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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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 오지 않는 버스를 한참을 기다리며 눈물이 범벅인 채로 책을 덮는다.


서경식 선생의 신간 '나의 조선미술 순례'에서 다루는 첫번째 화가는 신경호다. 신경호는 518의 진정한 증언자의 예술작품은 없다고 단언한다. 진정한 증언을 할 수 있는 자들은 죽었기에 자신처럼 그저 언저리를 배회하던 자의 증언이 '얼마만큼 그순간의 진실'을 증언하는 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 생사를 갈랐든 생존자들은 프리모 레비처럼 끝없이 증언하다 지쳐 죽거나,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내가 인간이라는 치욕"을 견디는데 온 힘을 소진해버린다.


한강은 무수한 자료를 살피고 증언을 듣고 글을 쓴다. 자신을 야만의 현장에 두고 글을 쓴다. 작가는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뇌수냄새와 써근내가 진동하는 거리에 서 있는데. 


왜 그들은 도청에 남았을까. 어리디 어린 중학생 부터 직장인 노동자 그들이 죽기 위해 그곳에 남았을까. 아니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가지는 '존엄'에 대한 갈구가, 희망이 그들을 그곳에 남게 했을 것이다. 터무니없이 야만적인 시대에 아주 작은 흔적만 남기고 그들은 사그라든다. 


아직도 518 광주를 빨갱이폭동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겠다는 이들이 있다. (부끄러워 그런 것이라면 이해해봄직도 하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을 왜곡된 진실로 덮으러는 자들이 있다. 그들이 여전히 우리사회의 지배층이다. 


아이를 품고 십수년을 소중히 키워왔는데, 이제 그 아이를 잃은지 채 반년남짓 되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가족이 아홉인데 포기하라고 잊으라고 한다. 갈무리 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아니 시작조차 못했는데 잊으라고만 한다. 


여기 또다른 남겨진 이들의 삶을 기어코 장례식이 되게 해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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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4-12-2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덮고 느끼는건 역시 살아남은 자의 자괴감, 그리고 25년전 그날 이후로도 한치도 변하지 않은 세상이라는 것, 그래서 아무말도 하기 힘든 먹먹함이었습니다. 아 우리는 그자리에서 아직도 한치도 나아가지 못했구나 싶은....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뭐라고 해야 할까요?

무해한모리군 2014-12-29 14:20   좋아요 0 | URL
읽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참담한 날들이라 조금 각오를 하고 읽었는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어제는 쌍용차 후원달력을 또 받아보았습니다. 한해만 받고 말 줄 알았던 이 달력을 계속받다니 가슴이 답답하네요. 이곳을 도망치지 않을수 있을지요.

fiore 2015-01-0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518에 관한 소설인가요. 읽어봐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5-01-06 09:19   좋아요 0 | URL
작품 자체로도 좋습니다.
 
어제 뭐 먹었어? 9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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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좋은 일본주부들은 이 만화처럼 해먹겠구나 하는 생각이든다. 적당히 소박한 그들의 집처럼 요리도 동거생활도 요란하지도 초라하지도 않다. 서로를 배려하며 이젠 온전히 파트너가 되었다는게 느껴지는 두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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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은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조심스럽게 네가 물었을 때, 은숙 누나는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며 대답했다.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 아냐. 한낮에 사람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 소년이 온다 17쪽

 통진당 해산 관련 이야기를 하던 중 유시민씨가 '전두환때도 살았는데요 뭘' 했다. 하기는 매해 무수한 열사가 생겨난다. 고 문익환 목사의 이한열 열사 장례식 조사에 죽어간 쌍용차 노동자들의 이름을 붙여본다. 긴진숙 동지의 김주익 열사 추모연설에도 한사람 한사람 넣어본다. 


 나는 법이란 약자에게 기울어져야 한다고 배웠다. 자신을 지킬 돈도 힘도 없는 사람들이 최후에 기댈 곳이 법이 되야 한다고. 또한 국회의원이, 법관이 그리고 국가가 권위를 가지는 것은 국민이 그 권한을 위임해줬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나의 배움이 겨우 초중고 사회시간과 헌법 한과목에 머물러 '사시'를 패스한 그분들과 깊이가 달라 그런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놈으 선거를 통한 대통령이 생긴것도 못쓸 헌법재판소라도 만든 것도 그 똑똑한 사시 패스한 너들이 아니라 무수한 무지렁이들이 죽고 죽은 목숨값이다. 국민을 죽일 권리를 우리는 준 적이 없다.


고로 너는 법관이 아니고, 너는 나의 국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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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은책 

요리코를위하여의 속편격인 이소설을 요리코를위하여를 읽지 않은채 봤다.

