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좋은 날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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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욤>, <환한 하루의 어느 한때>, <악어는 말했다>등은 40대의 비틀거리는 주인공들과 어쩐지 공감대가 형성되질 않았고, <고귀한 신세>는 그 결말이 초반부터 너무 뻔히 읽혔다. 결말의 그것은 반전으로 의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으나....글쎄, 뒤집기의 대가 성석제의 꽁트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는 이런 식의 결말이 익숙하면서도, 내심 성에 차지 않는 것이 사실이리라.
<집필자는 나오라>는 말하자면 특이한 양식의 역사소설이라 해야 하나? 헌데,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것도 아니었다>와 <저만치 떨어져 피어 있네> 즈음에 이르러서는 풍자와 해학을 무기로 뜨끔한 웃음을 휘두르던, 언제나 희극에 발을 담그고 카타르시스를 주던 그가, 이제는 비극으로 눈을 돌렸나....싶어진다.
그래 뭐, 딱히 비극이라 하긴 어렵겠다. 여전히 입꼬리엔 삐딱한 웃음이 걸려 있으니까. 하지만 그 냉소는 웃음보다는 울화에 가깝다. 너무나도 날것인 현실이 따갑게 찔러와 그냥 눈을 돌리고 덮고 싶어지는 것이다.

항상 유쾌하고 가깝게 느껴지던 성석제의 작품들이 어쩐지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젠 이 대작가가 평범한 독자인 내가 손 닿을 수 없는 평론가들의 세계로 넘어가 버린 것만 같아 뒷맛이 씁쓸한...그런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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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워터 수분 밸런스 엣센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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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스 + 에멀젼 = 엣센세럼이라고 되어 있지만, 막상 처음 볼때는 에센스 + 고농축스킨 = 엣센세럼의 느낌이 나실거예요. 투명한데다가, 약간 걸쭉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잘 흘러내리는 타입이거든요.

귀찮기도 하고, 너무 이것저것 많이 바르는 것은 내 피부에게도 별로 좋지 않다고 믿는 편입니다. 그래서 스킨, 에멀젼, 에센스, 아이크림, 크림....그런 정식 코스는 잘 밟지 않는 편이지요. 아침 화장은 스킨에 에센스, 그리고 메이크업베이스로 넘어가버리고, 저녁엔 에센스 조금 펴바르고 크림 바른 후 자버리기도 하구요.^^; 이런 제게, 켈리워터 라인은 참 흥미로운 대상입니다.
지금은 박박 다 긁어쓰고 딸래미 장난감으로 내주려고 깨끗이 씻어둔 수딩드롭. (끝까지 다 써본 크림은 첨이지 싶어요.^^;) 이 제품도 촉촉한 스킨과 에멀젼의 부드러움, 그리고 뭔가 크림으로 마무리한 듯한 느낌을 동시에 줘서, 바쁜 아침엔 모든걸 생략하고(!) 요거 하나로 기초를 땡~하곤 했거든요.

헌데 엣센세럼, 이 제품도 그래요. 굳이 스킨을 찾아 바를 필요가 없습니다. 제품 자체가 고농축 스킨의 느낌이니까요. 하지만 바르고 나면 에멀젼 정도는 해준 것 같은 충분한 부드러움이 느껴져요. 이거 하나가, 광고하는 에센스 + 에멀젼에 그치지 않고 스킨 + 에멀젼 + 가벼운 세럼의 효과를 한번에 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수딩드롭이 떨어진 이후로는 엣센세럼, 메이크업 베이스, 팩트...가 제 아침화장 순서의 전부가 되어버렸습니다. ㅋㅋ

참, 그리고 써보니까요, 엣센세럼은 수딩드롭보다는 모이스춰라이징 이노베이션(고수분 크림)과 더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수딩드롭 사용 전에 쓰면, 뭐랄까, 굳이 필요치 않은 수분을 배가하는 느낌이랄까.... 엣센세럼 이후에 수딩드롭을 바르면, 송글송들 물방울 효과가 한결 덜하고, 전반적으로 좀 끈적한 느낌이 들더군요. 헌데 한겨울에 접어들면서 엣센세럼 + 모이스춰라이징 이노베이션으로 저녁 마무리를 하자, 밤새 수분과 영양이 듬뿍 공급된 것처럼 아침 피부가 아주 부드러워져요.

직장이 온풍기난방을 해서 워낙 건조한 탓에, 건성도 아니면서 겨울이면 피부가 찢어질 듯 당기곤 했답니다. 그래서 올핸 아예 페이스 미스트도 좋은 걸로 하나 장만해 뒀는데....어라, 이제보니 켈리워터 수분 삼총사 덕분인가? 페이스 미스트를 몇 번 쓰지도 않고 겨울을 나네요.^^
켈리워터, 맘에 들어요.

ps.첨엔 신기하고 낯설었던 스포이드식 용기도 매우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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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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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가 고려청자쯤 된다면, 길가메쉬의 여정은....빗살무늬 토기 즈음....에 비유해 볼 수 있을까.

