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 류시화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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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온갖 잡다한 일들이 힘겨울 때
버리고 싶어서 산으로 갑니다.
그러나 내려오는 길은 언제나
그 세상과 마주보며
세상을 향해 내려옵니다.
힘들어도, 버리고 싶어도
회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과감히 그것과 맞닥뜨려 해결하려는 용기가
외면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흐르는 저 강물이 말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