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무슨 치유에세이니 심리학 상담서들을 그닥 즐기지 않는다.
그들의 침소봉대나 어디서 들은듯한 당연한 이야기의 재탕삼탕이거나, 전문가입네 하면서 문장력까지 떨어진다면 정말 졸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이런 장르의 책중에 좋아하는 것도 있는데, 그것이 '상담서'라서 보다는 꽤나 뛰어난 에세이기 때문인듯 하다.. (생각해보니 에세이도 그닥 즐긴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뭘쓰든지 읽을만하게 만드는 천재들이 있기에 이것도 예외가 있다.)
그림, 나는 남이 읽어주는 그림 이야기가 좋다. 왜냐면 내 자신이 그림을 읽어낼 능력이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의 호불호 중간쯤에 걸쳐있는데 어느 쪽 힘이 셌을까?
불행히도, 이 지독히도 대진운도 나빴던 책은 (발랄한 닉혼비 책 다음에 배치된 것보다 더 불운하기도 쉽지 않을 듯) 지금까지 읽기에는 전자쪽에 좀 더 기우러져 있다.
그녀의 문장은 술술 읽히고 지루하지도 않으나, 내게 치유의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누군들 내 안의 거인을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에 나를 두고 싶지 않은가.. 밥벌이가 급급한지라 하루 종일(어제는 열시까지!) 사각 콩크리트에 갖혀 있어야 하는 것이 나의 삶의 짐인걸 어쩌겠는가 쩝쩝.. 그러나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좀 더 읽어보자.
그래서 뽑아든 소설! 이 작품 이거 물건이다. 95년쯤 나왔으니 한참 된 소설을 읽으며 낄낄대며 뒤늦게 열광중이다. 올해는 이상하게 자주 나온지 오래된 소설을 읽으며 혼자 열광모드다. 동유럽풍의 뭔가 썰렁한 유머의 뉘앙스가 풍긴다.주인의 뒤를 뒤뚱거리며 따라가는 애완 펭귄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최근의 읽은 닉혼비의 런던스타일 책읽기에도 평이 아주 좋았다) 거기다 지금은 이 책을 읽기 시작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이 책의 시작이 '과거를 탐색하는 계절, 시들어가는 슬픔의 시간인 가을에서 삶을 위한 계절인 겨울'로 가는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연말이 다가오는데 올해 읽은 최고의 소설을 누구에게 주어야할지 벌써 고민이다. 올해 휘모리 챠트 최고 경쟁부문은 책에대한책과 문학 부문이 될 듯 하다.
그럼 업무중 잠깐 책잡담을 마치고 닉혼비 리뷰로 있다 밤에 돌아오기로 하겠다~
(아.. 내 땡투의 8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화리뷰들도 어서어서 써야하는데..
요즘 썩 내키는 녀석을 못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