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조카 중 삼
뒤에서 오등으로 언니의 걱정이 늘어진다.
내 생각엔 별 문제가 없는거 같은데,
언니는 이 녀석의 의욕상실이 우울증이라고 생각하고,
내 보기엔 사춘기 열병같다. 세상모든게 시들해 보이는 무서운 병..
한때는 '꽃에게도 마음이 있냐'며 내게 물어보던 사랑스러운 너였거늘..
자기를 혹독하게 왕따시키는 아이에게도
'제가 걔를 때리면 그 친구도 저처럼 아프잖아요'라고 말하던 서정적인 너였거늘..
네 안에 어떤 상처가 그리 아프게 나 있는 건지..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내가 손을 잡아 주고 싶다.
2번 조카 초등학교 5년
모은 용돈 만원으로 여자친구랑 밥사먹고,
문구점에서 커플링도 했다는데..
이 왈가닥은 그걸 조잘조잘 자랑한다
니가 나보다 낫구나..
난 언제 그래보나 ㅎㅎㅎ
이 녀석의 고민은 오늘도 눈높이 선생을 어떻게 따돌리고 놀아보나 하는 거다~
으이구 니네 엄마 소원이라는데 합기도를 사랑하는 마음의 반이라도
학습지 공부에도 애정을 가져주렴..
네 좋아하는 만화책을 이따만큼 또 사주마..
3번 조카 초등학교 3년
나도 학교다니던 시절 꽤나 잘난 척이 심했는데..
아.. 이 녀석은 정말 내 조카지만 밉살 맞구나.
쩝쩝.. 엄마가 '너 닮았다'는 말을 할때마다 울적하다.
내가 내가 정말 저랬단 말인가!!!!!!
알라디너들의 아이들의 아름다운 통신표와는 정반대로
요약하면 '이기적이다'로 정리될 수 있는 이녀석의 통신표에 화가 난다.
뭔가 축구 같은 함께 하는 운동이라도 시켜보려 하지만..
이 녀석 움직이는 것도 싫어한다.. 한번 기를 확 죽여놔야 하나.. 쩝.
4번 조카 한살
나와 사이가 가장 좋았던 이종사촌 오빠의 아이.
부모는 서울에 맞벌이 하느라 이모가 봐주고 계신다.
으흐흐흐 나만 보면 인사를 한다.
윙크를 하라면 눈을 흘긴다..
아이구 귀여운 놈..
나도 일을 하자면 아이랑 이리 헤어져서 지내야 할까?
몇 번 안본 내 품에도 척 하고 안기는 녀석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싸하다..
이 노무 세상..
5번 오빠
이 남자는 한 사람과 십년을 연애를 하고 십년을 결혼생활을 했다.
그리고 아이 둘을 두고 이혼을 했다.
왜 저 한사람과 인연을 딱 못끊냐는 주변의 아우성에도 그냥 그리 지낸다.
어찌 인생의 절반이 넘게 한사람과 보냈는데, 딱 끊어지겠는가..
저 위에 3번 조카녀석이 사생결단으로 오빠가 다른사람을 만나는 걸 반대를 한다는데..
이 바보 같은 남자도 새 사람과 행복했으면 한다.
왜 니 아들 키우느라 우리 엄마가 늙는다!!
어서어서 니 아들은 니가 키워랏~ 짜샤~~
6번 형부
우리 형부는 마트에서 배달하다, 벌이가 더 적은데도 공단에 취직을 했다.
저 위에 1번조카가 동네마트에서 일하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단다.
유난히 소심한 1번 녀석이 중학교 가면서 왕따를 당하고 성적히 확 떨어진 이유가
그것 때문인가해서 마음이 쓰이셨나보다.
모두 한 동네 이웃인데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 머리를 자르고, 노트를 물에 던지도록
왜 두고만 보는지.. 요즘 아이들 무섭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니네 아빠 우리집에 배달왔더라~'며 놀린다는데 세상의 논리가 우리 아이들을 이리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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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살부터 마흔살 우리집 여섯 나름 꽃미남들은 고민이 많다.
가난, 이혼, 왕따, 맞벌이 육아 온갖 문제들이 우리 집을 복닥이게 한다.
어쩌다 한번 삐죽히 고개를 내밀고 간섭하는 내가 영 온가족들은 못마땅하다.
나보고 젊다고 조카녀석들하고 얘기를 해보라는데,
또 나는 말해보면 이 녀석들이 너무 이해가 되고 그렇다.. 흠..
(고로 얘기해보라는 목적을 결코 관철시킬 수가 없다 --;;)
어쨌거나 안쓰러운 여섯 남자 화이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