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투 원 발상법 - 어떻게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인가?
오마에 겐이치 지음, 이혜령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정말 많이 듣는다. 인문학이라는 게 결국은 콘텐츠다.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이 겉으로 포장된 것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껍데기만 갖고 사는 것은 내가 아닌 남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요즘 SBS의 저녁 프로그램을 보면 담당 PD나 기획사의 노력이 보이는 것 같다. 기존 케이블 방송이 제약이 크게 없이 많은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시청률 경쟁 속에서 SBS의 평일과 휴일 저녁 프로그램의 라인업이 돋보인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저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싶다. 최근에 나온 것 중에는 <내 방 안내서>라는 것이다. 프로그램 참여자 섭외도 그렇고 화면 구성도 그렇다. 약간은 다른 프로그램들과 비슷한 포맷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신선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내가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어떤 것을 만들어 볼까? 내가 PD라면 말이다. 나에게 방송 기획안을 하나 내보라고 하면 어떤 것으 낼 수 있을까. 인생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해야 한다고 하지만 때로는 기획이 필요하다. 잘 짜인 기획은 수익을 만들고 사람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잘못된 기획은 모두 다 일을 잃어버리게도 한다. 


"우리는 항상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거기에 멈춰 있으면 새로운 발상은 나오지 않는다. 고정관념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 또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기 쉽기 때문에 거기서 빠져나온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만 정보격차로 부를 얻을 수 있다."-61쪽 중


<제로 투 원 발상법>은 바로 정체된 사고를 좀 더 유연하고 세련되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과 기업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위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소개한다. 이것대로만 하면 다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어쨌든 우리가 하는 일의 공간으로 아이디어를 빌려와 볼 일이다. 


"내가 추천하는 발상법은 '이 상품을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는 '프로덕트 발상'이 아닌, 예를 들면 '5년 후에 거실은 어떻게 될까?' 같은 큰 그림을 그려보는 방법이다."-112쪽 중


저자 오마에 겐이치는 우리에게 갇힌 사고가 아니라 열린 사고를 하라고 말한다. 장사가 안 된다거나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면 보통 어떻게 하는가? 고정비나 인건비를 줄이려고 한다. 그게 제일 먼저 눈에 확 들어온다. 다른 방법은 없나?


"고정비를 줄여서 이익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가동하지 않았던 요일, 시간대에 가동하면 어떨지를 생각해보는 발상이 필요하다. 고정비는 바꿔 말하면 '자산'이다. 이를 놀리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늘릴 것이라면 내로 캐스팅이나 포인트 캐스팅으로 사용자를 불러들이는 편이 훨씬 낫다."-105쪽 중


작은 책 속에서 등장하는 당양한 기업들의 사례들은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정보 격차에 관한 내용은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결국 실행으로 옮긴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고 지배하지 않는가. 이 책에서는 저렴한 비용의 실력 있는 필리핀의 영어회화 교실이나 인도의 의료관광을 예로 들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 경제구조 속에서 살아남는 길은 결국 남과 다른 정책을 쓰는 것이다.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의 구조를 새로 개선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살펴야 한다. 새로운 트렌드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촉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매우 작은 현상(조짐)을 파악해, 그것을 내 안에서 '빨리 감기'해보는 것이다. '디지털 대륙 시대의 발상'에서 '5년 후의 생활-라이프 스타일을 상상하자'라고 했는데, 그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즉 빨리 감기를 했을 때 어떤 그림이 보이는가가 핵심이다."-134쪽 중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등장하는 기업들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빈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서비스들이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서비스는 어떤가. 관습과 규정에 묶여서 새로운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는지 살펴봐라. 카메라 기능 중에 보면 줌인 줌아웃 기능이 있다. 이렇듯 사물을 가까이 당겨보고 크게 보듯 세상의 흐름도 그렇게 보는 가운데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주제들이 짧게 짧게 이어진다. 구상력이 왜 필요한지 강조를 하는데 읽다 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발상의 목표 중 하나가 '구상'이다.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형상화하는 힘, 즉 '구상력'이 지금 필요한 사고능력이다. 왜냐하면 바로 거기에 로봇 같은 것들이 대신할 수 없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211쪽 중


들고 다니기도 좋다. 가까이 두고 읽어보면서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나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경영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의 이야기가 맥박을 뛰게 한다. 기존의 것에 사로잡혀 있으면 새로운 기회는 영영 찾아오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지털 트렌드 2018
연대성 지음 / 책들의정원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상현실이라는 단어는 참 오래전에 나왔다. 그런데 아직 가상현실이 우리 실생활에 가깝게 들어와 있지는 않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던 일들이 눈앞에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삶의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다. 몇 십 년 걸리던 일들이 몇 년 안에 이루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에 의한 화성 여행 가는 길도 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은가.


