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과는 같은 문제로 자주 다툰다. 

신랑은 나를 끊임없이 소비지향적인 인간으로 본다. 

내 지출의 90%인 먹을 것 장보기, 주로 생협과 전여농 꾸러미, 유기농 업체 둘 정도를 이용한다.  

신랑의 요지는 약 친 것 먹고 살지, 너무 비싸단다. (사실 신랑이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약 친 것을 많이 먹으면 농가들도 약을 친 것을 많이 생산할 수 밖에 없고,

생협이나 전여농 꾸러미는 농가에 안정적인 수입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의가 있다. 

결혼할때도 우리는 역시 많이 다퉜다. 

나는 여전히 어른에게 드리는 물건은 예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싸도 마음에 드는 주방용품이 여전히 좋다.  

그래도 같이 사는 사람이 내가 그런 것 때문에 몹시 불편하고, 

그 사람의 날선 말때문에 나역시 매번 몹시 아프다면, 

내가 변하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오늘 꾸러미에 취소요청을 했고, 

장보기를 앞으로는 신랑보고 하라고 했다. 

경조사등을 신랑이 잘 챙길 수 있을 지 걱정되지만 어쩌겠는가.  

아마 신랑은 딱히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들에 큰 의의를 두는 사람이 아니다.  

어린 시절 우리집은 엄마가 세 아이를 홀로 키우느라 휑 하기 이를데 없었다.   

나의 가정은 조금은 더 정성스럽고 따뜻한 곳이 되었으면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일이라 빠르게 포기해야 되는 것도 있는 법이다. 

바쁘고, 내 힘에 부치는 일이고, 나랑 같이 사람의 신경을 긁는 일이다. 

결국 따스한 우리집이 아니라 자기애일 뿐이였던가보다. 

그래도 나는 그냥 내 노력들이 안쓰러워서 눈물이 좀 날려고 한다. 

이것도 자기연민이지. 어서 툭툭 털고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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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15: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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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16: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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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19: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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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0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속상하겠는데요.
아무래도 집안 일이나 요리, 아기자기한 부분은 여자의 꿈인데
남자의 잣대로만 하면 안 될거 같기도 하구요. 음....
우리 신랑과 결혼하고 3-4년간 굉장히 안 좋을 때가 있었는데
시부모님 모시는 문제였어요. 저랑 너무 다른 집안이라 빈말로도 모시겠다는 말이
안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신랑은 그게 그렇게 서운하고 싫었나봐요.

결혼이란게 넘겨야할 고비가 많죠. 하지만......
저는 그래도 결혼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기쁜 일도 많이 생길거예요. 힘내세요.

2011-03-08 16: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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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16: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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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1-03-0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사랑예찬'을 읽었어요. 둘..이라는 숫자는 하나에 비해 무수한 공간을 열어놓는 숫자라는 걸 새삼 느끼는 중이죠. 타인을 온전하게 안을 수 있는 첫걸음이고 거기에는 무수한 장애가 있지만 사랑은 그걸 극복해서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하던데요..흠. 사실 말이 쉽다는 것...그래도 결국 가야할 길을 가야 하니까 혼자서 쉽게 포기하진 마세요..자칫 자신을 희생자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수도 있으니까.. 뭐 이건 거의 제 독백이나 마찬가진데요..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3-08 16:32   좋아요 0 | URL
이런걸 오이지군과 타협할 수는 없어요.
오이지한테 나한텐 이런게 소중해 하는 식으로 설득을 하려하면 '너는 니가 산 거 먹고 살아, 나는 내가 산걸 먹고 살거야' 이런 식이거든요.
그냥 제가 받아들이거나 계속 싸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은 본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게 너무나 옳다고 확고하게 믿어요.. 조금 잘못 건드리면 자존심 상해하기도 하고.. 그저 놓아버리는게 마음 편한 것들도 있는 법인듯해요.

2011-03-08 16: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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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16: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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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1-03-0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결혼하시기 전에도 이 문제로 글 쓰셨던 것 같은데...
근데 다른 것도 아니고 먹는거 가지고 뭐라고 하세요 그래 ㅠㅠㅠㅠㅠㅠ
그래두 너무 많이 포기하지는 마세요. ㅠㅠ 힘내시구요!!

