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이 나에게 왔다. <성스러운 동물 성애자>… 새로운 친구가 된 은오님이 친구 기념으로 보내주신 책인데… 참으로 매운 맛 우정이 아닐 수 없다. 질문하는 나를 없애지 말자는 것이 나의 작년의 읽기 교훈였는 데… 이런 질문은 친구가 아니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읽기 전이니까 읽기 싫은 이유를 쓰도록 하겠다.

그러니까. 사실 난 이런 건(?) 지식 정보 사회의 폐해라고 본다. 엊그제 까지는 앎비앎 어쩌고 하던 사람치고는 너무 급격한 태세 전환 아닌가? 아 노노. 모르고 살고 싶다. 모르고 살지 싶다. 몰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을 모르고저모르고저모르고저한다는 것은 그 안의 나조차 의식하지 않은 억압이 있을지도 모르는 바… 그래, 선물 받았으니 펼쳐보긴 할 텐데… 뭐랄까… 설득 당해버렸다는 리뷰들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어 고심하게 된다.


어쨌든 읽기 전 추측은 해러웨이의 <반려종 선언>이랑 비슷한 맥락일 거 같아서… 이 오만한 *인간 종을 상대화* 시키기 위해 다른 종이 필요한 건 내가 대략 추측을 하겠다. 인간의 섹슈얼리티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해서 동물성애를 끌…어들…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Tmi아닌가… 내가 가방끈 긴 사람들만이 일론 머스크를 이길 수 있다고 바라보는 입장이긴 한뎁쇼… 명을 줄여 가방 끈을 늘리기로 한 새로운 계급(나같은 원조 노동 계급은 인스타하고 넷플릭스 봐야 해서 못 이김)들이 이런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서… 마저 설득 돼버린다면… 아아… 그렇게 해서 이길 수만 있다면 설득당할게요…

그래도 설득 당하기 싫다. 설득 당하기 싫어. 설득 당하지 않을 거얍!!! 일단 나는 성애 과잉의 사회가 넘 싫다. 온 나라, 전 세계가 섹스에 미쳐있는 것도 싫고, 아름다움이 섹시함이랑 등치되는 것도 싫고. BDSM, 폴리아모리… (책 읽어봄) 뭔 말인 지 알겠는 데, 현실에서 그게 어떤 식으로 소비되고 합리화 되는 지…(하긴 뭐 페미니즘도 파는 데… 뭐… 자본주의 만세다… 현시점 인류의 최고 형이상학은 신자유주의 아닌가. 돈 이라는 일원론.) 물론 우리 모두는 누군가들의 섹스의 산물이긴 하지만… 그래서 인구가 너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잖아요? … 저탄소 생활의 실천을 위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가능하면 모두 함께 섹스를 줄여서 자손을 남기지 않는 것 좋은 방법 아닌가요? 물론 섹스=재생산은 아니지만요. 그냥 남들 다한다고 아.묻.따. 하다 보니까 인류가 80억이 돼버렸잖아. 이대로 가다간 발 디딜 틈이 없어. 하긴 우리 나라 말고 다른 나 라들이 많이 낳는 거긴 하지만… 암튼… 섹스 말고 다른 재밌는 거 많지 않나요? 난 많은데… 

 그러니까 안 하는 게 컴팩트 하고 편하지 않니? 어떻게든 꼭 그걸 해야 해? 아, 물론 내가 섹스를 탐구하긴 할 건데 ㅋㅋㅋㅋ 그게 그것도 사실 그것의 해악을 탐구하기 위함이…(본심 드러나버림ㅋㅋㅋ) 난 또 이런 비딱함도 있는 것이다. 독일…일본… 다 살만한 나라 아닌가. 사람들이 먹고 살만해지면 결국엔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언어와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인가… 먹고 살만해져서 하는 일이 동물성애 연구… 합리화

자, 읽기 전. 이 모든 것은 나의 편견이다. 나의 편견이 얼마나 ㅋㅋㅋㅋㅋ 편견 덩어리인지 쓰고 나니 좀 쪽팔린데… 어쩌겠어… 이게 나다. 왜 싫은지 벌써 1500자… 넘었네?


이 책은 선물 받았다.

리처드 세넷의 <장인> ㅋㅋㅋㅋㅋ 공쟝쟝인. 나는 전생을 믿지는 않지만 만약 내게도 전생이 있었다면 도자기를 굽는 도공이나 대장간의 대장장이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고 국중박 구경하면서 생각했었다. 섬세한 나전칠기 이런 거 보면 막 환장하게 좋더라고. 이걸 다 손으로 만들었겠지? 이러면서… 확실히 선비보다는 도공이 성격에 맞는다. 실제로도 뭐 만드는 거 좋아하고, 요리도 좋아하고 그런 편이다. 하지만 요즘엔 읽고 쓴답시고 요리 안 하고 있다. 걍, 김치에 밥 김치에 밥 김치볶음밥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김치찌개… 읽고 쓰는 일도 몸에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까닭에는 아무래도 정희진 선생님의 텍스트가 있지 싶음), 이것 저것 다 할 수는 없으니까 최대한 컴팩트하게~ 요즘은 뭐 만드는 거 안하고 그냥 빈 시간에 읽.쓰. 심심하면 북플… 그런 면에서 공쟝쟝 쟝인 정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 책은 증정 받았다. <우리에게 보통의 용기가 있다면> 기후 변화에 관한 팩트와 기사들이 인포그래픽과 함께 정리되어 있다. 잘 모르는 분야라서 읽어보마 싶음. 컬러는 아니다. 재생지를 사용했다.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은 부제가 사르트르와 하이데거 그리고 그들 옆 실존주의자들 이야기이다. 내게 사르트르는 못생긴 사회주의자고 하이데거는 늙다리 나치일 뿐이다. 그러나 시몬 드 보부아르와 한나 아렌트를 사랑한다. 그녀들이 사랑한 남자들이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다고 이 남자 철학자들을 좋아할 리는 아마도 없다. 그렇지만. 삶이나 지식에 대해서 만큼은 난 실존주의자이고 싶다고 생각은 생각만 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최고의 실존주의자는 보부아르고. 언제고 읽어볼 것 같은 책인 데 중고로 나와 있어서. 겟.


<게임: 행위성의 예술> C. 티 응우옌 지음. 은 정말 읽어보고 싶어져서 샀다. 워크룸 프레스 책은 표지들이 신박해서 항상 눈여겨 보는 데, 인스타에 뜬 소개 글이 눈을 확 잡아 끌었다. 

“회화가 시각을, 음악이 소리를, 이야기가 서사를 기록하게 해준다면, 게임은 행위성을 기록한다. 이는 우리가 성장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치 소설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경험하게 해 주듯, 게임은 혼자서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여러 행위성 형식을 경험하게 해 준다. 다만 그렇게 형성된 행위성 경험들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마치 예술처럼 말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관심 없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컴퓨터 게임’이다. 그런데 세상에서 사람들이 제일 몰두하는 게 있다면 섹스 다음으로 ‘게임’ 아닌가? 게임을 일종의 ‘행위성’을 다루는 예술로 본다는 관점. 은 게임을 좀 한심하게 생각하는 나의 시선을 교정해 줄 것도 같다. 뭐냐면… 나는 내가 한심해하는 것을 별로 한심하게 여기고 싶어 하지 않는 타입의 인간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자세는 나 스스로 높이 평가함.

