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표류기 - Castaway on the Mo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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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섬에 사는 낙오자도 새똥만큼의 희망은 있다. 무심히 지나치기엔 아쉬운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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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2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의외로 괜찮은 영화인데 정말이지 의외로 이 영화를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전 좀 아쉬웠어요. 휘모리님 40자평대로 저 역시 무심히 지나치기엔 참 아쉬운 영화라고 생각해요.

무해한모리군 2009-10-27 08:23   좋아요 0 | URL
아 자장면을 먹는 장면에선 저도 눈물이 ㅠ.ㅠ

다락방 2009-10-27 16:01   좋아요 0 | URL
전 이 영화 끝나자마자 자장면 먹으러 갔더랬어요. 그랬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어서 놀랐었죠..

무해한모리군 2009-10-27 16:52   좋아요 0 | URL
전 언제나 짜장면이 맛나는데 --;;
어떻게 화학조미료맛이 입에 이렇게 착착 달라붙냐고요 ㅎㅎㅎ

다락방 2009-10-27 17:4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짜장면 완전 사랑하는데요 (엊그제도 서울역에서 짜장면 먹었음)
코엑스에 있는 그 중국집의 그 자장면이 저한텐 영....색깔도 영.....

무해한모리군 2009-10-27 18:09   좋아요 0 | URL
왠지 코엑스 같은 곳에서 파는 짜장면은 저도 썩 내키지 않는군요 ㅎ

머큐리 2009-10-2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도 꼭 보고 말거야... 짜장면 배달원의 그 얼굴을 보고시퍼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0-27 16:52   좋아요 0 | URL
두분 참 애뜻하시다~

라는 멘트를 날리죠 ㅎㅎㅎ
 

고향에 2박3일로 다녀왔다. 
내게 집이라 할 만한 것은 아직 고향에 그곳 밖에 없다.

집에서 먹은 것들은

우리고향에서 잴로 유명한 나의 20년 단골 할매떡뽁이
삼겹살
화이트 새우구이
고등어무조림
엄마표 게 된장찌개
갈치구이
조개구이
물회 
결혼식부페
보이차, 대만 우롱차, 백차, 뭔가 우롱차처럼 생긴 더 단향이 도는 차이름은 잊음 --;;
(중국에서 10년 중의학을 공부한 친구년은 온 가족을 기절시키며 보이차 가게를 열었다.
석사로 보이차를 했다나.. 덕분에 요즘 내 입만 호강인데, 단점은 여기서 먹고 부터 다른 차들을 잘 못마시겠다. 가난한 자취어른 입만 점점 고급화 --;;)

하루에 도대체 몇 끼를 먹었는지..  

집 문을 밀고 들어서니 이모네 가족, 사촌들, 오빠네 언니네 가족까지 해서 도합 스무명 남짓이 복작이며 나의 귀향을 반기러 모였다. 평생 나를 안아주는 법이 없던 어머니는 나이가 드셨는지, 우리 딸 하며 팔을 벌려 안으시는데 나는 뭐가 부끄러운지 몸을 슬쩍 빼고 손을 잡고 만다. 고기가 구워지고 흥이 오르자 엄마와 이모도 소주 두잔을 걸친다.

언제나 나오는 나의 결혼 이야기가 밥상에 오른다.

이번주말에 고등학교 단짝 친구 6명중 3번째로 용이가 결혼을 했다.
이 소식에 충격을 받은 엄마는 또 내 남자친구들 이름을 줄줄이 부르며,
걔도 괜찮고 얘도 괜찮고을 읊어되고,
슬프지만 나는 그들의 결혼 소식을 엄마에게 전해 줄 밖에 --;; 

어쨌거나 엄마는 넌지시
"니 신랑 줄라고 금 열돈 따로 해놨다" 
금 열돈이 탐나 나랑 살아줄 남자가 있다는 듯이 --;;
이모는 "언니는 스무냥은 해줘야지!"하고
차라리 여덟살까지는 애를 키워주시겠다고 했을 때가 덜 처량했던듯 하다. 

