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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고미숙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사회적으로 자의로 타의로 노는 인간들이 문제라 한다.
실업자, 청년백수, 프리터 등등
기왕에 내가 꼭 그러려고 한 것도 놀아야 된다면
여기 좀 놀아본 고미숙이 제안하는 노는 법을 한번 들어보자.
그럼 놀려면 우선 무얼해야할까?
세상에 백수가 한가하다는 것은 다 모르는 소리다.
나도 좀 놀아봤지만 오라는 곳은 없어도 만나야 할 사람도 많고, 갈곳도 많은 법이다.
그럼 놀기위해 제일 뭔저 할 일은?
같이 놀 벗들을 구해야 한다.
이 책에 소재가 되는 꺽정이도 혼자서라면 저렇게 재미나게 못놀았을 것이다.
같이 놀면서 '잘헌다'하고 맞장구도 쳐주고,
혼자서는 도둑질을 해도 좀도둑 밖에 못하지만 벗이 있어야 대도가 될 수 있는 법이다.
놀 친구도 구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에 따르면 배우면서 놀아야 한다.
뭐 배운다는 게 꼭 집에 틀어박혀서 공자왈 맹자왈 하자는게 아니다. 라면을 하나를 끓여도 고수가 되도록 끓이고, 게임을 해도 몰두하며, 아플때 돈안들이고 치료 할 수 있는 침 뜸 등 자가 치료법도 익히고, 집수리 법 같은 것도 배워두면 좋을 듯 하다. 말하자면 돈주고 살형편이 못되니 내가 할 수 있게 배우고, 돈도 못버는 처지에 남한테 빌 붙으려면 몸으로 떼울 수 있는 이런저런 재주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배울 마음은 먹었는데 어디서 배우고 뭐 먹고 살지?
일찌기 부모님께 많이도 들은 찢어지게 가난하였지만 굶어죽는 사람이 없는 것이 왜인가?
임꺽정 소설을 보면 사돈의 팔촌, 옆동네의 옆동네 친구 한 다리만 걸치면 비빌언덕으로 만들어 지낸다. 그런데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놈이나 빌 붙는 놈이나 참 자연스럽다. 다 그렇게 살았던 것이다. 길가던 과객에게 하룻밤과 한끼밥을 주지 못하는 것을 수치중의 수치로 여겼던 우리 민족이 아닌가?
그러니까 친구들과 주고 받아 배우며, 요즘 말로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돈이 아니라 정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 애인만 내 인생을 같이 사는 동반자인가? 가족도 동료도 동네주민들도 다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서로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소통하고 나누며 산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낭만적 사랑만, 손바닥만한 처자식 집단만 소중하고 충실해야한다는 이 이데올로기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이 놈의 세상이 남을 자꾸 자기랑 상관없이 생각하니 끔찍한 범죄도 일어나고, 옆자리 동료가 비정규직으로 고통받아도 눈감고 이러는거 아니겠는가? 사실 나는 고향에 가면 진짜 인사잘하는 처자로 변신한다. 왜? 나이많으신 분들은 대부분다 친구 부모님이니까!!
근근히 먹고 자유롭게 살자는 저자의 이야기는 시사점이 크다.
물론 평균적인 삶이 아닌 삶을 선택해 살아가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그래도 기왕에 놀고 있는 백수들이여~
나는 밥이 아니라 나를 돌아볼 시간을 택했노라 자위하며 살아가자.
그리고 기왕에 노는 참에,
배울거리들을 한번 찾아보자.
고미숙이 하는 수유공간너머를 비롯해서 이런저런 곳을 기웃기웃해보면,
돈은 몰라도 밥은 좀 떨어지는 것 같더라.
그리고 이 리뷰를 읽는 당신,
나도 재미난 얘기들이 많은데,
당신도 여기 철푸덕 앉아서 살아온 얘기, 재미난 얘기 좀 풀어놓으시죠~
그러면 친구 되는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