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 낭만과 상실, 관계의 본질을 향한 신경과학자의 여정
스테파니 카치오포 지음, 김희정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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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을 알게 되는 사랑.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에 눈이 멀었다, 첫눈에 반했다, 한 번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사랑했다 잃어버리는 게 낫다 등 오래된 이야기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좋은 사랑은 왜 식을까요. 산산조각난 마음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을 포함해 현대 과학이 사랑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책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Wired for Love)>. 낭만적 사랑을 담당하는 회로를 발견한 신경과학계의 세계적인 권위자 스테파니 카치오프가 들려주는 사랑의 모든 것을 만나보세요. 


'내 심장을 다 바쳐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를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다시 쓰면 '오늘부터 나는 내 온 뇌를 다해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가 됩니다. 궁극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능력은 뇌이지만 낭만과 열정은 심장의 일로 치부해왔습니다. 


이 책의 주된 사례는 바로 신경과학자인 저자 본인입니다. 영원히 싱글로 사는 것이 운명이라 믿으며 살아온 그는 서른일곱에 실험실 밖에서 큰 사랑을 만납니다. 그리고 7년간의 결혼생활을 하게 합니다. 과학의 눈으로 관찰한 사랑에서 인간적인 눈으로 사랑을 보는 방법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 뇌를 깊이 들여다보며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 여정을 보여줍니다. 


길이 15cm 정도에 약 1.36kg의 뇌. 그 안에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존재하고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 이뤄져 있습니다. 각각의 활동을 담당하는 회로를 식별해나가는 신경과학자들 덕분에 우리는 뇌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스테파니 역시 신경과학자로서 사랑을 연구하면서 싱글의 삶이 오히려 객관적 거리 유지에 도움이 될 거라 믿어 왔습니다. 처음엔 뇌 장애 회복과 관련한 연구를 했는데 뇌졸중 환자의 회복을 돕다가 사랑의 힘이 중요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건이 생겼습니다. 


그로부터 사랑이 손상된 뇌를 회복시키는 것뿐 아니라 건강한 뇌를 더욱 확장시키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연구를 하게 됩니다. 연구를 할수록 사랑이 심오하고 신비한 방식으로 뇌에 영향을 주는 매우 복잡한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내 스타일인지 200밀리초 사이에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화면을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는 것보다 더 빨리 마음을 정하는 겁니다. 사랑에 빠지면 생물학적 불꽃이 터집니다. 도파민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하고, 노르에피네프린은 터널시야를 만들고, 세로토닌이 떨어지면서 강박장애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옥시토신으로 공감과 신뢰를 하게 됩니다. 


물론 사랑에 대한 연구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랑에 관한 신경 기반을 연구하는 것이 애초에 의미가 있기나 할지 의문을 갖는 동료 신경과학자들의 회의적인 관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연구비 지원서를 제출할 때도 사랑이라는 단어 대신 관계 형성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랑의 두뇌 지도를 완성하면서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특징들과 함께 진화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단지 감정일 뿐 아니라 사고방식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낭만적 사랑은 모성애와도 달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자신만의 사랑이 특별하다고 생각할 테지만 사실 생물학적 차원에서 사랑은 그것을 느끼는 주체에 관계없이 같은 형태였다고 합니다. 태어난 곳이 어디이든, 동성애자든 이성애자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전환자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특별한 존재라면 이 사랑의 회로에 똑같은 방식으로 불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렇게 사랑 박사로 알려진 저자는 신경과학 학회장에서 외로움 박사로 알려진 신경과학계의 스타 존 테렌스 카치오포 박사를 만납니다. 그가 자신의 삶을 바꿔 놓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관계를 연구하는 두 명의 신경과학자는 그렇게 장거리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기에 이릅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는 신경생물학적 차원에서 그들의 사랑 여정을 보여줍니다. 사랑과 욕망의 근원이 되는 뇌의 영역과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당시 존은 60세, 스테파니는 37세였습니다. 나이 차이에도 과학을 바탕으로 한 그들의 관계는 혼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수준의 창의성을 발휘하며 더 나은 생활을 이끌어가게 됩니다. 행복하게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생산적으로 사랑합니다. 하지만 존은 생존 확률이 지극히 낮은 희귀암을 진단받게 됩니다. 지독한 수술과 치료를 이어가는 동안 고난 앞에서 계속 싸울 힘을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함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랑이 어떻게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끌어내고 스트레스를 진정시키며 실제로 치료에도 도움되는지를 알게 됩니다. 문제가 있는 관계에서는 이런 보호 효과가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도요. 이런 이야기들은 모든 관계의 질과 만족도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더불어 건강한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여러 위험요소들을 피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사랑을 지키려고 노력해도 다양한 이유로 사랑을 잃기도 합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분리될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스테파니는 존의 사망으로 지독하게 겪게 됩니다. 감정적 뇌와 인간의 심리에 관해 알고 있던 모든 지식은 존의 죽음 앞에 의미가 없어 보일 만큼 무력감에 빠집니다. 앞으로 의미 있는 삶이라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극심한 고통과 혼란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애도가 필요했습니다.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 어떻게 회복 탄력성을 살릴 수 있는지 그가 겪은 시간들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들려줍니다. 


