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속도로 읽고 있지만 한참 만에야 몇 자 적을 여유를 낸다.

글을 남기기 어려운 이유는 컴퓨터가 내 생활 공간에 없기때문이고

(빨리 스마트폰을 사야겠다)

다른 하나는 내남편이 나의 사생활 언급에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쓰기란 사적이기 마련이라 쓸 수 있는 말이 많지 않다.

 

  오늘 출근길엔 사랑의역사를 끝냈다. 오래 전에 보관함에 넣어둔 책인데 삼천원쯤 하는 가격에 알라딘 직배송 중고가 떴길래 구입했다. 요즘 나의 책 구매패턴은 보관함이 미어터지게 밀어넣고, 알라딘 직배송 중고가 한 50% 가격 정도에 떴을 때 구입한다. 나조차 이런 구매패턴을 유지하면 새책값은 더 올라가겠구나 싶지만, 반정도는 새책으로 구입하는 나름 우수고객인 '나'니까 반쯤은 괜찮겠지 싶기도 하다.

 

 여하튼 어느 책의 선전문구처럼(그 책을 사서 읽었고, 다시 읽긴 했지만 끝내자마자는 아니었다)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다시 읽기 시작하게' 되는 책이다. 그리고 나자신의 혹은 나에게 전해진 무수한 사랑의 역사들이 떠오르고 글이 쓰고 싶어서 손가락이 간질간질해졌다.

 

 제목 때문에 손해를 볼듯한 책이다. 사랑의 역사가 아닌 소설이 어디있다고 저런 제목을 썼을까? 첫 장만 읽어도 글발 날리는 이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에 어울리는 다른 제목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끝없는 만약들을 떠올렸다. 이런 세상이 아니라 고향에서 계속 공부할 수 있었다면 나를 위해 공무원이 되어준 소꼽친구랑 결혼해서 엄마의 지긋지긋한 간섭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같은... 전쟁만 아니었다면 책속의 그는 그녀와 결혼해 서로의 기침 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솟구칠 때까지 같이 살 수 있었을까? 그리고 느낀 것을 표현할 길을 찾지 못한 나같은 불쌍한 대중을 위해서 몇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는거지. 그 사람 덕에 나는 침묵을 읽는 법과 많은 단어의 뜻을 알 수 있게 되는거야.

 

 그런데 세상에 모든 것이 그렇듯이 우리의 하_님은 모두에게 각기 다른 사랑의 기회를 준비해둔다. 어떤 사람에겐 단한번도, 누구는 수십번, 다른이에게는 꼭 한번. 전쟁은 인간이 긴 세월 '인간다움'에 대해 만들어놓은 많은 선들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게 한다. 아니 자기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군대를 갔다오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언제나 '도대체 그들이 무엇을 경험했을까?'가 궁금해지곤 한다. 우리의 주인공처럼 인간다움이 한웅큼 죽어버려서 단한번의 사랑밖에 할 수 없게 되지 않기만을 빈다.

 

 HQ를 읽다 무언가를 너무 간절히 바라는 사람의 마음을 읽기가 힘에 붙여서 잠시 쉬고 집어든 이 책에서 삶을 그저 살아낸 사람의 이야기를 읽었다. 이 쪽도 쉽진 않다. 그리곤 많은 이야기를 전해듣고, 기억하고, 적어두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모든 사랑의 기억을 가진 자, 모든 깨달음의 경험이 있는 자는 인간이고, 그의 삶은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토르 프랑클을 떠올린다. (이건 그의 책에 나온 바가 아니라 내가 이해한대로 쓴 문장이다.) 주인공은 살아냈고, 기억했고, 글을 썼으며, 세가지 모두 가치있는 행동이었다.

 

 다시 나로 돌아가서 요즘 나를 지배하는 감정은 '실망감'이다. 때로 이것은 '분노'가 되기도 한다. 그 불똥은 내밑의 낙하산 '신입사원'에게 튀기도 한다. 아침이면 어머니가 깨워 도시락까지 싸서 아버지 입김으로 밀어넣어준 회사로 출근하는 그 녀석을 나는 왜 무시하는지 모르겠다. 그 녀석은 죄가 없고, 곱게 큰 것은 장점인데 말이다. 이 지긋지긋한 일상을 선택한 건 나 자신인데 '너때문에 이지경'이라고 소리 높이는 짓도 그만둘 일이다. 잠시 놓아버렸던 나 자신과 나의 감정, 여전히 접지 않은 꿈들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날들이다. 나도 살아낼 것이다.