무해한모리군 2011-03-08 19:09   좋아요 0 | URL
결혼전엔 간단했어요.
뭔가 비싼걸 먹을땐 제가 사면 됐어요.
제가 물건에 애착을 서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는거 같아요 ^^
아마 신랑입장에서는 이문제로 저한테 상처받은 것도 많겠지요.

다락방 2011-03-08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놓아버리는 게 마음 편한 것들도 있는 법이라는 말에는 저도 동의를 하긴 하지만 말이죠, 오이지군의 성격이 '본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게 너무나 옳다고 확고하게 믿는' 스타일이고 그걸 건드려서 자존심 상해한다면, 항상 놓아버리는 건 휘모리님쪽이 되지 않을까요? 놓아버리는게 마음 편하다고 생각하는게 늘 한쪽이어서는 안될것 같은데요, 휘모리님. 어떤방법이 현명한지 제가 알지 못하니까 함부로 충고나 조언을 할 수는 없지만 전 늘 놓는쪽이 휘모리님쪽이 될까봐 그게 좀 염려스럽습니다.

그리고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부부든 연인이든 친구든 다투는건 늘 '항상 같은 문제' 죠. 늘 그래요, 늘.

무해한모리군 2011-03-08 18:27   좋아요 0 | URL
이 친구가 예민한 주제가 몇가지가 있어요.
자기 얘기 남한테 하는 것, 돈 얘기 뭐 이런것들.
또 워낙에 돈 문제는 예민한 주제기도 하지요.
건드리지 않는게 답인듯해요 ㅎㅎㅎ

문제는 내게도 이런 게 있고 내가 대놓고 이런건 터치안하면 좋겠다고 해도 무슨 소린지 몰라요. 확실히 남자랑 여자랑은 사회화 과정이 다른가봐요..

2011-03-08 17: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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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18: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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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8 2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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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9 09: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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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1-03-0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요... 사람끼리 체질이 달라서 부딪히는 겁니다. ^^
그치만... 인간이 묘한 건, 다른 체질끼리 끌린다는 거죠. 젠장... ㅋㅋ
그게 삶의 오묘한 이치예요.
저도 아내랑 아들은 치약 가운데서 짜고, 저는 밀어내고 해요. ㅎㅎㅎ
18년째 밀고 있죠.
먹는 건, 잘 먹는 사람 쪽으로 포기를 하면 좋은데요. ㅎㅎ 먹고 살자는 거니까는...

무해한모리군 2011-03-09 08:57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제 생각엔 본인 집에서 처럼 음식이 뚝딱 하고 차려져 있고 치워지면 불만이 없을 거예요. 엄청난 설겆이와(본인 집에서는 설겆이가 밥그릇 밖에 없었다고 주장.. 어머니가 요리하시고 나서 설겆이 해놓으셨을거란 생각 절대 못함) 재활용 박스 버리기가 싫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어요ㅎㅎ 돈은 핑계일지도 몰라요.. 왜냐면 제돈으로 생활비 쓰거든요...

흠 그러니까 이십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거군요.. 아, 인생!

sslmo 2011-03-08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한창 신혼에 깨가 쏟아지시는 걸로 미루어,,,좀 이른 듯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2세 계획에 들어가 보심이 어떨까요?^^
오이지 주니어가 태어나면 싹 사라질 걱정들이네요.

저도 다락방님과 같은 의견이에요,
저도 늘 놓는쪽이 휘모리님쪽이 될까봐 그게 좀 염려스럽습니다~ㅠ.ㅠ

무해한모리군 2011-03-09 08:52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저는... 우리 신랑이 큰 아기인데 또 아기가 생기면 저는 어떻게 살죠? ㅠㅠ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요..

