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잘 받는 화단엔 백목련이 만개하여 어느새 질 채비를 하고 있다. 좀더 격조있어 보이는 자목련은 이제 자주색 입술을 벌려 하얀 속살을 보인채 본격적인 봄노래를 부를 준비를 하는 듯한데... 새벽같이 나오고 저녁늦게 퇴근하니 꽃이 피었는지 잎이 지는지 도통 알 길이 없던 내가 주말에 모처럼 아파트를 산책하니 어느새 봄이 이렇게 성큼 다가와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인천 바닷가에 있는 직장은 서울보다 2~3도는 기온이 낮은 것 같다. 바닷 바람은 항상 출근길의 내 옷차림을 고민하게 만들어서 남들보다 겨울을 못견디게 아쉬워 하는 차림으로 버스를 기다리게 만든다. 교정의 꽃 소식도 늦기만 하여서 오늘 아침 출근길에 새삼스럽게 둘러보니 목련은 이제야 하얀 봉우리가 엄지 손가락만하게 맺혀있고 벚꽃 새순은 아직 몽올 몽올한 채로 마악 움트려하고 있다. 그나마 개나리는 노란 꽃잎을 피웠지만 아침 추위에 잎을 오므리고 얌전하게 서있고...
그러나 한반도 어디든지 봄은 오고 있으려니 봄이 늦은게 아니라 내 마음이 봄을 맞을 채비를 하지 못한 것이겠지. 진달래는 어느새 드문 드문 피어 연초록 색을 띄기 시작한 나무들 속에서 수줍게 서있었는데 산수유는 이제 만개하여 절정을 향해 노란 빛을 뿜어대고 있는데 뭐가 그리 피곤한 나는 그 고운색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겨울 이부자리 속에서 꼼지락 거리며 잠만 자고 있었는지...
오늘은 점심을 서둘러 먹고 나무들이 연한 색 옷을 차려입고 수줍은 듯 그러나 지지않으려 뽐내는 교정을 찬찬히 거닐며 그들을 만져보아야 겠다. 수줍은 봄이 발그레해지도록 그들을 애무하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