두 권 더 읽었고 두 권 더 샀다. 세 권은 받은 거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훗. 그리고 튤립. 응, 나 꽃도 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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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1-14 0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친구기념으로 저 책 보냈다니까 너무 미친사람 같아욬ㅋㅋㅋㅋ진짜 그 과정이 너무 웃겨서 야밤에 리얼로 끋끅대면서 보냈습니다 ㅋㅋㅋㅋㅋ
살구 칵테일 철학자 저거는 책 자체가 진짜 좋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추천받았는데, 쟝님 페이퍼에서 또 보게 됐네요.
그리고 저도 컴퓨터 게임 안좋아함... 근데 쟝님이랑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컴퓨터게임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너무 부럽거든요. 전 못해서 재미없으니까 안좋아하는건데, 컴퓨터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밖에 안나가고 집에서 푹 빠져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게 부러워요... 나도 책 이상의 고자극이 필요하다...

공쟝쟝 2023-01-14 01:24   좋아요 3 | URL
은오님은 내가 알고 싶지 않은 것을 알게 해준 사람. 🤏🏻로 시작된 우리의 지적 모험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제 친구 한 분은 식인종 탐구 중이세요… 은오님은 동물 성애 탐구 중이고…. 이제 나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여기서 뭘 더 전복할 게 없다 ㅋㅋㅋㅋ

은오 2023-01-14 01:29   좋아요 1 | URL
진짜 🤏가 이어준 우정인 것도 어이없엌ㅋㅋㅋㅋ시작부터 난리다 난리ㅋㅋㅋ저는 더 바라는데... 앞으로도 알고 싶지 않은 것들 가져와보겠습니다. 기다려보세요ㅋㅋㅋ

공쟝쟝 2023-01-14 01:34   좋아요 3 | URL
저기… 너 나와 함께 책 읽어보지 않을래? <성스러운 동물 성애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진짴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4 01:38   좋아요 1 | URL
암튼 난 생각했어요…. 이 책을 앞에두고 ㅋㅋㅋㅋ 나는 정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정상이다 나는 너무 정상인이얏!!!!

은오 2023-01-14 01:41   좋아요 1 | URL
저기..너 나와 함께 이전에 분명히 쟝님이 “호기심”을 보였다ㅋㅋㅋㅋㅋ아니 그 전까지는 그냥 동물성애 읽는 와중에 라캉의 사랑 보이길래 하... 하는 정도였는데 쟝님이 갑자기 호 기 심이 생긴다고 하셔서^^

공쟝쟝 2023-01-14 01:43   좋아요 1 | URL
라캉의 사랑은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타자를 홀로 있게 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홀로 있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랑은 합일시키지 않고, “하나”를 만들지도 않는다. ”
보세요 완전 다르다고 ㅋㅋㅋㅋㅋㅋㅋ
난 단독자가 컨셉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다 어쩌다

잠자냥 2023-01-14 01:47   좋아요 2 | URL
은오 쟝필리아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1-14 11:27   좋아요 2 | URL
두 분의 우정은 그렇게 시작되었군요…? 재밌네요 두고두고 회자될듯 ^^

잠자냥 2023-01-14 0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북플에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책 너무 많이 떠서 이웃들 심신 피폐할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4 01:51   좋아요 4 | URL
미안해요 ㅋㅋㅋㅋ 여러분 ㅋㅋㅋㅋ 제가 친구를 한명 알라딘에 잘못들이는 바람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ㅋㅋㅋㅋ 서재를 통째로 동물성애에 반납해버린 것만 가타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1-14 10:39   좋아요 4 | URL
읽지 않고도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데요 ㅋㅋㅋㅋ

건수하 2023-01-14 11:28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댓글에 한 표 더 ㅎㅎ

수이 2023-01-14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섹스 탐구욕이 제일 강하고 성산업이 어마무시한 곳은 독일과 일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알려주고 싶었어요. 머리와 몸은 함께 가는 게 아닐까요, 전 진화심리학 뭐 이런 방향은 아니지만 언제나 궁금한 건 정신과 몸이 함께 가는 쪽 같습니다. 전 철저하게 섹스파인지라 암튼 은오님 알려주신 책은 저도 천천히 읽어볼게요! 그대의 안티 섹스도 물론 응원합니다. (진짜?! -.-;;;)

공쟝쟝 2023-01-14 13:59   좋아요 1 | URL
흐하하 ㅋㅋㅋㅋ 성진국이라는 별로 제가 안 좋아하는 농담이 있죠? ㅋㅋ 저 안티 섹스 아니라구욧!!!!! 그저 연구를… 고정관념이 없는 연구를 위해 잠시 그것을 대상화(?)하고 있을 뿐입니다 ㅋㅋㅋㅋㅋㅋ 하면서 하면 객관성이 결여… 응? ㅋㅋㅋ

수이 2023-01-14 14:01   좋아요 0 | URL
섹스 좋은 건데 넘 안 좋은 쪽으로 가는 거 같아서 어쨌거나 가봅시다 쇼님이 없으니 나 홀로 이런 말을 하니 외롭군요;;;

공쟝쟝 2023-01-14 14:05   좋아요 0 | URL
돌아와 섹쇼!!!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4 14:08   좋아요 0 | URL
수이님 결론은 인간최고 섹스최고 남자최고 일 수 있어요!!! ㅋㅋㅋㅋ 모든 모험 이야기는 집 떠나와 개고생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3-01-14 15:51   좋아요 1 | URL
오해이십니다. 남자 최고_라는 말은. 으흠. 전 섹스 최고라고 했는데;;;;

공쟝쟝 2023-01-14 16:08   좋아요 0 | URL
제 결론이요ㅋㅋ 저 남자 좋아해요. 남성성이 싫어요. 정확히는 한국남성성일지도. 저 섹스 좋아해요. 과잉성애화된 사회가 싫은 거예요. 전반적으로 현재 인류 싫습니다ㅋㅋ 이런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중에 좀 괜찮은 사람 고르는 눈 전혀 없고요ㅋㅋㅋ 그래서 괜찮은 섹스는 없다고 못 박아 놓고 사는 게 낫습니다. 빨리 포기를 해야 남은 삶을 잘 즐길 수가 있거든요 ㅎㅎㅎㅎ
철저한 섹스파!! 그것 역시 수이님의 삶 속에서 얻은 결론 이시잖아요?! 전 응원합니다!!!