 

예고 1 : 이 책을 읽기 전에 파과와 솔로몬 왕의 고뇌를 읽었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에 도전했다 거듭 실패한 끝에 익숙한 그들에게 돌아갔다. 좋아하는 작가들이 그린 노년. 좋았다. 좋아서 여유있게 리뷰를 쓰고 싶어서 끝도 없이 미뤄지고 있다. 언젠간 쓰겠다.

 

예고 2 : 이 책에 나오는 브르노슐츠의 작품집을 샀다.

 

예고 3 : 그냥 요즘 내모습. 화질을 보니 다시한번 폰을 바꾸기로 =.= 딸과 커플 원피스라 유아복 라인인데 정작 딸은 안입고 나만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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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었어 늙었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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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2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2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8-22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예쁜 휘님 모습이네요. 반가워요.
글을 읽으면서 맛있어서, 아, 역시 휘님이구나, 했는데 밑에는 반가운 모습까지!!
자주 좀 써줘요, 휘모리님.
:)

무해한모리군 2013-08-23 08:2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끝도없이 쓸 것 같아서 대충 정리했어요.
하고 싶은 말들이 마음에서 맴돌다 사라지곤해요 ^^
난 늘 다락방님을 보고 있다오 홍

여울 2013-08-2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랜만이군요. 서재브리핑 보다 낯익은 이름이 걸려 넘어왔네요. 시간들이 후다닥이군요. ㅎㅎ 질병치료 가면 걸어둡니다. ㅎㅎ 서재 잠깐 다녀가세요.

무해한모리군 2013-08-23 08:28   좋아요 0 | URL
언제나 따스한 글을 써주시는 여울마당님.
고맙습니다 ^^

머큐리 2013-08-2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님...근데 배경이 화장실? ^^;; 화장실에 핀 한떨기 꽃(?) 이어라~~~ㅎㅎ

다락방 2013-08-23 08:18   좋아요 0 | URL
앗 그러네요. ㅎㅎ 저는 화장실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3-08-23 08:29   좋아요 0 | URL
회사 화장실이예요.
저날 유아복입은 꼴이 재미있어서 찍어봤는데 역시나 임대한 2g폰카는 저질화질 ㅎㅎㅎ

웽스북스 2013-08-2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미녀!!!!! 애 낳아도 날씬한 미녀!!! 유아복 라인 입어도 시크한 미녀!!!!

무해한모리군 2013-08-23 12:06   좋아요 0 | URL
아냐아냐 웬디양님
역시 애낳고 나니 팔뚝살이 안빠져요. 슬퍼..
저는 늘 검은색 치렁치렁한 옷이 좋았는데 얼마전에 깨달음이 왔어요...
짜리몽땅에게 쉬크란 없다는거 ㅠ.ㅠ

테레사 2013-08-2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이런 모습을...글도 잘 쓰시고, 모습도....너도 2007년 가을 폭풍같은 속도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한없이 터져나오는 눈물이 기억나는데...왜 울었나 지금 생각하면, 답을 못하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3-08-26 09: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테레사님..
웃긴 모습이죠 ㅋㄷㅋㄷ
요즘 역사 운명 막 이런거 앞에 참 무력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거울 속에 낯선 사람은 나인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문득 슬프기도 하고.

순오기 2013-08-2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휘님, 더 어려진 거 같아요.
모녀가 세트로 옷을 입거나 악세서리를 같이 하는 것도 잠간이니 많이 즐기세요~ ^^

무해한모리군 2013-08-26 09:2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진실은 저만! 입어요 ㅎㅎ 딸은 벌써 거부중 ㅋㄷㅋㄷ
 

요즘 글을 읽으면 글을 읽는 것인지 나를 읽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고민 속을 여전히 제자리 걸음 중이다.

최근 64를 읽는데,

울컥 하더라.

부모라는 자리,

원치 않은 일,

오랜 기간 속해왔던 조직,

이런저런 내 고민들이 머릿 속을 돈다.

 

하루가 평생이 된단다.

 

어느 만화책 속에 누군가는 이런말을 하더라.

