 들기 싫을 뿐이다. 어제도 나는 동생들에게 타발적 4B라고 스스로를 놀렸다. 안하는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안하게 된거야. 그런데 안하다보니까 삶이 너무 깔끔해. 부딪치는 게 없어. 간단하고 컴팩트해. 그러므로 어찌보면 인식론 적 혼란이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것들 말고도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넘쳐 나기 때문일 거고.


그런데 (동생네 집 벽에 걸린 영화 엽서들을 보면서) 미친 <헤어질 결심>이 미친 영화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묻게 했어😭 이게 인생이다라고 보여주는 것 같은 거야. 내가 고독하고 혼자를 너무도 편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내가 고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시시때때로 외로운 건 내가 *감당*하면 된다 라고 생각했는 데, 아닐 수도 있는 거야. 아니게 되는게 맞는 거지. 그건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인생을 설계하고 싶다는 것 밖에 안돼. 또 다른 의미로 현실을 제대로 직면하지 않은 거야, 난. 


그러니까 붕괴, 그거라니까. 나는 이미 붕괴되어 있고, 이제 조금은 복구되었으므로, 계속해서 이마저도의 붕괴를 염두해두고 있어야 하니까 큰코다치지 않게 미리미리 예방 차원에서. 그래, 사랑을 공부하자. 언니들이 말했어. 사랑은 불가항력. 물론 그것은 쓰려거든 연필로 쓸 수도 있지만, 머리로도 하는 것이지만(ㅋㅋㅋ), 그렇다고 안할 수는 없으니 미리미리 공부해서 나쁠 것은 없지. 그렇지만 사랑 그거 열심히 공부해도 결국 공부다 끝냈는 데 못할 수도 있음. (아놔 ㅋㅋㅋ 이렇게 여기서 글 끝내고 싶네?) 음 나는 노래를 들으면서 가슴을 찢어버리는 기술도 배웠는 데 사랑을 못할 수도 있겠…아니 나 지금 또 뭐쓰고 있지?ㅋㅋㅋㅋㅋㅋ


여튼 처음으로 다시 돌아오자. 동생이 정식으로 소개해 준 동생 남친을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체로 내가 동생들에게 저지른 나쁜 짓 들이었다… 이를 테면 중딩 동생을 데리고 <올드보이>를 보러 갔다던가 초딩 동생에게 <지구를 지켜라>를 보여줘서 트라우마를… 안겨줬다든가… 언니 고딩 주제에 왜 그렇게 다크한 영화를 많이 본거야? 그런 언니여서 미안… 내 안에 해소되지 않은 폭력의 욕구가 있었던가봉가… 하지만 생각해줘. 동시대의 영화중엔 <달마야 놀자> 같은 게 있어. <늑대의 유혹> 이런 거. 내 안의 어두움은 그런 상업 영화들로 충족되지 않았단 말이다…ㅋㅋㅋ 그렇게 어렸을 때 부터 내가 너희를 단련시켜줬기 때문에 넌 <미드소마>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이제 나는 못본다… 4B로 사는 거 너무 간단하고 시원하고 좋은 데, 딱하나 안좋은 거를 꼽으면 나홍진이나 아리 애스터 못 봄. 근데 뭐 안봐도 됨. ㅋㅋㅋㅋㅋㅋ 은 아니고. 여차저차 하다보니 나는 처음 만난 동생 남자 친구에게 “메일 게이즈(Male Gaze)”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번에 메일 게이즈 때문에 엄청 싸웠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가까운 시일 안에 동생 남친은 내 동생과 헤어지게 된다고…(씨익)



2.


나는 왜 또 삼천포로 빠지는 글을 쓰고 있는가 정신 차려. 나는 원래 인식론적 특권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이렇게 길을 잃으면? 인용하려던 문장을 가져오자.ㅋㅋㅋㅋ 


“(45) 언어는 언제나 현실보다 늦게 당도한다. 언어는 현실을 가시화하지 못한다. 우리의 현재가 바로 인식된다면, 이미 가부장제 사회가 아니다. 역사상 그 어느 사회에서도 지배적 언어(인식)는 단 한 번도 약자의 편이었던 적이 없다. 가부장제는 인류 문명의 기반이었지만, 현대 페미니즘은 1949년에 출간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기준으로 해서 백 년이 안되었고 한국 사회에서는 30~40여년 되었다. 그 시간도 *법 제정과 젠더 주류화라는 공적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남성의 철학’ 자유주의의 자장*안에서 였다.”


희진샘은 천재다. 그가 당대의 여성 지식인으로서 스스로 취한 페미니즘 마저도 *공적 영역&자유주의 자장* 안이었음을 자백하신다. ㅋㅋㅋㅋ (아님 말고ㅋㅋ) 샘 진짜 쌤. 진짜. 쌤. 사랑해요. 내가 쌤 좋아하는 거 알죠?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이별… 그것이 순리  (아 주접 그만 떨자)  


그렇다. 언어는 현실보다 늦게 당도하고, 사회적 약자인 나의 언어는 세상에 없다. 남성들의 언어와 시선에서 벗어나오기 위한 페미니즘을 열심히 읽어도, 그 페미니즘이 당신에게 쾌감이 느껴지는 언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당신이 쓴 당신 자신의 언어는 아니다. (물론 나 자신만의 투명한 언어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아무도 쓰지 않은 것. 그것이 곧 자원이다. 현 시점의 나는 그것이 명백히 *자원*임을 안다. 그냥 자원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아무도 해석해 주지 않은 가난하고 뒤죽박죽인 나의 몸을 통과하고 있는 지금 나의 삶을 써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미리 살고 쓴 여자들의 글을 읽는 것. 거기에 내 삶을 견주어 보면서 여성의 몸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글을 이어가보며 나름의 연대를 도모하는 것. “(42) 사회적 약자가 약자인 이유 중 하나는, 먼저 경험한 선대의 역사와 맥락을 모르고 오류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여성주의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늘 ‘내가 처음’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언어는 현실보다 늦게 당도하므로… 가장 가까운 나의 현실(버지니아 울프 언니는 플랫폼 자본주의를 살아보지 못하셨음)을 언어화 하기. 어딘가에 나와 같은 물음표를 지닌 여성들이 있다고 믿으면서. 


간단하고 명료하고 깔끔한 글쓰기가 좋을 수도 있다. 아, 팔리는 글은 그런 글들이니까 좋은 게 맞다. 그런데 그건 세상에 좋은 거고. 내게 좋은 글은 내가 사랑하는 글들은… 그런 글들이 아녔다. 나는 그런 글 들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갈등, 삶에 대한 부정, 불안함, 불편함, 명확하지 않음, 초조함, 붕괴- 내가 가진 생각과 / 나의 몸과 / 나의 일상 사이에서 오는 분열. 아름답지 않다는 것. 삶이 고통으로 꽉 차 있다는 것. 아프지 않은 삶이나 사랑은 없다는 것. 그러나 삶이 없지도 않다는 것. 삶을 없앨 수는 없다는 것. 가끔의 안녕, 찰나의 행복, 곱씹어야 하는 안정, 그럼에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다짐, 매일의 노동과 매일의 수치와 매일의 꿋꿋함. (그런데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라고 생각하면 역시 태어나지 않는 것이 맞다)을 읽을 때 나는 좀 움직여졌다. 내 몸을 잘 움직여서 하루를 움직여서 잘 살아낼 수 있었다. 여튼 나는 그런 글들을 좋아하고… 


다행스럽게도 나같은 평범한 여성도 글을 읽고, 써볼 수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태어나서 살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에게 가장 가성비 좋은 도구는 역시 글이다. 글은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다.)


“(43) 나를 비롯해 여성도, 여성주의자도 젠더에 대해 알기 어렵다. 여성주의는 *과정의 사유*다 왜냐하면 여성주의는 *그 자체로 모순*인 사유이기 때문에 매 순간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도대체 누가 여성이며, 그것은 누가 정하는가. 현실이 계급 문제로만 이루어져있지 않듯, 젠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 남녀 간 권력관계로 ‘보이는’ 젠더는, *여성들 간의 차이와 남성들 간의 차이*를 매개로 하여 작동한다. 

이러한 여성주의의 모순과 복잡함은 *사상의 한계가 아니라 자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주의적 사고 방식은 가성비가 높은 공부이며 빼어난 인식론일 수 밖에 없다. 여성주의는 다른 사유처럼 공부해야만 획득할 수 있는 어려운 인식이다.”


모순, 나의 모순. 나의 모순은 나도 모순이면서 모순을 잘 인정하지 않는 것. 나의 모순이 보이면 그걸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 내 시선이 남의 모순을 꿰뚫어 버리면 괴로워하는 것. 그래서 나를 싫어/미워하는 것? 그러지 않으려면…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했다. 그것은 어떤 부분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게 했고 그것이 이상한 게 아니라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했다. 


애나 번스의 <밀크맨>에 나온다. 하늘은 파랗다. 그런데 하늘은 파랗지만은 않다. 까맣고 회색이고 분홍색이고 주황색이고 섞여있다. 그런데 하늘을 파랗다고 한다. 파랗지만은 않아요. 너는 잘못되었어 파랗다고 말해. 하지만 안다. 우리는. 하늘이 파랗지만은 않다는 걸. 어떤 사람들은 하늘이 파랗다는 ‘말’에 압도 당해서 파랗지 않은 하늘을 파랗다고 생각하고, 다른 색깔들을 인정하지 않게 되어 버린다. 더 무서운 것은 그래서 파랗지 않음이 확연히 드러나는 황혼녘의 아름다운 하늘을 보지 않기도 한다.  그것을 죄책감 없이 아름답게 바로 볼 수 있기 까지. … 내게 필요한 것은 공부였는 데, 그 공부를 멈추지 않는 거였는 데, 그게 살려고 그랬던 거구나.라고 지금은 좀 말해 볼 수 있다.



3. 


“(49) 우리는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는 한 해방은 없다. 여기서 공부의 첫단계는 이론을 적용하지 말고 ‘지금 여기 자신’의 위치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이다.”


선생님은 내가 하는 것들을 공부라고 말씀주셨고, 내가 하는 글쓰기를 훈련이라고 말해주셨다. 나는 이 삶(읽고 쓰는 것)을 계속 할지 말지 계속 흔들렸고 지금도 흔들린다. 그렇지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정말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물론 홉스에겐 집사 ㅋㅋㅋ)인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고. 니가 쓰는 거 세상에 필요한 글이라고 말해주시는 것 같아서 나는 이 책을 ‘공부하면서’ ‘기뻤’다. 그리고 나의 기쁨을 ‘때때로 그만 읽고’ 싶어하는 언니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만 읽고 싶은 마음) 나는 기쁜데, 그대들도 기뻤으면 좋겠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똑바로 보는 것이라고. 인류가 발전시켜 놓은 (이라고 망쳐놓은 이라고 읽는다) 현 시대의 모든 기술과 권력들이 무자비하게 통과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몸으로 자신의 문제를 *똑똑히 똑바로* 보는 것. 남자들이 (실천도 못할 꺼면서 가르치고 싶어서 드릉드릉) 쓰는 당위의 글(하나마나한 소리)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세상과 견주는 물음표의 글을 계속해서 써나가는 것. 그런 식의 존재 증명. 그런 식의 삶. 똑똑한. 이미 그렇게 살고 계시는 분들을 발견하게 된 나의 안목이 *감사*한데 나만 기쁘고 나만 감사할 순 없지!!! ㅋㅋㅋ 


누구나 정치인이, 성공한 기업인이, 떡상한 유튜버가, 돈버는 지식인이, 연예인이, 셀럽이 될 수는 없다. 세상은 어려워져 이제는 공무원도 회사원도 되기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나의 경우 주부나 엄마가 되지 못한 것에 가깝다. 내 인생에 답이 없는 데 남의 인생에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다. 아무튼 답은 없다. 답이 있었으면 인류가 왜 이 모냥이겄어. 그렇다고 답 없네~ 하고 죽어버릴 수는 없으니까 나는 내가 사는 방식을 공유해보는 거다. 읽고 쓰고 살기. 다만 쓰는 것이 어려운 종류의 것임을 이제 좀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매일 쓰세요. 자주 쓰세요. 공부하세요. 읽으세요. 또 공부하세요. 읽으세요. 우리가 처한 이 언어없는 상황이 *인식론적 특권*인데, 수하님 말대로 그것이 정말 *특권*이 되게 하고 싶다면, 그런 세상을 정말 바란다면. 쓰세요. 써서 올리세요. 쓰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쓰지 않으면 모르니까 쓰세요. 하하, 나 여기서 오래오래 알라딘 할게요.  