공쟝쟝 2023-01-14 16:10   좋아요 0 | URL
아 쓰고 나니 내 인생 불쌍하네요 ... 암튼 이번 생에서 제가 부족하게 태어난 게 한두 가지 입니까. 그래도 이 만큼으로도 좋습니다. ㅋㅋㅋㅋ 책. 술(당분간 끊었지만). 낮잠. 친구. 북플 끗~

책읽는나무 2023-01-14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튤립도 사는 여자!!
좀 멋진데요?ㅋㅋㅋ
근데 멋진 여자가 김치만 먹어서야 쓰나?
좀 잘 챙겨 먹어요^^
야채도 같이 넣어 김치볶음밥 해먹든가~
전 몸 허할 때 김치 볶음밥이나 김치전 해먹음 갑자기 기운이 나긴 하던데...많이 먹음 속이 쓰려~ㅜㅜ
댓글 읽다가 나는 무슨 파일까? 🤔
생각해봤는데 전 살짝 안티 섹스파인 것 같아요. 근데 결혼은 했고??
결혼 해 보니 안티 섹스파인 걸 알겠더라는~???ㅋㅋㅋ
남편한테 우리 플라토닉 러브 안되겠니? 했다가 욕 바가지로 얻어먹고 있는...ㅋㅋㅋ
내 친구들이 이런 나를 욕하는데 나는 그게 또 이해가 안가는? 아니 왜????
제 주변에 안티 섹스파 주부 몇 명 있거든요.
뭐 그렇고 그렇네요^^;;;
아...나도 tmi다!!! ㅋㅋㅋ
그래서인지? 사람하고의 섹스도 별로인데, 동물들이랑?? 아...😵‍💫🤦‍♀️ 어젠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네요?

하룻밤 자고 나도 과연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 100% 일 것인가? 의심이 더욱 한가득!!!!ㅋㅋㅋ

공쟝쟝 2023-01-14 21:13   좋아요 1 | URL
저는 동물이랑은 될 것 같았어요... 인간이랑은 안되도….. 웅웅. 잘 챙겨 먹어야죠. 나무님 무리해서 안티 섹스 하지 말구요…. 섹스와 상관 없이 좋은 대화 많이하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그렇게 살아요~ 우리 ㅎㅎㅎ

2023-01-14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4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러웨이 선언문 - 인간과 동물과 사이보그에 관한 전복적 사유
도나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 옮김 / 책세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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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서 떨어져 나온 인간의 신성모독에 대한 신성모독. “망가진 행성”에서 “죽을 운명”인 지금의 인류에게 꼭 필요한 인식론, 관계론. 신이 되려는 총체성과 전체론을 버리고 소중한 타자(반려종)와 연결되기 위해 종으로서의 인간의 자기애적 투사를 거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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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1-13 2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동물성애(;;;)책을 기다리며 읽다만 대화 부분이랑 <반려종 선언>부분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해러웨이가 꽤나 독실한 신앙생활을 했다는 것에서 뭔가 번뜩 했는 데… 암튼 *말씀이 육신되어*라는 말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싶고 (알듯 말듯 모르겠음)
인공지능은 절대로 인간을 추월할 수 없다는 걸 새삼 확신했다(딥러닝 어쩌고 겁주는 담론은 그냥 돈을 벌기 위해 고안한 장치일 뿐). 우리의 몸은 지구의 총체. 감히 인간 문명 따위가. 뭐, 이런 결론.
<반려종 선언>의 마지막 문장은 *다시 한번 메타플라즘. 이 말은 필멸의 자연 문화속에 육신으로 만들어져있다.*인데. 일단은 내 방식대로 이해한다. 몸. 내 몸. 몸. 언어. 말. 몸.

잠자냥 2023-01-14 01:38   좋아요 2 | URL
응 나도 동물성애 읽기 전에 해러웨이 떠올렸는데 그거 아닌 거 같앜ㅋㅋㅋㅋㅋ ㅠㅠ

공쟝쟝 2023-01-14 01:40   좋아요 1 | URL
두시에 자려고 햇는데 꿈자리 뒤숭숭해질거 같아서 지금 ㅋㅋㅋㅋㅋ 고민 중예욧 ㅋㅋㅋㅋㅋㅋ 내일 읽자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3 2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두 권 읽어서 미리 두 권 샀... (반칙이냐?ㅋㅋㅋㅋㅋ)

은오 2023-01-1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쟝님 이거... 많이 어렵나요?

은오 2023-01-14 00:07   좋아요 1 | URL
저 이거랑 종과 종이 만날때 고민중인데, 뭐부터 읽는게 좋을지 흐음 🤔

공쟝쟝 2023-01-14 01:30   좋아요 1 | URL
시간 순으로 따지면 이게 먼저예요! 해러웨이 좀 어렵긴 하지만 읽기에 따라서는 쉬울 수도 있어요! 일단 <한장의 잎사귀>라는 책을 추천하는 데요 ㅋㅋㅋㅋ 걘 나도 안 읽음 ㅋㅋㅋㅋ

잠자냥 2023-01-14 01:40   좋아요 2 | URL
난 한잔의 잎사귀 ㅋㅋㅋㅋㅋ 아 오타 왜 이따구야 ㅋㅋㅋㅋㅋ 읽었는데 나머지를 안 읽었으니 섹쟝쟝과 변자냥의 뇌를 스캔 후 결론 내려서 읽기 순서를 정하세요.

공쟝쟝 2023-01-14 01:45   좋아요 1 | URL
변자냥 한잔 중 같은뎈ㅋㅋㅋㅋ

은오 2023-01-14 01:45   좋아요 0 | URL
한잔의 잎사귀는 단순오타가 아니라 변자냥님의 혈중알콜농도를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마침 토요일이네요? 정말 의심스럽군요.

아니 근데 답변이ㅋㅋㅋ쟝님은 추천하는걸 안읽었고 냥님은 다른걸 안읽었고 도움잌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4 01:4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장 - 선언문 - 종과 종 입니다

은오 2023-01-14 01:51   좋아요 0 | URL
오케오케 한잔의잎사귀가 입문이군요

잠자냥 2023-01-14 01:54   좋아요 0 | URL
한잔은 아니고 열잔의 잎사귀
 
부서진 우울의 말들 - 그리고 기록들
에바 메이어르 지음, 김정은 옮김 / 까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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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근사한 짙은 안개가 종일 뒤덮인 날이었고 오늘치 걸음을 걷고 돌아오니 머리카락에 안개가 방울 방울 맺혀있었다. “(68)말하고 싶은 것을 결코 정확히 말할 수 없다는 점은 언어의 아름다움이자 어려움이다. 우리의 말은 언제나 과하거나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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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1-13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머리카락에 안개가 방울 방울 맺혀있었다 - 장쟝님 시인이시군요!

공쟝쟝 2023-01-13 22:28   좋아요 2 | URL
부서진 우울의 말들이 제게 묻힌 느낌을 표현해보았습니닼ㅋㅋㅋㅋㅋ 시 안읽어욬ㅋㅋㅋㅋ

잠자냥 2023-01-14 0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세먼지 아닌가요

공쟝쟝 2023-01-14 01:46   좋아요 1 | URL
송골송골 물방울들이 맺혀있었다네… 내 감송… 돌려내요….
 
나는 이렇게 사랑한다
다시, 정희진.

