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황혼녁의 세상을 살아가는 로보트 처자의 이야기. 한때 나는 사람은 손으로 사는 것 같았다. 때론 냄새로, 음표들로 내몸이 이루어진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래, 사람이란 온갖 감각들의 집합체가 아닐까?

 로보트 처자 알파는 저물어가는 인류의 마지막 모습을 냄새, 촉감, 감정까지 기억해주는 카메라다. 보이는 것이라곤 수면위로 간신히 올라온 가로등 불빛 밖에 없는 물에 잠긴 내가 태어난 곳을 바라보는 느낌은 어떤 것을까? 나만 홀로 나이를 먹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늙어가고 죽어가는 모습은 어떨까?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겠지.

그저 담담한 이 만화책을 보자니 내가 서 있는 이곳을 좀 더 예민하게 음미하고 싶어진다. 내가 사는 오늘은 곧 그리운 과거가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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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기를 처음 결심하고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이사람 저사람을 열심히 만나도 봤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아니고서는 채워지지 않는다. 나는 바로 그 사람과 감정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그래서 대용할 누군가를 찾기보다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영화도 보고, 온전히 홀로 빈자리를 느끼는 쪽을 택했다. 하긴 최근의 나의 감정상태는 누군가를 만나 접대를 할 상황이 못되기도 한다.

집에서 혼자 빨간머리앤 5번째 dvd를 보다 매튜아저씨의 죽음을 보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실로 오랜만에 아이처럼 침대에 머리를 박고 엉엉 소리까지 내며 펑펑 울었다. 옆집 사람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씩씩한척 아무렇지도 않은척 해도 사실은 무지 힘들고 울고 싶었나보다. 아침에 퉁퉁 부은 눈을 보니 좀 어이없기도 했지만 ㅋㅎㅎ

밤은 노래한다의 후기는 한정없이 늘어지고 있다. 임시저장해서 하루에 한 줄씩 쓰고 있다. 이 후기가 끝이나 날지 모르겠다. 뭔가 무거운 걸 읽기가 두렵다. 이러다 자기연민에 빠지지는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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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0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1-21 08:01   좋아요 0 | URL
아 이 넘치는 감성~~ 엉뚱함이 아주 반가운데요~
알라딘에 이사온지 얼마안되서 아직 약간 어리둥절해 하는 중이예요 히히

Arch 2009-01-21 22:27   좋아요 0 | URL
리뷰는 쓰신지 오래됐던데요. 저 어제 좀 훑었어요^^ 쓱쓱

무해한모리군 2009-01-22 08:02   좋아요 0 | URL
아 리뷰는 가끔 써볼까 시도 하다 말았지요. 알라딘을 이용한지는 오래됐으니까..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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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삶에 들이닥친 쓰나미.. 지루함..

나이 서른, 브리짓존스의 일기의 나오는 구절처럼 '이러다 어느날 기르던 개한테 반쯤 뜯어먹힌 채로 발견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이러다 생각하는대로 살지 못하고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일요일 밤이면 극도로 심해지는 우울을 극복하고 매주 계속되는 극기의 출근에 따른 지루함.

그녀는 내게 다르게 살기는 가능하다며 떠나라고 속삭인다. 스물아홉의 저자는 이혼과 망가진 대학로(그녀의 일)를 두고 파리로 떠난다. 파리의 무서운(!) 뒷골목을 거침없이 거닐고, 영어 네이티브스피커를 원하는 베이비시터 자리도 용감하게 도전해 꽤찬다. 나락에 떨어져도 돌맹이 하나라도 집고 일어나라고, 간절히 원하면 세상도 도와주기 마련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나의 짧은 해외체류 경험을 생각해봐도 우리나라 아가씨들은 참 어디 떨어뜨려놔도 야무지게 잘산다. 아니 잘산다는 걸로 부족하고, 이 모든 "눈"들에서 벗어나자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래, 너무 힘들면 늘 놓인 장소에서 살짝 벗어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겠다 싶다.

저자의 출산기와 육아기도 참 인상깊었다. 생각하는대로 살아가려는 그녀의 노력이 가장 빛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내게는 그저 두렵기만 한 부분인데, 대화로 끈기있게 설득해나가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아 이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이런 방식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외국인과 시민연대를 맺은 상태다. 물론 한국의 '시댁'을 생각하면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왠만하면 결혼하지 말기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지 않은가!!)

이냥반 글 참 맛나게 잘쓴다. 이렇게 잘난 냥반이 쓴 글인데, 그래 너 잘났다 이런 시기의 느낌 보다 이 사람은 이런 힘겨움을 용감하게 해쳐나갔구나 하는 공감과 용기를 준다. 그리고 이 냥반의 짝꿍의 사진도 그녀와 아이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 글과 잘 어울린다. 

내게도 늘 옷장에만 걸려 있는 검정드레스가 하나 있다. 당장 큰 일은 못저지르더라도 옷 하나 내 맘대로 입는다고 큰 일 나는 것도 아닌데, 검정드레스에 워커신고 데모하러 한번 가볼까?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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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8-12-0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신문에 나시는거 아니에요- ㅋㅋㅋㅋ
 

 옆에 있는 밀레니엄 2부를 샀다. 무슨 이벤트를 한 기억이 안나는데 와인이 경품으로 왔다.

 신기하다 도서의 경품으로 와인이 오다니. 요즘 와인이 대세인가. 저녀석은 칠레에서 건너왔단다. 그리고 와인값보다 와인케이스값이 더 나갈 듯한 아주 대단한 금색 케이스에 담겨져 왔다 ㅍㅎ (솔직히 나는 대단한 케이스로 물건을 사는 것은 좀.. 화장 떡칠한 여성을 보는 듯한 불편함이 있다.)

 왠지 공짜 와인이 생기니 지글지글 삼겹살이라도 구워서 맛을 보고 다시 한번 포스팅을 해야할 거 같다.  어쨌든 공짜는 므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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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05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와인병과 책 표지 색이 비슷해 보여용. 암튼 축하합니다. 책 읽으면서 취하실지도 몰라요^^

꿈꾸는섬 2008-12-05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축하해요^^ 책과 함께 와인이라......부러워요.

네꼬 2008-12-0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정말 신기한(!) 이벤트네요. 와 저도 삼겹살에 와인 먹고 싶어요. (나는야 고기킬러)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오히려 사람을 판단하는 자기 자신을 판단하고 멸시하라

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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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8-12-05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남들은 어떻게 연애하고 결혼하게 되었을까?
아무래도 나는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서른살 집안도 직업도 생긴것도 성격도 그저 무난하기만 한 내가 별 매력이 없는 걸까? (가끔 여기 대한민국 평균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심지어 나는 키도 평균 몸무게도 평균이다 쩝 --)

꿈꾸는섬 2008-12-0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균이라면 다행이세요. 전 키 몸무게 평균 미달이예요. 휘모리님의 운명의 반쪽은 분명 계실거예요. 서른이란 나이가 그런 듯, 저도 제 친구들도 서른살에도 한참 방황을 했었답니다. 근데 모두 결혼해서 애들 낳고 살고 있네요. 휘모리님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