4.


(그런데 이 시점에서… 고민이 되는 것은….) 나는 여성의 노동에 기대지 않았으면 글을 쓰지 못했을 여성을 담아내지 못하면서도 감히 여성에 대해서 쓴 ㅋㅋ 남자들의 문학(철학..정치학...과학...생물학...다)이 싫고… 그런 문학을 여성 독자들이 계속해서 사주고 팔아줬다는 사실에 분개하며, 그래도 남자 치고는 잘쓰는 사람들이 있긴 하니깐, 남자가 썼으면 엄청 음청 완존 잘쓴 글만 인정해줄 건데ㅋㅋㅋㅋ(아 필립로스 너를 어떡하니ㅋㅋㅋㅋㅋ) 


이제 막 쓰기 시작한 여자들 글은 완전 편애 할 것이라고 맘 먹었는 데… 인간. 어쩔 수 없는 것이...  ‘공부’ 안한 냄새 나는 (출판 된) 글은 여자가 썼다고 해도 이제 좀 싫다. 기후위기 시대의 나무 낭비 아닌가. 전자책으로 냅시다. 물론 여기서의 공부란 정희진이 말하는 공부인데…  다행이야. 정말, 나에겐 플랫폼 자본주의ㅋㅋㅋ가 있어서 나무 낭비 안하고 이딴 누더기 같은 글을 올려볼 수 있군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번 글은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면 좋겠다. 계속 읽기고 쓰기를 멈추지 않는 용기?!


인식론적 특권을 과학기술의 발달로 공략(?)하는 나는 2022년의 신자유주의 페미다. 

구원은 없다. 공부만 있다. 내가 하는 걸 공부로 인정 하든 말든 나는 공부한다. 그렇다. 난 정희진의 저주에 걸린 사람. 마법에 풀리려면 그가 읽은 책들을 더 처먹는 수 밖에 없다. 50살의 나여, 보고 있냐? 이불킥하고 싶겠지만 어쩔 수 없어. 여기까지가 너의 최선이었다. 



*덧붙임*
나는 기혼 유자녀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몸으로 산 글들이 분명히 더 필요해질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너무 필요하지만. 잘 쓴 글 말고 날 것의 글. 쓰다 보면 더 잘 써지게 되겠고. 분열과 모순이 글쓰기와 공부의 원동력이자 자원이라면, 그들 보다 더 공부 잘하고 똑똑해질 사람이 어디있단 말인가. 사실 4B해보니까 분열이 별로 없어서 페미니즘 공부할 의욕이 안 생겨...(응? 거짓말임) ㅋㅋㅋ 농담임.. 농담임둥!!!! 
세상을 바꾸는 전투적 페미니스트도 필요하지만, 남성들이 쓴 모성이 아니라 여성 자신이 쓴 모성도 필요한 법이고, 페미니즘의 인식론없이 쓰는 모성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마나 한 소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그리고 이 종이 유지된다면 반드시 재생산한 엄마가 있기 때문에) 열공하면서 자기 삶을 써주세요. 언냐들. ㅋㅋ 태업은 필수, 파업은 선택! 아아아아모르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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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2-09-12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맥락일지는 조금 까리하지만 어제 읽던 책에서 본 구절을 옮겨봅니다.

-- 김선아는 드 로레티스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여성의 경험‘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성으로 젠더화하는 경험(습관, 기질, 유대감과 지각의 묶음)이 여성 주체라고 부르는 사회적 존재를 낳는다면 그것을 바로 여성주의의 개념적, 재현적, 성애적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와 주체 형성의 관계는 역사 안에서 어떤 객관적 진실을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진실을 찾아내는 데에 놓여 있다. 여성성이라는 재현과 자기 재현을 통한 경험의 진실을 찾는 것이 여성주의의 인식론이며 경험의 계보학을 구축하는 것이 여성주의의 역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결국 습관(경험)을 지속시키느냐 아니면 그 습관에 변화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여성 주체와 여성주의자 주체는 구분된다.˝ -- <가족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권명아

+ 헤어질 결심... 응? 사랑? 이 영화의 주제는 ‘사랑은 없다‘가 아니던가요? 저는 이 영화가 ˝소통의 불가능성˝을 말한다고 생각합니다만. 클클클... 조만간 헤결에 대해서도 좀 떠들어보도록 할게요.^^


공쟝쟝 2022-09-12 19:46   좋아요 1 | URL
아... 그런데 너무 어렵습니다. 일단 ‘젠더화‘라는 용어부터 어려워할 사람이 많을 것 같고요, 재현적, 객관적, 여성성, 인식론, 계보학, 여성 주체, 여성주의자 주체. 한 문단에 이렇게 어려운 단어가 많은 책을 난티님은 읽고 계시는 군요. 저는 ㅜㅜ 권명아님이 하고 싶은 말이 무슨 말인지 가닿기 위해 많은 것을 공부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언제나 체력과 시간의 빈곤에 허덕입니다. 음... 저의 퀴즈입니다. 공유해주신 이 문장을 난티나무님이 제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짓이냐고요? 정희진 샘이 말하신 공부를 해야한다는 소립니다...ㅋㅋㅋㅋㅋ
(덧, 저의 이런 ‘말‘을 ‘반지성주의적 태도다‘라고 말하는 것이 제가 지식인 혹은 강단페미들에게 실망한 이유입니다. 왜 노동계급의 여성이 공부 안한다고 생각하지?ㅋㅋㅋ)

난티나무 2022-09-13 00:06   좋아요 1 | URL
ㅋㅋ 사실 이 책 문장들이 너무 어려워서 저도 겨우 헉헉거리면서 읽었어요.
이 부분은 그나마 주석으로 달아놓은 부분이고 김선아라는 분의 책 내용을 인용하고 있어서 꾹꾹 읽히기는 하는데 책 전체가 이렇게 추상 개념인 단어들로 뒤범벅이 되어 있고요.ㅋㅋ 아 나 백자평 쓰면서 욕 좀 할려고 했는데 욕 여기서 먼저 하네요 ㅋㅋ 암튼 진짜 말 희한하게 하시는 분....@@

공쟝쟝님이 말씀하시는, 우리 각자의 경험을 글로 쓰자! 이걸 어렵게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변화하지 않는 객관성은 없다고 정희진샘이 그러셨잖아요. 객관적 진실을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진실을 찾아낸다, 내 자리에서 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여성 개인의 인식이고 그것이 여성주의고 그것이 모이면 역사다, 뭐 이런 뜻... ? 우리는 습관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러므로 여성주의자 주체들!

아 그런데 주체,라고 말하니 또 이런 구절이 생각나서 찾아갖고 와써요...
˝심문하는 법에 순종함으로써 우리는 충실한 주체의 위상을 획득한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이처럼 무죄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위 인용구의 ‘여성 주체‘를 적절히 설명하는 거 아닐까요?
˝하지만 교육은 자신이 순종하고 있다는 것까지를 볼 수 있는 인식의 힘을 동시에 제공하기도 한다. 그것이 교육이 갖는 양가성이다.˝ - 교육제도에 관한 글이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
(임옥희 <채식주의자 뱀파이어>)

공쟝쟝 2022-09-13 08:05   좋아요 0 | URL
요 댓글은 거다러너의 소문자 역사와 대문자 역사의 은유를 떠올리게 하네요 ^^ 마지막 문단도 공부의 중요성이고.
인식의 힘! 여성이 담당해온 재생산 노동은 남자들이 언어와 개념이 있어 누려온 일천한 인식의 힘보다 넓고 방대하죠. 찾아낸 경험의 진실을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겠네요. 그래야 여성주의자 역사가 생기는가 봅니다? 다만 여성이란 고정되어있지 않고 재현되기에 따라 바뀌겠으므로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평범한 여성들이 무엇을 떠들어대고 무엇을 사는가로 변화해가고 바뀌어갈테니, 우리는 열공하고 기쁨을 느끼는 여자를 보여주자 ㅋㅋ 💪💪

미미 2022-09-12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의 글 프린트해서 (바른 히피체가 잘 어울리네요^^*)읽었어요~♡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12 19:48   좋아요 1 | URL
미미님.. 내 글 프린트해서 읽으면... 나무낭비 종이낭비 기후위기시대의 낭비낭비!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천재를 볼 줄아는 안목 만큼은 인정인정 ㅋㅋ

단발머리 2022-09-12 18: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2) 사회적 약자가 약자인 이유 중 하나는, 먼저 경험한 선대의 역사와 맥락을 모르고 오류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여성주의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늘 ‘내가 처음’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 는 선생님 말씀의 맥락을, 저는 거다 러너의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 읽으면서 발견했어요. 근데 이게 너무 어려운게 대부분의 여성들은 인생 속에서 자신의 ‘경험‘이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역사 속에서 여성의 목소리 자체가 지워졌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제서야... 아, 내가 주류도 아니면서 주류의 시각 속에 갇혀 있었구나, 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는 우리들의 슬픈 이야기...

전 여성주의 읽으면서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는 일이, 우리가, 우리 경험들이 공명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풀이, 넋두리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제 나름의 (당연히 저에게만 해당하는) ‘강박‘이 있습니다. 건강하게 씩씩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읽고 쓰고 싶어요. 쟝님의 이 글 너무 좋아서 여러가지 생각이 밀려드네요. 역시 천재의 글이라 다르다. 부럽당!!!!!!!

공쟝쟝 2022-09-12 19:54   좋아요 2 | URL
와 역시 거다러너.. 그런데 그 책 절판된 책이죠? 역시 거다러너. 나에게 너무 좋은 페미니즘 선생님.

주류도 아니면서 주류의 시각에 <---- 이 말 너무 맞아요. 게다가, 나는 내 온몸에 작용하는 이 미디어의 시대가 나를 생각하지 않는 아메바로 만들어서 더 힘들어요. (이거를 푸코가 미리 알려준 거 같아요.. 그리고, 후기 저작들은 그래서 지지 않는 방법들도 알려주는 것 같다고 추측해요. 언제 읽죠? ㅜ 읽는다고 알 수 있을까요? 나는 또 초조해진다)

건강하고 씩씩하고 냉정하고 명랑하게! 우리 또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합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안읽기 때문임. 나에게 단발머리님은 푸코와 아렌트를 떠올리는 초조함.... 우리 같이 똑똑해지기 약속해요. 단발머리님. 알았죠? 너무 멀리 너무 빨리 대현자에 도달하면 안돼요!ㅋㅋㅋ 그리고.. 내가 천재인거 알아본 사람2 되겠습니다. 미미님, 단발머리님 ㅋㅋ

수이 2022-09-12 19: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글입니다. 위에서 바로 단발님이 하신 말씀, 물론 단발님에게만 해당된다고 하셨지만 전 가능하다면 많은 여성들이 서로 공명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한풀이와 넋두리가 가능하다면 물론 쓰기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시엄마와 제가 공명할 일은 거의 없지만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는 공통된 카테고리 안에서 일종의 도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어서요. 기혼자의 삶을 ‘부역자‘의 삶으로 덧씌우는 프레임은 확실히 별로였어요. 하지만 또 그렇게 쎄게 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있다고도 여겼어요. 이건 비난은 아니지만 그래, 너희도 한번 살아봐라, 이런 심정도 없지 않아 있었고. 그런 면모에서 보자면 우리보다 전 세대들 혹은 동시대 여성들, 페미니즘을 모르고 살아간 여성들, 가부장제의 억압 따위 나는 무관하게 살았는걸, 이라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들이 공부 냄새 전혀 안 나는 글을 쓰고 그 기록을 하나의 서사로 만들어낸다면 그 기록으로 또 하나의 사유가 펼쳐지리라고 봅니다. 전 요즘에서야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먹물 냄새 나는 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희진의 글은 여러모로 곱씹고 그 사유의 깊이 또한 방대해서 놀랍기만 하지만 어떤 의미로 보자면 정희진을 넘어서야 더 수많은 가닥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굿밤!