이 와중에 오빠랑 형부는
"난 술 못먹는 놈도 싫고, 답답한 놈도 싫다"는 
지가 데리고 살것도 아니면서 내 남편감의 기준을 제시했다 --;;
지들 꼬붕이 필요한거냐 내 신랑이 필요한 것이냐..
흠.. 어쨌거나 오이지를 저둘 사이에 넣어두는 그림은 상상도 안된다.
진짜배기 경상도 남자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오이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저 셋은 십초만에 서로를 싫어할듯..  

어쨌거나 결혼하면 모두가 내게 해줄 공약 백가지씩을 들은 다음,
사촌동생녀석이 얼마전에 명박이가 고향을 방문하신 덕에
몰라보게 정비된 북부해수욕장을 구경시켜주었는데,
해안을 따라 보도블록이 쫙 깔고, 화장실도 새로 삐까번쩍, 조명도 멋지구레~ 
이십년을 살았지만 누가 사진을 올려놨으면 거기가 거긴지 몰랐을듯!
임기안에 얼마나 더 변할런지. ktx선이 깔린다는 소문도 있던데..
김선생님은 호남터미널을 멋지구레하게 고치셨는데,
명박이는 ktx를 고향에 주는 것일까? 흠..

짧은 삼일간의 귀향은 

나이든 엄마가 문간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차타러 가는 내 등뒤를 한없이 지켜보는 것으로 십년간 반복된 이별 장면에서 끝이났다. 

삼개월 마다 내려가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잘 지킬 수 있을지.
자주 가자고 다짐해보지만.. 저렇게 나를 보시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시는데 뭐가 어렵다고.
참 날 보면 자식은 놓지 말아야된다. 
 

동대구 포항간 네칸짜리 꼬꼬마 기차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20년 단골 할매떡뽁이에 줄을 서서 10분을 기다려 떡뽁이 1인분과 오뎅핫도그 구매


서울 사람들아 떡뽁이에 오뎅도 도톰해도 맛이 있느니라 --;;


아.. 폰카로 밤바다는 안되는 거구나.. 저 멀리 포항제철


명박형님이 오시어 새로이 정비된 북부해수욕장. 도로 참 말끔하다


사촌녀석과 먹은 조개구이. 저 자식은 동갑인데 왜 피부가 백옥같은걸까 쳇!


서비스로 도시락에 수제비랑 남은 조개를 넣어 조개국을 끓여준다는게 특이


포항에 오면 꼭 역전앞 꼬불랑 길을 따라 죽 늘어선 역전 시장도 들러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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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10-27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다녀오셨군요.
금 열돈! ㅋㅋ 아, 웃으면 안되요. 그 금 열돈이 보통 금 열돈이겠어요?
지금은 결혼 얘기 무지 듣기 싫으시지요?
나이 드신 어머니께서 눈물 글썽이며 떠나는 자식 등 뒤를 지켜보시는 장면이 오늘 밤 꿈에서도 보일 것 같아요. 감히 건방지게, 떠나는 휘모리님보다는 지켜보시는 어머니 쪽에 자꾸 감정이입이 될려고 그러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10-27 08:23   좋아요 0 | URL
제가 막내고 저만 객지에 살아서 꼭 올라올때마다 눈물을 지으세요.
그래도 전엔 기찻간에서 우셨는데 요즘엔 대문간에서 안녕하는 정도로 ^^;;

바람돌이 2009-10-27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금 열돈에 살짝 웃었어요. 금 열돈이 아니라 어머님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이럴 때 살짝 귀찮아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 힘이 되기도 하는걸 느껴요.

무해한모리군 2009-10-27 08:26   좋아요 0 | URL
네 가족이 없었다면 개망나니가 됐겠구나 하는걸 고향에 갈때마다 새삼느껴요 --;;

그리고 나처럼 무심한 녀석에겐 너무 과분한 사람들이기도 해요.