앞으로 우리 삶의 미래는 어떤 식으로 다가올까.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인간과 기계와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되고 있음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준 획기적인 역사였다. 인간의 위치는 과연 또 어떤 식으로 자리매김될 것인가 두려움도 없지 않아 있는 게 사실이다. 뉴요커 최근 표지는 로봇 사이에서 한 인간이 구걸을 하는 그런 일러스트였다. 인간의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대신 길거리에서 로봇에게 구걸을 하고 사는 현실, 우리 앞에 올 것인가, 단순히 카툰으로서 보고 웃어넘길 것인가.


<디지털 트렌드 2018>은 우리 시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기술과 앞으로 삶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최근 우리 사회의 이슈는 인공지능 스피커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인공지능 스피커 개발과 실생활 접목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물론이거니와 캐릭터를 앞세운 네이버의 인공지능 스피커도 그렇다. 1인 가구가 늘어가면서 이들의 삶의 빈 곳을 채워 줄 다양한  IT 서비스와 아이템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3파트로 구성되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에 대한 이야기를 큰 주제로 두고 세부적인 트렌드를 살펴본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시작으로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는지 알아본다. 디지털이 단순히 가상의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기술들을 알아본다. 


"이는 국내의 인공지능 분야 사업자에게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 소스를 공유해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 둘째, 서비스 론칭 후 전후 과정에서 생활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107쪽 중


사물인터넷이 그러한 경우다. 자동차는 어떤가. 자율 주행 차나 전기차가 나오면서 디지털은 이제 미래문화를 바꾸어 놓을 혁신 키워드가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산업구조적인 측면에서 이론적인 현상들을 짚는 데는 충실한 반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부분이 이 책의 목표라고 한다면 내 생각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기업들은 인터넷과 모바일에 이어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번 기회는 이전의 것과 다른 게임이다. 기반 기술을 충실히 갖춰 온 기업들은 더욱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크지만 잘 못 들여놓으면 실패할 확률도 크다. 조심할 필요가 있지만 실패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이제 앞으로는 디지털을 통해 고객 니즈를 발견하고 대응하게 될 것이다. 그 방식은 '고객이 인지하지 모한 것'에 대한 솔루션의 제공으로 연결된다. 2017년 현재는 고객 인지 못한 것을 찾고 있는 단계다. 딱히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용자 데이터를 통해 그럭저럭 가려운 곳을 찾아주고 있다. "-92쪽 중


플랫폼 전쟁이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2018년은 지금과 달리 사물인터넷을 둘러싼 스마트홈 실현을 위해 제조사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더욱 본격화될 것이다. 무엇을 연결하고 무엇을 뺄 것인지 하는 것에서부터 보다 세밀한 서비스를 실현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연구하고 실현하는 일은 제조사들 간 경쟁 측면에서 한 걸음 더 앞선 길을 걷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익 먼저 생각하라 - 당신의 사업을 성장으로 이끄는 절대 법칙
마이크 미칼로위츠 지음, 윤동준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지속 가능한 수익은 효율에 달렸다"


어느 날 한 업체와 미팅을 했다. 사실 내 거래처는 아니었다. 서포트 개념으로 따라 간 자리였다. 커피숍에서 미팅을 하면서 나온 이야기했다. 나보고 사업을 하면 안 되겠다고 단 번에 말을 건넨다. 처음 보는 자리인데도 말이다. 우리가 찾은 카페가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이 카페고 2층이 고객센터와 AS를 하는 곳이었다. 업체가 1층에서 손님들이 대기할 수 있도록 해 둔 것인데 나는 이곳을 앞서 찾은 상대에게 그럼, AS 고객들에게 업체에서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가를 물었다. 그 말 끝에 나온 말이 그렇다.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커피 한 잔 5천 원 제공하는 게 어려울까 생각을 한 것인데 다시 돌이켜 생각하면 고가의 제품을 사용하는데 그 값 지불할 여력이 안 되겠나 싶기도 했다. 공짜 제공에 따른 여러 가지 정책이 사실 뒤따라야 할 것이고 확인 절차도 복잡해질 일이다. 복잡한 일을 더 만들기보다는 단순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를 두고도 다르게 생각을 할 수 있다. 돈이 되는 쪽이 무엇이고 충분히 돈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어찌 보면 별 의미가 없다. 브랜드 로열티를 갖고 있고 그러한 자부심을 부여해준다면 나머지는 충분히 더 추가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이다. 