공쟝쟝 2022-09-12 20:19   좋아요 3 | URL
제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무수한 한풀이와 넋두리*를 경계하게 된 이유는 (사실 읽고 쓸줄 모르는 채 재생산을 담당해온 많은 여성들이 미치지 않고 살기 위한 나름의 방편이 바로 수다라고 생각합니다, 수다들은 분명히 가치 있고요, 제가 한풀이와 넋두리가 싫은 이유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고 *남*이야기만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걸로 당장 해소해버리고 질문을 포기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남자들의 허세와 별로 다르지 않게 느껴져요... 그럼 나는 안하냐? 나도 겁나 많이 합니다. 뒷담화의 제왕임) 그건 휘발되기 때문예요. 그것들도 쓰지 않으면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없는 역사가 됩니다. ㅜㅜ 그렇게 여성의 목소리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예요.
정희진을 넘어서야 한다는 말 무슨 말인지 와 닿아요. 우리 좀 더 많은 수다를 떨어야겠네요. 우리의 수다를 글자로 남기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한가지 믿음이 있습니다. 저는 페미니즘적 인식론 없는 글은 빠른 시일안에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아마 페미니즘 vs *투자,자기계발,힐링*으로 양분되지 않을까요?) 신자유주의 덕택에 책 정도는 구매할 수 있는 여성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독서시장, 글 읽고 쓰는 시장에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내 몸이 반응하는 목소리가 없을 때는 모르겠지만, 내 몸이 반응하는 언어들이 있는 데, 우리가 왜 굳이 그런걸(?) 돈주고 사서 읽겠습니까?
공부냄새 전혀 안나는 글은 이미 페이스북과 많은 커뮤니티에 넘쳐 납니다. 그 글들 조차 내 몸에 침범해서 내 사고를 흔들죠. 내 주변의 사람들의 말과 함께요. 어쨌든 나는 이런 현실을 살아가고 있으므로 또 분열하고.. 그리고 그건 내 글쓰기의 자원입니다. 새로운 인식을 발견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자원을 누구보다 많이 가진 비타님이 제겐 훌륭한 도반이십니다! 굿밤 ^^

건수하 2022-09-12 2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글에 언급되다니, 영광이에요. 근데 오늘 집중해서 글 읽기 좀 힘든 여건이었던 지라, 두 번 읽었는데 천재 쟝쟝님의 글 좀 어렵고요... 일단 댓글 달고 나중에 다시 찬찬히 읽고 또 댓글 달게요.

일단.. ‘때때로 그만 읽고 싶고 싶어하는‘ 은 저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표현입니다. 로맨스가 훨씬 읽기 쉽긴 하지만 ㅎㅎ 페미니즘 책이 훨씬 재미있거든요. 괴롭기도 하지만 재밌는.. 그 마음 다들 아실거라 믿으며. 계속 읽을 거예요. (혹시 그만 읽을까봐 걱정하는 줄 알고 강조 ㅎㅎ)

근데 쓰는 건.. 사실 내 문제 똑바로 보는 것보다 문제의 해결에 더 관심이 있어요. 사실 나야 어떻게든 살아가지 않을까? 문제가 해결되는걸 더 바라거든요. 그래도 모자란 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니, 될지도 모른다니 (그래서 쓰는 건 아니고 쓰고 싶어서 쓸 거지만) 계속 쓸 거예요. 무수한 한풀이와 넋두리.. 이미 조금 쓰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희진님 책 5권 머리말에서 이 부분이 인상깊었는데, 제가 자기 검열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인 것 같아요.

페미니즘이 네 주장의 설득력을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너의 지식이 너의 페미니즘에 설득력을 가져다주어야 해. 페미니즘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사람들이 네 페미니즘도 신뢰한단다. - 장춘익 (5권 9쪽)

근데.. 쟝님 50되면... 2040년쯤 되는 건가요? ㅎㅎ 우리 그때 다시 와서 이 글 꼭 다시 보기로!

공쟝쟝 2022-09-12 21:21   좋아요 1 | URL
수하님 마저 저를 천재로 인정해버리시면 3명의 법칙에 따라 제가 진짜 천재가 되어버린단 말입니다. 저 천재인거 비밀이니까 절대 널리알리지마시고 마음 속에 간직해주세요. 사실 저는 그냥 책콴자입니다. ㅠㅠㅠㅠㅠ

문제해결에 관심이 있는 수하님은 이제 곧 훌륭한 사상가가 되실 분이라 생각하고 2040년을 향해서 우리 씁시다. 저는 저 자신의 문제 해결에 골몰하겠지만 ㅋㅋㅋㅋ

*무수한 한풀이*에 대한 *강박* 저는 좀 슬퍼요. 저는 좀 슬픕니다. 언니들이 그렇게까지 아파하고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지는 몰랐어요. 젊은 넷페미니스트들 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읽는 분들이신데 조심스럽기까지 하시다니. ㅜㅜㅜ 하긴 저도 그래요. 저도 쓰면서 매일 고민하고 매일 견줘요. 쓰지 않는 부분이 쓰는 부분보다 더 많고 내 고통이 전시되는 방식으로 페미니즘이 소비되지 않기를 바라요. (그 부분에서 임신중지 페이퍼와 일맥상통합니다.)

실컷 쓰시라고 말하고 싶지만, 세상은 쓰는 사람보다 읽는 사람이 훨씬 없어요. 저는 읽는 사람들이 쓰는 글을 원해요. 그리고 읽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노동인지를 아는 사람들의 글을 원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알라딘 서재는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거든요.

공유해주신 장춘익 선생님의 지적은... 이미 너무 과로하는 사람들이 좀 편하게 사는 게 왜 나뻐? 편해야지 사유도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다른 영역에서도 신뢰받기 위해서 고생 해야하는 가? 좀 편해지면 안되는가? ㅋㅋㅋ) 저는 내 안의 노동중심주의와 자기계발의지를 항상 짜증스러워하는 인간이지만.... ㅋㅋㅋ 4차 산업혁명도 왔대고 이왕지사 이렇게 된거 모두가 태업하고 파업하며 *관대*하게 페미니즘 책이나 읽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 믿습니다.

그러니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쓰기나 합시다 ㅋㅋㅋㅋ 제가 찐천재로 인정하는 다부장님이 그런 글을 남기셨어요. *꾸준함은 힘이 세다* 꾸준하게. 2040년의 우리는!

건수하 2022-09-13 06:24   좋아요 0 | URL
사상가요…?;; 그런 답을 책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랄뿐 제가 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들고요.. (전 천재가 아니기 때문..)

내 고통이 전시되는 방식.. 맞아요 사람들은 구체적인 이야기에 더 몰입하니까요. 그래서 이렇게까지 써야하나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도 알라딘 서재가 그래서 좋아요. 지금은 주로 저와 취향이 맞는 분들 서재만 놀러가고 있는데 그만큼만 해도 벅차서 친구를 많이 늘리고 있지 않는데.. 사실 여기에도 전체 회원 중 ‘쓰는 사람’은 극히 일부인 것 같지만.

그런데 우리가 서재에서도 관심갖게 되는 계기가 있잖아요. 내 경험만 주구장창 쓰고 소설이나 다른 책 얘기가 없는 사람, 있어도 아주 짧고 자기 생각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에게 관심이 생길까요? 안 그래도 읽을 글이 많은데? 저는 장춘익 선생님 글 원문을 읽은 건 아니지만 (2022년 신간이길래 읽어볼까 해요) 그 정도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꾸준함이라는 덕목이 제게 아주 부족하지만… 여러분들과 함께라면! 불끈 ㅎㅎ

공쟝쟝 2022-09-13 07:51   좋아요 1 | URL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부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하는 사람을 사상가, 철학자 라고 부르지 않나요? 꼭 전공자여야 철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ㅋㅋㅋ (천재는ㅋㅋㅋ 생각해봅시닼ㅋㅋ 분명 천재여야 사상가가 되는 거 같긴 한데 그럼 좀 안될거 같음 ㅋㅋㅋ)
아니 그냥 저는 페미니즘에게 너무 큰 윤리의식 부여하는 순간 또다른 의미의 코르셋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ㅎㅎㅎ 여자 노동 안보이게 만들고 그걸로 세상 굴리는게 가부장제 자본주의고 그거 유지할라고 코르셋채우고 히잡씌우는 건뒤 ㅋㅋㅋ 거기에 여자들이 좀 편하게 살자고 하는게 페미니즘이고 대중화된 이유기도 한 건데 ㅋㅋㅋ 막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러면 안하고 싶죠 ㅋㅋㅋㅋ
자기계발서들은 이 미친 자본주의에서 너.도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거에 비함 매력 떨어지잖아요 ㅋㅋㅋㅋ
하지만 분명 의미있는 지적이라서 그게 되는 사람은 억울해하지말고 하면 될거 같습니다 ㅋㅋ!! 불끈!!!

건수하 2022-09-13 09:14   좋아요 1 | URL
기여를 못할거 같아서? ㅎㅎ 그래도 자기만족하며 읽을거예요 ㅋㅋ

공쟝쟝 2022-09-13 10:53   좋아요 0 | URL
야쓰! 자기만족! 자기중심! 💕💪💪

그레이스 2022-09-14 0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솔직하시군요
모순과 분열이 글을 쓰게 한다!
저의 경우 모순과 분열은 글을 못쓰게 하는 걸림돌인데...^^

공쟝쟝 2022-09-14 10:51   좋아요 1 | URL
아하…!!! 모순… 그걸 걷어내는 글쓰기 역시 가치있죠 ^^ 만가지의 사람 만가지의 글쓰기…. 솔직… !!

독서괭 2022-09-15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이 글 너무 좋아요. 덧붙임 부분 보니까 나한테 하는 말인가!! 싶은 착각이 드는데 ㅋㅋ 제가 좋아요 눌러놓고 이렇게 긴 글은 폰으로 읽기가 힘들어서 ㅋㅋ 하지만 피씨로 서재 들어올 기회가 빨리 안 와서 이제야 제대로 읽었네요.
‘기혼 유자녀 페미니스트 여성‘(너무 길어서 위에 가서 찾아보고 옴;;)으로서 모순과 분열, 하니 딱 떠오르는 것은 페미니스트라고 하기 어려운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이예요 ㅋㅋ 예전에 어떤 비혼 동생도 저에게 물었었어요. 남편 만날 때 페미니즘 이야기를 했었냐? 저는 남편 만날 때만 해도 페미니즘에 눈을 못 떴던 상태라 그땐 딱히 신경쓰지 않았어요. 페미니즘에 눈을 뜨고 보니 남편은 페미니스트가 아닌 것 같다고 깨달았 ㅋㅋ 하지만 저는 말로만 여성의 권리가 평등이 어쩌고 외치면서 집에서는 드러누워 있는 남자보다는 그 반대가 배우자로서 훨씬 낫다고 생각하므로 남편에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ㅋ 일단 내가 페미니스트로서 갈고 닦으면(?) 남편도 영향을 받으려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늘 성찰하고 분투하는 쟝쟝님, 천재 맞다!

공쟝쟝 2022-09-16 18:11   좋아요 1 | URL
하하, 괭님을 특정해서 쓴 글은 절대로 아닙니다!!!!!
마지막 문단에 공감합니다. 어디 주워들어가지고 책 몇권 읽었다고 입으로 페미니즘 이야기하면서 맨스플레인 하는 남자 (전 남페미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ㅋㅋㅋ 몸이 다르니깐요.) 보다는 현실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한 협상이 가능하고, 몸 가짐을 조신히 하며 (남자들이 더 조신해야합니다), 여성을 ‘섹스‘가 아닌 같은 ‘인간‘으로 보고 존중하는 그정도 수준의 인간적임만 갖추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성매매를 하지 않아야 하고, 성매매하는 남자들이랑 놀면 안되는 데. 저는 그 기준에 맞는 남자 사람을 아직 한명 봤고 친하게 지냅니다. 하하. 배우자님을 잘 아주 잘 훈련시켜주시길 바랍니다. 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7 21:57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댓글에 폭풍 공감…

특히 말로만 여성의 권리가~ 부터요. 요즘에 저 막 시키고 저는 책읽고 그러고 있답니다 그리고 <악어 프로젝트> 이런거 읽으라고 던져 주고요.

2022-09-16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6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7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7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8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10-07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쟝쟝님 축하드려요 ㅎㅎ 무슨 책 사실지 궁금합니다 ㅎㅎ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10-07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좋다하셔서 샀습니다 ㅋ
축하드려요 ~~

서니데이 2022-10-0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단상들

To. 똑똑이 난티나무님을 비롯해 열심히 *공부*하는 저의 도반님덜께 모처럼 제 필사노트에 남아 낡아가던 문장들을 공유해봅니다. 


