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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사랑 직지 ㅣ 눈높이 어린이 문고 96
조경희 지음, 박철민 그림 / 대교출판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의 생각은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서 그 깊이가 달라 질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작가의 눈높이와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직지’의 탄생과 인쇄술이라는 쉽지 않은 이야기를 아이들 눈높이와 맞쳐서 가족간의 사랑, 그리움과 애틋함을 함께 담은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주인공 만복이를 통해 ‘직지’의 뜻과 더불어 그 탄생과정을 이야기하지만 사랑이라는 큰 주제아래서 이별의 아픔을 가슴 따듯하게 승화시킨다. 만가지 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이지만 그것과는 별개인 듯한 삶을 살아가는 만복이는 병으로 쓰러진 누나를 업고 동네를 떠나 절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누나를 잃지만, 백운스님과의 인연을 통해, ‘달잠스님’이라는 이름도 새로얻고, 그곳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스님과의 인연을 통해 깨닫게 된 삶의 의미를, 문둥병으로 세상을 떠난 누나에 대한 그리고 부모에 대한 사랑을 쇠를 통해 표현한다.
“하늘은 안도 밖도, 위도 아래도 없느니라. 모름지기 시작도 끝도 없느니라. 부처님은 태어날 적에 모든 사람에게 하늘처럼 공평한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느니라.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딸렸느니라.“
책 곳곳에서 깔려 있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점은, 불공평한 세상이 아닌 누구에게나 공평한 세상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저자의 심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아픈 사람, 병든 사람이 힘들어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말이다.
누구나 만복이 같은 마음을 가질 수는 없지만, 그 마음을 쓸 수는 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心’자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 한 글자를 파기위해 애를 쓰는 만복, 그 마음을 먼저 다스림으로해서 다른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석찬스님은 만복에게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새긴다고 해서 다 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흐르트러졌는데 옳은 글자가 새겨지겠느냐?”
늘 만복이를 강하게 키우고 싶은 듯 모든 일을 쉽게 허락하지 않은 석찬스님은 만복이에게 마침내 쇠로 글자 파는 것을 허락한다. 그의 마음이 바로 섰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대장간 할아버지를 통해서는 쇠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화’를 다스려야 함을 알게 해준다. 모양을 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는 것임을 강요하지 않으며 깨닫게 한다.
“사람의 마음속에도 화가 있듯이 쇠의 마음속에도 화가 있다우. 사람이나 쇠나 마음속에 든 화를 삭이지 않으면 온전치 않은 게유.“
이야기를 끌어가는 과정이나, 곳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점이 돋보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