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집에 와 책을 읽는 내 모습은 여유롭다기보다는 시간강박증 환자 같다. 

밥상에 책과 필기도구를 가지런히 두고, 시계를 풀어 잘 보이게 둔다. 

오늘은 열시까지 한 쳅터 라고 결정하고 옷도 갈아입지 않고 읽기 시작한다.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끝까지 읽어내는 것이 목표다. 

길고 긴 노동시간은 쥐꼬리만한 나의 개인시간을 쬐끔이라도 길게 사용해보려는 이런 발버둥을 낳는다.  

10시까지 책읽고, 11시까지 정리하고, 12시까지 씻고 도시락 등 출근 준비, 잠, 6시 기상. 

마침 오늘 읽은 대목은 우리가 어떻게 이런 형편없는 삶의 질로 내몰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대목이라, 다 읽기 전이지만 주목해 본다.   

자본론 1권에 언급되어있듯 초기 자본주의 노동자들은 실재 필요한 돈을 벌 만큼만 일했고, 자본가들은 긴 시간 노동자들을 일하게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가내수공업을 망하게 한 것은 물론(생산수단을 앗아버리는 것) 생산단위당 급료를 줄임으로서, '충분한 것'을 얻기위해 더 일하도록 강제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삼중 박탈 즉 노동자로 부터 노동의 도구, 노동의 생산물, 노동 자체를 분리 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필요와 욕망,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들이 투입하는 노력의 강도, 그 노력의 지속시간과 질을 완전히 분리시키는 것이다. (64쪽)  

마르크스님의 따르면 공산주의 사회가 도래하면 자기규제에 따라 자유는 '필요' 혹은 연합된 생산자들이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망의 범위, '펼침직하다고 판단하는 노력의 정도' 사이에서 적절히 결정될 것이란다. 이 판단은 체험된 공통의 규범에 기초해 예를 들면 생산성은 좀 줄더라도 더 편안하고 적당한 보수가 있는 방식으로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자본주의 사회처럼 최대 수익 추구가 아닌 '충분한 것'의 규범이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60~61쪽)

우리 모두가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만 일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다니, 아 이 대목이 너무 아름답다.

산업의 생산수단이 애초에 연합된 생산자들에 의해 발전했다면 이 미친 경쟁 속에 인간의 필요가 아닌 자본의 수익성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필요와 욕망에 의한 터무니 없이 엄청나고 불필요한 생산, 엄청난 노동강도와 소외된 노동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발전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조금 덜 산업화되었지만, 조금 더 편안한 삶의 기회가 거기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현대의 개인은 자본에 의해 강요된 노동자와 소비자의 삶의 양식만을 가질 뿐이다. 자본에 의해 매개되는('월급쟁이'와 '고객') 실존외에 어떤 사회적 공적인 실존도 없다. 비노동의 시간은 '사적인' 오락과 휴식, 휴가의 시간만 허용된다.  

자, 우리 사회는 이렇게 발전해 왔다. 우리 대다수는 월급쟁이로 고객으로 살아가고 있다. 덜 일하고 덜 소비하는 쪽을 선택하는 좀 더 자유로운 삶의 전망을 우리는 완전히 버려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한번 모든 합리성 위에 경제학적 합리성이 지배하는 이 미친 시스템을 선택하면 스스로 자멸할 때까지 벼랑끝으로 몰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저자는 이 대목에서 이것을 생태사회적 정치의 영역으로 본다. 딱 짤라 말하면 이 미친듯이 달려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정치적 규범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야한다는 것이다. '충분한 것'의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경제적 합리성에 삶의 모든 가치들이 매몰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삶의 가치들에 경제학이 종속되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쓰고 보니 질문이 많은 페이퍼가 되었다. 모두가 황당한 체제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 쪽에는 과로사가 있고, 한쪽에는 실업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저 '안정된 삶'을 바라고 찍은 선거의 결과가 '우리 삶의 기반을 더 철저하게 파괴'하게 된 지금의 정치시스템을 어떻게 우리가 바라는 목표와 요구사항들이 정치에 반영되게 할 수 있을까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마저 깊어지게 한다. 

