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 김사이
울컥 목이 멘다
뜬금없이 밥상 앞에서
언제까지 맛볼 수 있을까
사심없이 자란 푸성귀들의 밥상을
태평양 건너온 쌀
끝없이 광활한 대륙에서 넘어온 차이나표
궁상스러운 밥상도 다국적
외제가 별건가
머리부터 몸통을 감싸고 발끝까지
일상의 모든 것이 외제요 거대한 다국적
붉은 황토에서
뼈빠지게 농사지어 수확한 철철 농산물
모래알만한 씨앗 하나가 별것 아닌데
국경과 국적을 넘나들며 무기가 되네
수많은 사람들을 굶주리게 하고 부유하게도 하고
그 씨앗 움켜쥔 자가 주인이니
끼니는 굶어도 자동차는 굴려야 하는 현실에
흘러간 옛 노래에서나 기억하는 농촌
자식이란 것은 평생 부모 등골 빼먹는다고,
것도 모자라 사시사철 먹을거리 대주는
저 기름지고 붉은 부모를 헐값에 팔아넘겼네
그러면서 산다
광우병 소라도 먹어야 산다

<창작과 비평 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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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밥벌이에 목이 메인다.
퇴근 무렵 지난 주말 임원자녀 결혼식에 수고했다며 식사하자는 자리를
십여분간 온갖 잔소리를 들으며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성스럽게 준비해간 저녁 도시락으로 이미 배를 채웠고,
오늘은 특별히 일이 많았던 날이라 어서 완벽한 침묵속에서 책이나 읽고 싶을 따름이었다.
나는 화가 나면 단 것을 먹는다.
아니면 회사 화장실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누그러든다.
오늘은 그런 조용한 위로가 필요한 날이다.
집에 들어와 한손엔 책을 한손엔 전병을 들고 마구 먹어치웠다.
또 다람쥐 쳇바퀴를 돌릴 힘이 난다.
내일 먹을거리를 준비하려고 보니,
허술한 살림에 쌀독이 어느새 바닥을 슬금슬금 보인다.
쌀은 현미잡곡을 변산공동체에서 받아먹는다.
잡곡이 많이 들어있어 내 밥은 얼핏 보면 고명을 잔득 얹은 떡같다.
반찬이 없어도 참 맛이 난다. 거기에 엄마표 짠지면 행복이다.
그래서 나는 하루 전에 잡지 않는 약속은 절대 응하지 않는다.
도시락을 가져가는데 이 귀한 밥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에는 생협에서 잡곡을 주문한다.
4대강 사업으로 팔당 유기농지가 없어진다니, 마지막이겠다 싶어 그곳에서 난 채소들을 주문하는 김에 원주산 잡곡도 주문을 했다.
잘 먹여주던 곳이 없어진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거란 고작 2만원어치 채소를 사먹으며 마지막이구나 감상에 젖는 것 뿐이다. 목구멍에 뭔가 턱하고 걸린 채 이러고 산다.

아 더러운 내방 --;; 내가 숨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