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02년이었던가? 모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 독서인단이라는 고정 패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었을 때,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그 주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덕분에 대여섯 명의 다른 독서인단과 함께 일이십분 가량, 김형경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되었다.
책에 사인을 받고, 길지 않은 시간동안 책에 대해 몇 마디 말을 섞은 것 뿐인데도 두고 두고 많은 잔상이 남았다. 순식간에, 마치 첫눈에 반하는 것처럼 작가가 아닌 '사람 김형경'에게 반했다고나 할까. 
 
'아...이 사람은 내 이야기를, 정말 성실하게 듣고 있구나....'

대화를 나누는 상대의 눈을 집중해서 들여다보는데도, 그 눈빛이 어디 하나 불편한 데가 없는.
정말 오래 알아온 언니, 혹은 막내이모와 마주앉아 있는 듯한 느낌. 순간, 한 마디라도 더, 한 순간이라도 더 이 사람을 독점하고 싶다는 욕심에 좀 더 인상적일 문구, 마음을 흔들 한 마디를 찾아 분주해졌다.
헌데 그런 다급함도 금세 스러지고 말았다.
다섯 명 이상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노라면 자발적으로 입을 열지 않는 한 듣기만 하거나, 이야기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한 둘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김형경님은 마치 노련한 진행자, 유능한 교사처럼 둘러앉은 사람 하나 하나에게 적절한 관심과 배려를 보였다. 그것이 또 어찌나 자연스럽고 따뜻한지,

읽어내려가면서, 오 년 전 바로 그 때의 편안함이 다시 나를 감싸는 것을 느꼈다.
내가 심리학 공부를 조금이라도 맛보았기 때문에 이렇게 수월하게 읽히는 것일까? 잠시 의문도 가졌지만, 아닐 것이다.
먹은 것을 잘 소화시켜서 새끼새에게 게워먹이는 어미새처럼, 김형경은 딱딱하고 심오한 정신분석 이론을 경험으로 완전히 소화시킨 후 독자에게 떠먹여준다. 내가 한 일은 그저, 입을 벌리고 누워서는 흘리거나 체할 염려 없이 넙죽넙죽 받아 먹은 것 뿐. 

'천개의 공감'에서 김형경은 편안하다. 비전문가로서의 편안함...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기에 그녀의 조언은 부담없고 수월하다.
그럼에도 그 배경에는 전문가 못지 않은 탄탄한 지식이 숨어있다. 선무당이 저지를 법한 우를, 그녀의 글에서는 발견할 수가 없다. 
게다가 '당신이 겪은 아픔, 나 역시 겪었다....'고 악수해주는 듯한, 동병상련의 공감대까지.

근 일주일에 걸쳐 읽었다. 지루하거나 넘기기 힘든 책은 아니었지만, 한 꼭지 읽어내려갈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들, 감정들을 갈무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렇게 천천히 꼭꼭 씹어삼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마구잡이로 머리에는 주워넣었으되 아리송하기만 하던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의 용어 몇 개가 이젠 완전히 내 것이 되었다는 뿌듯함. 그리고 무언가 진정한 공감과 위무를 받았다는 따뜻함.

머리가 부르다. 아니, 더불어 마음도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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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4-09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리뷰를 보고도 마음이 불러요^^

진/우맘 2007-04-0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마노아님.^^ 요즘은 리뷰 쓰기가 참 어려운데도...이 책은 꼭, 써야지 싶어서 벼르고 별렀어요.
못 다 담은 말이 참 많아서 만족스럽지 못한 리뷰네요...^^

프레이야 2007-04-16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르다, 의 뜻이 그것이었군요. 전 제목만으로 첨엔 sing으로 착각했어요.
이책 보류 하고 있었는데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홍수맘 2007-04-1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벤트 당첨으로 얻어 볼려고 하다가 안되서, 결국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리뷰 당첨 축하드려요 ^ ^.

보라소 2007-07-0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리스트에도 올렸고요. 맘이 통한 것 같아 기분 좋네요.
 
메이블린 워터샤인 3D 하이퍼 다이아몬드 글로스틱
로레알
평점 :
단종


전 입술이 잘 튼답니다. 식사 후에 립제품 바르는 걸 잊으면 장마철에도 입술 껍질을 뜯어낼 지경이지요.^^;;
그래서, 펄이 든 립 제품은 잘 안 썼어요. 개인적인 기분인지, 펄이 많이 함유된 립스틱은 대부분 촉촉하질 못하고, 입술이 금방 트더라구요. 펄 자체가 건강하지 않은 튼 입술을 더 부각시키기도 하구요.