거대한 이야기나 균열은 다른 삶은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나누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돈이 기준이 아닌 삶은 가능하고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이다. 오늘도 월급쟁이는 퇴근후에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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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밑줄긋기)에콜로지카 - 필요에 의한 생산, 최대의 필요를 최소의 투입으로 성취하는 세상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09-12-13 18:52 
    3. 자동차의 사회적 이데올로기  그 어떤 대중선동가도 지금까지 "휴가를 누릴 권리를 민주화하는 것은 '프랑스인 한 가족 당 사유 해변이 딸린 별장 한채'라는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감히 한적이 없다. (중략)만약 각자에게 자기 몫의 해변을 나눠준다면, 해변을 아주 작은 띠처럼 토막토막 끊어서, 아니면 별장을 다닥다닥 붙게 촘촘하게 지어서 그 땅이나 집의 사용가치가 제로가 되어버리고 호텔 단지에 비해 나을 것이 하나 없게 되어버
 
 
fiore 2009-11-24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강박증 환자처럼 해야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정말-

저도 그런 모드로 들어가야 하는데 과연 -.- 아 휘모리님처럼은 못할거에요 ^^;

무해한모리군 2009-11-24 08:48   좋아요 0 | URL
책을 왜 읽는가를 생각해보면 쉬엄쉬엄 느릿느릿.
몸이 원하는 것을 요구할 때처럼, 요구되어질때 읽는 것이 더 좋지요 뭐 ^^

후애(厚愛) 2009-11-24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도 책을 읽고 있는데요.
머리속에서 "책을 읽어라" 이렇게 매일 외치잖아요. ㅎㅎ
전에보다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가 있어서 좋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4 16:36   좋아요 0 | URL
오호!!
전 어디 부수입 없나 두리번 거립니다..
이것저것 몇달간 막대한 지출을 해댄 후과로 아 가난해가난해 ㅎㅎㅎ

머큐리 2009-11-24 18:09   좋아요 0 | URL
서평단 신청하지 그래요..ㅎㅎ
일단 신간은 공짜로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던데...물론 리뷰 압박이야 좀 있겠지만...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1-24 21:46   좋아요 0 | URL
책은 이미 많이 싾여있는데다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읽어야하는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몰라요.. 그리고 삐딱선이라 꼭 읽어야한다고 생각하면 하기 싫을 듯 ㅎ

비로그인 2009-11-24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는[호메로스와 테레비]에서 데이비드 덴비가 스스로 했던 질문과 비슷한 물음을 종종 합니다. 아직 삶이 너무 바쁜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머릿속에서 떠날 줄 모르는 물음들은 그냥 넘어갈 수는 없네요~
(이런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으로 새로 개정을 했군요!!)

그나저나 바쁘신 가운데 책도 읽고 페이퍼도 남기시는 부지런한 휘님이시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4 22:34   좋아요 0 | URL
오늘과 같이 십년을 살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무거워지는 날입니다. 또한 4대강 문제가 제마음을 매일 타격하는지라 사실 글읽기가 잘되지 않는 날들입니다. 간척지 하나 막았는데 온동네가 벌레천지가 되서 사람이 못살 지경이 된 뉴스를 언젠가 접한 적이 있는데... 이 후과를 어쩌려는지 무슨 일이 생길런지, 세상은 이만한 일에 왜 이리 조용한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저 푸념에 이리 다정히 댓글을 달아주시니 너무 행복합니다 히~
 

연애 - 오이지군 커플링을 잃다 

오이지군이 요즘 페이퍼에 자신이 등장하는 횟수가 적다며 불평이다. 

사람들이 궁금해 할거라나 --;; 

내 연애페이퍼의 최대 애독자는 오이지군인게 분명하다 흠.. 

이번 주말에 만난 오이지군 갑자기 오버엑션으로 지갑을 뒤적뒤적이더니, 

측은한 눈빛으로 자백하기를.. 

한지 얼마되지도 않은 커플링을 잃어버렸단다.. 

흠.. 내가 화낼까봐 자기가 더 설레발이다 쳇. 

어쨌거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반지를 왜 잃었는가인데, 

외갓녀자들을 만나러 가면서 뺐다는 것! 

그래도 별 말없이 한번 넘어가 준다. 

다음에 하나만 더 잡히면 이번건까지 함께 혼내줘야지.  

어쨌거나 죄는 죄이고 밥은 밥이기에 일단 밥상을 또 차려본다. 

