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성지를 내돈주고 샀다. 편의점 배송을 시켰더니 장장 사흘만에 내 손에 도착한 에스콰이어 시월호. 어찌나 두꺼운지 낑낑거리며 들고와 쫙 펼쳐놓으니 멋지구레한 동건이 아저씨 얼굴이 턱하니 박혀있다. 외관은 여성지랑 똑같군.
여성지도 사은품이 탐이 나 서너번 사본적이 다인 내가 과감히 남성지를 산 이유는?
남자친구 가을 가디건 고르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다. 지난 주말 백화점을 어슬렁 거릴때만해도 "짙은 와인색 짚업가디건"을 사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그런게 너무 많지뭔가.. 거기다 나의 벗들이 '니 취향은 이상'하다며 다들 말리기도 했고 --;;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남자옷 구경이라도 해보자며 한번 사보았다.
(오늘도 아래위로 까만색 슈트에 보라색과 노란색이 교대로 짜여진 스타킹을 신고 출근해서 한소리 들었다.. 이상한건가 ^^;;)
어쨌든 이런 실용적 이유로 뽑아든 이 잡지는 정말 묘하다.
너무 두꺼운데, 반은 광고다. 그래 이건 잡지가 다 그러니 뭐 어쩔 수 없겠지.
근데 뭔가 기사들이 다 듬성듬성하다. 왠지 제목은 무척 솔깃할 거 같은 '오럴섹스' 기사만 봐도, 그저 자신이 경험한 최악과 최상의 오럴섹스에 대한 경험담만 한페이지(!!) 가까이 얘기하더니 끝이다.. 이게 뭔가.. 어찌하면 최상이 될 수 있는지 정도라도 말해주던가.. (여성지엔 과연 실행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몇 페이지에 걸쳐 어떻게 하면 되는지, 어떻게 해달라면 되는지에 대해서도 기술한 걸 본 적이 있다) 이런 건 일기에 쓸 일이지 책으로 낼 일이 아닌듯 하다. 여자친구가 외출할 때 어떤 단계를 거치는지에 대한 기사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
패션이나, 화장품 기사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수분크림이 주제라면 다양한 종류의 수분크림들을 비교분석하는 기사 정도는 나와줘야 한다. 근데 남자에게 필요한 것들이라며 화장품 네종류를 하나씩 제시하고 끝이다. 요즘 블로그도 이 따우로 쓰면 한소리 듣는다 --;;
1kg은 족히 나갈듯한 책에 어째 읽을 기사가 단 하나도 없냔 말이다. 이러기도 쉽지 않을 듯 싶다.
이런 신변잡기적인 일기들 사이사이에 헐벗은 아름다운 여인네들 사진이라도 많았다면 참아보려고 했다.. 없다..
친구말로는 이 잡지는 '패션지'가 아니라 남성 '교양지'이기 때문이란다.. 오.. 교양..
오이지군..
난 당신에게 예쁜 가디건을 선물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어..
당신이 터무니 없는 가디건을 손에 받아든다면 그건..
에스콰이어의 책임이 절반은 있는 거라구..
주문을 외워보자.
러버스레폴링레이디마트
(사랑을 이루게 해주는 힘의 주문이란다. 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