(99) 예나 지금이나, *‘똑똑한 여성’은 ‘특이한 여성’을 의미*한다. 남성사회는 여성이 언어를 갖는 것, 똑똑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여성들도 원치 않는다. 프란츠 파농이 온몸을 떨면서 간파했듯이, 흑인은 백인의 타자이며 동시에 흑인의 타자이다. 여성의 타자 역시 여성이 아니라면, 이미 가부장제 사회가 아닐 것이다. ...

(101) 그러나 반대로 억압받는 자의 시각에서 기존 사회를 보면, 이들의 타자성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력과 지성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이 된다(이것이 바로 모든 탈식민주의 사유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주류의 언어를 규범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익힐 수록 이들은 더욱 열등해지지만, *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노동에 근거하여 자기 언어를 갖기 시작하면 말할 수 없이 ‘똑똑해진다’.* 저항할 수록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102) 여성에게 (기존) 언어가 없다는 사실은, 이처럼 인식론적 *특권*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기 경험과 지배 언어 사이의 갈등과 분열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새로운 언어를 생산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모든 인식, 특히 새로운 언어는 현실에 의문을 품을 때에만 생성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100)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혹은 지금은 아무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훗날 독자가 될 수도 있는 누군가에게 하는 행위이다. 너무 민감하고 개인적이고 흐릿해서 평소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를, 가끔은 큰 소리로 말해 보려 노력해 보기도 하지만, *입안에서만 우물거리던 그것을, 다른 이의 귀에 닿지 못했던 그 말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적어서 보여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 퍼진다. 그건 글쓰기를 통해 공유되는 고독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 눈앞의 인간관계보다는 깊은 어딘가에서 홀로지내는 것 아닐까?* 그것이 둘 만으로 구성된 관계일지라도. 말이 전하기에 실패한 것을 글이, 아주 길고 섬세하게 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나는 침묵에서 시작했다. 읽을 때만큼 조용하게 글을 썼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내가 쓴 것을 조금씩 읽었다. 몇몇 독자들이 나의 세상으로 들어오거나, 나를 그들의 세상으로 끌어들였다. 


-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186) 이런 점에서 공부는 곧 태도다. 배움의 태도란 결국 자기 자신과 대상을 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세상을 대하고 집중하고 그 집중을 지속시키는 나의 태도를 알아가는 것이 바로 자신에 관한 앎이다.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은 곧 자기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알아간다는 말이 된다. 

(216) 이 시대에 성장의 기쁨을 느끼는 것은 괴로움을 감수할 때만 가능하다. 자칫하면 고립되고 외로워질 수 있다. 

(217) 나의 기량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이 성장이라면, 성장이 있는 삶은 기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는 이렇게, 성장을 통해 기쁘게 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공부의 목적은 재미가 아니라 기쁨이다.*

- 엄기호 <공부 공부>


(138) 인생 공부를 포함해 공부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일상, 읽기, 여행, 경험과 그 해석, 인간관계, 쓰기……. 그중에서도 나는 ‘쓰기’가 공부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 쓰기가 최고의 공부이자 지식 생산 방법인 이유는 쓰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 글을 쓰다가 막히거나 진도가 안 나가는 상황이 있는데, 이는 거기서 멈추고 다시 질문해야 한다는 좋은 신호다. 이럴 때는 글쓰기를 정지하고 모든 것을 재점검해야 한다. 쓰다가 길을 잃은 느낌이 드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 정희진,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물론 다 넘 좋은 책들이기 때문에 다들 읽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뭐, 이런 책들, 다 읽지 않나요? ㅋㅋㅋㅋ 


난티님의 격렬한 질문에서 나와 비슷한 똑똑함을 알아본다 ㅋㅋㅋ 임신중지 페이퍼에서 똑똑이 비타님과 똑똑한 수하님이 모성이 특권이 될 수는 없는 건가? 고민하셨는 데, 가부장제에서 모성이 특권이 될일은 절대 없지만... 모성의 위치에서 겪는 분열하는 삶에 대한 인식을 새로운 언어로 쓰는 것은 *인식론적 특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니 언냐들, 쓰시기를. 이미 쓰고 있지만, 써요, 써!! 그리고 분열 없으면 좋은 글 안나옴 ㅋㅋㅋ 


솔닛, 읽고 쓰는 사람은 고독과 친해져야 하나보다. 그런데 고독도 연대의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나니 그것이 독서라고. 아 역시 솔닛 넘 좋아. 너무 좋아. 


*공부의 목적은 기쁨이다* 라는 말이 되게.. 되게 좋게 들린다. 하하하하하!!!

엄기호는 이 책에서 성장의 핵심은 *연속성* 이라고 말한다. 문학이 삶에서 중요한 이유는 서사에 관한 감각을 키우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배우는 이의 삶 수준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것을 공부의 시작점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 그게 공부 잘하는 방법이구나. 그나 저나 오랜만에 떠들러 본 이 책들에 자기 배려 푸코가 또 등장하네, 그땐 몰랐는 데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오는 데..? 역시 참 지성인은 또 푸코를 읽어야 하는가… (그만해ㅋㅋ)


그런데.. 희진 샘 신간은 방금 막 추가해 보았는 데... 글... 쓰다가 길은 언제나 잃는데…….. 글쓰기를 정지하고 모든 것을 재점검할 요량은 없으니 난 그냥 쓴다. 막쓴다. 잘쓰고 싶어서 안쓰는 것 보다는 일단 막쓰는 게 좋지 않을까? 미래의 나여, 보고 있나? 부끄럽지? 근데 미래의 나는 이걸 보면서 나의 성장을 알아봐서 좀 기쁘지 않을까? 암튼! 미래의 나는 그 때 쯤엔 좀 잘쓰기 위해 막쓰기를 고치는 훈련을 하고 있길 바란다! 난 이제 놀아야지 ㅋㅋㅋ 암튼 읽기 쓰기 공부 엑기스만 뽑아서 모아 봄. 연휴가 가고 있어서 초조하다!!! 다음에 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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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식론적 특권, 과정의 사유, 구원이 아닌 공부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09-12 13:35 
    0.“기혼 여성이 페미니스트일때 내적 갈등이 더 심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힘든 점이고요..비혼 비출산이 현실적으로 가장 개인에게 깔끔한 선택이지만 출산이라는게 여성의 의무만이 아니라 하나의 권리이자 특권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면 특권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게 하나의 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수하님이 말씀하셨고.“버릴 수 없고, 버리고 싶지 않은 내 삶의 조각들을 다 부정하는 게, 부정하라고 말하는 게 페미니즘은 아니라
 
 
난티나무 2022-09-11 0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었음에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역시 한번만 읽으면 안 되는 게 책!!! 다시 읽어야지!!! 그때와 지금 다가오는 문장들이 또 다르겠죠?
아 솔닛… 저 네 권 읽었는데 <멀고도 가까운> 안 읽었어요. 이거도 읽어야 겠다…
정희진샘 새 책은 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앞도 좋고 뒤도 좋네요!!!!! 맞는 말이다 정말 맞는 말이여!!!!!!!
이렇게 끝, 하면 엄기호 책 섭섭할까 봐 한번 언급하고 ㅋㅋㅋ
특이한! 인식론적 특권! 아아 뭔가 뭉실둥실 떠오른…다아…

기쁨, 똑똑함, 도반, 공부, 특이한, 상상력, 지성, 인식론적 특권, 분열, 새로운 언어, 글쓰기 ✍️!!!!!!!!!!!

공쟝쟝 2022-09-11 10:40   좋아요 1 | URL
ㅋㅋㅋ 역시 동족이야 ㅋㅋㅋㅋㅌ ☺️ ㅋㅋㅋㅋ 단어 키워드 매우 적절 😍

책읽는나무 2022-09-11 06: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리베카 솔닛 저 책 읽으면서 넘 좋아서 아마도 처음으로 책에 밑줄 긋고 라벨도 붙였던 책으로 기억함에도 불구하고, 책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잠깐 소름 돋았네요???ㅜㅜ

‘똑똑한 여성‘은 ‘특이한 여성‘.....🤔
음...의미심장한 언어라고 생각되어지긴 한데...특이함이 정말??? 그런가요??ㅋㅋ
저는 <임신중지>를 완독 당시엔 그래~ 그렇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계속 깊어지고, 뭔가 찝찝하고 해결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책이 <임신중지> 책이 아닌가? 싶어요. 아마도 모성을 건드리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쟝님글을 읽다가 모성이 특권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란 문장이 눈에 확 들어 오네요. 모성이 특권이 되다!!!
특권이 된다면? 또 결과는 많이 달라질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는...
특권, 특권....^^;;;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공쟝쟝 2022-09-11 10:44   좋아요 3 | URL
하하! 그런 사회는 아마 가부장제가 뒤집어진 사회일 텐데 가능하지도 않지만 원하지도 않으시겠죠? ㅋㅋㅋ
현실에서 인식론적 특권은 누려볼 수 있으니, 가진 자리에서 자신의 글을 쓰시는 것을 지지하고 독려합니다💕
특권이 된 결과를 써보는 것도 훌륭한 문학작품이 될 수 있겠네요!
책나무님 저도 임신중지 읽고 한뼘 성장한 기분입니다!!! 생각이 참 깊어져 벌임 ㅋㅋㅋ

얄라알라 2022-09-11 13:32   좋아요 2 | URL
ㅎㅎ책읽는 나무님,
다들 9월 도서 읽으시는데
전 지금도 <임신중지> 3장 정리 중입니다.


쟝님, 페이퍼 제목 보자마가 격렬하게 클릭하고 싶었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9-12 07:58   좋아요 2 | URL
열심히 그리고 의미있게 임신 중지 읽고 계시는 얄라님 파이팅!!!
얄라님 덕분에 계속 또 생각하게 되어 좋아요^^

공쟝쟝 2022-09-12 14:29   좋아요 1 | URL
헤헤, 어렵쥬? 얄라님 어려워요 ㅜㅜ 맞아요 ㅜㅜ 페미니즘.... 근데 진짜 너무 어렵지만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부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내 언어로 꼭 다시 써봐야하는 것 같아요. 제 경우는 도저히 못읽겠는 책들은 아직 내것이 아니다 하면서 퇴각 쉽게 하는 데, 같이 읽는 책은 그래도 꾸역꾸역 읽게 되더라고요ㅜㅜ 한달에 한권이 좀 많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놔야 또 다음 권까지 늘어지지 않고. 암튼 지각생이지만 저는 지각하는 모범생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읽는 얄라님의 마음에 청심환 하나 놓아드리고...ㅋㅋㅋ 리뷰 기다릴게요!

건수하 2022-09-11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가부장제 해체를 목표로 합니다 ㅋㅋ

아는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말을 서재에선 할 수 있죠. 그게 글쓰기의 묘미… 솔닛 전에 읽을 때는 힘들었는데 (위의 인용구만 보면) 다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똑똑한 공쟝쟝님도 저에게 기쁨이심을 수줍게 고백합니다. 함께 읽고 나누는 다른 분들도 모두.