<수익 먼저 생각하라>는 그러한 좀 뒤떨어진 생각을 바꿔 줄 수 있는 기회를 던져준다. 


"'수익 먼저'는 현금 관리 시스템이다. 현금을 얻느냐 마느냐, 현금을 사용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의 문제다. 정말 간단하다. 현금 외에 문제가 되는 것은 전혀 없다. 우리가 오로지 현금에만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수익 먼저' 시스템에서 감가상각이나 미수금을 처리하는 방법이 의아하다면 당신은 아직 돈 장난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실제 현금 거래만 평가한다. 돈이 들어오고 돈이 나간다. 현금. 끝."-93쪽 중


"수익 먼저는 회계보다 인간이 우선순위에 있다"


들어오는 수익과 나가는 지출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벌어도 번 것이 얼마고 나간 것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수익 먼저는 효율을 먼저 챙기라고 강조한다. 순서에 따라서 챙겨야 한다.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마구 사들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수익 먼저 챙길 수 있는 계좌 개설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내가 하는 일에는 오류가 있음을 새삼 느꼈다. 나가는 것과 들어오는 것이 섞였다. 주 계좌 설정을 다시 해야 할 일이다. 그것부터 먼저 하라고 한다.  이후 다음 단계는 현재의 상태를 평가하고 점검하는 일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이를 무시한다. 시간이 없어서 급하지 않으니까 2순위로 밀어둔 일이다. 


"사람들은 수익을 만들어내는 수입과 빚을 만들어내는 수입을 구별하지 못한다. 한 가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어 효율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을 숙달하기보다는, 지나치게 다양한 일을 해서 본연의 사업을 유지하지 못하고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38쪽 중


사업을 하는 것은 돈을 버는 일이 먼저가 아니라 재정 상태를 먼저 관리하는 일이다. 이 책은 판매를 통한 이익 창출에 앞서서 재정 상태 관리 습관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재무관리 습관을 점검해보길 강조한다.


"수익을 늘리고자 한다면 반드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최근 방영 중인 TV 프로그램 중 '미우새'에 출연 중인 한 출연자는 빚이 어마어마했지만 점점 해결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거의 다 갚았다는 이야기도. 그가 갚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빚을 해결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쓰지 않고 갚아야 할 것에 집중을 하고 있는 걸까? 그는 그렇게 착실하게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데 있어서 빚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맛보고 있다. 


"회사를 효율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은 단지 휴식 시간을 줄이거나 비용 항목을 삭제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업의 표면 아래로 흐르는 수익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사업의 효율을 따져봐야 한다. 동일한 혹은 매우 유사한 문제를 갖고 있는 비슷한 유형의 (충성도가 높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그런 해결책을 완벽한 것으로 만들어 그것을 고객의 문제 해결에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의 효율성 문제다."-207쪽 중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로서 재무관리 하나 제대로 해도 돈 버는 일은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불량 고객에 집중하는 대신에 수익창출에 공이 큰 고객을 발굴해나가는 데 더 집중한다면 말이다. 이 책 후반부에서는 그렇게 고객 관리와 함께 효율적인 계좌관리 습관을 가질 것을 권한다. 


미국의 사업가이자 엔젤투자자로 활약 중인 저자 마이크 미칼로 위츠(Mike Michalowicz)의 <수익 먼저 생각하라>는 이렇게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가정 경제를 운영하는 데도 적용해볼 수 있다. 수익 먼저 생각한다면 효율성을 먼저 따져봐라. 돈이 새고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찾아보고 그것을 막는 게 우선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어디에 있는지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은 모를 것이다 -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정태규 지음, 김덕기 그림 / 마음서재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일은 고마운 일이다.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꺼내어 이야기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고통과 어려움 속의 지난 삶들을 말이다. 드러내놓고 싶은 것들만 있지 감추고 싶은 것들을 용기 내어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소설가이자 전직 교사인 정태규는 루게릭병으로 7년째 투병 중이다. 정태규는 <당신은 모를 것이다>를 통해 자신의 삶에 순응하며 그가 거쳐온 인생 이야기와 앞으로 다가올 이야기를 풀어간다. 


