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 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2001년 여름에 들린 선운사 초입엔 분홍 목백일홍이 한창이었다.
남도의 절 마당마다 진분홍, 연분홍 자태를 빛내던 꽃나무
충청이북에서는 제색깔을 볼 수 없는... 배롱나무
예전에는 이 꽃이 다 피고 져야 이팝을 먹을 수 있다고 하였다는 가난한 서민의 바램이 숨어있기도 하는 꽃
우리의 희망도 이 꽃처럼 수없이 졌다가 피어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