공쟝쟝 2022-09-12 14:31   좋아요 1 | URL
똑똑이 수하님께 수줍게 고백 받으니까 심장이 막 나대요 ㅋㅋㅋㅋㅋ 아 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정작 다른 솔닛들은 잘 못읽어 봤어요. 오로지 멀고도 가까운만 백번 파도 백번다 좋아요 ㅋㅋㅋㅋ

등롱 2022-09-11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리베카 솔닛을 제외하고는 전부 담아둔 책들인데… 리베카 솔닛의 글쓰기에 대한 글도 너무 좋네요, 얼른 담으러 가야겠어요. 정희진 책들은 책장에 아직 꽂혀만 있고 읽지를 않았네요 어이구…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라니! 이 통찰력! 너무 좋네요.
글쓰기는 침묵하며 혼자 하는 행위지만 서로의 세상으로 끌어들인다니 … 절묘해요 ㅠㅠ

공쟝쟝 2022-09-12 14:32   좋아요 0 | URL
ㅜㅜ 어휴 등롱님~ 우리 같이 바쁜 사람들(?)은 어려운 책들보다는 틈틈이 에세이가 딱입니다 ㅋㅋ 그런 의미에서 한페이지 밑줄 백개 나오는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추천한 내가 또 자랑스럽네 ㅋㅋㅋㅋ ㅋㅋㅋ

바람돌이 2022-09-12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에는 심사숙고해서 쓰야지하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시작하는데 그걸 계속 쓰려면 머릿속에 뭔가 밑천이 더 있어야해요. 근데 내 머릿속에는 없어. 그러니까 할 수 없이 아무말이나 막 쓰다가 그냥 어정쩡하게 글이 끝나요.
근데 여기에는 내가 글을 막 써도 내 머릿속에 들어온것처럼 내 말을 알아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나보다 더 내 머릿속을 더 잘 안달까? ㅎㅎ 그러니까 또 신나서 막 대충 쓰도 돼. 다 알라주잖아 이런면서 또 막써요. ㅎㅎ
생각을 나누고 글을 쓰서 공유한다는 것의 즐거움이 글을 쓰는 괴로움보다 커다는 것을 요즘 막막 느끼고 있어요. ^^

공쟝쟝 2022-09-12 19:39   좋아요 0 | URL
우리의
바람
돌이
님과 함께 읽고 쓰게 된 것이 매우 기쁘고 즐거울 따름입니다!! ^^ 여기서 읽고 쓰는 여성들이 공명할 수 있는 건 우리의 머릿속이 아니라 우리의 몸이 겪은 상황과 경험들에 공통점이 많은 것이겠죠. >_<
그런 의미에서 ˝잘 쓰지 않을 거면 쓰지 말라˝라는 종류의 언설도 언어를 독점한 가부장제 남성들의 주문이 아닐까요? 지들도 음청 못쓰던 시간이 있었을 꺼고, 그 시간들은 온통 여성들의 노동에 기대면서 살았을 겁니다 ㅋㅋㅋㅋ 저는 가끔 고흐편지 생각하는데요, 그 사람도 자기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못그리는 것 같아서 괴로워해요. 언제나 가장 아름답고 이상적인 글은 내 머릿속에 있고, 나의 글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죠 ㅋㅋ (위로인가? 위로다!!)
그러므로 아무말이 아닙니다. 그 시점의 바람돌이님한테 필요한 말 일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계속 아무말 대잔치 합시다. ㅋㅋ
 
임신중지 - 재생산을 둘러싼 감정의 정치사 Philos Feminism 8
에리카 밀러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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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내가 어디까지 아는 지는 써봐야 안다고 했다. 이번 독후감은 책을 펼치지 않고 내가 어디까지 아는지를 써보자. 감정 각본, 생명 정치 + 선택… 키워드는 이 정도인데 아마 다 못쓸 것이다. 


지금은 휴머니즘(의 오용)을 비웃는 나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을 소중하게 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냐고? 그건 사람의 마음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거다. 자, 여기까지는 하나 마나 한 소리. 그렇다면 그 사람의 마음은 무엇으로 이루어져있는가. 당연히 단백질로 이루어져있다. 즉 마음은 따로 떼내어진 심장이나 두뇌가 아니라 몸이다. 경험에 대한 몸의 반응이다. 내 마음은 내 몸이다. 내 마음을 속이지 않으려면, 내 몸의 반응을 잘 살펴야 한다. (물론 의식하고 속일 수는 있다. 그건 기술이지.) 어쨌든 내 마음을 가장 잘 속이는 것은 나 자신이고 나를 가장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 것도 따지고 보면 나 자신이다. 


당연히 내 몸은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내 생각은 내 몸의 일부인 뇌의 특정 부분을 조금 운영하는 작용일 뿐이지만 (뇌과학은 나의 뇌의 대부분이 ‘생각’이 아니라 뇌 자신을 포함한 신체를 운용하는 것으로 그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이성과 생각이란 그 과정에서의 부산물일 뿐이다.) 오만하게도 우리는 내 생각이 내 몸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자기계발서가 신화라는 증거다. 그러나 나는 자기 계발서 좋아함). 여하튼. 내 마음과 내 몸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 처럼 내 이성과 감정도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근대가 임의적으로 설정해둔 이분법이다. 대개 언어로 하는 생각(이성)을 몸의 말(감정)보다 우위에 두는 것은 어쩌면 부단히 극복해야하는 습관적 사고방식이다. 


다시 돌아가서. “나는 네가 소중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냥 말로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는 거다. (책에서는 사라 아메드 등의 정의를 인용하지만 오늘은 찾아보지 않고 내가 아는 만큼만 써보기로 했으니까 ㅋㅋㅋㅋ) 나에게 *감정*이란 내가 거쳐온 모든 경험들을 체현하고 있는 내 온 몸이 무의식까지 포함하여 순간적으로 상황을 해색해낸 반응이다. 나의 생각은 지식의 섭취 분량과 종류에 따라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생각 역시 감정의 일부이지만 그러므로 정말 중요한 것은 나의 감정이다. 내 몸은, 내 몸을 타고 흐르는, 내 감정은 고유하다. 중요하다. 소중하다. 


나는 내 몸을 내 감정을 나 스스로를 소중히 대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 내게 그것은 ‘노력’해야하는 종류의 것이다. 


말하는 사람의 몸(얼굴과 표정)을 알 수 없는 가상공간 속의 언어들은 그것이 언어(글씨)일 뿐이라서 의식적으로 기만할 수 있기에 위험하다. 자신의 감정을 잘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그 스스로를 포함해 모든 것을 속이는 글을 쓸 수도 있다. (👉🏻 이것은 그냥. 내가 글을 쓰면서 해보는 생각이다.) 그런데 나는 나를 알기 위해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글들을 올려두는 것이 가끔 나를 대단히 취약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느끼고, 그러면서 한편으로 내가 믿고 안도하는 것은 내가 쓴 글을 제대로 읽는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을 거라는 거다ㅋㅋㅋ 나는 글을 통해서 상대방을 추측해보고 파악해 보려고 하는 것을 이제 제법 멈췄다. 그러니까 글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읽을 뿐. 내가 그런 것 처럼. 또 믿는 것 하나는 2022년의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글을 읽지 않는다는 것. 


내가 나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의 밀도를 높여갈 수록 타인을 소중하게 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물론 너의 몸은 다른 모습의 다른 삶을 살아온 나와는 다른 물질적인 실체이겠지만, 원리는 같다. 내 감정을 소중하게 대하고, 내 감정만큼 너의 감정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다. 십계명에 나와 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어쨌든 ‘네 이웃을’ 앞에 ‘네 몸과 같이’ 이므로 나는 내 몸을 더 잘 돌볼 필요가 있다. 그런 윤리로 세상을 대하려면 어쩌면 은둔생활이 필수고, 박애보다는 편애가 편하여… 나는 이렇게 된 것인가.



1.


임신중지. 부제가 ‘재생산을 둘러싼 감정의 정치사’다. 당연히 감정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 책에서 ‘감정 각본’이라는 말이 매우 흥미로웠다. 재생산에 얽힌 인간들의 감정이란 말이지🤔 나의 흥미는 제외하고 또 이 역시 내가 이해한 만큼만 써보자. 


번역자는 낙태를 ‘임신중지’라고 번역했다. (난 임신중단 쪽이 좀 더 좋은 것 같다) ‘낙태’라는 언어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가 유발하는 감정들을 떨쳐내기 위함이었음을 짐작해본다. 아주 건조하게 말하면 ‘임신’이란 이성애 삽입 섹스의 결과로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일 뿐이다. 정자를 여성의 몸에 넣은 남성을 제외한 타인들이 더군다나 국가가 거기에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만약 국가가 내가 임신의 결과로 낳은 아이를 약 95%정도 책임지고 돌본다면, 나 역시도 그런 국가의 돌봄의 산물이라면 예외다. (국가에 가족을 대입해서 넣어보자. 이것이 한국 사회의 웃픈 현실이다.) 


여성의 재생산을 통제-관리하는 대상으로 만들어 ‘효율/합리적’으로 국가를 운영해야한다고 믿는 가부장주의적 무의식을 저변에 깔아둔 사회는 ‘낙태’에 대한 어떤 특정한 이미지를 유포하고, 임신중지 여성들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특정한 감정을 느껴야할 것 같은 상황에 몰린다. (/법- 규범/ 이부분은 잘 모르겠다 건너 뛰기/ 수치감. 대략 규범에서 벗어난 개인이 스스로에게 느끼는 어떤 감정인데. 이것도 기억 안남. 건너 뜀.) 



2.


임신중지에 대해 ‘수치주기’를 하는 사회 속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에 대해 침묵한다. 내 생각에 사회가 세팅한 수치감을 느끼게 되는 것 보다는 ‘수치주기’에 따르는 작용으로 ‘침묵’의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 더 문제적인 듯 하다. 임신중지는 여성의 1/3이 경험하는 일상적인 일인데도 당사자 여성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문제는 ‘임시중지법’의 논쟁이 오고가는 공적 담론이 펼쳐지는 자리인데(이 책은 주로 오스트레일리아 의회의 토론이 인용되는 데 재밌고 빡친다. 토니 애벗 입을 때리고 싶다. 역시 젠더는 정치의 최종 심급이 맞다), 이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세상의 절반인 남자를 설득해야한다. 임신을 경험할 일도 경험할 수도 없는 세상의 절반 남자(…국가 역시 남자들이 만들었다)들은 여성들의 임신중지 경험에 대해 지들 입맛에 맛는 감정만 을 취사 선택한다. 


그들에게 임신중단을 좋아하는 여성은 없다. 기구한 팔자 때문에 (미래 혹은 현재의) ‘좋은’ 엄마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임신 중단을 선택하는 애통한 여성!!만이 있을 뿐. 그리고 그런 연민과 동정에의 호소는 힘이 세서 실제로 법을 통과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했다. 임신중단이 공적인 자리에서 논의될 때 사용해 온 이 전략들은 ‘모성’이라는 (남자들이 원하는) 여성성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더욱더 고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즉, 임신중지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선택한 동정과 연민에의 호소는 역설적으로 여성의 임신중단을 더욱더 수치스럽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감정 각본,의 강화. 권력(자본)은 이제 법과 처벌이 아닌 내면화된 규범과 담론으로 인간을 지배한다. 그러므로 감정을 전염시키는 것, 감정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 특정한 감정 만을 지지적으로 수용하는 것, 감정(몸)을 이성(생각)과 분리시키는 것은 중요해진다. 



3.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그 일들은, 그것에 대해 개별의 몸들이 느끼고 감각하는 감정은, 그 남자들이 말하고 받아들이는 그것과 같은 것인가? (물론 감정은 사회의 작동 방식과 따로 떨어져 갈 수 없지만, 동시에 개인의 고유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아니라고 본다. 아니, 확실히 아니다! 아니다. 아니라는 걸 말해야 하고 더 많이 말해야 할 것이다. 물론 남자들은 자기들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감정을 호소하는 말을 하는 여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싶겠지만. 뭐 어쩔 수 없다. 살려면 말해야 함.  


하여 지난 날 고통을 강조하며 연민에 호소하는 방식을 전략으로 선택한 임신중단의 ‘감정’ 정치란 양날의 검이 되고만 것이다. 임신중지만 그러겠나. 나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나의 고통을 전시하는 전략. 가시적인 성공은 쉽지만 재빨리 나의 힘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더 거센 후폭풍이 반드시 따른다. 아니나 다를까 몇달 전 미국의 임신중지 법인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 되었다. 명백히 퇴행이지만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게 *연민*이란 얼마나 주기도, 거두기도 쉬운 감정인지. 나는 연민의 대상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숭배나 추앙의 대상도.) 하지만 나는 나 스스로는 좀 연민한다. 약한 주제에 도움도 구할 줄 모르는 이렇게 생겨먹은 몸으로 사는 것은 좀 짜증스러운 일이다. 나는 도움을 좀 구할 줄 알아야 해.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 해야해. 어떻게? 모르겠다. 노력하자. 


아무튼 일이 이렇게 진행되어 가까스로 성취한 법도 폐지되고 이러는 걸 보니 그런 생각도 든다. 동정심으로 안먹히면 원칙은 하나 인가. 결국 힘 결국 힘? 결국? 여자들아 어떻게 힘을 가질래? 


(그러니까 이 ‘감정의 정치’라는 것 말이다. 고통마저도 취사 ‘선택’하는 이 ‘정치적인’ 감정에 대한 ‘정치적인’ 판단 말이다. 여기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할 것 같다. 감정도 공부해야하고 정치도 공부해야하고 생명권력도 공부해야함. 읽을 것- 사라 아메드, 한나 아렌트, 미셸 푸코. 한숨… 그런데 왜? 안해도 된다. 누가 시킨적 없다. 하지 말자.ㅋㅋㅋㅋ 하지만 50살의 나한테 약속했는 뎅 ㅜ_ㅜ, 울프 선생님?)



4.