제가 좀 싸워보니까 이 친구는 살살 달래야지 뭐라하면 더 엇나가는거 같아요. 딱 일곱살짜리라니까요.. 그래도 너무 티나게 일곱살처럼 대하니까 또 자기가 애냐면서 뭐라그래요.. 흠.. 그러니까 티안나게 일곱살처럼 달랠 내공이 제게 필요한데 어려워요 ㅠ.ㅠ

울보 2011-03-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자라온 환경이 다른 두사람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는것 참 힘든일이죠, 제일 힘든일이 먹는거라는데,,잘해결 되셨으면 좋겠어요, 옆지기도 저에게 불만이 많겠지요, 일년에 한번 연말정산 볼때 지나가는 말투로 툭툭 던지는데요, 어쩔 수없어요 살다보니 좀, 뭐 내마음도 이해할날이 오겟지요.내 반쪽이,

무해한모리군 2011-03-09 08:50   좋아요 0 | URL
저는... 너 늙으면 후회한다고 누누이 말해주지만.. 늙어도 후회 안하는 사람들이 엄청많던데욧!!!

어쨌거나 싸운 감정의 앙금이 생각보다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 이제는 좀 평화로운 방법으로 가보려구요 --

순오기 2011-03-09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드디어 화성남자와 금성여자의 면면이 드러나는 건가요?
놓아버리는 쪽이 공평하게 반반일 수는 없지만, 항상 놓아버리는 쪽은 행복하지 않다는 걸 서로 알아주면 좋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3-09 08:48   좋아요 0 | URL
저희는 늘 싸워요 ㅎㅎㅎ
신랑은 크게 말한다고 주장하고 저는 화낸다고 깜짝 놀래고..
저도 처음에는 신랑이 크게 말하면 쓱 하고 사라졌는데 얼마전엔 용기를 내서 크게 같이 소리를 냈더니 소리치는 횟수가 줄었어요..
강공과 약공을 적절히 해야겠지요?
역시 누구한테건 약해보이면 안되는거 같아요.

감은빛 2011-03-1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꾸러미를 취소하신다니. 아쉽네요.
저희도 자주 싸우는 편이라,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두 분이라면 그래도 잘 해결하며 지내시리라 생각됩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1-03-12 19:52   좋아요 0 | URL
많이 싸우지만 어떤 합의를 향해간다기보단 서로 조금씩 포기해가는 듯 해요.
원래 그런거겠지요 ^^

개인주의 2011-03-21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
취향존중! 이 좋다고 생각함.

무해한모리군 2011-03-22 10:08   좋아요 0 | URL
한집에 살면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은듯 해요.
장을 따로따로 보고 음식도 따로 먹을 수는 없고,
그런다고 해도 제가 사치한다며 모라 할 거 같은데요 ^^

개인주의 2011-03-22 12:09   좋아요 0 | URL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먹는 걸로 태클 들어오면
은근 심정 상하던데용..;;
고고씽님이 대인배인듯..
우린 먹는 거 간섭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까탈이 느껴질 때 그래도 좀 얄밉던뎅.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3-22 13:54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ㅎㅎㅎ
아주 어찌 교양을 하면 좋아질지 머리가 아픕니다..
 

 분쟁지역 전문 김영미 PD가 아들에게 쓰는 편지글 형식으로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의 역사와 원인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금토 이틀간 스물여섯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짬짬히 읽었다. 출퇴근 지하철 간에서 화장실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지구 어디쯤에 붙어있는지도 잘 모르는 그곳의 역사가 너무 아파서, 또 우리 역사랑 너무 닮아서 눈물이 난다. 