그래도 죽는 것 보다는 도망치는 게 좋지 않냐고,

자기자신을 놓아버리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그래서 책을 읽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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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7-03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란 존재는 힘들다는 말 같은거 할수도 없고 해서도 않되고 할 필요도 없는 것" 우연히 보게된 웹툰에서 나온 대사가 그냥 넘어가기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책 많이 읽으시네요. 전 요즘 도통......^^

무해한모리군 2013-07-05 18:43   좋아요 0 | URL
왕복 세시간을 출퇴근 하거든요... 아이 맡기겠다고 시부모님 계신 인천송도로 이사를 가서. 그런데 웃긴건 신랑이 백수가 되가지고 육개월째 놀고 있다는거 ㅎㅎㅎ 아 산다는게 참 쉽지가 않아요.

2013-07-08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누가 되든 상관 없다는 말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박정희의 경제 신화를 그리워해 또다른 박대통령에게 표를 던졌을까?

 

경제를 살릴 길도 죽일 힘도

동방의 작은 나라에게는 없다.

 

단지 더 깊어만 질 이 불황속에

조금이라도 연착륙 할 수 있기를,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자살 하지 않고,

가난한 부모를 둔 아이들이 공부를 그만두지 않고,

배 늘어지게 먹어서 다이어트 하는 사람 옆에 굶는 사람이 없기를..

나는 우리가 좀 더 가난해질 세상에서도

우리가 미래의 희망마저 버리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박근혜를 선택한 우리는

아마도 그 연착륙을 위한 오년을 또 잃었다.

 

문이라도 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조금의 차이는 가장 아래 사람들을 가장 혹독하게 몰아붙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또 죽은 노대통령이 원망스러웠다)

 

모진 식민지와 그 만큼 모질었던 독재를 거쳐

도로 박근혜라는 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옛 부흥의 기억에 던진 표들이

안타깝고 안쓰럽다.

 

그냥 우리가 안타깝고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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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2-12-20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문의 선거운동을 보고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이해를 못한 사람이 나만은 아닌가보다..
민주당이 조금만 덜 뻘짓을 했어도 --;;

2012-12-20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0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2-12-2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년 후엔 내가 몇살인가...생각하다가. 갑자기 중임론을 떠들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무해한모리군 2012-12-20 09:40   좋아요 0 | URL
Mephistopheles님 아버지 박에 이어서 임기내 개헌을 통해 또 해낼지도 모르지요... 아 5년전에도 했던 생각인데요... 이번엔 정말 절실하게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의집 2012-12-20 09:41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 생각 했는데, 닭이 4년 중임제 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어제 밤새 뒤척이면서 혹 이년 팔년 해 먹겠다는 거 아냐 했는데.

이진 2012-12-2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년 후엔 제가 안쓰러운 사람이 되지 않으리라 두 손 꼭 쥐어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2-12-21 11:12   좋아요 0 | URL
오년.. 오년은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게 문제예요.

saint236 2012-12-2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용민이 조국을 말하다에서 주장했던대로 우리는 5년 후를 노려야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12-12-21 11:12   좋아요 0 | URL
제발 그녀가 게으르기를 기도해봅니다..
아무것도 하지마라 아무것도 하지마라..

카스피 2012-12-2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멘붕상태입니다용.

2012-12-29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0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론의 내용이 아니라 토론이 왜 안되는가를 두고 사람들이 논쟁하는 드문 모습을 볼 수 있는 선거였다.

 

아침에 뜨문뜨문 다시보기로 본 토론회는 참 못들을 수준이긴 했다.

 

혹자는 교육의 탓이라는데 단언하건데 이건 개인의 문제가 더 커보인다.

 

언론에서 왜 박빙이라고 할까가 가장 큰 나의 의문이다.

 

여론조사 조작일까?

 

아니면 문에게 사람을 혹하게 할만한(노무현이 가졌던 그런것)이 부족한 것일까?

 

오늘에야 정책을 대충이라도 훑어보았다.

 

몇몇 황당하거나 모호한 정책들이 보였으나,

 

모 지지연설자의 말대로 대통령은 정책이 아니라 '국정 운영에 대한 기조', '그가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오바마의 당선 연설이 문득 떠오른다.

 

"The best is yet to come"

 

다음 선거에 내가 손에 든 선택지는 분명 이보다는 나아질 것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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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8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18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2-12-19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심상정, 이정희, 안철수가 '이겨야 한다'는 의지를 이렇게 분명히 보여줬으니 기대해 봐야죠. ^^

박의 정책이 나쁜 게 아니죠. ㅎㅎ mb라고 정책이 다 나빴을라구요?