잠자냥 님 글을 가져와 엮인 글을 쓴다. 잠자냥한테 대차게 차여서 슬픈 이야기(!)는 아니다. 감사하게도 잠자냥님이 쭉 정리해오신 희진 샘의 강연 맥락을 읽어보니 어제의 강연과 오늘의 오디오 매거진이란 내가 읽어온 정희진이 내던지는 일종의 출사표(?)처럼 느껴지는 바(매문이 아니라 매거진!!이라니🫢), 사실 나는 어제 정희진 선생님의 강연을 처음 들어보았고 그 느낌은… 뭐랄까… 충격이었다. 


선생님은… 너무… 사랑스러운 사람이셨어🥹 게다가 선생님은 대(민)머리셨어 (으하하하하하!!!) 내 마음에 이미 들어와 있었던 첫 번째 대머리… 그 이름 정희진. (공쟝쟝 인생에서 소화할 대머리 3명/정희진,푸코,닉혼비/은 이제 끝났습니다. 대머리 사랑 용량 초과 초과입니다!) 


암튼, 요청을 받은 건 아니지만 잠냥님 글을 읽어보니 어제 내가 읽고 들은 내용을 소화시켜 나만의 맥락으로 정리하고 다짐하는 글을 써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잠자냥님의 강연 정리 글 👉🏻 https://blog.aladin.co.kr/socker/14257707  

그리고 2017년의 강연 ~ 2023년의 강연 사이에는 팬데믹이 있었다. 


어제의 강연에서 정희진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인류사에서 중요한 전환의 지점이 1. 동서양의 만남  2. 자본주의의 대두 3. 플랫폼 자본주의 라고 하셨다.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중요한 건 3번이다. 선생님은 스마트폰을 하지 않으시고, 인터넷도 오직 이메일만 사용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내겐 그것이 선생님을 존경하면서도 멀게 느끼는 지점으로 작용했었다. (요즘 시대에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능력이다. 나의 경우 없으면 먹고살 수 없다. 스마트폰은 서양남이 만든 기술 문명과 자본주의의 총체라고 생각해서 환멸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몸이라는 걸 넘나 잘 알고 있어서ㅋㅋ 잘 조절하고 다루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샘이 놀랍게도 “만들어진 기술은 없어지지 않고 무조건 반대나 외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문명(강연의 부제는 매체와 몸이었다), 즉 매체(미디어, 몸의 확장)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셨기 때문에 좀 안심하게 되었달까. 팬데믹 시대를 맞이하여 강연이 줄었던 희진샘이 줌도 하시고 오디오 매거진도 하시고 ㅋㅋㅋㅋ 암튼 몸의 확장을 활용하시기로(?) 맘을 먹으셨나 보다. 무리는 하지 않으셨음 좋겠는 데 또 오디오로 만나니까 나는 넘 좋고 그래요. 쌤.


어쨌든 나 역시 선생님의 강의 내용에 동의한다. 세상은 나빠질 것이다. 더 나빠질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나빠지기 싫다. 그러니까 공부를 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어하는 공부가 선생님이 하자고 하는 공부인 것 같아서 난 좀 뿌듯하기도 하다. 내 공부는 그건. 난 나에게 질문을 할 것이다. 내 질문을 없애지 않을 거다. 뭐 이런 걸 다 묻나 싶은 것을 계속해서 나한테 더 물을 거다. 읽을 거다. 쓸 거다. 좋은 독자가 되고 싶다. 내가 더 나빠지지 않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이랑 같이하면 좋겠지만 같이 못해도 상관없다. 그냥 나는 한다.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는 만큼. 못하겠으면? 안 하면 된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이게 공부가 업인 사람과 공부가 취미인 사람의 차이인 것 같아서 난 좀 좋은데… 그런데 취미라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꽤 많이 진지하다. 흠. 난 좀 그래.


그러니까 앎비앎. 앎을 비워내는 앎.을 하자고 이웃 ㄷ님과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작년 여름이었다. 누가 더 정희진 선생님을 좋아하는지 겨뤄보자고 몇 마디 나누다 말고 나는 ㄷ님께 졌다. ㄷ님은 희진샘이 사랑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계시더라고🤪 나는 그러하지 못했다 ㅋㅋㅋㅋ 정희진 샘 글 나만 읽고 싶은 욕망을 사실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근데 이건 선생님도 그랬다고 하셨닼ㅋㅋㅋㅋ ). 


하지만 이번엔 진짜로 희진샘한테 배운 사람답게(?) 나의 공부를 공유하도록 하겠다. 바로 이 문장이다.



“(148) 세상에는 진실도 객관도 사실도 없다. 그것으로 작품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을 뿐이다. *보이는 세계에 대한 확신과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만이 위험하다.*(...) 본 것이 지식으로 자리 잡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앎은 기존의 앎을 비워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150) 앎이 내가 본 것과 안 본 것 사이에서 정해지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 자신이 본 것만이 진실이라고 싸우기 쉽다. 전체도 부분도 없다. *앎의 범위를 아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인정*하고, 내가 지금 어디에서 말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상이 앎이요, 삶이어야 한다.”

“(24) 주체의 말이 상대화되고 부분화 될 때 대상도 여러 모습으로 달리 보일 것이다. 이렇게 부분적 관점은 대상에 관한 이야기를 더 개방할 수 있고 더 다양하게 말할 수 있다 물론 이건 상대주의가 아니다. 상대주의와 반대다. *상대주의는 인식자의 위치, 부분성에 관한 인식이 전혀 없다*. 부분적 관점은 모두들 똑같이 ‘여럿 중의 하나’라고 보는 탈정치가 아니다. 자기 입장의 사회성과 정치학을 분명히 하면서, 인식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실천이다. 인식 대상에 대해 말하기 전에, 말하는 자신에 대한 사회적 신원, 위치, 체현을 밝혀야 한다. 다시 강조하면, 본디 말하기, 글쓰기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쓰는 것이다.”


멀리 해러웨이까지 다녀올 필요는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글들은 페미니즘을 우리가 함께 읽고 쓰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와닿아하며 읽지는 못했을 문장이다. 


GDP에는 포함되지도 않는 무급 가사노동, 부불 재생산 노동을 하는 전업주부인 ㄷ언니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계산되지 않는 노동*을 하는 사람이다. 언니는 페미니즘을 읽는 것이 자신의 삶의 대부분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낀 적이 많았지만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가부장제 자본주의는 여성의 재생산 노동을 폭력적으로 ‘자연화’했다. 자연화된 노동에 ‘돌봄 노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한쪽 성별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하는 방향으로 동시에 그 가치를 재편성하자는 움직임은 페미니즘이 없었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강남역 페미사이드보다는 미투 운동에 훨씬 충격을 받았고, 내가 당해왔던 잊어버리고 살려고 했던 많은 일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일상 생활이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말하지 않는다고 없는 일이 아니게 된다는 것을 아프게 알게 되었다. 이후에 N번 방을 거치면서는 내가 *‘안 본 것’도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스마트폰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 내게 보이지 않는 다고 없는 일이 아니며 내가 본 것이 다도 아니라는 사실을 좀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억압되거나 해방(?)되거나와 상관없이 남성중심 사회에서 대상화되고 거래된다. 그건 사회적 일탈이 아니라 규범이었다. 안다는 건 확실히 상처받는 일이다.


