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공부 때문에 시를 느낄 수 없었던 30대에게 시의 맛을 돌려 주자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1998년 10월

솔직히 나는 TV에서 띄운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란 남들이 판단한 말을 들어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말을 해보고 사귀어 보아서 나에게 맞으면 좋은 사람인 것이고,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좋은 사람이 아니 듯이 책 또한 내가 읽어 보고 판단하고 음미해보아야 좋은 책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도 TV에서 띄운 책이라 읽고 싶지 않았지만 책표지에 있는 시인의 얼굴을 보고는 읽고 싶어졌다. 정력적이고 나이에 맞지 않게 혈기왕성한 거북스런 아저씨의 모습이 아니라 아이처럼 순수해 보이는 시인의 얼굴이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들었다. 역시 관상을 무시할 수 없듯이 시인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셨다.

이 책에 나오는 시인들의 고향을 찾고 지인을 만나보고 흔적을 쓰다듬고 어루만지면서 그 시인들의 생각의 반경과 시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과정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의 생각과 인격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시인의 마음도 아름답고 이 책에 나오는 시인들의 마음과 생각도 아릅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 중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이기적인 사람도 있었겠지만 좋고 나쁨을 같은 인간이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나의 시선을 가장 끈 시인은 백석 시인이었다. 사진을 보며 옛날에도 이렇게 이국적으로 잘 생긴 사람이 있어나 싶어서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그의 애인이 썼다는 '내 사랑 백석'도 꼭 읽어 보고 싶었다.

박인환님이나 유치환님, 윤동주님은 너무 유명하셔서 내가 여기 저기 읽었던 책 중에서 유치환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든지 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알고 있었지만 백석 시인은 처음 접해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학창 시절 유치환님이나 윤동주님의 시를 교과서에서 배워서 딸딸 외웠지만 시적 감흥을 빼앗긴 어른들이 읽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입시공부용으로 문법 공부 하느라 시를 감상하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시인의 그 당시 상황이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번 시를 읽는다면 어려서는 느끼지 못했던 시의 맛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남이 뚱보건 말건 왜 그러는거지?

뚱보면 어때, 난 나야 ㅣ 파랑새 사과문고 31
이미애 지음, 최철민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4월

요즘 아이들이 뚱뚱하다는 것을 주제로 나오는 책들이 많은데 나는 절대 반대이고 불만이다. 몰론 이 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동빈이가 외모보다 내면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내용이 아닌 재미있는 생활동화이지만 왜 뚱뚱한 것이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뚱뚱한 사람 본인이 몸이 무겁고 활동하기 힘들고 게을러져서 문제이지 도대체 남들이 왜 난리인지,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지...

우리나라 속담에 입은 거지는 얻어 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 얻어 먹는다고 우리나라는 어째 외모나 밖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치중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다행히 이 책의 주인공 동빈이는 자전거를 열심히 타서 겨울동안 1킬로그램이나 몸무게가 줄고 키가 3센티미터나 컸다고 이제는 뚱보 안 할 거라고 하게 되었지만 결국 동빈이도 살을 뺌으로써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니 시류에 편승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어서 서운했다.

월드컵의 역사가 책 세권에 알차게 들어 있다.

철호네 가족이 떠나는 월드컵 여행 3 - 스포츠 만화 시리즈
양동석 지음 / 현문미디어 / 2002년 4월

처음 이 책을 세권이나 보아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한권한권 읽다보니 어느새 월드컵 역사가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의 역사는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으나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세계 역사 속에 있었던 일들, 월드컵이 끝나고 난 후의 에피소드들까지 나와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원래 축구보다 야구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고 청소년기에는 멋진 농구선수들에게 반해 농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는데 사실 축구는 별로 볼 기회도 알 기회도 없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선전을 한 것을 기회로 우리나라 축구 발전에 기여도 되고 축구에 대한 상식을 알 수 있는 책들도 많이 나와서 참 좋다. 차범근 선수와 최순호 선수가 1986년 5월 31일, 멕시코 올림픽에서 같이 뛰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고 말이다. 아이들이 학교공부와는 상관없지만 이런 폭넓은 상식을 넓힐 수 있는 책을 많이 읽어서 생각의 폭이 넓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이 책도 짝짝짝짝짝!

조상들의 지혜가 하나씩 15가지 생활과학 이야기 ㅣ 손에 잡히는 옛 사람들의 지혜 20
햇살과 나무꾼 지음, 김혜숙 그림 / 채우리 / 2001년 4월

아이들에게 꼭 읽혀주고 싶은 책이다. 우리 아이들이 서양의 에디슨이나 콜롬버스에 대해 잘 알듯이 장영실,장보고,신사임당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더라면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벌써벌써 올랐을 것을! 우리 문화의 우수성에 자부심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 경쟁했더라면 말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항아리나 한지,김치,된장등 15가지 생활속의 과학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선명한 사진 자료도 제시되어 있고 꼭꼭 한편의 전래동화가 소개되고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어른인 내가 읽어도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전래동화 중에 쥐가 사람 콧 속에서 나온 이야기는 어려서 언제가 어디선가 내가 읽은 내용인데 막상 그 내용이 있는 책을 찾기는 어려웠는데 여기서 만나게 되어서 반가웠다. 그 이야기를 눈으로 읽으니 어려서 소년잡지에서 김삼찬(강가딘) 아저씨의 만화에서 읽었었다는 것이 생각나서 정말 기쁘다. 이렇게 좋은 책을 더더 많이 만들어서 우리 아이들이 더더 훌륭한 세계속의 한국인이 되기를 바란다.

엉뚱한 결과가 보여주는 기막한 발상!

창의력을 키워주는 그림만화
우리누리 지음, 윤정주 그림 / 세상모든책 / 2000년 5월

한마디로 재미있고 재치있고 부럽다. 이런 생각을 해낸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 중 몇가지는 다른 책에서도 본일이 있지만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를 따질 필요 없이 재미있다. 아이들이 이렇게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을 할 수 있다면 그 아이는 정말 대단한 미래를 가진 아이일 것이다. 발상의 전환! 아이들이 벽에 낙서를 해서 화가 난 악어 아줌마. 그러나 곧 비가 오니 그 그림들이 진짜 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보고 그 기발한 생각에 감탄을 했다. 남과 다른 생각, 남과 다른 행동도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두 똑같은 생각,똑같은 실력을 같게 만드는 현 학교 교육에 거부감을 갖는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발상의 전환을 해 주는 책을 읽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또다른 노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