박빙이란 말은 조중동 논법으로 '졸라 불리함'에 대한 완곡 어법이구요.

논란이란 말은 조중동 논법으로 '논점 물타기'에 대한 완곡 어법이죠.

기분 좋게 오늘 저녁을 맞게 되기를...

2012-12-19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2-12-1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은 좀 생각이 없죠.

무해한모리군 2012-12-1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투표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저희는 인증사진 못찍었어요.
이렇게 많이 찍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사전조사결과가 ㅠ.ㅠ
좀 더 지켜봐야겠어요.
 

회사

회사가 위기다. 그런데 이 위기는 저 위에 높은신 분께서 모회사를 먹으셨는데,

이게 못먹을 것이였던 탓인데..

결정은 지들이 해놓고,

 

8시까지 출근

6시반 퇴근(이건 원래 했던건데 그러니까 한시간 뒤 퇴근)

간부급 토요일 전일 근무

연차 무조건 소진(이라고 쓰고 연차수당 미지급이라고 이해한다)

 

올해 급여인상이 2% 그것도 11월에 결정되었는데,

임원들은 성과급을 이번달에 받는단다..

 

거참..

저지르는 놈 따로

감당하는 놈 따로인게

확실히 자본주의의 속성인듯 --;;

 

아가

딸은 일어서더니 - 호모에렉투스

놀이가 한층 다양해졌다 - 호모루덴스

줄당기기, 서랍장 빼기 서랍문 여닫기, 인형던져서 엄마가 주워오게하기

등등등

오... 열두시가되도 안잔다.

매일 신기술을 습득하니 신나기도 할듯.

 

 육아는 끊임없는 선택이라는 걸 절감한다. 정답이 없다. 책 두권을 읽으면 두권이 다른 소리를 한다. 이유식만해도 매일 고기를 먹어야 된다는 쪽과 고기를 최대한 늦게 먹이라는 책이 있다. 나는 고기를 안먹으면 무슨무슨 병에 걸릴 수 있다는 둥 하는 소리를 전혀 믿지 않지만(우리 친정은 거의 고기를 안먹지만 나는 아무 병에도 걸리지 않고 성장했다 --) 소심한지라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먹이고 있다.

 

아 앞으로 이 꼬맹이는 나를 얼마나 더 공부시키고 고민시킬까.

 

 언제나 그렇듯 잡다하게 여러권을 동시에 읽고 있다.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는 회사 여자휴게실에 두고 짬짬이 읽고 있는데, 현재 잘나가던 여자 정치인을 아무것도 없는 방에 3년째 감금해두고 있다. 오대수보다 끔찍한건 방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 심지어 씻을 물, 빛, 압력 조차 납치범들은 제한하는 상황이다. 납치범들은 그녀를 그렇게 가둔데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했는데 이유가 뭘까?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된 동생에 대한 책임을 그녀에게 묻는 걸까? 머리속에 뭔가가 고장이 나서 감정, 기억을 끄집어 내는 데 어려운 그녀 동생의 상태와도 비슷해 보인다. 혹은 그녀가 차버린 남자의 앙심? 그녀가 내렸던 정치적 결정? 아직은 모르겠다. 그런데 왜 이리 여자를 괴롭히는 책도 많고, 실제로도 여자들을 괴롭히는 '놈'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사폰의 새 책은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읽으려다 도저히 못참고 읽어버렸다. 아쉽다... 나의 기억력이.. 이야기는 앞의 두책과 유기적으로 얽혀가는데 나의 기억력은 부실해서 앞 전 두 책의 내용이 잘 생각이 안난다... 다시 읽어야 할까? 아니 일단 시리즈가 완성되면 모두 통채로 다시 한번 읽어주자.

 

 이번 책엔 스페인내전 후 군부독재 하의 암울했던 스페인의 분위기를 잘 그렸다. 우리의 모습과 상당부분 겹치니 기억 상실증으로 그 시절이 좋았다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기억을 회복해 보면 좋을 듯 하다. 영화 26년을 보고 나오는 중고등학생들이 스맛폰으로 그 사람이 아직 살았는지 검색해 본다하고, 다카키 마사오가 검색어 순위를 몇일째 차지하고 있다하니 전 사회적 기억상실증이 조금이남아 좋아지길 바래본다. 깜빡이는건 나로 족하다.