조선인 2009-10-27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항... 그립네요. 외삼촌에게 안부전화라도 넣어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10-27 08:50   좋아요 0 | URL
외삼촌이 포항에 사시는군요.
조선인님과 저도 한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이 ㅎㅎㅎ

카스피 2009-10-2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포항분이시네요.고모가 포항옆 구룡포에 살고 계시지요^^ 가끔씩 과메기를 올려보내시는데 아직까지 영 적응이...
휘모리님도 어서 좋은 사람 만나셔야 되는데..가족의 화목함이 느껴지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10-27 11:15   좋아요 0 | URL
바짝 마른 녀석은 괜찮은데 ㅎㅎ
마늘쫑을 넣고 김을 말아서 초장에 콕 찍어드세요.

다정은요 --;; 나이가 드니 서로 그러려니..

비로그인 2009-10-27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휘님 쓰신 글 읽으면 왜이리 웃음이 나오는지요~
참 건강하게 사시는 분이란 생각이 자꾸 듭니다.

건강한 웃음 선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무해한모리군 2009-10-27 11:16   좋아요 0 | URL
아....... 저 짧은 글 뒤에는 조카녀석들 옷을 이십만원어치나 사줬으며, 친구녀석 축의금 대신 내주느라 빈털털이로 다닌 가슴아픈 사연이 ㅠ.ㅠ

비로그인 2009-10-2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촌분을 보니 미인인건 집안 내력이신가 봅니다. ㅎㅎ
어머니 얘기, 고향집 얘기는 언제나 싸하지요. 그런데.. 휘님 페이퍼에서는 먹는 얘기의 비중이 좀더 큰 듯도? ㅋㅋ 아니에요, 농담이에요. 저도 이 글읽고 마음이 따스해져서 갑니다.
저도 이번 주말에는 아빠뵈러 갔다올거에요. 집은 서울인데 은퇴후 취미활동 / 소일거리를 위하야 혼자 꿋꿋이 경기도 북부에 계시답니다. 얼마전 아프셔서 몸이 많이 축나셨다는데 그래서 가보기가 약간 두려운.. 그 모습보면 맘 아플까봐서요.

무해한모리군 2009-10-27 11:19   좋아요 0 | URL
네... 먹는 얘기가 메인인데 카메라를 두고 가서 결혼얘기로 슬쩍 버무려 보았습니다 --;; (또다른 한살 아래 사촌동생은 완전 동남아형 미인입니다 제가 봐도 그럴듯하게 생겼다는 ㅎㅎ)

아휴 혼자 계시면 얼마나 걱정이 되세요. 저희 엄마도 하지 말라는데 자꾸 몸이 고단한 일을 하고 다녀서 제가 싫은 소리 많이 하니까 이젠 숨기고 다니네요 쩝쩝..

머큐리 2009-10-27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동안 조용해서 무슨일 있나 했더니....오호라 저리 즐겁게 집엘 다녀왔군요..ㅎㅎ
글 열돈이면..머 형부들의 등쌀정도야 견딜 수 있지 않을까요??
오이지군 화이팅 (솔직히 휘모리님 형부들 보다 휘모리님 먹여살릴 밥값이 더 걱정되겠다..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0-27 16:51   좋아요 0 | URL
저 평소에는 라면 먹으며 지네요 ㅠ.ㅠ
물어봤는데, 금을 몽땅 제게 넘길 의향이 있다고 해서 솔깃했어요 ㅍㅎ

꿈꾸는섬 2009-10-28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려다가 잠깐 들렀는데 떡뽁이 먹고싶어요. 전 세상에서 떡뽁이가 젤 좋아요. 도톰한 오뎅 들어간 떡뽁이......자야하는데 잘 수 있을까요? ㅠ.ㅠ