헌데, 이번에 받은 메이블린 다이아몬드 글로스틱은 좀 다르네요.^^
우선, 펄 입자가 참 고와요. 입술에 펴바르면 싱싱한 갈치 비늘이 빛나듯이 화사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반짝인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입자가 고와서 그런지 펄 립스틱 특유의 뻑뻑함이 덜해요. 식사 후에 그냥 바로 덧발라도 촉촉하고, 입술 튼 자국에 뭉쳐도 흉한게 한결 덜하구요.^^

경품으로 받은 105호 트윙클 로즈 이전에, 메이블린 립 스무드를 사면서 샘플로 받은 103호 핑크 다이아몬드까지, 두 제품을 썼습니다.
아, 우선 다이아몬드 글로스틱과 립 스무드 틴트 제품이 찰떡 궁합이라는 얘기부터 해드려야겠네요.
아침에 립 스무드 틴트를 한 번 바른 후에 글로스틱을 덧바르면, 틴트가 입술을 보호하면서도 색감을 풍부하게 해서 한결 화사하고 촉촉한 연출이 가능합니다.^^
103호 핑크 다이아몬드는 전형적인 봄 핑크, 발랄하면서도 예쁜 색감이구요,
105호 트윙클 로즈는 핑크 다이아몬드 보다는 살짝 톤다운된, 차분하고 무난한 색깔이예요.

분홍빛이 반짝이는 갸름한 케이스 역시, 꺼낼 때마다 눈을 즐겁게 하구요.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는 분들도, 이정도 펄이라면 기분전환 삼아 무난하게 쓰실 수 있겠어요.

올봄, 메이크업 강추 아이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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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7-03-3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정말, 진/우맘 님의 화장품 리뷰는 늘 사고싶게 만들어요..^^

진/우맘 2007-04-02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런가요?
 
종이로 만든 사람들
살바도르 플라센시아 지음, 송은주 옮김 / 이레 / 2007년 3월
절판


종이책으로서는 매우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들은 기억이 있긴 하지만,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표지에 반해서' ^^;

'본문의 글자 방향이 거꾸로 되어 있거나 세로로 된 경우, 당황하지 말고 책을 돌리거나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읽으십시오....이것은 모두 저자의 의도에 따른 것으로, 파본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ㅋㅋㅋ 친절한 경고문.^^;;

양장 치고는 꽤 큰, B5에 가까운 사이즈입니다~

반짝 반짝 홀로그램이 예쁘죠.^^

뒷모습

서문은 별일없이 얌전히 시작되지만....

일장에 들어서면 갑자기 어인 다단편집? ^^;;
처음엔 읽기가 어색했지만, 또 사람이 그렇지 뭐~ 금방 익숙해집니다.

아기 노스트라다무스의 내면은....심연에 덮여있다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 제일 당혹스러웠던 페이지.
친정한 경고문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파본을 의심했던....^^;;

뭐, 이 정도야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에서도 시도 되었더랬죠.

문장에서 이름 부분에만 뽕~ 뚫린 구멍.^^;;
인쇄업자가 까다롭다고 싫어하지 않았을까?ㅋㅋㅋ

점점 흐려지는 문장들....

앗....그리고.......이제껏 읽은 책 속의 많은 페이지 중 제일 인상적인 페이지....ㅡㅡ;;;

글자의 일부만 검은상자가 덮여있어....궁금해, 궁금해!

검은 상자의 진화?

결국 페이지 전체를 꿀꺽 해버린 검은 상자....^^;

얜 또 뭐냐....새끼?

표지에 이른대로, 당황하지 말고 책을 돌리거나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읽어야 하는 페이지...ㅋㅋ
고개를 돌려 읽는 사람도 있으려나?^^

거 참~ 귀찮게스리~~~~ 일부만 돌아가 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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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03-20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 정말 심란한 책이네요. @.@

진/우맘 2007-03-2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그래도 재미있지 않아요?ㅋㅋ

짱꿀라 2007-03-20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만 봐도 너무 심란한 책 같네요.

홍수맘 2007-03-21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참. 요새는 이런 별난 책도 나오는 군요.

마노아 2007-03-2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독특하고 재밌어요. 근데 인내심을 테스트할 것도 같아요^^ㅎㅎ

2007-04-23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아 2007-06-24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재밌는걸요ㅋㅋ 만들기 까다로웠겠어요;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구판절판


평생 여자애,
아마 자기도 그 길을 가게 되겠구나 하고 유키코는 생각했다. 앞으로 결혼을 해도, 그리고 아이를 낳아도. 그렇게 살건말건 내마음이다.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뭐. -20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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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7-03-1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생 여자애,
아마 자기도 그 길을 가게 되겠구나 하고 진/우맘도 생각했다. 앞으로 결혼을 해도, 그리고 아이를 낳아도. 그렇게 살건말건 내마음이다.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뭐. ㅋㅋㅋ

짱꿀라 2007-03-14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붕공사로 고생하시는 진우맘님, 한표 던지고 갑니다. 행복한 오후되세요.