함께 밥을 먹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일은 꽤 신나는 일이다.  

별 맛없는 실패한 음식을 해치워주는데다, 

음식이란 역시 많이 할수록 맛이 난다. 

그럼 이번주엔?

제철 꼬막 - 살생의 꺼림직함

주말엔 꼬막찜이랑 부대찌개를 했다. 

둘다 처음 해보았다. 

생각보다 꼬막은 손질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더라. 

고작 500g 손실하는데 한시간쯤 걸렸다 --;; 

일 못하는 놈은 시간도 오래걸린다. 

여하간 손질해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음 날 아침 음식을 하려고 꺼내놓고 야채를 썰고 있는데, 

어디서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이런! 꼬막이 살아서 숨쉬고 있지 뭔가.. 

꼬막은 작은 냄비에 8할쯤 차게 넣고 물을 넣지 않고 뚜껑을 덮고 7분쯤 익혔는데, 

마지막까지 봉지를 꼭 물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놈도 있어서 제대로 뭔가를 잡아먹는 기분이 들어 이상했다 ㅠ.ㅠ 

그러나 남의 생명을 먹어야 사는 것이 사람인 바, 감사히 먹고 열심히 살아야지 생각해본다.   

부대찌개 - 손맛이 없는 허전함 

인터넷에 나온 레서피대로 온갖 것들을 넣고, 육수는 슈퍼에서 사가지고 와 끓여보았다. 원가도 제법들어 집에 재료들이 많이 있었는데도 5천원도 넘게 들었다. 

그런데 맛은....... 

햄들어간 김치국 같다.. 흠.. 

육수 문제일까? 왜 이리 허전한 맛이 날까? 

라면스프가 간절히 생각난다.   

짭쪼름하고 진득한 어떤 맛이 부족하다. 

역시 찌개류 맛을 내기엔 나의 연식이 너무 짧은가보다. 

레서피의 정밀함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융통성이 더 멋진 맛을 내는 법인가 보다. 

독서 - 장방형 책읽기 

일이 많다. 산더미 같다. 

그럴수록 마음은 이 책 저 책으로 건너 뛴다. 

파란여우님의 책을 받아보았다. 단단하다. 책으로 묶여진 글은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훨 수월해 블로그를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왠지 조금더 한 사람을, 책을 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두툼하여 아직 얼마 읽지 못하였는데 이번 주중까지 다 읽어야 할텐데. 

에콜로지카는 참 성기다. 죽 논리적으로 밀어붙이는 책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들이 툭툭 던져져 있다. 내가 아는 지식들이 총동원되어 이생각에서 저생각으로 건너 뛴다. 화두를 받은 듯 하다.  

대홍수는 모처럼 집어든 두툼한 사회과학서적이라 마음이 설렌다. 우리집에 놀러올때마다 신발장 옆에 싾여져 있는 나의 신간 목록을 눈여겨보는 오이지군도 이 책을 가장 읽고 싶다고 꼽았다. 서문 정도만 훑어보았는데, 단단한 실증이 느껴진다.  

구질한 나의 현실이 책으로 도망을 가게 하고, 널뛰기 독서를 하게 한다. 제길 ㅠ,ㅠ 

덧글 : 늘 먹느라 사진을 못올리는데 담주엔 식탁 사진을 한번 올려봐야징~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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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2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현실 너무 구질하네요 ㅠㅠ
아 정말 싫다 ㅠㅠ

무해한모리군 2009-11-23 10: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쩝쩝쩝 아 삶이란..

fiore 2009-11-2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사란.. 제길 ㅠ,ㅠ

헌데 관대하시군요 휘모리님 호호호

무해한모리군 2009-11-23 10:37   좋아요 0 | URL
........ 대장대접하기 싫지 않은데 주중에만 시켜주길 ㅠ.ㅠ

뭐 본인의 변명으로는 연애에 대한 무수한 질문을 받기 싫어서라고 ^^;;

후애(厚愛) 2009-11-2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막은 저와 옆지기가 무척이나 좋아해요.^^
마지막날 언니가 맛있게 양념꼬막을 해 주었는데 정말 맛 있었어요.
담주에 꼭 식탁 사진 올려 주세요~~ 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1-23 18:21   좋아요 0 | URL
담주엔 라뽁기 먹고싶다고 해서 그걸 할 참이라 별로 볼게 없을 듯 해요 ㅎ

비로그인 2009-11-2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드디어 홉스봄의 책을 우걱우걱(휘모리님의 표현대로..) 먹어치우셨나 보네요~
바쁜 가운데 이번달도 성공하는 재고 소진의 달이 되시길 빕니다. ㅋ


무해한모리군 2009-11-23 18:22   좋아요 0 | URL
그게 꼭 그런건 아닙니다 흠..............

