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예고없이 나타난 삼촌처럼 내앞에 나타난 책,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가득찬 이 책을 보고 나도 한번 따라해 볼까하는 생각을 하였지.
거실에 커다란 비닐을 깔고 온통 하얀 모래로 뒤덮은 후 에게해가 바라보이는 터키 해변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  꽃무니 수영복을 입고 갈색선글래스와 밀집모자를 쓰고 바람에 날리는 머리를 얇은 스카프로 묶은 채  한 손엔  책을 다른 손에 선라이즈 칵테일을 들고  선베드에 누워 지중해의 바람을 음미하는 것...ㅋㅋㅋ  (쓰고 보니 너무 야무진 꿈이군...쩝)

귀찮고  어처구니 없다가 그리곤 자기도 모르게 빨려들어간 일요일의 거인이 벌인 황당한 사건들이 결국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감성을 일깨우기 위한 아름다운 이벤트이고 우리 모두가 주인공으로 동참하도록 만드는 모티브라는 것을 깨달은 건  어릴적 꿈이었던 발레리나로 변신하여 열심히 춤을 추는 엄마를 보면서였지.

우리 마음속의 잠든 감성을 깨워 줄 일요일의 거인은 누구나 될 수 있지. 마음막 먹으며 작은 선물하나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을 마음속의 소망하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 작은 책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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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윌리와 그리고 번개, 이 작은 가정에 밀려온 어둠. 세금이 밀려 빼앗기게 된 그들의 목숨과 같은 땅, 기력을 상실한 할아버지는 거동을 못하게 되고 가장이 된 윌리는 땀흘려 감자밭을 가꾼다. 풍성한 수확을 거두지만  윌리의 기대와는 달리 할아버지는 점점 삶의 의욕을 잃으시고... 운명처럼, 밀린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돈 500달러 상금이 달린 개썰매 경주가 열린다. 

 승리를 위하여 몇번인가의 답사를 거치는 윌리 그 어린 영혼의 치열함에 숨을 죽이다가... 손에 땀을 쥐게 펼쳐지는 아슬아슬한 경주 의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짧고 간단 명료한 문장이 가슴을 친다. .  내가 좋아하는 책 '처절한 정원' 만큼 군더더기 없는 글이 나이먹어 감성이 무뎌진 마흔살 아줌마를 울리고 말았다.  윌리와 번개의 올인, 그리고 큰 사람 얼음거인... 인디언인 그의 페어플레이가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을 감동적인 경주로 인해 책을 덮을때까지도 심장이 조금은 더 빨리 뛰고 있음을 느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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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3년 크리스마스여

올해도 별 다른 감흥없이 널 보내었구나
아니 조류독감과 테러와 광우병 등 국.내외로 시끄러운 소식들 틈바구니에서 너를 맞이하고 그리고 너를 잠시 가진 후에 다시 일년 후를 기약하며 보내었구나

어린 시절 이유없이 들뜨고 흥겹던 성탄절은 이제 다시 보지 못하리라.
언젠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10대 초반 크리스마스 이브에 지금의 압구정보다 번화했던 명동거리를 나갔었지...
밀물처럼 밀려오고 밀려가는 사람들 틈사이에서 가족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듣던 송창식의 '고래사냥'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 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골목 골목마다 울려퍼지던 그 노래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면서도 그 묘한 선동성으로 인해 길거리 위의 아직 어린 우리들은 내내 마음이 출렁거렸지..  마치 넘실대는 물결에 몸을 실은 고래처럼...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우호관념에서 깨어나면서 우리의 크리스마스도 예전같지 않게 된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빨간 옷을 입은 뚱뚱하고 마음씨좋게 생긴 서양할아버지 산타가 울지않고 착한 일을 한 아이에게 한아름 선물을 주는 전국민의 축제에서 부처님 오신 사월 초파일처럼 한 성인의 탄생일로 축복하고 기념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날로 바뀌어가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멋진 건물앞 장식조형과 정원의 나무들을 아낌없이 장식한  세련된 꼬마전구의 불빛을 보며 저 불빛이  이 세상의 한쪽면만 밝게 비추는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별빛처럼 반짝이는 전구들을 자본주의의 결정체로 보는 것은  내가 더 이상 순수하게 크리스마스를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겠지.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 내려놓고 어제로 사라진 크리스마스에게 다시 한번 작별인사를 한다. 내년에는 좀 더 근사한 소식들과 함께 좀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맞이하는 성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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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펼치면 가을 바람이 소슬하니 불고 잔잔한 여울이 흐르고 책갈피를 넘길 수록 작은 오솔길이 나를 인도하는 듯한 책이 있다. 어디선가 정감어린 목소리가 소근소근 나에게 속삭이며 이야기해주는 듯한 책...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이 딱 그러한 것 같다. 이제 겨우 몇장을 읽지도 않았지만 요즘 침대옆에 쌓아둔 책들 중에 우선으로 손이 가는 책이다.  영어에 비하여 한자를 좋아하는  아들아이에게 한문의 참맛을 알게 할 수 있을까하여 고른 책인데 '느낌표'의 책이라고 일부러 제쳐두었던 나의 선입견이 부끄럽고 몽매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책이다.

몇년전 유행하였던 '溫故知新' 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한시와 같이 오래된 것이 고리타분하지도 또 생각하듯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얼마나 좋을까?  즉흥적이고 단순하고 열려있는 'click' 세대인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하여 느림과 숨김의 '미학'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그 전에 내가 이 책이 전하여 주는 향기에 듬뿍 취하고 싶다.  그리고 정민선생의 다른 저서인 '한시미학산책'을 장바구니에 얼른 담는다. 이번 겨울은 한시의 미학에 뿌욱 빠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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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가까와오면 어느새 저녁먹을 시간을 한참 넘긴 시간이 되기에 살이 찌면서 엄청 늘어난 나의 위장은 배가 고프다 못해 감각이 없어질 정도가 된다....더군다나 요즈음은 연말을 맞이하여 흥청거리는 분위기가 차창밖을 통해서도 감지되고 음식점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들이 유독 시야를 자극하는 시즌이기에 배고픔을 한층 더 느끼는 것이다.
양재IC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는 순간부터 음식점들의 간판이 줄줄히 스쳐간다. 정체라도 되는 날은 여지없는 고문이 되고 마는 이 집들...조그만 규모지만 항상 작은 모임들이 가득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음식점 '다리원' , 겨울을 맞이하여 길게 비닐 포장을 두른 와인숙성삼겹살 '등나무집',  삼층까지 이쁜 불빛과 사람들의 모습이 오손도손 창가에 보이는 파스타가 맛있는 '파스타 비스트로'를 지날때쯤되면 미각의 추억에 감미롭다가  '군산 활어 횟집'을 지나서 버스정류장 근처의 '서초갈비촌'과 '평창할머니 감자탕'앞에 서게 되면  가보지 않은 그 집들에 대해서도 무지막지한 환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제비새끼같은 아이들 때문만이 아니라도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빨라져 뛰다시피 집으로 향하는 이유가 바로  배가 너무 고파서이니 이 비애아닌 비애를 뉘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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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2003-12-2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정말 비애네요...
친구가 나를 보고 "안타깝다"라는 표현을 했었다고 말씀 드렸죠?
암튼,,, 그 지지배 별 어렵고 복잡한 단어 쓰지도 않고 제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살찐 사람들에게 배고픔은 정말 비애인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