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말도 안되는 일로 말도 안되게 소리를 꽥 질렀다.
"나는 그런 일에 관심도 없고 모른다"
한마디면 될 일을 괜히 소리소리 질렀다.
몇 번 같은 말을 들을 때도 웃어 넘겼는데 욱 했던건 전적으로 과했던 술 탓이다.
그리고 1할쯤은 이제는 거의 잊어버리긴 했지만 남들이 욕을 하는 것과는 너무 달랐던 '어린 시절 내가 배웠던 그 사람들이 말했던 운동론'과 '내가 함께 살 부비며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물론 그것이 사상이 아님을 나도 안다)
나는 대단한 전망이니, 어려운 사상서들이 말하는 내용이 전혀 이해가 안된다.
아니 대단히 똑똑한 많은 사람들이 나와 눈을 맞추며 꿈같은 미래를 말했지만,
정말 꿈처럼 쓱~ 하고 다른 세계로 가버리곤 했다.
그래서 이제 그런 것에 딱히 관심이 없다는 것이 진심이다.
당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탈당과 분당 사태가 일어났을 때
나는 그냥 남았다.
뭐 인파이팅해야지 하는 대단한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같이 활동하던 사람들이 남아 있었기에 나도 남았다.
나간다고 더 잘 활동할 거 같지도 않았다.
지금 거주지에 그때 내가 살았다면 나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지역 지역운동하시는 분들은 많이 나갔다)
집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노인들, 오늘도 편의점 알바로 고달픈 내 친구들
내가 아는 모든 주의주장에선 개량으로 몰릴 일이지만,
계급투쟁 말고 지금 당장 그들에게 필요한 걸 쥐어주기 위해 활동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진짜 보수 꼴통인 노조원도(그 분은 선거 때도 한나라당 찍더라)
진짜 보수 마초 철거민도(이 분도 역시 한나라당을 찍더라)
그들에게 이익이 가는 방향이 사회에 이익이 가는 방향이라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함께 가는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제 학교를 졸업했고 누구도 정답지를 내손에 꼭 쥐어주지 않는다.
내 꿈은 내 바닥까지 믿고 함께 할 사람을 세 사람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다. 세상을 구원할 것도 아니고 그냥 내주변 사람들과 하루에 1cm 만큼이라도 사는게 나아지게 싸우는데 너무 많은 걸 알 필요도 너무 많은 각을 세우고 살 필요도 없다. 내가 정치할 것도 아니고 백만명을 구원할 것도 아니고, 사회전략가도 아니고, 하다못해 지식인도 아니고 뭣도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