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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ㅣ 미스터리 야! 5
야나기 코지 지음, 안소현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평점 :
이 작품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페러디 한 작품이다.
원작의 인물, 배경은 물론 에피소드까지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대화까지 그대로 가지고 와서 아마 책의 한 반 정도는 원작과 일치할 듯 하다.
가장 큰 차이는 화자가 고양이에서 새로운 등장인물인 중학생 서생으로 바뀐 정도이고,
이 서생이 추리를 하고 사건을 풀어낸다.
이 책에 나오는 사건이라는 것이 참 소소하기 그지 없다. 옆집 쥐는 도대체 왜 없어졌는지,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도둑이 왜 들었는지 같은 소소한 문제들이고, 특별히 크게 나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지은이가 등장인물들 하나하나에 원작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추가적인 색깔을 입히고, 원작에서 도대체 이유도 결론도 없이 모호하기 그지 없던 에피스드들에 이 책은 제법 나름의 이유를 설명한다.
이를테면 원작에서 옆집 고양이가 느닷없이 죽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작품 속에서는 그 원인을 밝혀낸다. 원작에선 황당한 연구를 하는 꽃미남이 선생집을 이유없이 도둑질하는데 이것에도 제법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주고, 원작에서 짤막하게 등장하는 엉터리 낭송대회 에피소드를 시대상황에 걸맞게 추리해 낸다. 이를 통해 나약하고, 비실용적인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선생과 그 친구들의 모습은 제법 시대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의리도 가진 인물들로 재탄생된다.
특히 원작의 너무나 유명한 구절인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와 멋지게 짝을 이루는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봄직하다.
아직 읽기 전이라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지 않고 이 책을 읽으면 절반의 유희는 포기하는 샘이니 꼭 먼저 읽으시기 바란다. 그리고 형만한 아우 없다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쪽이 꽤나 신랄하고 더 유쾌한 면이 있으니 더 권하고 싶기도 하다.
추리소설로만 보자면 꽤나 소소한 소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