 식민지배 때 맘대로 그어놓은 영토선 때문에, 식민지배 시절 민족간 종교한 이간질 정책의 효과로, 미국이 세운 정권의 부정부폐 때문에 이들은 종교적이 되고, 전사가 되고, 테러리스트가 된다. 겨우 열일곱살 남짓 먹었다는 미망인 자살 테러 부대도, 대학에 가고 싶어 군에 지원했다는 또 그 또래의 미군 병사도 안타깝기는 다 마찬가지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EBS 강의 에서 인상적인 대목중 하나는 교수가 '여기 직계 가족이나 본인이 군에 복무해본 사람 손을 들어봐라'는 대답에 한 5%는 됐을까? 매우 적은 하버드생이 손을 들었다. 파병 결정을 하는 사람은 누구고 전쟁에 나가는 사람들은 누군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놈의 미군정이 친일파를 대대손손 잘먹고 잘 살 기반을 닦아 둔 덕에 부도덕한 지도층의 이야기를 매일매일 들어야 하는 나라에 사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매일처럼 뉴스에서 나오는 수만명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무심히 지나쳤는데, 원래 그들이 살던 땅도 지금 우리처럼 오래도록 평화롭게 살아가던 곳이였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계 100여개 나라가 2008년 5월 19일에 아일랜드 더블린에 모여 국제회의를 열고, 집속탄의 생산과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합의했다는 거야. 국제 사회가 뒤늦게나마 집속탄의 심각성을 깨달은 거지. 합의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구상에서 집속탄을 영원히 사용할 수 없단다. 하지만 이 협의에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집속탄을 생산하고 보유한 주요 나라들이 참가하지 않았어.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도 집속탄 생산국일 뿐만 아니라, 이 회의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야. 한국의 한기업에서 여전히 집속탄을 수출하는데, 경제에는 보탬이 될지 모르지만 아이들을 무차별 살상할 수 있는 집속탄을 팔아서 돈을 번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구나. 어린이들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우리나라도 이 국제 협약에 가입해서 무고한 어린이를 죽이는 일에 더 이상 동참하지 않기를 바란다. 

- 227~228쪽

 레바논, 체첸, 동티모르 같은 작은 나라들도 강대국들의 이권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일 없이, 그나라 민중이 먹고 사는 일만 생각해도 되는 순간이 어서 오기를 바래본다.. 또 중고교생들이 많이 읽고 파병 등으로 우리가 남의 나라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정은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전쟁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무조건 나쁘다. 그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이 가장 크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 지금 바로 절망의 땅에 아주 조금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국제 구호단체 목록 

. 유엔난민기구
. 유엔아동기금 
. 월드비젼 
. 굿네이버스
. 굿피플 - 국내 아동과도 1:1 결연
. 플랜코리아 
. 세이브더칠드런
. 한국컴패션 - 어린이가 0세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체계적으로 양육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
. 월드쉐어 - 전 세계 20개 나라에서 고아를 위한 그룹홈과 지역 개발 사업, 의료 보건 사업, 결연 사업등을 펼침. 고아원을 통한 의식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특화된 활동
. 인터내셔널 에이드 한국본부 - 아시아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도움. 가난한 이들과 외국인 노동자, 그 자녀들에게 식료품과 의양풍 등을 지원
. 피스프렌드 - 아프리카 전문 민간 구호단체, 아프리카의 자존과 긍지에 주목하여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교류하면서 지원한다는 점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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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3-0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교생들이 많이 읽고.. 이 부분에서 저는 왜 눈물이 날까요. ㅠㅠ
페이퍼만 읽어봐도 참 아픈 현실입니다.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1-03-07 09:19   좋아요 0 | URL
누군가를 죽이는 일 말고 그 아이들이 가질 직업이 없다는 현실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나라도 무기를 수출하지 말고 학교도 지어지고, 일자리도 만드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레베카 밀러 지음, 최선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여기 중년의 여인이 있다. 젊은 시절 화끈하게 약과 섹스에 취해 흔들리며 살았던 이여자는 나이 차 많은 남자와의 결혼을 개기로 새사람이 되었던 과거가 있다. 요리, 육아, 완벽한 내조의 여왕으로 이십년을 살던 그녀는 실버타운 입주를 계기로 미묘한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피파의 할머니는 매우 뚱뚱했다. 피파의 엄마는 뚱뚱해질까 두려워 먹기시작한 약에 의존하면서 망가진다. 피파는 그런 엄마처럼 약에 의존하게 될까봐 결혼 후 감기약 조차 멀리하며 살아간다. 한편 평생을 가족에 헌신했던 피파는 딸아이가 자신과 닮을까 두려워 거리를 두고, 남자처럼 씩씩하게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피파의 딸 그레이스는 피파의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부모에게 상처받지 않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청춘이 있을까?  