무해한모리군 2009-10-28 08:08   좋아요 0 | URL
저도 떡뽁이 최고!!!
사진은 먹느라 못찍었는데요~ 직접 만드는 저집 핫도그는 또 얼마나 맛나다고요 ㅎ

머큐리 2009-10-28 08:59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아... 맛있지 않은 음식 이름으로 페이퍼를 작성해주셈...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0-28 09:18   좋아요 0 | URL
왜 이러십니까. 전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맛없는 음식은 안먹는 사람입니다 ㅎ

후애(厚愛) 2009-10-28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을 위해서 자주 집에 다녀오세요.^^
막내딸이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요...
가족이 참 좋아요.
저도 가족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제가 가도 언니가 외롭지 않을텐데...

무해한모리군 2009-10-29 08:04   좋아요 0 | URL
겉보기나 이렇지 삼형젠데도 복작복작하니..
하나는 술꾼, 하나는 맨날 지지고 볶고.
가시려니 마음이 섭섭하시지요?
후애님 건강하시기만 하시면 금새 또 볼날 있지 않겠습니까?
안전한 귀가길 되세요.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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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누구나 떠돈다.  

나 역시 스물 이후 집을 떠나 홀로 살아가고 있으며,
때론 외로움에 몸이 들썩이게 울곤하며
이 낯선 서울이라는 곳에 간신히 옅은 뿌리를 내렸다.

곰곰히 왜 내가 가정을 이루려고 할까 생각할 때면,
여기가 내 자리라고 확실히 증언해줄 누군가가 필요해서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제 부모님도 지구 반대편에 사는데, 남편과 자식 없는 중년 여자로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눈이 오면 집앞을 치우고 때가 되면 융자금을 내는 일 모두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지만, 이제는 그러기가 싫었다. 그래서 결국 네빈과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360쪽)

 
   


각기 조각 나 보이던 단편은 하나의 큰 이야기 이기도 하다.  형제와 부모, 함께 한 역사가 좋으면서도 또 그것이 한없는 부담이라 도망가고 싶은 관계이기도 했다. 내 생에서 가족과 느꼈던 이질감, 열적은 후회의 순간들이 남의 이야기로 활자화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참 이상하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다. 밑줄 그을 것이 한 없이 많아 하나도 그을 수 없을 것 같은 글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해체를, 가족사이의 대화단절을 이야기 했는가. 그래도 여기 줌파 라히리가 한 것 만큼 쉽고 호소력 있으면서도 예민하게 해 낸 사람은 극소수리라. 시카고 트리뷴의 이 책에 대한 추천의 글에 이 글은 이제까지 이민 소설이라 분류되어 온 장르를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그리는데 성공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그 부모에게 낯선 존재가 되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없는 인생을 생각할 수도 없던 가족이 남보다 더 숨이 막히고 도망치고 싶은 존재가 된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글이 마음에 와 닿으리라. 바다건너 겨우 집과 5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사는 내 마음과 공명하기에 충분했던 것을 보면 저 신문의 리뷰는 과찬이 아닌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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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0-27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걸 고향집 내려가는 길에 보는 나도 살짝 이상한 녀석이긴 하다 --

바람돌이 2009-10-27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추천하신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정말 좋았어요.
이 책도 살짝 봐야겠네요. ^^

무해한모리군 2009-10-27 08:25   좋아요 0 | URL
저는 참 좋았답니다. 작가가 여성이라 그런지 여성의 감성이 잘 살아있는듯 했어요. 추천해 드립니다.
 