최초의 신화, 이 이야기에는 유약도, 색토도, 문양도, 그 어떤 기교나 아양도 없다.
붉은 흙, 그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토기처럼, 일견 거친 듯 보이나 소박하고도 담대한 매력을 지닌 토기처럼, 최초의 신화는 꾸미지 않은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영웅이라 하여 협잡이 없지 않고, 신이라 하여 실수가 없지 않은 신화 속 주인공들. 그렇게 제 속내를 몽땅 내보이며 안겨오는데, 어찌 뿌리칠 수가 있을까.^^

처음이기에 빛나는 이야기, 그러나, 굳이 처음이 아닌들 어떠랴.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 신화 자체가, 어쩐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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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24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보관함에 담아둡니다. ^^
 
미학 오디세이 2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구판절판


의미 정보에서 미적 정보로

현대 예술은 그림 밖의 어떤 사물을 지시하지 않는다. 지시하는 게 있다면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여기서 의미 정보에서 미적 정보로의 전환이 시작된다. 예술 작품의 정보 구조를 우리는 둘로 나눌 수 있다. 가령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을 생각해보라. 우린 이 작품 속의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를 이미 알고 있다. 이게 바로 그 작품의 '의미 정보'다. 이제 이 내용을 머리에서 지워버려라. 나아가 그림 속에 보이는 형체들이 인물이며, 나무며, 들판이라는 사실까지도 잊어버려라. 그럼 그림 속엔 순수한 형태와 색채만 남는다. 이게 바로 작품의 '미적 정보'다. 의미 정보를 중시한 고전 회화에선 형태나 색채가 주제에 종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재현을 포기한 현대 예술엔 내용이나 주제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색과 형태라는 형식 요소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 즉 미적 정보만 있을 뿐이다. 이제 현대 예술을 보고 '저게 뭘 그린거냐'고 물으면 실례가 되는 건 이 때문이다. 알겠는가?-4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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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7-01-08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 뭘 그린거냐?'고 지독하게 묻고 싶지만, 모두들 궁금하지만 꾹 참고 있다고만 생각했기에, 그냥 확 용감하게 질러버릴까 생각했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참길 잘했군.
여하간 누군가, 현대 미술관에서, '대체 이게 무얼 그린걸까?'고 내게 물어오면 꼭 이 얘길 기억했다가 해 줘야겠다. '그런 것도 모르면서 여긴 왜 왔니?' 하는 듯한 시선으로 입 다물고 있지 말고.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아마, 속으로는 제일 궁금해서 속이 타고 있는 중일거다, 아마. ㅡ,,ㅡ

진/우맘 2007-01-08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파리스의 심판!
무슨 그림인지 몰라서 잠깐 우울했는데, 검색해보니 다행스럽게도 아는 그림이었군.^^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가 이쁜척~하고 있는, 그 그림이었던게다. ㅎㅎㅎ

얼음장수 2007-03-0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라스 옆에 있는 남자는 헤르메스였던가요?
본 그림인데 금방 까먹네요.

진/우맘 2007-03-05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모자를 보아하니 그런 거 같죠? ^^;
 
흑과 다의 환상 - 하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절판


이해할 수 없다. 노래를 못하면 가수가 될 수 있을 리가 없고, 성적이 나쁘면 갈 수 있는 대학의 범위가 좁아지는 것은 누구나 당연한 일이라고 이해한다. 일을 하기 시작하면, 자기가 어느 정도 출세할 수 있을지 자기 기량을 알게 된다. 그런데 어째서 사랑에 관해서만은 자기에게도 언젠가 근사한 사랑이 찾아올 것이라고 천진하게 믿어 의심치 않는가. -14쪽

자기혐오는 하지 않기로 하고 있다.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지도 않고, 시간 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에 몇 번은 자기혐오 쪽에서 제멋대로 나를 찾아온다.
그쪽에서 안 올 거면 이쪽에서 가주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거침없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 내 안에 털썩 주저앉는다.
-88쪽

리에코는 전부터 어딘가 크게 '일렁이는' 부분을 가진 여자였다. 야무지고, 머리도 좋고, 냉정하면서도 부드럽다. 그런데 늘 그녀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비 내리기 직전의 숲처럼 뭔가가 일렁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균형 잡히고 차분하게 정돈된 가운데 터진 부분이 단 한 군데 있는데, 다른 부분이 완벽한 탓에 그 터진 곳이 눈에 더 띈다. 오히려 그 터진 곳 너머에 망망한 세계가 펼쳐져 있을 것 같은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의 경우, 그것이 일종의 신비스러운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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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7-01-08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0p,「리에코는 전부터 어딘가 크게 '일렁이는' 부분을 가진 여자였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든다. 일본어도 번역도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서, '일렁인다'는 표현이 작가의 탁월한 선택인지 권영주라는 옮긴이의 기막힌 센스인지를 알 바가 없어 안타까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