그들은 모두 부산스럽게 뛰고 서둘렀다. 뉴욕의 모든 사람들은 각자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오직 나만 빼고. 나를 움직이는 건 어떤 목표나 존재 이유도 아닌 그저 자연적인 욕구일 뿐이었다. 아마도 난 사랑을 찾아 헤맸던 것 같다. 비록 그때는 몰랐지만. 그때의 나는 눈 더미 속에 처박힌 칼처럼 날카롭고 싸늘할 뿐이었다. - 184쪽 

 나 역시 스물에는 주변 사람들에게(가족을 포함해서) 괜찮은 인간으로 보이기 위해서 발버둥치면서, 겉은 짐짓 그렇지 않은 척 눈을 사납게 찢고 돌아다녔다. 가족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나와 너무 좋았는데 어느새 다시 뿌리 내릴 곳을 찾아 서성였다.

 스물엔 엄마처럼 바지런 떨지 않으며 살리라 장담했는데, 서른 둘에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엄마처럼 잔소리하며 한시도 방바닥에 앉지 않고 일을 찾아내서 돌아다니는 내가 있다. 피파의 모계도 강렬한 욕망과 몰두하는 성품을 대대로 물려받은 것처럼, 부모의 모습은 어떤 식으로도 분명히 자식에게도 남겨지기 마련인가 보다. 

 피파의 삶을 통해 오직 가족이 삶의 전부인 유년기에서, 혼자만의 청년기, 가정을 이루며 다시 가족이 삶의 전부가 되었다, 홀로 오롯이 자기자신이 되는 중노년기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사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엄마와 대화라고 부를만한 걸 나누지 못했다. 사실 그녀가 날 제일 잘 아는 사람이고, 내게 가장 헌신한 사람인데. 내가 노력한다면 우린 다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게 틀림없다.  그리고 인간이 이제와 쉬이 바뀔리 없으니 내가 가진 천성을 받아들이고, 그 중 장점이 될만한 걸 드러내며 살아야겠다. 그리고, 신랑이든 누구든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 자기자신이 더 소중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게 당연하고. 무슨 일이든 결정할 때 내가 편한 방향 내가 행복한 방향이 뭔지 고민해 봐야겠다.  

휴. 이렇게 쓰고 보니 왠지 이 책이 도덕 교과서 같지만 사실은 아주 미묘한 힘겨운 순간 행복한 순간 혼란스러운 순간들 사소하지만 자신에겐 의미있는 순간들을 잘 그려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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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3-05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성중. 정리가 안된다 --;;

2011-03-09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3-09 08:46   좋아요 0 | URL
으하하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영원히 작성중일거 같아요.. 정리가 안되요 ㅠ.ㅠ

다락방 2011-03-06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리뷰를 읽어보니 확실히 영화보다 더 많은 작고 사소한 감정들이 담겨진 책인것 같네요. 전 이 영화가 무척 무척 좋았거든요. 책도 읽어야 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3-07 09:23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쓰면서 읽을 때의 느낌이 잘 정리가 안됐어요. 읽고 나서 좀 된 다음에 쓰다보니... 좋았어요 저는.
 
고릴라 이스마엘
다니엘 퀸 지음, 배미자 옮김 / 평사리 / 2004년 10월
구판절판


너희는 문명화된 체제의 포로야. 왜냐하면 그 체제는, 너희가 살기 위해서는 많든 적든 세상을 계속해서 파괴해야 한다고 강요하기 때문이지.-42쪽

그래. '역할 맡은 자들'은 '사물'에게 유익한 것에 관한 지식을 축적해. '역할 맡지 않은 자들'은 '사람'에게 유익한 것에 관한 지식을 축적해.
(중략)
물론이지. 이제 너도 알다시피, 너희 문화에서 가치 있는 건 무엇이 생산에 유익한가에 관한 지식이야. 마찬가지로, '역할 맡지 않은 자'의 문화에서 가치 있는 건 무엇이 사람에게 유익한가에 관한 지식이고. '역할 맡은 자들'이 '역할 맡지 않은 자'의 문화를 짓밟을 때마다, 인류의 탄생 이래로 시행착오를 겪어 온 지혜가 세상에서 돌이킬 수 없이 사라져가지. 그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종들을 짓밟을 때마다, 생명의 탄생 이래로 시행착오를 겪어 온 생명 형태와 세상에서 돌이킬 수 없이 사라져가지.-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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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거실 책꽂이에 앞으로 읽을 책을 두기로 했다. 