우리는 알라딘 서재에서 서로 다른 책을 읽다가 만났고 어쩌다 보니 페미니즘 책을 5년째 함께 읽고 있다. 나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뇌피셜 리뷰를 주렁주렁 쓴다. (언제나 시간 빈곤에 시달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탈자도 체크 안 하고 그냥 막 주렁주렁 쓴다) 그러면 ㄷ님은 조용히 먼 댓글(트랙백이라는 기능을 ㄷ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을 달아서 자신의 경험에서 해석된 다른 이야기를 단정하게 정리해서 써주신다. (알라딘에는 자기가 쓴 글 자기가 공유하기라는 훌륭한 문화ㅋ가 있는 데… ㄷ님도 그런 문화에 한 몫하고 계신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나는 “아, 몰랐구나” 하는 걸 알게 될 때가 좀 많았다. 이런 날들이 쌓여서 나는 그와 친구가 되었다. 실제로 만나서 가끔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 좀 쑥스러운 말이지만 나는… 앞으로의 내가 겪을 수 없을(?) 경험을 공유해주면서 나의 앎을 풍부하게 만드는 이 우정에 매우 만족한다.


“(16) 영화를 보고 인상적인 장면이나 생각하는 주제가 모두 똑같다면? 그런 인생, 그런 세상을 원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아니, 같은 감상은 불가능하다. 감상이 비슷하다면 우리는 획일화된 ‘OO주의’나 지배적인 통념에 갇힌 사회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사회 구성원에게 환원주의나 전체주의가 강요되거나 우리 스스로 그것을 선택한다면, 그런 상황만큼 두려운 세계도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의 몸이 똑같은 방식으로 텍스트와 접속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몸의 개별성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다행스러움이 실현되려면, 각자 다르게 접속한 방식을 드러내야 한다.”


정희진 샘의 이 책을 읽다가 “앎은 기존의 앎을 비워내는 작업”이라는 문장이 그동안 우리가 알라딘에서 쓰고 주고 받은 글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텍스트를 읽고 다른 감상을 내놓고 다른 앎에 도달하고 기존의 앎을 비운다. 그것은 같아지기 위함이나 반박, 경쟁이 아니라 다른 몸이 겪어낸 다른 세상과 지식을 알고 배우는 ‘기쁨’이었다. 


책을 다 읽고 이 책을 가장 좋아한다는 ㄷ님께 정중하게 부탁했었다. ㄷ님, 우리 그거 해요. 앎비앎 친구. 나 ㄷ님이랑 하는 게 앎비앎인 것 같거든요. 우리가 진짜 공부하는 사람들은 아니니까(걍 알라딘 서재하는 사람들ㅋㅋㅋ) 솔직히 아는 거 비우기 너무 쉽고 안 아까운 건 사실이자나요. 우린 앎비앎 하기 제일 쉬운 위치성을 가지고 있음!!! 게다가 지적 열망은 또 너무 거대하고요??!! (결여는 갈망, 욕망을 낳는다 ㅋㅋㅋㅋ) 당연한 결론이지만 ㄷ님은 흔쾌히 승낙하셨다. 말이 앎비앎 친구지 사실 걍 희진샘 팬클럽(?) 같은 거라서 ㅋㅋㅋㅋㅋ 어제는 자연스럽게 정희진 샘의 강연을 함께 들으러 갔는 데… 

그대, 잠자냥을 알아봐 놓고 나한테 말 안해준 건 너무 했네요. 정말. 단.발.머.리님!!!!😔


그렇다. 알라딘 서재의 단발머리님은 나의 앎비앎 친구다. 우리의 목표(사실 이건 나의 목표)는 너무 치열하지 않게 알라딘에서 읽고 쓰는 것인데ㅋㅋㅋ 치열해지면 앎을 비워내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ㅋㅋㅋㅋㅋ 뭐 근데 스스로 생각했을 때는 아무리 치열해도 ㅜㅜ 내 앎은 일주일이 지나면 다 휘발됨 ㅋㅋㅋㅋ 이미 비워져 있는 앎ㅋㅋㅋㅋ  앎비앎 아님 이비앎임 ㅋㅋㅋ 아무튼 단발님과 나는 오래오래 여기서 읽고 쓰는 친구가 되기로 했다. 너무 치열해지면 반칙이어서 중간에 아.아도 마시고 바닐라 라테도 마시고 쉬엄쉬엄 개미도 보고 나무도 보고… 가긴 가는데 어디로 가는지 알 수는 없다. 나는 NFT책을 읽으면 단발머리님은 인간 의식의 기원을 찾는 책을 읽는 뭐 그런 식ㅋㅋㅋ 그런데 어제 강연을 듣고 나니… 이런 우리들이야 말로 이러한 시대…에 ‘죄의식 없는 즐거움’을 누리는 넘나 훌.륭.한. 존재들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런데, 친구란 얼마나 내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 오늘 서재에 가보니 단발님은 <전체주의의 기원>을 읽고 계신다. 나는 그러면 또 막 자부심이 돋아나. 나 정말. 친구의 지적 성장은 나의 성장. 친구의 개 멋져버림은 나의 멋져버림. 그렇다. 아직 자아가 굳건하지 못한 나(라고 쓰고 철면피를 깔지 못한이라고 읽는닼ㅋㅋㅋ)는 다락방님처럼 *나뽕*이 차오르는 게 아니라 *우정 뽕*이 차오르는 ㅋㅋㅋㅋ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참 우정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요?ㅋㅋㅋ


말 나온 김에 친구 자랑 한번 더 하자면… 내 생각엔 독서의 넓이로 치자면 알라딘에서 최고의 넓이를 자랑하는 (깊이는 잘 모르겠닼ㅋㅋㅋㅋㅋ) 내 앎비앎 친구는 책장 한편에는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를 갖춰놓고, 영어로 <섹스할 권리>를 읽으시며, 최근 ‘식인종’ 연구에 착수 하셨다고 한ㄷ… 님… 어디로 갈지 아무리 모른다고 하지만 대체 어디까지 가실건가요? 너무 멀리 가시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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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추앙과 우정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1-11 12:47 
    강연 가서 맨 앞자리에 앉는 것을 꺼리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맨 앞에, 맨 먼저를 꺼리지 않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강연 20분 전쯤이었는데 팟빵홀 강연장에 사람들이 많이 도착하기 전이어서 어디든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쟝쟝님이 맨 앞줄, 정 가운데 자리에 앉자고 했을 때 속으로는 좀 망설여졌다. 맨 앞줄, 가운데 자리여서가 아니고. 아니고. 둘째 줄에 앉아야 선생님과 눈높이가 딱! 맞을 텐데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선생님과
 
 
건수하 2023-01-11 0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앎비앎이 궁금했는데 뜻을 이제 알았네요 :) 참 좋은 뜻!