교수대 위의 까치 - 진중권의 독창적인 그림읽기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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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일 주간지의 기사에 따르면, 브뤼헐은 실은 민중의 영웅이 되는 데 필요한 자질들, 가령 '당파성과 낙관주의, 휴머니즘적 진보의 신념' 중 어느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진보주의는 인간의 노력에 의해 세계가 바뀔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한다. 하지만 <이카루스의 추락>이나 <바벨탑의 건설>의 예가 보여주듯이, 그의 작품에서 인간의 노력은 대개 좌절과 실패로 끝난다. 게다가 브뤼헐은 자신이 민중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지도 않다. <소경의 인도>가 보여주듯이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모두가 구렁텅이에 빠질 뿐이다.-108쪽

브뤼헐이 보는 세계는 온통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풍자한다. 하지만 자신의 풍자가 세상을 바꾸어놓을 것이라 믿지는 않는다. 섣불리 세상을 바꿔놓으려는 노력은 외려 세상을 재앙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그는 이 뒤집힌 세계를, 그것의 부조리함, 그것의 불합리함을 있는 그대로, 주어진 사실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런 부조리 속에 살아야 하는 것이 사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조건이 아닌가?-112쪽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에 따르면, 미술사를 움직이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의지라고 한다. 현대 화가들이 유년기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적 묘사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다만 그럴 의지가 없을 뿐이다.-128쪽

영국의 비평가 로저 프라이(1865~1934년)는, "아이들은 자연을 베끼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상상하는 정신적 형상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클라이브 벨(1881~1964년)은 아동화의 특성을 "환영주의적 재현이 없는 것, 기술을 과시하지 않는 것, 숭고하게 인상적인 형태"로 요약한다. 이는 곧 모더니즘 회화의 특징이기도 하다.-131쪽

17세기의 회화는 여전히 원근법에 묶여 있었고, 대중의 지각 방식 역시 이 르네상스의 규약에 사로잡혀 있었다. 원근법은 당시 사람들이 세계를 보는 눈을 규정하는 선험적(?) 조건이나 다름없었다. 기스브레히츠는 눈속임이라는 시각적 농담으로 그들의 눈이 실은 특정한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원근법이라는 지각의 프레임의 안팎을 넘나들면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그 인위적 프레임의 존재를 의식하게 해주는 셈이다. 얼마나 현대적인 회화의 전략인가.-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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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는 그림 읽어주는 남자는 아니다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09-10-22 20:40 
    이 책의 표제가 교수대위의 까치인 것을 보고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이 그림이 '말조심해라'로 읽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최근에 그를 둘러싼 이런저런 황당한 일을 생각해보면 그럴듯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그래, 그는 세상을 향해 경쾌하고 위트있는 펀치를 날릴 줄 아는 지식인이다. 그는 '말 조심 해라'로 알려진 그림에서 '사회 비판 의식'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그는 그림을 읽어주지 않는다
 
 
무스탕 2009-10-2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 총 27406 방문

나 오늘 일등먹었어요 :)

무해한모리군 2009-10-26 16:55   좋아요 0 | URL
^^ 무스탕님은 정말 깜찍 하신듯ㅎㅎ
아드님의 사랑스러움은 다 무스탕님께 물려받았군요 히~

다락방 2009-10-26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25, 총 27538 방문

난 25등요!

무해한모리군 2009-10-26 16:55   좋아요 0 | URL
으흐흐 저도 들어오지 못한 사이 다락방님이 들어오시다니 환영!!

다락방 2009-10-26 16:56   좋아요 0 | URL
음..그렇지만 써놓고 나니 25등이 쫌 맘에 안들어요. 난...학창시절에도 1등을 해본적이 한번도 없어요....음.....그래서 지금 좀 많이 슬퍼요. ㅠㅠ

무해한모리군 2009-10-27 00:08   좋아요 0 | URL
25등 얼마나 조화로운 숫자예요~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머큐리 2009-10-2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리 조용했을까나...흠..궁금했어요..휘모리님..