파란색 책꽂이에 위쪽칸은 내가 아래쪽은 신랑이 쓴다. 

신랑은 은근슬쩍 내가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나의 읽을 책 책꽂이에 꽂아두곤  

내가 새책을 간택하려고 서 있을때면 내 등뒤를 째려보고 서 있다. 

자기가 은근히(?) 꽂아놓은 책을 언제 읽나 궁금한가보다. 

어제는 휴일을 맞아 금방 배송된 따끈따끈한 로맨스 소설을 읽을려고 하는데 

더 이상 못참겠는지 자기가 두번이나 칭찬하고 두달전에 꽂아둔 이스마엘을 왜 읽지 않냐고 직접 언급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내가 안읽으면 무안할듯 해서 뽑아든다. 

고릴라 이스마엘은 아주 교육적인 이야기이다. 

인간은 지구에 속한 아주 작은 존재인데, 자기가 세상을 지배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과대망상증이 있다. 그런데 얘들이 과대망상이 지나쳐서 자기가 속한 세계를 마구마구 파괴하는 것이다. 결국 자기들도 파괴될 것이 뻔한데, 어찌 되겠지 하면서 그 파괴적인 방법으로 마구마구 내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성서와 여러가지 비유를 곁들여 설명하는데 해결책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살지 않도록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파괴하지 않고도 문화적 삶을 누릴 길은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단다. 

이 책을 다 읽고 현재 상태로 소비와 성장을 계속해서는 답이 없다고 우리부터라도 인구 줄이기에 앞장서자고 신랑에게 말해보았지만 귀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신랑은 무위당 선생의 주옥같은 글들을 소유하고 있지만 생협과 농산물 직거래에 의의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토론이 우리 가정생활에 필요하다.

최근 신랑은 돈 많이 주는 대기업으로의 이직을 원하는데 나는 반대를 하고 있다. 돈은 나도 벌고 하니 돈보다도 너무 힘들지 않은 직장에 다녔으면 좋겠다. 마흔남짓까지 하는 직장 생활이니 바짝 벌어야한다는 취지는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러다 몸상하면 말짱 황인것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그러다 굶어죽는다'는 협박에 개미처럼 일하며 그 시기를 늦춰보려 안감힘을 쓰는 것만이 답일까? 베짱이로 살아도 굶어 죽지는 않을 세상을 만드는 일에 조금더 시간을 투자해야겠다. 

공휴일 아침 둘이 조조영화 보며 비스켓으로 아침을 때우고 고등어에 된장찌개 점심먹고, 바닥에 늘어져 졸다 읽다 하며 보내는 하루. 이런 평온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그 나머지 날들을 너무 힘겹게 살아야하는 건 정말 내키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이스마엘처럼 다르게 살 수 있다고 신랑에게 확언해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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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3-0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니까...휘모리님은 밥상머리에서도 열심히 토론 중이시라는 말씀이시군요.

무해한모리군 2011-03-02 14:50   좋아요 0 | URL
저희는 토론이 아니라 수다를 떱니다 ㅎㅎㅎ

결혼이후 읽고 쓰는 것에 대한 검열이 장난이 아니예요.. 흑.

Mephistopheles 2011-03-02 14:51   좋아요 0 | URL
언제 집에 불 다 끄고 촛불 시위라도 한 번 해보세요....ㅋㅋ

무해한모리군 2011-03-03 12:14   좋아요 0 | URL
집을 태우더라도 한번 반항해봐야할까요?! ㅎ

순오기 2011-03-02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한 압력을 넘어 직접 물어보다니, 그림이 떠오르는데 목소리 더빙까지 되는데요.^^

무해한모리군 2011-03-03 12:1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요즘 점점 제가 뭐읽나 관심이 많아지고 있어요.
심심한가봐요 --

잘잘라 2011-03-0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랑이 있으면 여러모로 좋군요.
음..