(근데 겨우 알게 됐는데 비우는 거 좀 아깝다며...;;)

잠자냥 2023-01-11 08:4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공감합니다

공쟝쟝 2023-01-11 08:44   좋아요 1 | URL
수하님 ㅋㅋㅋ 코로나후유증 관리 잘해요..! 읽은 거 아까워 하묜 안대요 ㅋㅋㅋ 빨리 비우ㅓ영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1-11 0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쟝님 앎비앎 친구분 제3의 눈 부분에서 관찰력과 직관력까지 갖추신 면모에서 감탄했어요.
읽기만 하시는 게 아니라 그걸 삶에서도 적용?하시는 것 같아요. 친구 잘 만나셨어요ㅋㅋㅋ 많이 배우고 감탄할 부분이 많을 것 같으니(이건 저의 감입니다ㅋㅋ) 자주 얘기하고, 자주 만나세요^^
제3의 눈으로 감지하고도 말씀 안하신 건, 두 분을 위한 배려?가 아녔을까, 싶어요.^^;;
근데 그날, 제 친구도 만나셨죠?
또다른 멋진 친구분!!ㅋㅋㅋ
그분도 가까이 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프랑스 육고님도 잘 달래서 꼭 만나보세요.
와...공쟝님 주변엔 배울 점이 많은 친구분들 바글바글하네요? 부럽습니다^^

희진샘 강연 이런 게 처음이어 매거진도 어떻게 신청하고 어떻게 듣는지 몰라 한참 헤매다 겨우 신청하고, 처음 들었거든요.
전 조금 깜놀했어요!
목소리가 너무나 경쾌하고, 잘 웃으시고, 마치 옆집 언니같은 느낌???ㅋㅋㅋ
친근하게 말씀하시면서 듣는 사람을 여기 저기 막 끌고 다니시는 느낌? 직접 듣는다면 정말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튼 전 매거진 들으면서 넘 웃겨서ㅋㅋㅋ....샘은 문명화 기계에 최적화 된 분이셨어요.ㅋㅋㅋ
암튼 강연 다녀오시느라 수고 많았어요^^

공쟝쟝 2023-01-11 09:42   좋아요 1 | URL
ㅎㅎㅋㅋㅋㅋㅋ 문명화된 기계가 좋아하는 샘 ㅋㅋㅋ 다른 멋진 친구분도 만났습니다. 다정하게 딸과 오셨더라고요 💕 넘나 멋진 모녀 여성연대 아닙니까? 참참 책 나무님도 제게 참 스승인거 아시됴?? (수줍)

잠자냥 2023-01-11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그러고 보니 쟝쟝의 대머리 사랑을 위해! ㅋㅋㅋㅋ 쟝의 대머리들 다들 한 지성하네요. ㅋㅋㅋ 닉이 좀 떨어지는 거 같긴하지만 ㅋㅋㅋㅋ

그나저나 희진쌤 강연에서 더 많은 사유를 엮어낸 듯합니다. 단발머리 아닌 단발머리 님과의 그 앎비앎 응원하고요,,,

근데 ㄷ님은 제가 저인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막 아우라가 느껴졌나? ㅋㅋㅋㅋㅋ 나 잠자냥 같이 생겼어요? 내 주위에 막 털 날렸어요? ㅋㅋㅋㅋㅋㅋ (제가 그 위치 사진 올리지 않았으면 몰랐겠쥬?)

공쟝쟝 2023-01-11 08:50   좋아요 2 | URL
잠자냥냥님도 여기서 앎비앎 중이시않습니까? 남의 지갑을 비우게 하는 지비앎 공부 ㅋㅋㅋㅋ 저는 잘 모르는데 (사람에 대해서 만큼은 어떤 촉도 없음) 단발님은 하늘에게 선택당하신 분인 거 아닐까요?ㅋㅋㅋㅋㅋ 촉 단발 ㅋㅋㅋㅋ 촉수사유??

독서괭 2023-01-11 14:54   좋아요 2 | URL
육고쯤 되면 고양이털은 기본으로 달고 다니실 것 같은데요 ㅋㅋㅋ 털 알러지 있는 사람의 레이더망에는 쉽게 걸리실 듯 ㅋㅋ 단발님 촉이 좋으신가 봅니다. 앞으로 몸 조심해야겠다..(?)

라파엘 2023-01-11 09: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잠자냥님과 마찬가지로 단발머리님의 헤어스타일이 단발이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그렇다면 단발머리의 의미는 단정한 발문을 만들어내는 머리를 의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ㅎㅎ

공쟝쟝 2023-01-11 09:2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희진샘 어제 강연에 털 이야기를 하세요 ㅋㅋㅋㅋ 서양남 지식인들의 권위는 털로 상징되서 ㅋㅋㅋ 우리 사회 지식인들도 권위를 위해서인지 털을 기른다고 ㅋㅋㅋㅋㅋ 단발 머리님은 저 때문에 대머리는 못하시니까 절제된 지식의 실천과 부분적 앎의 메타포로서 아이디를 단.발.머리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2 입니다.

은오 2023-01-11 20:25   좋아요 2 | URL
라파엘님 장인 진짜 컨셉이었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정한 발문부터 양자역학까짘ㅋㅋㅋㅋ원래 이런걸 즐기는 사람이었어...특이한 캐릭터다...

공쟝쟝 2023-01-11 20:52   좋아요 2 | URL
은오님 이분 가끔 나타나서… 논문 알려주실 때도 있음…. ㅋㅋㅋㅋ 잠깐 의심했는 데 알라딘 직원이나 책추천 봇은 아닌 걸로 밝혀졌어요ㅋㅋㅋㅋ 주로 방학때 활발하게 출몰(?)하시고 제게 눈치껏 배운 (다잠공 마스터 하라고 알려드림) 개그력이 높아지고 있어 꽤나 드문 중년의 성장캐로 사료됩니다. 하지만 20대 은오님의 습득력이 한 만배쯤 빨랐어요 ㅋㅋㅋㅋㅋ

은오 2023-01-11 20:56   좋아요 1 | URL
아, 재밌다ㅋㅋㅋㅋㅋㅋㅋ근데 쟝님 제가 중년의 성장캐 라파엘님보다 습득력이 빠르다지만 다잠공은 뭔지 모르겠습니다...

공쟝쟝 2023-01-11 20:57   좋아요 2 | URL
개그 배우고 싶어하시길래 다락방 잠자냥 공쟝쟝 글을 읽으라고 (내 입으로….) … 알잖아요… 글로 웃기는 거 ㅋㅋㅋ 그거 최고난도의 지성미거든요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1-11 21:00   좋아요 2 | URL
물론 라파엘님이 개그를 배우고 싶어한다는 것은 저의 추측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런부류(?)의 사람들이 가장 신기해 하는게 글로 웃기는 거라는 걸 난 알지 ㅋㅋㅋㅋㅋ 😏

은오 2023-01-11 21:05   좋아요 2 | URL
쟝님도 본인 웃긴 거 잘 아는구나ㅋㅋㅋㅋㅋ제가 쟝님이 제일 웃기다고 했죠? 😘 그와중에 라파엘님은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하셨고ㅋㅋㅋ성장캐 맞닼ㅋㅋㅋ