 

 톨킨에 대해 온갖 연구를 해오던 사람들이 그의 그림에 대해서도 연구해서 내놓은 책이다. 이 경건한 영국신사는 그림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의 어머님이 조각사와 도금업자 집안 출신이었단다) 그의 놀라운 상상력의 뿌리를 조금 짐작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반지의 제왕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나무들은 작가의 그림 속에 나오는 어린시절 작가가 놀던 영국의 숲이 배경일까?

 

 

먹고마시고

나의 스타벅스 골드 카드엔

"모리, 의지로 낙관하라

only eat and drink"

라고 적혀있다.

 

새벽차를 타고 출근해 일곱시에 문여는 곳이라곤 스타벅스 밖에 없어서

(회사 니가 내게 조기 출근을 강요하면 나는 싫어싫어 더 안할테얏)

거기서 출근시간까지 버티다보니 제법 마셔줘서 골드등급이 되었는데,

별 혜택은 없다.

 

조용한 스타벅스에서 책읽는 맛이 좋았는데, 요즘 스티커 때문에 갑자기 사람이 많아져서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못앉고 있다. 어서 이 시즌이 끝나기를 --;;

 

어제는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내방역 근처 이자까야를 신랑 목을 틀어지고 가 보았다.

사시미를 시켰는데 나오는데 제법 시간이 걸려서 배가 고팠던 우리가 삽시간에 먹어치우자,

젊은 주인장이 기분 좋다며 리필해줬다 ^^;;

자주 와 달라며 휴대용 키보드도 선물로 주길래 잘 챙겨서 나왔다.

우리는 삽시간에 많은 걸 먹어치우는 술집의 고마운 고객..

 

아 이제 일하러 가야지.

눈이 제법 오려고 하네. 집에 어떻게 가지 =.=

그래도 다행이다 금요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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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re 2012-12-0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회사가 위기라는데 읽어내려가다보니 글이 너무 재밌어요 --; ㅎㅎㅎ

사는 맛이 솔솔 풍겨서 참 좋아요~~

무해한모리군 2012-12-07 19:00   좋아요 0 | URL
fiore님 요즘 정말 분투하네요 --;;
출퇴근 시간이 긴건 너무 힘든거 같아요.

잘지내시는지 종종 소식 전해주세요.

Mephistopheles 2012-12-0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지르는 놈과 감당하는 놈은 따로인데. 감당하는 놈과 책임지는 놈은 동일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더라고요. 이건 자본주의의 속성도 아니고 인간말종주의? 정도라고 해야 할 지경.

무해한모리군 2012-12-07 18:59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직원들 월급은 동결시켜놓고 자기들은 보너스 ㅠ.ㅠ
사실 우리 실적은 나쁘지도 않은데 지들이 잘못 의사결정해놓고 말이죠..
나빠나빠나빠

차좋아 2012-12-0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난히 자주적인 신랑 가만보면 말 잘듣는거 같기도 하고 ㅋㅋ

무해한모리군 2012-12-07 18:59   좋아요 0 | URL
저렇게 따라가서는 투덜됩니다..
참 사장보기가 민망해서 =.=

잘잘라 2012-12-07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시미를 리필해주는 이자까야라니.. 오호라~!

그나저나 눈이 제법 내렸다던데.. 집에 잘 도착하시기를!!!

무해한모리군 2012-12-07 18:58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반갑습니다~
그러게요. 역사에 사람들이 넘쳐흐른다네요.
전 집까지 어떻게 가야할까요?
차라리 밥 먹고 쉬엄쉬엄 가야할듯 ㅠ.ㅠ

같은하늘 2012-12-1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안녕하셨어요?
바빴던 관계로 몇 달 만에 알라딘에 들어왔는데...
그 사이 휘모리님은 다시 회사에 복귀하셨나봐요.
회사의 위기도 유머(?)로 풀어내는 휘모리님의 재치~~~ㅎㅎ

무해한모리군 2012-12-14 09:26   좋아요 0 | URL
저는 일개 종업원이라서 유머?로 풀수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
미남들은 잘자라고 있지요?
저는 멀고먼 송도에서 강남으로 열심히 출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못할거 같더니 또 일하는 아줌마로 사는 맛도 있네요 ㅋㄷㅋㄷ

같은하늘 2012-12-17 01:11   좋아요 0 | URL
시댁근처로 이사를 가셨나봐요?
송도에서 강남이라~~~
대단하세용~~~^^;;

2012-12-15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