머큐리 2009-11-23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플링을 잃어버리다니...오이지군에게 강력한 항의를 해야지요...ㅋㅋ
꼬막은 저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음식인데 말입니다...군침돌잖아요...아 글구 추리소설이
물릴때쯤 '대홍수'들어갈 예정인데...ㅎㅎ 나중에 토론이나 함 할까요??
오이지님도 볼겸...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1-23 22:26   좋아요 0 | URL
으흐흐 날을 잡아주세요.
근데..........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
다 읽는 것 여부와 상관없이 모여서 수다를!
머큐리님이 좀 혼내주세요.

무스탕 2009-11-23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금요일에 꼬막 사다가 토요일에 손질해서 무쳐먹었어요.
김치찌개에도 라면스프는 정말 죽음의 맛을 내는 일등공신이죠 --b
오늘은 갈치를 구워 먹었지요 :)

무해한모리군 2009-11-23 23:20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은 프로 주부시잖아요 ㅠ.ㅠ
전 가난하며 경험이 일천한 독거이고..
아~ 도대체 그 무수한 돈을 들이고도 심심한 부대찌개의 맛이란..
거기다 꼬막은 손질하는데 그렇게 시간을 들였는데 알맹이를 까보니 한줌 ㅠ.ㅠ

전 주중엔 주말에 한 음식으로 연명해요. 내일도 남은 부대찌개, 남은 반찬 ㅎㅎ

비로그인 2009-11-23 22:54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휘님.. 쓸쓸한 월요일밤, 배까지 더 고파오게 하시다니.. 꼬르륵

무해한모리군 2009-11-24 08:42   좋아요 0 | URL
이힛~ 아침이랑 저녁은 도시락 싸가서 회사 회의실에서 먹느라 맨날 그나물에 그반찬이라 저도 주말이 기다려져요 ㅎ

아 전 어제 저녁에 못참고 혀가 오그라들정도로 달디단 밀크티를 마시고 잤어요.

꿈꾸는섬 2009-11-24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꼬막 먹고 싶은데 사실 손질 귀찮아서 잘 안해 먹어요. 친정가서 얻어먹지요.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1-24 08:41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저렇게 귀찮을지 알았다면 안샀을거예요 --;;

차좋아 2009-11-2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대찌개- 기름부족입니다. 기름진 스팸류 햄(미국산, 국산은 저염에 지방량이 적어서 담백 퍽퍽), 고기 간 것도 비개가 많아야 해요 살코기만 갈면 맛 없어요. (비계 반 고기 반~기름 둥둥) 그리고 달아야 합니다. 이건 햄들이 해결해 주지만 부족한 듯하면 미원 한 숟가락 푹!그럼 맛 좋아지는데.....(휘모리님 스타일 아니지요?ㅎㅎ) 부대찌개가 불량식품이에요. 불량한거 많이 들어갈수록 맛있어지는 찌개.

무해한모리군 2009-11-25 17:28   좋아요 0 | URL
오호 살코기를 넣어서 그랬던 거군요!
요리에 대해서 무엇이든 아는 향편님 ㅎ
담엔 비계가 들어간 부위를 넣어보아야겠어요.
애인님께서 좋아하니 가끔 불량하지만 해보려구요.
밖에서 먹는거 보다야 낫겠지요 ^^

순오기 2009-11-25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갓녀를 만나느라 커플링을 뺏다는데도 그냥 넘어가주는 휘님~
나중에 보태서 혼내는 건 여자들 특기라죠.ㅋㅋ
음식맛은 역시 연식이 있어야~
육수는 다시마, 양파, 마늘, 대파... 등등 그대그때 다르게 끓여써도 좋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6 08:12   좋아요 0 | URL
왠지 고기육수를 넣어믄 될거같아서 고기육수를 사넣었거든요 ㅎ
허전한 맛이 나는 음식들이 많아요 기술부족 ㅋㄷㅋㄷ
 

네시간째 사내 감사대비 전표 증빙 확인 중  

지루해서 미쳐버리겠다 --;;  

내가 기계도 아니고 어찌 이런 일을 계속 하란 말인가 ㅠ.ㅠ  

아직 봐야할 전표 몇십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몇 천원짜리 영수증들이 합쳐져서 몇 십만원이 되는 것을 검산을 한다. 짜증짜증.  