은오 2023-01-11 21:10   좋아요 1 | URL
아, 그리고 제 습득력의 8할은 쟝쟝님의 내리사랑이 만든겁니다 ㅋㅋㅋㅋㅋ 💕

라파엘 2023-01-11 21:12   좋아요 1 | URL
쟝님이 알려주신대로 잘 배우고 있어요!! 다잠공 댓글은 꼭 읽어보고, 특히 자냥님 댓글은 세번씩 읽어보고!!! 😃 근데, 중년의 성장캐라니, 칭찬인 듯 하면서도 뭔가 슬픈 느낌이다... 😭

공쟝쟝 2023-01-11 21:17   좋아요 2 | URL
은오//그러니까 난 내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데… 나 은오님한테도 먹힌 거(?) 맞죠? 🤭 20대에도 어필해버리다니 ㅋㅋㅋ 세대를 거스르는 이놈의 인기란😮‍💨ㅋㅋㅋㅋ
라파엘// 함께 늙어가는 처지에 허허허 슬퍼하고 그러지 맙시다요 ㅋㅋㅋㅋ 암튼 은오님이 와서 나도 부담스런 mz대표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

은오 2023-01-11 21:21   좋아요 2 | URL
먹힌 정도가 아니라 초면에 입벌려서 제대로 먹인 수준ㅋㅋㅋㅋㅋㅋ쟝님에 대한 내 사랑을 댓글따위로는 다 표현할 수가 없어 답답할뿐......

라파엘 2023-01-11 21:27   좋아요 1 | URL
쟝님은 MZ상왕으로 등극!! 👍👍 은오님, 알라딘에서는 댓글 이상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선물하기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

공쟝쟝 2023-01-11 21:2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안그래도 아까 <장인> 책 선물 받아버림 ㅋㅋㅋㅋ 참인간 공쟝쟝인… 여기서 더 똑똑해지면 어떡하죠? ㅠㅠㅠ 나 너무 걱정돼 ㅠㅠㅠ 난 어디로 가는 걸까 ㅠㅠㅠ

은오 2023-01-12 02:18   좋아요 2 | URL
라파엘님덕에 새로운걸 알아따!! 아니 나는 서로 책선물하길래 다들 주소를 깐 사이인가...했는데 지금 보니까 서재 입력으로 되는군요ㅋㅋㅋㅋㅋㅋ접수완료😆

독서괭 2023-01-11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닛, 실연당한 아픔을 견디고 꿋꿋이 앎(비앎)을 향해 나아가는 그대,..멋집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앎비앎이 그런 뜻이었군요. 정희진쌤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내용이었어. 부럽습니다. 저도 올해 목록에 있으니까 읽을 거여요 ㅎㅎ
앏비앎이 아니라 이비앎이라는 부분에서 빵터지고 ㅋㅋ (깊이는 잘 모르겠닼ㅋㅋㅋ) 부분에서 또 빵~ ㅋㅋㅋㅋ
좋을 글 고맙습니다^^

2023-01-11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2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2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기, 누가 인간인가?

어떤 사람들은 삶이 공허하다고 하는 데, 나에게 삶은 기본적으로 무거운 것이었다. 어렴풋이 이유를 짐작하긴 하는 데 암튼 무겁다. 요즘은 정말 많이 가벼워졌다. 나는 읽고 쓰면서 스스로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계선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홀가분해짐을 느낀다. 


그리하여

- 왜 사느냐, 삶에 의미가 있느냐 라는 말은 내게

- 왜 글을 읽고 쓰느냐 는 말과 좀 비슷해지고 말았다. 


나는 읽는 게 재밌고, 즐거워요… 좀 살살 읽어요. 라고 앎비앎 친구는 말해줬다. 그러려고 해요. 라고 적으면서 엄청 울었다. 어떻게 살살이 돼요, 나는 안되는데. 나는 아닌데. 나는 아파서, 외로워서, 괴로워서 읽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책을 그렇게 읽을 수는 없고 그렇게 읽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페미니즘을 읽는 이유는 분명했다. 나는 복수하려고 읽었다. ‘그들’처럼은 살지 않겠다는 내 안의 어떤 의지가 있었다. 가능하면 뿌리 뽑고 싶었다. 방법을 알려주면 그걸 내가 할 수 있다면 기꺼이 따를 생각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장은 알 수 없으니 책 읽기가 시작이었다. 


책을 읽다가 어떤 증상들에 시달린다. 다루기에 따라서 수월하게 속일 수 있는 도구라고 여겼던 흰 배경에 박혀있을 뿐인 글씨들은 몸이라는 물리적인 신체에 작용하는 물성을 지닌 무엇이었다. 지행합일의 정도의 이해가 아니라 글씨들이 나를 해치는 지경에 이르고 난 뒤 퍼뜩 알게 되었다. 뿌리 뽑을 수 없다. 도려낼 수 없다. 내 안에도 그것들은 있고, 그것들은 시간을 내어 인식하지 않으면 무럭무럭 자라난다. 


그런데도 나는 그들처럼 살 수 없다. 그들은 내가 아니니까. 나는 그들과 같았던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정말 없다. 이해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기만이었다. 이유 - 의도 - 상황 - 조건이 ‘행함’을 정당화해 주지 않는다. ‘당함’역시 마찬가지다. ‘당함’만으로 정당화 되지 않는다. 거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하는 질문에 해당 인간이 기준점으로 삼아야할 윤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 의지? (어렴풋이 써본다. 맞는 개념인지는 모르겠다.) 그런 것이 있다. 


다 그렇게 사는 거야. 다들 그러고 사는 거야. 에 대항하는 나는 그들과 다르구나,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겠구나 하는 감각은 언제나 희미했던 나에게 어떤 형체를 부여해주었다. 이것이 이를테면 ‘자아’라는 것일까. 나는 자아가 견고하지 않은 종류의 인간이었고, 지금 역시 견고하지 않은 편에 속한다. 선. 선을 지키는 게 좋아. 라고 말하는 내가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선. 선이 무엇인지. 어쨌든 선을 긋고 있다. 그어가고 있다. 읽고 쓰면서.  


리베카 솔닛의 에세이에 “고통에도 목적이 있다”는 문장. 내가 고통을 감각하지 못한다면 나는 나를 지킬 수 없어져 결국 와해되고 말거라는. 내가 고통을 감각하는 경계. 경계. 경계. 왜 그게 아팠는지를 나에게 묻곤했다. 어쨌든 달랐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내가 감각하는 고통은 사람들이 감각하는 고통과는 달랐다. 그리고 어떤 고통은 참으면 안되는 거였다.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가. 어느 순간부터 참을 수 없었기에 나는 나를 망치기 시작했는가. 이미 정치적으로 해석되어 고통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한 어떤 고통들을 다 그렇게 사는거야 참고 견뎌보려고 했기에 나 자신이 와해되었던 그 지점. 이 만큼 살아내지 않았으면 몰랐을.


나는 복수하고 싶었다. 세상에 말해지지 않은 것들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을… 나 자신만이라도 이해가능한 말들로 바꾸면 그것들은 온전한 것이 되었다. 언어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소통의 의무를 느끼지만, 어쩌면 소통은 필요 없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말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다치지 않는 말.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말. 나에게 참지 않아도 됨을 독려하는 언어들을 주입한다. 가끔은 손가락 하나 들 여력없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삶이 꿈틀. 조금씩 살고 싶어질 때가 있고. 그럴 수록 가벼워진다. 