대부분의 나라에서 임신중지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되었고. 그 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여성 자신의 안녕과 신체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페미니즘적 담론은 실종 되고 말았다. 그렇게 임신중단을 ‘선택’한다는 것이 마치 모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처럼 등치된 채 (정말 각자 좋을대로의 해석 아닌가)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것은 마치 현대의 여성들이 자기가 스스로 모성을 ‘선택’ 한 것처럼 여겨져보이게 한다.  


- 여: 나 혼자 낳았니? 나만 낳았어? / 남:네가 원해서 낳았잖아! 내가 강제로 낳자고 했니? 

그러나 그것은 정말 ‘선택’인가? 선택일까. 선택. 


- Girls can do anything!

선택. 소녀들이 정말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이 페미니즘의 끝인가? 아니다. 절대. 그것은 시작일 수 있으나 그대로 두면 백래시된다. 


임신중단을 둘러싼 ‘선택’이라는 수사 뒤에 숨겨져 있는 감정의 각본들을 추적한 책이다. 생각할 것 들이 많다. 

이 책의 마지막은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가 가지는 함의에 대해서 강조하면서 끝난다. 


“(250) *선택*에 특정한 감정을 섞으면, 엄격하고 규범적인 정체성(모성으로서의 여성성)이 자유라는 환영으로 희석된다. 오늘 날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무언가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주체가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처럼 비쳐야한다. 그래야 규제가 유지된다. 이 책에서 보았듯, 반임신중지 운동 역시 ‘정보를 갖춘’ 선택이라든지 ‘진정한 선택’을 옹호하는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런 정책의 목표는 (물론 이게 바로 그 효과이기도 한데) 여성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 즉 오히려 *여성이 나중에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게끔 방지하는 정책*으로 위장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4B란, *선택*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넘어설 수 없는 젊은 여자들이 *임신중단*을 *선택*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성애를 포기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4B인가? 아니다. 나는 비자발적 어쩌다 보니 4B인 것이다. ㅋㅋㅋㅋ 절대 이 프레임을 낙후시키기 위한 대의적 실천이 아니다. 그냥 이렇게 생겨 먹어버린 실존적 선택임. 나는 선택의 프레임에 포섭되지 않은 존재다, 으하하하하! (짠내난다,,,)

 

현 시점에서 나의 결론은 이렇다. 나의 고.유.한. 감정을 소중하게 대하자. 미디어와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감정들에 쉽게 전염되지 말자. 나 자신한테 잘 물어봐주자. 이거 니 감정 맞아? 아, 유튜브 끊어야하나. 아, 넷플릭스 끊어야하나. 그러나 나는 세속의 인간. ㅋㅋㅋㅋ 별 수 없다. 희진샘이 알려주신대로 시간내서 공부나 하자. 하지만 오늘은 이거 쓰고 일 해야 함. 내일은 유튜브 만들고.. 쩜쩜... 응... 내 연휴 다갔네? 근데... 다 쓰고 나니 역시 내가 천재인 것 같다. 정말 나만 몰랐네? 또 나만 몰랐어 ㅋㅋㅋㅋ



덧, 

* 바뀌면 좋겠는 번역들: 임신중단 주체의 탈자연화? / 모성적 무아성 규범? / 태아적 모성… 태아적 모성… 

* 책 읽는 도중에 오스트레일리아의 최초 여성총리였던 줄리아 길라드의 임기기간을 다룬 <강력한 여성 지도자>라는 영화 (https://pedia.watcha.com/ko-KR/contents/m5QAwJJ)를 보고 왔는 데, 거기에서 토니 애벗이 나온다. (저메인 그리어도 나오는 데… 내가 아는 그 저메인 그리어 맞는 것 같은 데… 저메인 그리어 좀 이상함.) 줄리아 길라드로 여성혐오 정치하는 수준이 아주 이준석이 보고 배운 것 같았는 데, 그 자식 결국 총리되었다. 딸 셋을 가진 아빠라면서 아주 입으로 자꾸 똥을 싸는 데, 이 책에서도 임신중지에 관한 그지 같은 똥을 많이 싸 놓았다. 아주 나쁜 새끼다. 아스팔트에 얼굴 문대고 싶다. 이렇게 욕을 해줘야 내 감정이 좋아질 것 같다. 푸하하. 

선택으로 환원된 정치는 근본적으로 개별화돼 있다. 그런 정치가 참조하기도 하고 생산하기도 하는 자율적 주체란 허구일 뿐이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자발적인 선택의 주체는 철저하게 여성화된 가사노동과 재생산노동에 완전히 의존하며, 이로써 유지된다. ‘여성이 그런 노동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 선택했고, 거기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라는 가정을 되풀이 하는 와중에 경제적/정치적/사회경제적 맥락은 제거된다. - P250

오늘날 선택의 주체는, 이를테면 여성이 무한한 선택지를 가졌고, 행복의 대상인 아이에게로 향하기 마련이며, 따라서 그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모성을 선택한다고 하는 식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여기서 그 주체는 여성의 재생산적 신체라는 차원에서, 선택에 깃든 긴장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균형은 꺠지기 쉽다. ‘자율성‘과 ‘선택‘이 있는 곳에 ‘제약조건‘과 ‘의존‘이 있다. 개인의 선택은 정치적이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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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종(種)의 복수를 위해 글을 쓰겠어.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05-06 21:06 
    1.아니 에르노의 데뷔작인 <빈 옷장>을 읽으려다가 또 실패했다. 작가의 낙태 경험으로 시작하는 책의 첫 페이지는 자궁에 막대기를 집어넣는 묘사가 있다. 에르노의 <사건>을 온 얼굴을 찌푸리면서 읽어버리고 다시는 읽지 않고 싶다 냅다 내던졌던 기억이 난다. 독서 경험은 강렬해서 그걸 지우고자 <레벤느망>(은 <사건>을 영화한 작품이다)을 꾸역꾸역 다 보았는데… 그 이미지들은 더 괴로웠다. 프랑스 영화는 역시 좀
  2. ‘젠더’가 다른 사회적 문제를 은폐하는 데 동원되는 현실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12-18 18:01 
    어제는 정희진처럼 쓰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5권 <새로운 언어를 위해 쓴다>를 재독했다. 작년에 읽을 때는 ‘공부’에 대한 의미를 재의미화하는 부분에 꽂혀서 읽었는 데, 이번에는 논쟁의 구도나 지식의 전제 같은 부분들이 눈에 더 많이 들어왔다. 차피 또 읽을 거라서 독후감을 쓸까 말까 하다가 이번에 읽으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부분을 좀 적어두고자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선생님이 줄곧 주장해오신 여성혐오라는 단어를 미소지니misogyny로 바꿔
 
 
미미 2022-09-10 16: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출산률 세계에서 최하위라는데 이것이야말로 거짓없는 몸의 반응이겠죠? 이준석 같은 자들이 힘을 갖게 될수록 그래프는 가파르게 치고 내려가겠죠. 그리고 원래 천재는 자기가 천재인거 모르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10 16:38   좋아요 2 | URL
이 감정에 진심인 한녀들아! 사랑한다! ㅋㅋㅋㅋㅋ 아무리 미디어가 슈돌같은 거 틀어줘도 꿋꿋해라 ㅋㅋㅋㅋㅋ
하지만 현실에서는 조금 복잡한게 ㅋㅋㅋ 재생산에 진심인 이민자(난민과 인종문제관한 책을 우리 곧 읽게 되나요?)들이 있죠. 실제로 한국청년들이 원룸에서 코인으로 채굴하는 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임금의 육체노동 많이하고, 돌봄노동도 여성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하고요. 선진국의 난민 인종문제가 더는 한국에서도 남 일이 아닌 것 같음. 우리의 공부 더 심오해져야합니다! 미미도반님 ㅋㅋㅋ!!
(앗, 그럼 나 좀 천재인거 당분간 모른척 할게요 속닥속닥…)

등롱 2022-09-10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태아적 모성!!! ㅋㅋㅋㅋㅋ 번역 바뀌면 좋겠는 용어들 적극 동의합니다 ㅎㅎㅎ

자기 자신의 감정과 언어를 알아가려면 그조차 공부를 해야하는 존재가 약자라니… 슬프지만 그래도 답은 독서와 공부네요, 하지만 공부는 힘들어도 재밌으니까…!
전 이 나이가 되면 이제 스스로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네요. 아직도 알아가고 공부해야할 게 너무 많아요!

공쟝쟝 2022-09-10 23:02   좋아요 1 | URL
앗! 등롱님의 댓글과도 상통하는 공부하는 기쁨에 대한 페이퍼들을 방금 제가 올렸네요?!?!!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를 돌보는 공부하는 약자가 가능성이고 상상력이지 않을까.
저 역시 제가 이나이 먹고 이렇게 머리털 뜯어가면서 책읽고 있을 거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고 나니 그렇게 해야만 사는 게 사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

얄라알라 2022-09-11 16:52   좋아요 2 | URL
저도 태아적 모성 원어가 궁금해서 찾아보았어요 .저는 실은 fetal이 훨씬 익숙한데 저자는 foetal motherhood라 쓰더라고요.
그런데 달리 번역한다면 어떤 용어가 가능할까요? 등롱님께서는 혹시 생각해보신 표현이 있으신지.. 조심스럽게 여쭈어봅니다^^

등롱 2022-09-12 12:05   좋아요 2 | URL
저는 아직 너무 잘 몰라서 표현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뭐뭐 적이라는 표현보다 더 적당한 단어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념 번역이라는 게 정의와 맥락 모두를 아울러야하니 어렵긴 하지만요… 원어를 찾아볼 생각은 못했는데 얄라알라님 덕분에 원어를 알았네요!

공쟝쟝 2022-09-12 14:37   좋아요 2 | URL
제가 영어를 못해서 ㅋㅋㅋ ‘태아에 대한 모성‘(대체 그것이 있다는 것이냐? 왜?ㅋㅋㅋ) 정도로 번역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물론 말이 좀 길어지긴 하겠지만요. 아니면 왜 그렇게 번역했는 지라도 일러주면 좋았을 듯하고요. 하지만 저는 역자님을 매우 애정합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새로운 인식과 새로운 언어를 쓰는 공부가 될 수 밖에 없네요 페미니즘은.)
임신중지도. 임신중단!이 뭔가 제 어감상 더 좋더라고요. 임신한 상태를 중단 시키는 거니까. 중지는 좀 더 어렵게 느껴지게 해요. 암튼, 너무 좋은 책이라 번역이 더 안타깝네요 ㅜㅜ 우리는 참 좋은 독자들이다.

얄라알라 2022-09-11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 3장 다 읽고, 막상 적으려니, 공쟝쟝님처럼 자신의 언어로 좌르르 자신감 넘치게 쓸 수 없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써봐야 하는 건 가 봐요. 제가 진짜 이해했는지...

<임신 중지>를 꼼꼼하게 다시 읽고 있으니, 어느 때보다 공쟝쟝님의 이번 페이퍼 내용이 쏙쏙 박힙니다. 읽지 않은 책을 다른 분이 쓴 리뷰로 읽는 것과, 내가 시간 들여서 고민해가며 읽은 책을 다른 공부마니아분께서 쓰신 글 읽는 게, 천지차이입니다.

즐거워요. 오늘 <임신중지>로 리뷰를 올려주신 공쟝쟝님, 감사드립니다!!!!

공쟝쟝 2022-09-12 14:39   좋아요 1 | URL
저 공부 마니아?!? ㅋㅋㅋㅋㅋㅋ
얄라님, 저도 고심해서 읽은 책을 공들여서 쓴 리뷰와 독후감을 볼 때 되게 뿌듯하고 좋아서 알라딘을 참 좋아해요!!!
내 언어로 써보는 것(올해들어서 엄두내기 시작한 듯)은 제가 공부를 꾸준히 해왔다는 증거인 것 도 같아서 기쁩니다.

얄라알라 2022-09-11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고 저도 공감백입니다.

˝나는 글을 통해서 상대방을 추측해보고 파악해 보려고 하는 것을 이제 제법 멈췄다. 그러니까 글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읽을 뿐.˝- 공쟝쟝님 9월 10일 페이퍼에서 뽑은 문장들!!