다시 한번 직장생활은 사칙연산이 가능한 인간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사내외 감사에, 회계법인 감사에, 지방세 감사에 뭐시기 감사할 일이 이렇게 많은지. 

시스템이 자꾸 전산화되니,  

어찌 된게 감시하는 업무를 맡는 인간만 늘어나는 거 같다. 

그리고 나처럼 감사를 대비하는 게 업무인 놈도 늘어나고 제길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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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11-19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술이 발전할수록 편해지기도 하지만, 노동량도 늘어나죠;;;

무해한모리군 2009-11-20 08:58   좋아요 0 | URL
테클놀로지의 발전 방향자체가 잘못 설정이 되었다는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그리고 일전에도 말했지만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이따우 바보 월급쟁이 시스템으로는 안된다는 에콜로지카의 생각에 갑자기 급동의가 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ㅠ.ㅠ

'부'가 인생의 목표인 시스템을 구축해놓으니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려는 걸 감시해야하는 거대한 인력이 필요한거 아닐까요? 독재국가에 거대한 경찰인력이 필요한 것처럼..(필요동인에서 잘못된 비유군 --;;) 사실 우리모두가 충분히 행복할 만한 부는 이미 가지고 있는데 말이지요.

뷰리풀말미잘 2009-11-1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듣던중 마음 아픈 얘기네요.. 혹시 전표 한권당 오천원에 아웃소싱 안 하실래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1-20 08:17   좋아요 0 | URL
무슨 책이더라 벨훅스의 책이였던것 같아요.
페미니스트 여성이 집안일을 가정부에게 맡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대목이었어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여성에게 떠넘기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했던 기억이예요.. 물론 그 여성에겐 수입이니 꼭 나쁜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른 한편엔 너무 많은 것을 시장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생각이 문득 나는군요. 전표증빙확인을 하루종일 하는건 정말 끔찍한 일이거든요 --
무엇보다 이걸로 먹고사니 해야하고, 이걸 하청을 주면 저는 하는 일없이 거간꾼 노릇을 하는 것이니 옳지 않지요. 보십시요. 이런 댓글을 다는 걸 제가 제정신이 아닌거 같지 않슴까.. 오늘도 하루종일 봐야한다는 ㅠ.ㅠ

꿈꾸는섬 2009-11-20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은 정말 해도해도 짜증나죠.

무해한모리군 2009-11-20 08:14   좋아요 0 | URL
인간은 이런 일을 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것 만은 분명한듯 합니다.

머큐리 2009-11-20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일에는 부작용이 있는 법이죠.. 에고 휘님~
먹고살기 차암 힘들죠~

무해한모리군 2009-11-20 09:01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저 이제 전표보러 가요 ㅠ.ㅠ
이만큼은 다들 애로사항이 있는걸요 뭐..
어제 퇴근길엔 멀미가 다 나더라는~~~

Arch 2009-11-2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휘모리님. 단순한 노동을 위한 팁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0 19:12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단순 노동은 좋아하는데 전표확인은 싫어요 ㅠ.ㅠ

후애(厚愛) 2009-11-2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힘내세요~~~
옆에 있으면 꼬옥 안아드리고 싶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0 19:13   좋아요 0 | URL
우후후후 좋아요좋아
주말 잘 보내세요 후애님.
전 이번 주말에 회사 임원분 결혼식이 있어서 또 거기 일 도와주러도 가야해요 --;; 참 조직생활이란..

비로그인 2009-11-2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엔 꼭 꼭 ! 전표에게 복수하는 꿈을 꾸시길 빕니다.. 꾸는 것을 느낄 정도로 피곤하면 안되지만 말이죠 ^^

춥지만 살짝 훈훈한 주말 되시길!