나는 복수하고 있다. 여전히 복수 중 이다. 그런데 내가 택한 이 복수 방법이 좀 이상하다. 읽고 쓸 수록 나 자신은 선명해지는 데, 복수의 대상들은 희미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그들은 분명 한 명 한 명의 인간이었는 데, 형체가 흩어져서 안개처럼 뿌옇고 공기중에 뿌려져 서걱이며 흡입된다. 이젠 그들이 ‘그것’들…이 된 것 같다. 나는 종종 그것들을 어떤 언어와 개념에 가둬 뭉뚱그려 묻어버리고 싶다는 영원히 기어 올라오지 못하는 심연 같은 곳에 처박아 버리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다. 그런데 아마 그렇게는 못할 것이다. 나는 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백하고 가학적인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동은은 복수를 위해 17년을 살아왔다. 드라마의 초반은 학대당한 피해자가 스토커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나는 왜 그랬어, 왜 그랬니, 왜 나한테 그랬니, 왜 나여야 했니, 왜 아직도, 가해자 집단이 선사한 폭력보다 더 오랜기간 자신을 고통 속에 가두는 동은(송혜교)을, 가해자 그 자신들보다 더 그들을 잘 알게 되어 버리는 동은을 좀 이해할 수 있다.


너는 그들보다 더 나은 사람일텐데, 꼭 복수 해야하겠느냐고. 복수가 끝나면 너 역시 폐허일 뿐일텐데 잊고, 지금 나랑 행복해지면 되지 않느냐는 남자 주인공(이도현)의 질문에 동은이 이런 종류의 대답을 한다. 


- 근데 선배 난 왕자가 아니라 나랑 같이 칼춤 춰줄 망나니가 필요해요. 

- 돌아가요, 난 분노와 악에 더 성실하고 싶거든요. 


비록 <더 글로리>는 복수에 써야할 내 소중한 시간을 순.삭.하며 시즌 1에서 끝나버렸지만ㅋㅋㅋ 할 말이 좀 정말 많은 데, 일단 이 정도. 드라마가 피해자를 그려내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지만 김은숙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악’이 좀 더 맘에 들었다. (그리고 남자주인공 이라는 *판타지*도. 아, 그런데 얼굴이 이도현이라니. 이 판타지에선 깨어나고 싶지 않닼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 내가 이해해온 인간의 모습과 많이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 심연 따위는 없는 악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피해자들의 자기 치유를 위한 일시적인 연대는 아마 영광없이 끝날테지만, 여기서 이렇게 끝내는 건 반칙이잖아요. 3월아~ 빨리 와라. 현기증 나 진짜. 


이 글은 나의 앎비앎 친구의 질문(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239708)에 트랙백을 달기 위해 썼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의 어려움. 그것이 보통의 임상 심리학이 말하는 어떤 신경증적인 형태로 나타나기 보다는… 나 자신에게는 분리되는 것의 어려움. 혹은 사랑하는 것들과 헤어지는 일. 또는 자아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 싶어짐. 그냥 통째로 함입되어서 그 사람(들)이고 싶음일 때가 있었노라고. 그건. 여성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내가 시골 사람이라서 그랬던 건 아닐까. 라는 질문을 언니에게 했었다. 삶의 특정 어느 시기의 자아없음을 지금은 퇴행으로 인식하지만. 나는 꼭 사람에게 자아라는 것이 있어야 하는 가 하는 질문을 아직은 없애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야만인에 좀 이입할 수 있다. 야만. 야만인. 



왜 자신에게 삶보다 복수가 중요한지를 설명하기 위해 온 몸의 흉터 자국을 드러내는 동은에게 이도현이 “그건 흉터가 아니라 상처예요”라고 말했을 때 침을 꼴깍 삼켰다. (김은숙은 정말 로맨스 천재다!) 내 생각에 동은이 상처를 드러내는 것은 (그 자신은 모르겠지만) 사랑한다는 고백이거나 사랑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도.

함께 칼춤을 춰줄 망나니들이 필요하고. 

아직. 복수는. 진행. 중. 이니까. 


아 참. 혹시나 해서 글로리에 과몰입한 내가 송혜교에게 이입했다고 생각하진 마세요. 제가 굳이 이입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줌마(염혜란) 분. 그녀가 한 명대사가 있다. 이 대사도 정말... 후... 김은숙 천재세요?


- 난 매맞지만 명랑한 년이에요ㅋㅋㅋㅋㅋ


덧붙임1. 쓰고보니 은오님 글(https://blog.aladin.co.kr/751596223/14242028)에 단 댓글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서 트랙백 하나 더 걸어둔다! ㅋㅋㅋ

덧붙임2. 나의 남자 연예인 보는 눈은 정말 별로다. 촉이즈 싸이언쓰..ㅋㅋㅋ 이도현이 부디 조신하게 삶을 살아 무사하게 연예인 생활을 마감할 수 있기를... 하지만... 와따시는 연예인에 한해서는... 마약범과 강간범을 좋아하는 눈을 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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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더 글로리] 복수는 알겠는 데 소중한 건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3-03-12 20:50 
    어제 하루는 캄보디아 맥주를 마시며, 로제 떡볶이 국물에 교촌 허니 순살을 찍어먹으며(아. 너무 고급 져, 세상 가장 고급 진 메뉴 아닌가. 나는 성공한 인생이다🤤) 동생들과 <더 글로리> 파트2 정주행에 매진하였다. 다 끝내고 나니 심적으로 너무 지쳐서 급히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애꿎은 나의 파란색 스테들러 연필은 동생의 똥 머리 위에서 휘둘러지고, 자꾸 이렇게 굴면 정신과 의사 두 명을 섭외해서 널 가둬버리겠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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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0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곡 2023-01-12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딴 얘긴데 바둑 배우는 장면 검사외전에서 수사상 필요해서 정려원 딱밤 맞으며 이선균으로부터 고스톱 뱨우는거랑 넘나 비교됩니다 ㅋㅋㅋ

공쟝쟝 2023-01-12 19:14   좋아요 1 | URL
검사외전 ㅋㅋㅋ 책으로 읽었어요 ㅋㅋㅋ 근데 결국 김웅씨 ㅋㅋㅋ 검사더라고요 ㅋㅋㅋ 저는 스위트 홈에서 챠가운 이도현을 눈여겨 보다가 <더 글로리>에서 아주 례쁘게 나와서 힝 ❤️

서곡 2023-01-12 19:17   좋아요 1 | URL
책은 안봄요 김웅 ㄷㄷㄷ 스위트홈에서 완전 딴사람같아요 ㅇㅇ 안경낀얼굴 샤프해서 조아여

공쟝쟝 2023-01-12 19:20   좋아요 1 | URL
네 제가 냉미남 좋아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런 관상들이 대체로 약을 많이 합디다…? ㅋㅋㅋㅋㅋ

서곡 2023-01-12 1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데 명랑핫도그 댓글은 보셨나요??? ㅋㅋㅋ 저녁맛있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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