공쟝쟝 2022-09-12 14:40   좋아요 1 | URL
수줍어서 도망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9-1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빌려놨는데.. ‘태아적 모성‘?? 대체 뭔가요? ㅎㅎ
감정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말씀 맞는 것 같습니다. 약간 결이 다를 수도 있지만 <당신이 옳다>도 생각나네요. 그 감정이 어떤 것이든 느끼는 것이라면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친절한 비댓 링크 타고 왔습니다 ㅋㅋㅋ

공쟝쟝 2022-09-14 17:38   좋아요 0 | URL
ㅋㅋㅋ 여자들이 태아에 모성을 느낀다나봐요ㅋㅋㅋㅋ 남자들은 정자에 부성 느끼나봄 ㅋㅋㅋㅋ
앗,감정말구 선택요 ㅋㅋ 선택은 정치적입니다! 그리고 선택을 선택하는 주체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선택에 의미부여하지 맙시다 ㅋㅋㅋ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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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소설이 좋다. 3권의 초반이 특히 그렇다. 이렇게까지 잘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썼다고 생각한다. 엘레나 페란테가 누군지 (페란테는 싫어하겠지만) 궁금하다. 이게 무슨 막장 드라마인가 싶을 정도로의 몰입감이 설득해 버린 전세계의 대중적인 성취까지 포함해서 잘썼다. 읽다 보면 숱한 경험들이 소환된다. 1,2 권도 즐거웠지만 그건 조금 남일 같았다(여자들이 너무 천재들이라). 3권을 읽을 때는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다 내 이야기 같았다. 언제고 다시 읽으면서 즐거운 감상평을 남기고 싶지만 시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므로…. 아주 간략하게 스케치만 하고 넘어가야지. 다시 읽었을 때, 또 그 장면에 찔리겠지. 뭔가 써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


8장
결혼이 아니면 가난한 원가족으로 부터 해방될 수 없는 레누. 엄마는 레누를 살림밑천으로 키웠기 때문에 그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는 레누를 이해할 수 없다.

14장
배웠다는 사람들, 사회적 존경을 성취한 사람들의 희롱과 추행. 이 쪽 세계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걸까 모르는 걸까?

17장
프랑스 학생운동. 운동권이 되어 나타나 ‘객관적’을 남발하는 구 남자친구. 레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또박또박 말하자 너 많이 변했구나, 공격적이어졌어.

20장
알파 수컷이란 무엇인가. 널리 정자를 뿌리고 다니는 그를 매력적이고 지성넘치며 그런 사람들이 운동을 발전시키므로 그런 남자들을 잘 돌보아야한다는 여성 운동가. 급기야 이런 말도 한다. 시대가 좋아져서 원하면 누구와도 관계할 수 있다. 쩜쩜. 널리 여성을 이롭게 하시는 인간 페로몬, 공유해야하는 남자. 초 신진사상(?)인 페미니즘적 관점까지 장착한 찐알파 메일 니노 되시겠다.

그런데 여기서 또 나도 비슷하게 생각한 적 있거든. 남페미가 뭐… 남페미가 뭐 그렇지…. 하지만 또 뭐 이성애자 여성이 남페미를 안좋아하기가 쉽냐고. 좋겠다, 너는 인기 많아서. 라고 나는 남페미한테 비아냥 대며 말해본 적 있음. (그렇다 남자가 페미묻으면 바로 인기 많아지는 참 남자로 살기 좋은 세상이다.)

“(p.111)그녀들은 여자들이 모두 니노를 원한다고 했다. 그가 여자들을 취하는 것은 여자들이 원하기 때문이지 그가 강요해서가 아니었다. 그러니 니노는 죄를 짓는 것이 아니었다. 욕망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 뿐이었다. … 니노가 얼마나 많은 여자의 사랑을 받고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랑했는지 생각하다 보니 나폴리에 도착할 무렵에는 놀랍고도 실망스럽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즐기는 게 뭐가 나쁘겠냐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나는 이 장면에서 웃는다. 결론에 도달한 레누는 “나야 말로 누구보다도 더 그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혐오표현 주의) 나폴리가 낳은 불세출의 싸튀충 니노를 우리는 너무 싫어, 그 새끼 너무 싫어, 그 놈 너무 싫어!!! 이럴 수 있다. 그런데 그는 너무 완벽한 남자다. 여자들은 그를 원한다. 나(레누)도 그를 원하지. 푸하하. 내가 이 책 읽다가 어느 수준까지 갔냐면, 레누야, 너도 좀 빨리 어떻게 좀 해봐바. 니노 이 새끼 나도 맛 좀보자!(간접 경험)까지 갔다. 

그리고… 소설이 안내하는 흐름에 따라 나도 사랑에 빠짐… 니노에게… 폴 인럽… 나는 니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생기고 똑똑하고 인기많고 정치적인 입장도 나쁘지 않고 능력도 있고 키도 크고 모든 여자들이 원하는 그가 고립된 상황에서 견디듯 살고 있는 나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독려해주고 나의 가능성까지 알아봐준다. 그는 스윗한 목소리를 가졌고 (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오르가즘을 모르는 레누 인생에 오르가즘 알려줘벌임ㅋㅋㅋㅋㅋ 게다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준다니까? 사람들이 그거 사랑아니야라고 말해도 내가 경험한 사랑의 최대치가 그거면 … 끌리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너무 잘난 남자. 그를 소유하지만 않으면(!) 되겠지만 사랑이 쉽냐. 그를 소유하고 싶어 죽지. 모든 사랑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최고의 쾌락은 최고의 고통을 선사하는 것. 아, 니노 너를 어떻게 해야하니. 아무튼 의자왕과 삼천궁녀가 생각이 나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도 사색 할 필요가 있는 주제다. 

그런데 레누는 그렇다치고 니노는요? 니노는? 그렇다. 함께하는 사랑.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니노만 좋은 이 세계우리는 가부장제라고 부른다.

4권을 아직 읽다 만 상태에서 이걸 써두자 싶다. 어쩔 수 없는 초울트라알파수컷의 이면을 다 알아도 사랑할 수가 있나요? 일단 여기 주인공은 그렇다. 나는? 아마 안될거 같은 데. 니노 수준의 알파메일은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사실 잘 모르겠음. 솔직히 그와 사랑만 나누면 뭔 상관이냐. 그러나 내 몸은 여자다. 내 몸이 남자였으면 나도 신나게 즐겼다. 페란테는 명문장을 남겼다. 

“(108) 물론 한때 그는 나를 좋아했고 나도 그를 좋아했지만 그것뿐이야. 나는 하루에도 좋아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생기는걸. 너는 그렇지 않아? 하지만 그 감정도 잠시일 뿐 결국에는 사라지고 말지. 남는 것은 아이뿐이야. 내 몸의 일부거든. 애 아빠는 타인이었으니 타인으로 되돌아간거고.”


같이 즐겼는 데… 아이가 남아…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너무 대단한 그는 많은 여성들이 널리 가져야한다는 인식을 시대의 가장 진보적인 여성들도 대충 하고 있음… 솔직히 나 자신도 그럼. 그냥 미침, 대환장 파티. 응…  

그렇다. 여자의 몸이란. 섹스가 끝나면 아이가 남는다니까.
안하는 게 가장 안전하고 좋다.

아니… 근데 또 쓰다보니까 이런 내용만 쓰고 있는 나지만, 정말 이 책 너무 재밌었다. 

제목은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이지만 ‘내가 너이고 너가 곧 나’인 (그것이 우정이든 가족이든) 관계에서 분리된다는 것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곳은 지옥이어서 부지런히 달려 도망쳤지만 지옥을 함께 견뎌 더 간절하고 악착같았던 너와 나의 분리-단절은 지옥보다 어려운 것이었다. 떠나서 레누가 도달한 그곳은 그렇다면 천국인가? 그렇다면 좋겠지만 다른 부류의 다른 계급의 다른 모습의 조금 부유한 지옥일 뿐. 그곳에서도 완벽히 섞일 수 없는 레누는 릴라가 그립다. 릴라가 안타깝다. 떠나온 곳에서 그녀는 다른 릴라를 찾는 걸까. 그 릴라가 니노인가. 그런 모든 것을 소설로 다 느껴볼 수 있다. 

지옥 같은 유년 시절을 함께 헤쳐온 어떤 원초적인 결핍과 필요에 의해서 유지된 간절하고 치명적인 우정으로부터. 그녀들은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우정이라고 적고 있지만 사랑이라고 적어도 무방하다. 
여기서 나는 나의 경험을 소환해볼 수 밖에 없는 데, 인생에 슬픈 진실은 뭐냐면… 나는 나지 그가 아니라는 것이다. 레누, 레누에게는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릴라… 릴라에게도 그랬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그것은 니노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나폴리 시리즈는 반 쪽짜리 이야기가 될 것이고, 하지만 반 쪽짜리인줄 알았던 이야기가 원래부터 하나의 이야기였단 걸 아는 것이 인생이라면. 애초에 빨리빨리 독립해라. ㅋㅋㅋㅋㅋ

레누야. 독립해! 
니 삶을 살아!!!
반쪽이 하나가 되는 것도 아니고
하나가 불완전인 것도 아니여
하나가 시작, 하나가 끝!
인생은 원래 혼자여!!!



사진 붙임. 어깨 근육 근사한 니노로 얘를 대입해서 상상하며 읽으라고 누가 나한테 보내 줌. 

(왜요, 내가 로맨스 소설 안 읽어서 감 떨어졌을까봐?ㅋㅋㅋ 악랄한 내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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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0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노 아버지가 그 미성년자 성추행한 새끼죠? 잡지에 칼럼 기고하고 그거 읽어주면서 졸라 뿌듯해하는 새끼.. 이 글 누가 썼는줄 아니? 내가 썼다. 그리고 니노가 그런 자기 아버지를 혐오하고 싫어하지 않나요? 그러나 꼭 제아버지처럼 아니 제 아버지보다 더심한 남자가 되었죠.

저는 알파메일 을 이 페이퍼에서 읽노라니 안희정 생각나네요. -.-
토할것같다..

그리고 나는 이 책 읽으면서 니노 안사랑햇음요. 졸라 싫음.

공쟝쟝 2022-09-08 10:5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소설에서 레누가 그걸 스스로에게 겁나 심문해요. 근데 사라토레 부자의 다른 점은 니노는 여자들이 원한다 예요 ㅋㅋ
저도 안희정 겁나 생각났어요. 왕자뼝 걸린 새끼 ㅋㅋㅋㅋ 근데 니노에게 안희정 대입하니까 니노 커서 지 아빠 되겠네요 ㅋㅋㅋㅋ 저는 이제와서는 안사랑하겠지만… 페미잘 모르고 그랬던 과거의 나는 니노를 사랑해도 막 들이대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ㅋㅋㅋㅋㅋ
니노 진짜 안 사랑할 수 있겠어요? ㅋㅋㅋㅋㅋ 사랑은 그런게 아니래요 ㅋㅋㅋ 불가항력이라던데?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8 10:53   좋아요 1 | URL
아시다시피, 저는 사랑을 머리로 하기 땜시롱 ㅋㅋㅋ 가능합니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리베카 솔닛의 어떤 책에서 엘레나 페란테 되게 칭찬했거든요. 좋아했단 말이야? 근데 나는 엘레나 페란테 되게 재미있게 후다닥 읽지만,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되게 피곤하다... ㅠㅠ

공쟝쟝 2022-09-08 11:05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4권 피곤해서 못읽는 중… 불륜나오고 애들 나오니까 이 미친자들아 ㅋㅋㅋ 가 머리 끝까지 올라왓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못읽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09-08 11:30   좋아요 1 | URL
저도 안ㅎㅈ 생각났어요. 그래서 육성으로 욕 내뱉으며 읽은 기억 나요.

유부만두 2022-09-08 11:32   좋아요 1 | URL
근데 니노 부자도 참 그런데.. 이규혁 삼부자도 진짜 ;;; 성범죄 dna 있는건가 생각 들 정도로 아부지 1970년대 형아 1990년대 그리고 지금. 대상이 여고생들이라는 게 공통이고요.

잠자냥 2022-09-08 11:38   좋아요 0 | URL
으응 웬 ㅇㅎㅈ 저는 이 책 안 읽었지만 여러분들이 묘사한 니노만 봤을 땐 ㅇㅎㅈ 그놈은 니노 발가락 때만도 못한 거 같은데요. 일단 너무 못생김.... 지 혼자만 잘생긴줄 아는 인간... 우욱......

