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2박3일로 다녀왔다.
내게 집이라 할 만한 것은 아직 고향에 그곳 밖에 없다.
집에서 먹은 것들은
우리고향에서 잴로 유명한 나의 20년 단골 할매떡뽁이
삼겹살
화이트 새우구이
고등어무조림
엄마표 게 된장찌개
갈치구이
조개구이
물회
결혼식부페
보이차, 대만 우롱차, 백차, 뭔가 우롱차처럼 생긴 더 단향이 도는 차이름은 잊음 --;;
(중국에서 10년 중의학을 공부한 친구년은 온 가족을 기절시키며 보이차 가게를 열었다.
석사로 보이차를 했다나.. 덕분에 요즘 내 입만 호강인데, 단점은 여기서 먹고 부터 다른 차들을 잘 못마시겠다. 가난한 자취어른 입만 점점 고급화 --;;)
하루에 도대체 몇 끼를 먹었는지..
집 문을 밀고 들어서니 이모네 가족, 사촌들, 오빠네 언니네 가족까지 해서 도합 스무명 남짓이 복작이며 나의 귀향을 반기러 모였다. 평생 나를 안아주는 법이 없던 어머니는 나이가 드셨는지, 우리 딸 하며 팔을 벌려 안으시는데 나는 뭐가 부끄러운지 몸을 슬쩍 빼고 손을 잡고 만다. 고기가 구워지고 흥이 오르자 엄마와 이모도 소주 두잔을 걸친다.
언제나 나오는 나의 결혼 이야기가 밥상에 오른다.
이번주말에 고등학교 단짝 친구 6명중 3번째로 용이가 결혼을 했다.
이 소식에 충격을 받은 엄마는 또 내 남자친구들 이름을 줄줄이 부르며,
걔도 괜찮고 얘도 괜찮고을 읊어되고,
슬프지만 나는 그들의 결혼 소식을 엄마에게 전해 줄 밖에 --;;
어쨌거나 엄마는 넌지시
"니 신랑 줄라고 금 열돈 따로 해놨다"
금 열돈이 탐나 나랑 살아줄 남자가 있다는 듯이 --;;
이모는 "언니는 스무냥은 해줘야지!"하고
차라리 여덟살까지는 애를 키워주시겠다고 했을 때가 덜 처량했던듯 하다.
이 와중에 오빠랑 형부는
"난 술 못먹는 놈도 싫고, 답답한 놈도 싫다"는
지가 데리고 살것도 아니면서 내 남편감의 기준을 제시했다 --;;
지들 꼬붕이 필요한거냐 내 신랑이 필요한 것이냐..
흠.. 어쨌거나 오이지를 저둘 사이에 넣어두는 그림은 상상도 안된다.
진짜배기 경상도 남자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오이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저 셋은 십초만에 서로를 싫어할듯..
어쨌거나 결혼하면 모두가 내게 해줄 공약 백가지씩을 들은 다음,
사촌동생녀석이 얼마전에 명박이가 고향을 방문하신 덕에
몰라보게 정비된 북부해수욕장을 구경시켜주었는데,
해안을 따라 보도블록이 쫙 깔고, 화장실도 새로 삐까번쩍, 조명도 멋지구레~
이십년을 살았지만 누가 사진을 올려놨으면 거기가 거긴지 몰랐을듯!
임기안에 얼마나 더 변할런지. ktx선이 깔린다는 소문도 있던데..
김선생님은 호남터미널을 멋지구레하게 고치셨는데,
명박이는 ktx를 고향에 주는 것일까? 흠..
짧은 삼일간의 귀향은
나이든 엄마가 문간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차타러 가는 내 등뒤를 한없이 지켜보는 것으로 십년간 반복된 이별 장면에서 끝이났다.
삼개월 마다 내려가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잘 지킬 수 있을지.
자주 가자고 다짐해보지만.. 저렇게 나를 보시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시는데 뭐가 어렵다고.
참 날 보면 자식은 놓지 말아야된다.

동대구 포항간 네칸짜리 꼬꼬마 기차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20년 단골 할매떡뽁이에 줄을 서서 10분을 기다려 떡뽁이 1인분과 오뎅핫도그 구매

서울 사람들아 떡뽁이에 오뎅도 도톰해도 맛이 있느니라 --;;

아.. 폰카로 밤바다는 안되는 거구나.. 저 멀리 포항제철

명박형님이 오시어 새로이 정비된 북부해수욕장. 도로 참 말끔하다

사촌녀석과 먹은 조개구이. 저 자식은 동갑인데 왜 피부가 백옥같은걸까 쳇!

서비스로 도시락에 수제비랑 남은 조개를 넣어 조개국을 끓여준다는게 특이

포항에 오면 꼭 역전앞 꼬불랑 길을 따라 죽 늘어선 역전 시장도 들러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