무해한모리군 2009-11-23 08:1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담엔 꼭 전표를 태우는 꿈을 꿔야겠어요 화르르르

지금은 밀크티 한잔 마시며 감사를 받기위한 기운을 모으고 있어요 ㅎ

바밤바 2009-11-22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옆에 있으면 꼬옥 안아드리고 싶네요~ ㅎ
회계학 콘서트 2편을 봤는 데 이런 전산화를 추진하는 목표가 분명치 않으면 저런 부작용이 발생하더군요. CEO의 잘못이라고 그 책에선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긴 하는 데.. 여튼 화이팅!ㅎ

무해한모리군 2009-11-23 08:15   좋아요 0 | URL
글쎄 행동의 동인이 돈!인 세상이라 보니 그런게 아닐까요?
포옹은 흠.. 정중히 사양하겠어요 ㅎㅎㅎ
 

오늘 아침도 과감히 머리를 감지 않기로 결정하고, 

실삔 두개로 앞머리를 깻잎모양으로 만들고  

짧아서 안묶이는 머리를 간신히 낑낑대며 묵는다. 

일어나자마자 밥통속에 넣어둔 핫도그를 입에 물고
(어제 생협에서 배달됐는데 어떤 맛인지 너무 궁금해서 못참고 아침부터 간식질 --) 

운동화에 항아리 모양 검정코트를 차려입고 집을 나선다. 

7시20분경 출근 전철에 올라 언제나 처럼 2-4칸 노약자석 쪽에 자리를 잡는다.  

어 그런데 노약자석에 앉은 아가씨가 벌떡 일어서서 나에게 자리를 양보할 조짐? 

왜? 혹시......... 내가 임산부로 보여서? 제길, 운동이 확실히 성과가 없구나 --;; 

화장을 안해서? 이 몇년된 펑퍼짐한 코트때문에? 운동화 때문에? 질끈 묶은 머리 때문에 ㅠ.ㅠ 

어쨌거나 자리를 양보하려던 아가씨는 내가 앉을 기미가 없자 슬그머니 되돌아가 앉는다. 

조용한 아침 전철 무거운 도시락통은 바닥에 내려두고, 에콜로지카를 뽑아 들고 읽기 시작하려는데.......  

이 아가씨가 이 아침부터 통화를 시작한다.. 

통화 내용인즉슨,  

**광장 소속인 이 아가씨가 지난밤 xx광장 소속인 아가씨와 인터넷 체팅으로 광장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했다는 것인데...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그렇게 비난하던 사람이, 우리 선거는 한달전에 공고하고 해야되는 규정을 그렇게 무시하면 되요?' 

참으로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고, 단체들안의 민주성은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아가씨여~~ 아침 7시20분부터 20분간 아무도 말하지 않는 전철에서 오빠라는 분께 노약자석에 앉아서 떠들어야 할만큼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 않는가.. 우리 모두가 모모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꼭 공유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또 당신 옆에 어르신들도 얼마나 졸리시겠는가?

에콜로지카는 이제 막 멋진 논지를 내게 펼쳐놓는 참인데 당신이 하루 중에 몇 안되는 나의 독서시간을 가로막았단 말이지...--;; (절대 당신이 날 오해해서 미웠던게 아니야..) 

아무리 째려봐도 듣지 않고.. 오늘 약 스무명 정도의 시민들은 모모광장에 대한 적의감으로 넘쳐흘렀을 것이다. 늘 생각하지만 마음을 얻기위해서는 논리가 아닌 훌륭한 품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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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11-19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도그 맛 있게 드셨어요?
예전에 학교 마치고 친구들과 핫도그 사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맛 있었는데...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1-19 11:39   좋아요 0 | URL
튀긴게 아니라서 그 핫도그보다는 맛이 덜합니다 ㅎ
그래도 폭신폭신한 빵안에 짧조름한 소시지가 제법 먹을 만했어요 히히히

다락방 2009-11-1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언제나 사람들이 제게 그런 오해로 양보할까봐 잔뜩 겁먹고 있어요. ㅠㅠ
슬프다 ㅠㅠ
나도 다이어트 해야하는데....어제도 족발 먹고 부른 배를 두들기며 바로 잤더니 오늘 아침 눈이 띵띵 부었어요.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 하는거라며 어김없이 먹고 나왔지요. orz

무해한모리군 2009-11-19 12:32   좋아요 0 | URL
야식이야말로 삶의 낙이지요~

아무래도... 노약자석을 피해야할까봐요..