공쟝쟝 2022-09-08 11:39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세상이 지들한테 얼마나 유리한지를 알고 그걸 이용해서 제 욕망을 채우는 버러지같은 것들이죠. 너무 싫어 진짜…. 근데 그걸 알고 그게 보여도 그래도 혹시…?나는…? 이라고 나만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모순을 ㅋㅋㅋㅋ 페란테가 아주 잘 보여줘서 좋네요 ㅋㅋㅋㅋㅋ
아는 만큼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냐 싶지만, 모를 때로 돌아갈 수는 없고, 머리로 사랑은 못하지만 내 몸은 내가 잘 추스른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는데 진짜 세상은 참 여자한테 가혹해요… 그쵸..?

공쟝쟝 2022-09-08 11:45   좋아요 2 | URL
잠자냥// 저도 읽었으면 그냥 싫었는데 듣고 있고 ㅋㅋㅋ 나 목소리 좋은 남자 좋아하나봄 ㅋㅋㅋㅋ 니노 성우 목소리 미친 달달함임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08 11:49   좋아요 1 | URL
네 귀에 달고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08 11:51   좋아요 1 | URL
응 … 달아… 달다…. 그걸로 충분했어…..

잠자냥 2022-09-08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내용이군요. 전 니노 같은 인간이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 책에서 그리는 사랑(?) 같은 것도 현실에서 존재하는지 의아해서 이 책은 저에게 역시나... 처음의 느낌 그대로, 로맨스 소설 같군요.......;;;

아무리 재밌다고 해도 결국 안 읽을 것 같은 책.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08 11:47   좋아요 2 | URL
아니야 잠자냥 그게 아니야 여성서사인데 여성바닥서사임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대중적 성취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그래서 잘쓴 ㅋㅋㅋ 페란테 여자 필립로스임 ㅋㅋ
안 읽어도 되는데 ㅋㅋㅋㅋ 시작하면 놓을 수 없는데 ㅋㅋㅋ 왜 세계 여성들이 지옥에서 온 페미가 될 수 밖에 없는 지 알려줘요 ㅋㅋㅋ

잠자냥 2022-09-08 11:47   좋아요 0 | URL
네, 여성서사인 건 알고 있었는데 난 여성들이 (나쁜 넘과의) 사랑에 허우적대다가 긴 세월 돌고돌아 이제는 우정 앞에 서는 그런 이야기가 싫더라고요.......... 어휴, 여자 필립로스.... 안녕? 페란테? 안녕----- 만나자 마자 안녕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08 11:50   좋아요 1 | URL
아 그리고 니노랑 레누가 하는 거 그거 사랑아닙니다 ㅋㅋㅋ 그게 사랑이라고 착각해서 인류가 이모양이된 것 같고 ㅋㅋ 이건 로맨스라기 보단 로맨스 풍자 소설임 ㅋㅋㅋ

공쟝쟝 2022-09-08 11:5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아 저는 소설 안읽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 그런 소설도 본 적이 없네요? ㅋㅋㅋㅋㅋ 돌고돌아 우정짱 ㅋㅋㅋㅋㅋㅋㅋㅋ 푸라하하하하하 잠자냥님 찰져 ㅋㅋㅋ
페란테, 잠자냥에게는 아웃!!! ㅋㅋㅋ 전 이거 읽고 숭배와 혐오도 읽어보겠습니더 ㅋㅋㅋㅋ

잠자냥 2022-09-08 11:57   좋아요 1 | URL
약간 현실 여자들이 남자 사귀다 쫑 나면 그때야 친구 찾는 그런 너낌이라? ㅋㅋㅋㅋㅋㅋ 그러다 다시 또 다른 나쁜 넘 만나러 감... 아휴........ 됐다.

공쟝쟝 2022-09-08 12:43   좋아요 1 | URL
푸하하하 ㅋㅋㅋㅋ 근데 그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쓰는 것이 잘쓴 소설 아니겠습니꽈? ㅋㅋㅋㅋ 근데 레누의 찐 사랑은 릴라에 가깝고요.. 두 여자 다 가난한 집 천재고 자신의 욕망을 모르지는 않아요. 그걸 향해 엄청 달려요. 시대적 배경 때문에 그 과정에서는 욕망이자 권력인 남자들이 등장하고요. 절대 그녀들은 그들을 이용할 수 없죠 ㅋㅋㅋㅋ 그걸 다 써줌 ㅋㅋㅋ 그리고 이 여자주인공들 다 나쁜년들임 ㅋㅋㅋ그래서 저는 좋아요ㅋㅋㅋㅋ

아휴 됐다… 에서 진절 느껴짐 ㅋㅋㅋㅋ
저는 그때야 친구찾는 너낌 뭔지 너무 잘알 ㅋㅋㅋㅋㅋㅋ 남편욕 시댁욕 아니면 자식자랑ㅋㅋㅋㅋ 그래서 나 친구 없(어졌)잖아 ㅋㅋㅋ

다락방 2022-09-08 14:05   좋아요 2 | URL
아 진짜 너무 싫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이 말씀하신 거 너무 뭔지 알겠고 저 진짜 징그러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남친새끼 개새끼 해서 ‘어머 니 남친 소새끼 말새끼 헤어져‘ 이러면 다음날 ‘내남친 그래도 사랑하지‘ 이러면서 가버려가지고 ㅋㅋ 아니 나한테 말하지말라고 아 스트레스야 ㅠㅠ

그런데 엘레나 페란테는 이 스토리랑 결이 좀 다르긴 한데, 아주 다르진 않고... 참, 쟝님이나 단발님이나 여자 필립 로스라고 하셨지만 저는 전혀 동의하지 못하겠고 ㅋㅋ 아니 어떻게 엘레나 페란테랑 필립 로스랑 ?? 제가 생각할 때는 완전 결이 다른데요... 그리고 저는 참, 이렇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엘레나 페란테가 필요한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필립 로스 쪽이 더 좋다......

그냥 모두에게 미안해요. 이런 나라서...

공쟝쟝 2022-09-08 17:16   좋아요 0 | URL
제가 소설 읽기 경험이 많지 않아... 날뛰는 욕망의 화신들을 포장하지 않고 드러내 보여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읽고 있기에 ㅋㅋㅋ 비슷한 결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놓고보면 결이 다를 것 같아요.

다락방이 필립 로스 좋아하는 거랑 남자 좋아하는 거 세상이 다 알아요. 다락방 이 존재 자체가 유죄인 사람..
그러나 세상은 좋은 걸 좋다고 싫은 걸 싫다고 분명히 알고 있고 말하는 여자를 싫어하죠. ㅋㅋㅋㅋ
‘너 변했구나 공격적이어졌어‘
그런 의미에서, 다락방. 한결 같이 공격적.인 것으로 알려져.
미안해 말아요~ 너는 그런 사람야~ 너는 그런 사람야~ 내가 본받을 사람~ (이상한 노래를 흥얼거린다)

다락방 2022-09-08 17:37   좋아요 0 | URL
쟝님이 소설 경험치가 적어서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라 쟝님은 필립 로스와 페란테에게서 비슷한 지점을 찾은 거잖아요. 그리고 단발머리 님도요. 그것은 맞고 틀리고 경험치의 적고 많고 이런게 아니라 무언가 같은걸 보았다 는데 쟝님은 더 크게 본것 같고 저는 다르다 라는게 더 큰거죠.

저는 필립 로스를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고 다니진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진 않고 그렇지만 페란테보다는 필립 로스 쪽이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건 페란테 작품이 아까도 말했지만 너무 피곤해요 ㅠㅠ 저는 좀 고요한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페란테는 계속 저를 막 극으로 때려박아요. 나폴리 시리즈 말고 다른 무슨 사랑 시리즈 3부작인가, 그것도 읽으면 막 쉬지 않고 패대기쳐요. 그래서 좋아할 수가 없어요. 아 피곤하다 피곤해...

공쟝쟝 2022-09-08 17:42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어떤 의미에서 되게 비슷한 거 같아요 ㅋㅋㅋ 쌩인간들이 막막 다 나오는 데, 다 있을 법한 인간들이라서요 ㅋㅋㅋ 이런 지옥 ㅋㅋㅋㅋ 똑똑한 지옥이야 여긴 ㅋㅋㅋㅋㅋ 그리고 고요한게 좋다는 거 나도 좀 알거 같음 (훗 ㅋㅋㅋ) ㅋㅋㅋㅋ 아니 사실 알아요 ㅋㅋㅋ 그 몽글몽글 섬세한 것은 바로 나의 내..면…💕

다락방 2022-09-08 17:47   좋아요 0 | URL
음... 내가 제대로 이해한게 맞다면, 쟝님은 지금 쟝님의 내면이 고요하다고 말하고 있는건가요? 내가 알기로는 쟝님의 내면이야말로 세상 시끄러운데????

공쟝쟝 2022-09-08 17:49   좋아요 0 | URL
그런 것도 있긴 있음 ㅋㅋㅋ 물론 내 안엔 페란테도 있다 ㅋㅋㅋㅋ 지금 고요하진 않고요 지금은 스트레스 폭발직전 ㅋㅋㅋ

scott 2022-09-08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쟝 💖 페란테 (ᐡ-ܫ•ᐡ)

공쟝쟝 2022-09-08 12:19   좋아요 2 | URL
하하하하 근데 페란테보다는 스트라우트입니다 전 ㅋㅋㅋㅋㅋㅋㅋ 페란테는 좋은데 ㅋㅋㅋ 진짜 너무 너무 좋은데 ㅋㅋㅋ 아무튼 저를 잘 살고 싶게 해주진 않네요 ㅋㅋㅋㅋㅋ 세계를 다 불태우고 싶음 ㅋㅋㅋ

단발머리 2022-09-08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이랑 페란테 이야기 많이 하고 싶어서 페란테 다시 읽어야 하나 고민됩니다. 저도 다락방님처럼 많이 피곤했고요. 정말 극단의 경험... 간접경험인데도 극단의 경험 때문에 힘들었어요. 그런 점에서 여자 필립 로스 맞고요.

<사랑은 왜 끝나나>에서 길고 자세한 논증 끝에 에바 일루즈가 케쥬얼 섹스가 남자에게 더 유리한 방식이다, 라고 쓰거든요.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근데 자율적으로, 자신의 의지로 니노 앞에 서는 여성의 심리는 정말 오래 생각하고 또 고민해봐야할 문제인 거 같아요. 섹스 뒤의 남은 아이가 엄마하고만 연결되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고요. 그런데도.... 그런데도 니노의 사랑을 바라고, 또 니노를 원하는... 그 마음은 뭘까....에 대해 저는 이 샌드위치 다 먹고 생각해 볼게요.

저도 레누의 찐사랑은 릴라라고 생각하고요. 이 소설은 레누의 릴라 극복기 ㅋㅋㅋㅋㅋㅋㅋㅋ 한 권 남았네요. 좋을까, 싫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08 17:58   좋아요 1 | URL
아니 왜. 저 아픈 사랑 시작만 하고 일단 홀딩했는 데, 벌써 사랑은 끝나는가까지 읽으셨어요? ㅜㅜㅜ 아 나. 또 초조하다 초조하다 초조해. 나의 도반은 왜 이렇게들 부지런하고 많이 읽는가.

저 진짜 궁금해요. 임신하고 애 낳아보면, 잘난 알파 메일보면 저 사람 애 낳고 싶다 이런 마음이 생겨요? 나 정말 애도 안 낳아보고 이런 거 궁금해 해서 미안한 데, ......... 하긴... 단발머리님한테 이런 걸 물어보는 건 좀 아닌 거 같지.... 우리 엄마 찬또배기 보면서 저런 아들 낳고 싶다고 한게 너무 충격적이어가지고...(으으.. 절레절레)

저는 어떻게 생각하나면요.. 페미니즘의 F도 모르는 여자가 온몸으로 세상이랑 싸우면서 자기 자신을 살려고 하니까 삶 자체가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가 되어있었다... 뭐 이런 내용인 거 아닌가........ 아직 4권 1/3 정도 읽었어요. 저는 릴라가 좋고요. 그리고 나는 레누보다는 릴라파(그냥 저지르고 수습한다. 아프게 깨닫고 같은 잘못 잘 반복 안한다...)예요 ㅋㅋㅋㅋ 물론 3권에서 레누가 자기 이야기 많이해준 부분은 좀 좋았는 데.. 진짜 끝까지 합리화하는 데, 딱밤 때리고 싶어 죽겠어요. 그리고 아마 릴라에 동일시 하는 걸로 봐선 저 천재 맞는 듯.(나만 몰랐나?) 암튼 근데 이 여자들 또 임신해요... ㅜ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아들은 낳아주고 싶나요? 그런건가요? 그런가요? 아.놔. 혼란의 도가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