진/우맘 2007-03-15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산타님, 고맙습니다.^^
 
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 세트 - 전3권
진중권 원작, 이우일.현태준.김태권 글.그림 / 휴머니스트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현태준은 키치와 똥 냄새를 섞어 우리 정서에 쉽게 다가오게 만들었다. 이우일은 빗으로 빗듯 가지런하게 정돈했고, 김태권은 독창적 재해석으로 전혀 새로운 창작물을 주조해냈다. 미학 저술이 이렇게 여러 빛깔의 만화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미술 평론가 성완경님의 추천글 중 -

사실 꽤 많은 추천사는 '빈말'인 경우가 많다. 때로는 빈말에 그치지 않고 사기에 가까운 추천사도 있는데, 성완경님의 추천사는 더할 나위가 없는 진실이다. <삼인삼색>이라는 제목이 이렇게 짜릿하게 다가오기도 어려울 것이다.

현태준님의 1권은 원전의 <핵심정리 참고서>이다. 작년에 딸래미에게는 <만화 미니 전과>라는 것이 있었다. 1학년 교육과정을 손바닥 크기의 만화로 재정리한 것. 현태준의 1권은 딱, 그 미니 전과를 떠올리게 했다.
소화하기 힘든 건더기를 무르게 무르게 푹 고아 아기에게 이유식 떠먹이듯 수월하게 일러준다. 물론 본인이 구술한대로 많은 생략이 불가피 했지만, 진중권의 오디세이를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오리엔테이션 용으로, 이미 읽고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나같은 사람에게는 핵심정리 길잡이 참고서로 유용하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빼놓기 힘든 매력! ㅋㅋㅋ 그의 오디세이는, 재미있다.^^ 딱딱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만화가 가진 가장 큰 미덕, '재미와 흥미'를 잃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우일님의 2권은 <번역서>다. 글로 이루어진 진중권의 책을 만화로 완벽하게 '번역'해냈다. 사실, 이 2권에 이르러서는 만화 오딧세이를 읽는 것만으로도 원전의 70~80% 이상은 본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분명, 그림과 문장이 할애되는 지면의 양이 다를진데....어찌 한 권의 글을 한 권의 만화, 그림으로 번역하면서도 이렇게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지....그 성실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한계...^^; 최근에 원전의 2권을 읽은 나로서는, 같은 책을 짧은 기간 안에 재독하는 듯 하여 1/3 남짓 읽다가 덮어둘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 현태준의 1권과 이우일의 2권은 상당히 상반된 노선을 택한 것.

그럼, 김태권의 3권은 어느 노선이냐.....이것이 또 신기한게, 그 어느 노선도 아니다.^^; 이 3권은 주제와 내용만 같지 전혀 다른, <새로운 책>이다. 자신이 새로운 얼개의 이야기를 만들고 거기에 원전을 적재적소 배치한 김태권의 시도는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약간의 어색함과 무리가 따라서, 내용까지 이해하기엔 좀 어려운 책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어려우면 어떠랴. 우선, 그냥 대강의 이야기만 즐겼다가 그 고갱이는 나중에 갉으면 그만일 것이다.^^

내게 있어 미학 오디세이의 미덕-혹은 진중권님의 미덕이라 할수도 있겠다-은, 이해하기엔 버거운 내용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문자의 한계는 거기까지. 어찌어찌 힘겹게 책읽기는 마쳤으되, 이해를 위해 재독은 불가하다는 점.^^;; 처음 책을 덮고는 '조만간 꼭 다시 읽고 완전히 소화하고 말리라~!' 다짐하지만, 서가에서 약속을 잊지 않고 나를 노려보는 오디세이들의 눈길에 흠칫흠칫 놀라면서도 자꾸 모른척 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 '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 그래도 '만화'라는 편안한 양식이 두 번, 세 번의 재독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사실, 삼인삼색을 읽어나가는 자체가 이미 어떤 의미에선 재독이 아닌가?
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와의 만남이 반갑기 그지없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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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3-1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보니 저도 빨리 읽어보고프네요.

진/우맘 2007-03-1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감동이여요 홍수맘님!
오랜만에 큰맘먹고 리뷰를 썼는데,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듯 하여 내심 실망하고 있던 차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