Forgettable. 2009-11-1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제가 다이어트를 시작했던 이유가 어느 아주머니에 의해서 노약자석에 억지로 앉혀져서였지요 =3=3=3

무해한모리군 2009-11-19 12:32   좋아요 0 | URL
지금이 다이어트가 필요한때로군요 ㅋㄷㅋㄷ

turnleft 2009-11-1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히 남자라서 임신부로 오해는 안 받습니다만;;
이 놈의 복부비만은 모두의 걱정거리군요. 그래도 맛난거 먹고 배부르면 좋은걸 어떡해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0 08:06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맞아요~ 배좀 나오고 먹고 싶으거 먹고 살아요 우리!!
어쩐지 턴래프트님 그림자가 늘 친근하더구요 ^^*

마노아 2009-11-19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불량식품 비스무리한 맥스봉 소세지 주문했는데...;;;;
마음을 얻기위해서는 논리가 아닌 훌륭한 품행이 필요하다... 백 번 지당한 말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1-19 12:34   좋아요 0 | URL
이 핫도그 크기도 자그마한게 맛도 담백해서 아주 좋아요.
그래서 제가........ 남의 마음을 잘 못훔치나봐요 =.=

... 2009-11-19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도" 과감히 머리를 감지 않기로 결정하고==> 우리는 여기서 조사"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무해한모리군 2009-11-19 12:34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날카로우십니다 힛~

메르헨 2009-11-1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춥기도 하고 워낙에 일찍 출근하는지라...
퇴근후에 그냥 머리 감고 잘 말리고 뒷날 아침에 그냥 출근하지요.흠...
버스에서 기절하듯 졸고 내리면 눈꼽...떼느라 고생해요.ㅋ
마지막 멘트 초 공 감~!! 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1-19 12:34   좋아요 0 | URL
머리가 짧아서 억지로라도 묵지않으면.. 음.. 바람돌이가 되요~

라주미힌 2009-11-19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초등학생한테 자리 양보 받을뻔한 위기를 겪은적 있지요;;;

무해한모리군 2009-11-19 12:35   좋아요 0 | URL
라님도 임산부로 오해를?
하긴 라님 배도 한 오개월쯤은 되어 보인다는 ㅋㄷㅋㄷ

무해한모리군 2009-11-19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단시간에 많은 분들이~
아 전 혼자가 아니라 외롭지 않군요 ㅎㅎㅎㅎ

머큐리 2009-11-19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가 광장에 몰빵하는 바람에...요즘 많이 소외받고 있는데..ㅋㅋ
요즘 그 동네 정신 없지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0 08:17   좋아요 0 | URL
아하 그래서 요즘 혼자 dvd를 보시는군요 ㅎㅎㅎ

참 그 친구가 나도 알만한 닉네임을 거론하더군요. 그런 닉네임 실명과 같아요 ㅎㅎ

Mephistopheles 2009-11-19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필요없으...핫도그가 무슨 맛인가요??

무해한모리군 2009-11-19 16:31   좋아요 0 | URL
빵은 폭신하고 달달하고, 소세지는 빨간 소세지 맛인데 살짝 짭조름한 것이 담백해서 괜찮았어요.

흠은 크기가 넘 작다는 것.

노이에자이트 2009-11-1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가 나온다는 게 뭔지 저는 경험을 안해봐서 모르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11-19 17:47   좋아요 0 | URL
부.........러워랑..

bookJourney 2009-11-20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 저는 서서 졸다가 무릎이 꺾이는 바람에, 앞자리의 어르신이 자리 양보해주겠다고 하신 적 있어요. ㅠㅠ
마지막 문장, 완정 공감이에요~~~~

무해한모리군 2009-11-20 08:1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자, 책세상님도 운동인 대열에 들어오십시요~

말은 쉬우나 참 실천이 어려운 과제중에 하나입니다. 마음이 먼저 영글어야 행동에 비칠텐데 저는 죽기전엔 불가능할듯 해요 --

꿈꾸는섬 2009-11-20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품행...정말 필요하죠.^^

무해한모리군 2009-11-20 08:15   좋아요 0 | URL
네....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역시 누군가를 신뢰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서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정말 어떤 친구는 팥으로 메주를 만든다고 해도 믿음이 가니까요.