무해한모리군 2011-03-03 12:15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빙산의 일각입니다..
나쁜점은 --

마녀고양이 2011-03-02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은 토론을 무서워하야, 둘 다 모른척... 크크.
토론을 좀 수다처럼 다정하게 해야 좋은데, 저희는 국회 의원들처럼 토론을 하거든요.
그러다보니 금지 항목 중 하나입니다. 흐.
또한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읽을 책도 절대 골라주지 않기 랍니다. (삭막하죠)

역시 휘모리님 댁은 상큼합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1-03-03 12:15   좋아요 0 | URL
아니 이글 어디에 상큼함이 묻어난단 말입니까..
저희집도 못지 않습니다.
옆집은 꽤나 고달플거 같아요 ㅎㅎㅎ

pjy 2011-03-02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튼 책 골라주는 신랑 있어서 좋으시겠습니다~~ 췟, 봄이 오긴 왔죠~ㅋ

무해한모리군 2011-03-03 12:16   좋아요 0 | URL
이 책에 신랑이 책 골라줘서 좋겠다는 댓글이 달릴거라는 생각을 왜 전 못했을까요? ^^;;

가시장미 2011-03-0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은근 신혼일기군요 ㅋㅋ 예전에 신혼일기 쓰던시절이 생각나네요 ^^
배우자와 같은 책을 읽고 토론까지하다니.. 넘 이상적인걸요. 부러워요...흑

무해한모리군 2011-03-03 12:16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님도 다 이런 길을 걸어왔음서 뭐가 부러워요 ㅎㅎㅎ

아들이 점점 인물이 나네요.. 오호.

건조기후 2011-03-0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이상 못참겠는지 자기가 두번이나 칭찬하고 두달전에 꽂아둔 이스마엘을 왜 읽지 않냐고 직접 언급했다. -> 아 귀여우셔요.. 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3-03 12:17   좋아요 0 | URL
그 칭찬이라는데 출간 뒷 얘기를 비롯해서 아주 구구절절 했습니다 ㅎ
그런데 저도 제가 읽으려고 사둔 책이 많은데 어쩌란 말입니까...

... 2011-03-02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두 분이군요^^
내내 이렇게 에쁘게 사시길 바랍니다. 그럴 것 같긴 하지만요...

무해한모리군 2011-03-03 12:18   좋아요 0 | URL
...님 사실... 제가 읽는 책에 대해 누가 평하는거 썩 유쾌하지 않더라구요.
거기다 젠 어떻게 저걸 저렇게 이해하나 싶을 때도 있고 여하간 긴 말 끝에 좋게 끝나는 경우가 없어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무스탕 2011-03-0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는 부부

무슨 멋진 에세이 제목같지 않나요? 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3-03 12:19   좋아요 0 | URL
집에서의 실사 풍경은 노숙자 내지 은둔형 외톨이 두명으로 보입니다 --
둘다 후줄근해가지고 ㅎㅎㅎ

cyrus 2011-03-03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책 읽고 책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시는 두 분의 모습이 아름답네요. ^^

무해한모리군 2011-03-03 12:20   좋아요 0 | URL
cyrus님 저흰 참 많은 얘기를 끊없이 나누는 끝에 싸우고 냉전.
다시 수다 싸움 냉전의 반복입니다 ㅎㅎㅎ
둘 다 언제 어른이 되려는지...

따라쟁이 2011-03-03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론은 못하고, 싸움은 안하고, 뭐.. 그러고 사는..

무해한모리군 2011-03-03 12:18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 신랑분이 완전 다정하실거 같아요.
우리 신랑은... 버럭쟁이예요..

2011-03-03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4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1-03-04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막 책도 읽어주고 그럴 것 같아요. 헤로도토스의 '역사' 같은 거! 아.. 앤 패디먼;;

무해한모리군 2011-03-04 20:16   좋아요 0 | URL
아하하 서로 읽어줍니다.
그런데 책 취향이 달라서 서로 읽어주는거에 관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