무해한모리군 2009-10-27 00:07   좋아요 0 | URL
고향에 다녀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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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 위의 까치 - 진중권의 독창적인 그림읽기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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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제가 교수대위의 까치인 것을 보고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이 그림이 '말조심해라'로 읽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최근에 그를 둘러싼 이런저런 황당한 일을 생각해보면 그럴듯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그래, 그는 세상을 향해 경쾌하고 위트있는 펀치를 날릴 줄 아는 지식인이다. 그는 '말 조심 해라'로 알려진 그림에서 '사회 비판 의식'을 읽어주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그는 그림을 읽어주지 않는다. 그가 어떻게 그림이라는 알쏭달쏭한 퀴즈를 풀어내는지, 자신이 어떻게 마법을 부리는지 그의 무기를 보여준다. 철학과 역사와 폭넓은 그림에 대한 지식을 그물망처럼 펼쳐놓고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그림을 읽어낸다. 화가와 소통해낸다. 

당연히 우리에게는 그만한 그물이 없다. 손바닥만한 그물만 있는데 점점 난해해만 지는듯한 그림을 어떻게 잡지? 그의 전작에서 이미 답을 준 바 있다. 현대 미술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법이라고 작가는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화가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또 그게 아니면 어떤가 우리는 '인간'이라는 엄청난 공통점이 있고 '누구나 나서 죽고, 때로 슬프고 기쁘다'는 공통점도 있지 않은가? 그가 보여준 그물치기 전법으로 나도 내 손바닥만한 그물망을 여기저기 한번 펼쳐본다. 그럴 용기를 한번 내어본다. 

이 책은 그림읽기 마법서일 뿐 아니라, 절망하지 않는 진보적 지식인의 굳건한 심지도 덤으로 읽을 수 있으니 추천하는 바이다. 

   
  어떤 일로 나를 돌로 치려 하느냐? (p43)   
   


고야의 개 - 절망 가운데도 우리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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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0-22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란시스코 고야.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그 특유의 분위기와 회화의 타당성을 생각하게 되네요~
음..

전 나이가 들어 한 50살쯤 되면 영화 준벅 에 나오는 그 나이든 화가처럼 되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0-22 13:31   좋아요 0 | URL
책에 많은 그림이 나왔지만 저그림을 무척 좋아하는지라 가져와봤습니다.
저 누런 빈 공간이 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준벅을 못봐서 거기에 나이든 화가가 어떤데요? 자유로와 지나요?

비로그인 2009-10-22 14:27   좋아요 0 | URL
먹고 사는 문제가 먼저긴 하지만, 자신이 뭘 하려는지 알고 그것을 위해 온 시간을 바쳐 사는 모습이 멋져 보이더라구요.

유명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어쩌면 다른 이에게 울림을 주는 그림은 바로 그런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사물을 보는 눈, 그것을 잘 기록할 수 있는 손은 참 소중한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10-22 16:59   좋아요 0 | URL
제 꿈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더불어 뭘 원하는지 아는 인간이 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머큐리 2009-10-2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저도 이 책 독서 중...방가방가

Forgettable. 2009-10-22 10:22   좋아요 0 | URL
ㅋㅋ 머큐리님의 '방가방가' 엄청 귀여우시다능 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0-22 13:32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의 리뷰도 기대해 보겠어요 ^^

뽀게터블님 귀여우시죠 ㅎㅎㅎㅎ

순오기 2009-10-2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아직 펼쳐보지 못했어요.ㅜㅜ
오늘 최규석씨 초청강연하는데 좋은 질문 있으면 올려주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10-22 13:32   좋아요 0 | URL
천천히 보시면 되죠뭐
책이 달아나는 것도 아닌데 ㅎ
질문은..... 모가 있으까?

바밤바 2009-10-2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야가 저런 그림을 그린 건 처음 알았네요. 그림만 봐선 고야가 아닌 인상파 화가의 그림이라 해도 믿겠습니다~ 껄껄

무해한모리군 2009-10-26 16:56   좋아요 0 | URL
책에 보면 고야의 아들의 그림이라는 설도 있데요. 글쎄 인상파보단 좀더 현대화 같다는 생각을 했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