순오기 2009-11-20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저런 사람 있으면 기.어.이~ 한마디 해줘야 속이 시원한데 어쩌죠?ㅜㅜ
우리땐 상장에 이런 말 썼어요. '품행이 방정하고...'^^

무해한모리군 2009-11-23 08:1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같은 분들이 소심해서 말못하는 저같은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시는 겁니다..

꼭 해주십시욧!!!

라로 2009-11-21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깻잎모양의 머리란 도대체 뭔가요?????

자하(紫霞) 2009-11-22 23:07   좋아요 0 | URL
한때 껌 좀 씹던 여중생들이 즐겨하던 머리였는데...ㅋ
앞이마에 깻잎을 한 장 얹어놓았다고 상상해보세요. 옆으로 가지런히...

무해한모리군 2009-11-23 08:17   좋아요 0 | URL
앞머리를 가르마를 타서 양 옆으로 붙인후 실삔을 꼽아 정리합니다.
업무용 머리지요 으흐흐 정말 제가 봐도 흉악한 몰골입니다.
 
오늘 밤 모든 바에서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4월
품절


담배나 술을 거대 미디어를 통해 광고하는 한편, 대마초를 금지해서 연간 많은 인간을 범죄자로 만든다. 옛날 유럽에서는 커피를 금지해서 위반자를 기요틴에 올린 녀석이 있었는데 그와 비슷한 난센스다. 뭐, 어느 시대라도 국가나 권력이 하는 짓은 엉터리다.
규제가 있건 없건 일본은 머지않아 술과 마약의 세례를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일본에서는 물건과 돈 대신에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중략)
교양이 없는 인간에게는 술을 마시는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 교양이란 학력이 아니라 '혼자서 시간을 죽이는 기술'이기도 하다.
요인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나머지는 일본인이 이 잔을 받아 다 마실지 어떨지다. 나는 마셨다. 마약을 택하지 않았던 까닭은 에틸알코올이 가장 손에 넣기 쉬운 합법 마약이다. 그것도 정신적 요소와 상관없이 일정 이상의 양을 복용하면 누구에게나 확실히 '듣는' 상당히 강렬한 마약이다.-108쪽

혼자서는 외롭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부랑자와 꼭 붙어 자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분수를 중심으로 등거리로 흩어진 하룻밤 가족을 이룬다. 이 과묵한 가족에게 분수는 텔레비전 같은 것이었다.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123쪽

소설이나 만화에 나오는 알코올 중독은 술이 떨어져 괴로워 몸부림치면서,
"술, 술을 줘."
라고 절규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면 배가 고플 때 그때까지 잊고 있던 술의 존재가 떠올랐다. 혹은 이상하게 불안하고 초조할 때는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이런 때에 위스키를 한잔 마시면....'
바로 지우려 해도 그 생각은 일상의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밀었다. 참을 수 없이 마시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막연하게 여기서 한잔 마시면, 하는 것이다. 내 안에 그런 회로가 생긴 것 같다. 불안, 고통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마신다'는 회로에 접속된다.-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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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9-11-19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양이란 학력이 아니라 '혼자서 시간을 죽이는 기술'이기도 하다.
: 이 말에 공감이 가네요. 리뷰 제목도 정말 맘에 쏙 들어요. 추천 꾹~

무해한모리군 2009-11-19 09:24   좋아요 0 | URL
오늘 출근길에 읽은 에콜로지카에 이런 대목이 나오더군요.
이 사회는 생각과 욕망을 운하처럼 표지판이 잘 된 길로만 흘려보내라고 한다고요.

문득 그렇다보니 아주 조금이라도 이 표지가 없는 순간 '멍'해져 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그렇게 '멍'하고 있거나 쓸데없는 뭔가를 소비하는게 사회가 만들어 놓은 표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리뷰가 많이 밀려서 간단히 밑줄긋기 해놓은 곳에 이리 찾아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어 고맙습니다.

머큐리 2009-11-19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대신에 (인스턴트)커피를 넣으면 바로 저의 얘기로 돌변하는군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1-19 13:03   좋아요 0 | URL
술도 커피도 하여간 뭐든지 넣으면 제 얘기인 저는 어쩝니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