같은 시리즈의 1의 비극만을 보았는데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라 꽤나 옛스럽게 글을 쓰는군 하고 지나치고 말았다. (작품이 나왔던 1991년도에는 당연히 옛스런 작품이 아니었겠지만) 그런데도 이 소설의 주인공인 노리즈키 린타로가 내적 고통에 처한다는 소개글이 내 안에 어떤 가학성을 건드려서 읽게 됐다. 딱히 좋아하지 않는 주인공의 고통을 즐겨주지 하면서 =.=


전편처럼 꽤나 충격적인 반전에 반전을 제외한다면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다. 덤으로 연대별 정리까지 된 아이돌 비지니스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성서에서 엘러리퀸까지 온갖 참고문헌들이 등장하며 탐정활동(이라고 쓰고 추리소설을 어찌 쓸 것인가라고 읽는다)에 대한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원치 않으면 읽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다)


이 책에 인용된 성경 구절은 어찌보면 성경을 두줄로 요약하면 남게될 구절이다.

1. 야훼는 유일하며,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2. 이웃을 내 몸처럼 섬기라


두번째 항목은 인간다움의 요체를 측은지심 즉 공감의 능력으로 규정하는 대다수 종교와 맞닿아 있다. 첫번째 항목은 노리즈키 린타로에 따르면 신과 다른 인간의 또다른 특질인 유한성을 설명한다고 본다.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신뿐이고, 인간은 부분만을 보고 실패하기 마련이다. 


나는 내 의지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물살에 따라가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다른 명탐정(옛스럽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한 이름이다) 긴다이치 코스케 역시 자기가 관여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한다. 죽은 사람이 살아나지도 않고, 사건의 진상이 변하지도 않으며, 때로 노리즈키 린타로의 소설속 사람들처럼 들어난 사실에 더 상처받기도 한다. 좀 다른 얘기지만 내가 안간힘을 써도 결국 이자리에 올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성실하게 하루하루 부딪히며 살아가려 한다.. 결과는 같을지라도 우리의 행위로, 사람들 사이에 만들어지는 화학작용으로 '나'와 '너', '우리'는 바뀌기 때문일 것이다. 흔한 말로 삶은 결과가 아니라 여정이라고들 하듯이.


이 소설 역시 나온지 꽤 되었다. 그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최근작을 읽어보고 싶다.


2. 읽고 있는 책

 연말, 출근까지 꼬박 두시간 걸린 월요일에 나는 어쩌자고 이 책을 펴들었는가. 생각보다 나는 꽤 용감한 구석이 있다.






3. 산 책

 딱히 꼭 이 책을 읽으려던건 아닌데 중고책방에 2권 12천원 알라딘 직배송이 뜬 걸 보고 샀다.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독서는 이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가독성이 내 예상을 뛰어넘는다면 로맹가리의 이 경계를 지나면 당신의 승차권은 유효하지 않습니다를 읽고 싶다.


오늘 책을 산 이유는 대충 숨겨뒀던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말에 아이가 찾아버렸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겨울왕국의 안나는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그냥 선물이 되었다. 이제 크리스마스 까지는 삼일... 선택의 여지 없이 뽀로로 크리스마스 입체북과 색종이, 색년필로 결정한다. 그걸 주문하는 김에 내것도 슬쩍 넣어본다. 몰래 또 어떻게 포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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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2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22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4-12-23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탄절 선물을 스스로 하시는군요.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도 선물을 받아야지요~ ^^
신문종이로 허름하게 싸 두셔야 안 들키지 않을까요?

무해한모리군 2014-12-23 08:53   좋아요 0 | URL
ㅎㅎㅎ 함께살기님 전단지같은 종이를 무척 좋아해서 위험할거 같고, 일단 책사이에 껴두었습니다... 말씀을 듣고보니 저도 새삼 선물받은 듯해 기분 좋습니다 ^^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 2014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 상 수상작 생각하는 숲 17
인디아 데자르댕 글, 파스칼 블랑셰 그림, 이정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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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할머니는 점점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요리도 집장식도 성당에 다니는 것 같은 사소한 외출도. 자신의 여생이 타인에게 폐가 되거나 갑자기 끝날까봐 위축되어 있지요. 그래도 행복해지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삶으로 뛰어드는 위험을 감수해야되죠. 할머니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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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2-22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아름답다. 고독해서가 아니라 더 즐겁게 살아가려고 우리는 서로에게 기댄다.

파란놀 2014-12-2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가 오랫동안 가슴에 담은 이야기를
아이들이 따스히 물려받을 수 있으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곧 성탄절이로군요.
성탄절 언저리에 할머니들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4-12-22 09:48   좋아요 0 | URL
할머니를 생각하면 곱게 쪽진 머리와 장독에서 꺼내주시던 짠지가 생각나네요.
뭔가 부모에게는 미움, 원망 같은 것이 뒤섞인 조금은 복잡한 감정인데 조부모님은 정말 순수하게 그립고 따뜻한 마음이 들어요.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