"마지막 하나 남은 김밥을 삼켰다. 난 이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나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단지 이전과는 다른 질서 속에서 살게 되는 것일 뿐"-47쪽 중


그가 남긴 맑고 맑은 이야기가 책 속 가득하다. 그가 쓴 단편 소설도 한 묶음으로 들어가 있다. 자연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소소하게 바라는 것들은 어찌 보면 우리가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이다.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때 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떤 이는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일이다. 건강했던 삶이 어느 순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그 절망감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오늘도 아파트 광장에서 스모그로 뿌옇게 된 도시의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람들이 모두 다 별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그리하여 저 무한한 우주를 느끼고 겸손을 배워 저 우주처럼 넓은 가슴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부질 없이 가져본다."-229쪽 중


스모그 낀 하늘을 보며 투덜거렸지, 여유를 가질 틈이 있었나. 전투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될까. 그렇지만 저자 정태규는 우리의 삶이 좀 더 여유로워지길 바란다. 자신의 글과 소설이 세상 사람들에게 영혼의 힘이 되길 바라고 아름다운 힘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한다. 


"내 삶의 앞에 지난한 투병의 길이 놓여 있음을 안다. 나는 그 길을 담담하게 걸어갈 생각이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삶은 함박꽃밭의 한바탕 축제였는지도 모른다. 축제 후엔 고된 노동이 기다리고 있음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수고로움이 삶의 또 다른 가치를 만드는 것처럼, 내 투병의 삶도 가치 있어지기를 바란다."-272쪽 중


새 한 마리가 되고 싶다는 그의 소원, 어떻게 그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야 할지 아니면 그냥 미완으로 남겨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에게 새는 어떤 의미일까.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저 새가 되고 싶다는 것은... 오늘 내게 주어진 삶에 대해 조금 더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게 한 번 더 따뜻한 미소를 던져주고 싶은 이야기들은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의 자존감 공부 -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냥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어떤 이의 수고와 노력 덕에 지금 누리는 것들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을 그냥 내가 얻은 것으로 착각하고 산다. 부모의 삶이 있었고 그 이전의 삶을 사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삶을 통해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것이다.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오늘의 내가 만들어졌다고 말을 한다. 


엄마도 그렇다. 누구나 다 부모가 되고 부모가 되면 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런 준비 없이 어느 날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된다. 부모의 자리에서 자녀를 바라보는 것은 자녀로서 부모를 바라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엄마로서의 삶은 결코 녹녹치 않다. 엄마로서의 삶을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우리 자식들은 모두 안녕한가. 그렇지 못하다면 엄마의 삶을 한 번 돌아봐야 한다. 건강한 엄마가 자녀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 


김미경의 새 책 <엄마의 자존감 공부>는 엄마들 스스로 자존감을 가질 때 자녀들도 그를 본받을 수 있으면 또한 그렇게 키울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각각 다르게 갖고 온 재능을 똑같게 키울 수 없다. 각각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키워주는 것은 엄마다. 그리고 나머지 자식들이 스스로 채워가야 할 것들이 있다. 그 모두를 다 해줄 수는 없다. 그건 엄마 인생이지 자식의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 초기화 상태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그 몸 안에 자신만의 고유한 성품과 색깔이 있다. 인간 하나하나가 본래 가진 고유의 빛깔은 누군가가 아무리 누르려 하고 바꾸려 한다고 해서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게 아니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타고난 성격 등 삶을 꾸려나가는 자신만의 방식은 결국 커갈수록 더욱더 분명하게 드러난다."-46쪽 중


한 번 태어난 인생을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을 한다. 그러나 고민으로만 끝나지 실천하는 삶을 살지는 못한다. 현실에 묶이고 돈에 묶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큰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약해지고 있는 때에 이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는 것이다. 간섭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고 갖고 있는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들의 땅이 되어야 한다. 그 위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아이의 마음이 죄책감을 매일 연습하도록 두지 말자. 매일 스스로 대견한 꿈을 연습하게 하자. 그것이 부모의 디대에 못 미친다 할지라도, 매일 죄책감을 연습한 아이와 꿈을 연습한 아이는 스무 살이 되면 엄청난 차이로 나타난다. 미안한 감정보다 꿈이 더 큰 아이로 건강하게 키우자. 결국 보무가 바라는 것도 그것이 아닌가."-101쪽 중


이 책 곳곳에서 세 자녀를 키우며 경험한 이야기들과 세상 속 이야기들을 예로 들어가며 자존감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자존감이 왜 필요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를 풀어놓았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시간, 지혜롭게 공유하고 나누고 쪼개며 각자의 꿈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갈 때 행복한 가정의 꽃이 피어나리라 본다. 


엄마로서 누려야 할 것들, 온전하게 누리는 삶을 사는 것이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