사랑의 신경과학을 다룬 뇌과학 도서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한 사람을 향한 사랑과 열정을 뇌의 관점에서만 다루는 게 아니라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해야 하는, 훨씬 광범위한 개념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사랑을 예찬하고 사랑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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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폴리스맨
베선 로버츠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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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영국 브라이턴과 1999년 피스헤이븐을 오가며 세 사람의 사랑을 그린 소설 <마이 폴리스맨>. 수십 년이 흐른 시점에서 눈부시게 찬란했던 젊음의 열정과 아픔을 소회하는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세 사람의 관계는 이 사회가 정의하는 보편적인 사랑의 관계를 벗어납니다. 


부부인 경찰관 톰과 교사 매리언 그리고 톰을 사랑한 학예사 패트릭. <마이 폴리스맨>은 퀴어 소설입니다. ​영국 가수 해리 스타일스와 골든글로브상 수상 배우 엠마 코린의 주연으로 영화화된 덕분에 이미 이 사랑의 형태는 대중에게 알려진 상태입니다. 예고편을 보니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들 만큼이나 저는 중, 노년 시기를 연기한 배우 세 분도 무척 마음에 들더라고요. 50년대와 99년의 톰, 매리언, 패트릭을 연기한 배우들 모두 2022년 토론토국제영화제 트리뷰트 어워드(연기 부문)를 수상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제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다.'라는 고백의 일기를 쓰는 매리언.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했던 '당신'의 정체는 바로 뇌졸중으로 청각만 남은 채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 도 못하는 패트릭입니다. 매리언과 톰이 살고 있는 집으로 패트릭을 데려와 돌보면서 매리언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토록 톰과 함께 하고 싶었던 삶을 이제서야 함께 하게 된, 하지만 그가 바랐던 모습이 아닌 침대에 누워만 있게 된 패트릭을 바라보면서요. 


매리언은 어린 시절 친구 오빠인 톰에게 한눈에 반하며 톰을 향만 갈망을 가슴에 품습니다. 친구는 "톰은 좀 달라, 매리언."하며 분명 톰에 대해 힌트를 줬었지만, 당시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매리언의 회상으로 진행하는 1장은 톰과 매리언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에 따라붙는 다른 모든 것에 대한 설명입니다. 다른 모든 것에 바로 패트릭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경찰관이 된 톰과 교사가 된 매리언, 그리고 톰이 소개해준 박물관 학예사인 패트릭까지 셋은 곧잘 어울려 다니게 됩니다. 톰의 동생은 또다시 말합니다. "톰은, 그러니까,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고...". 하지만 행복에 취한 매리언에게는 그런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커밍아웃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은 은연 중에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사가 나오지만 톰과 매리언의 결혼으로 인해 바뀔 수 있다고, 또는 그동안 자신들이 잘못 생각했었구나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2장은 패트릭의 시선으로 진행합니다. 어떻게 톰을 만나게 되었는지 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특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마이 폴리스맨이라고 씁니다. 빛이 날 정도로 아름답고 힘찬 톰의 모습에 끌린 패트릭. 그리고 그의 영역에 들어온 톰. 그들의 관계는 동성이라는 것만 빼면 여느 사랑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성소수자는 성범죄자였습니다. '사회가 고립과 두려움과 자기혐오의 나락으로 밀어낸 사람들을 가리키는' 동성애자의 삶.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감옥에 갇히며 사회적 낙인을 찍힙니다. 경찰관 톰은 사회가 용인한 교사 아내와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패트릭의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자신이 톰에게 줄 수 없는 안전, 품위, 승진 기회... 이런 것들을 매리언은 줄 수 있기에 톰을 '공유'하는 패트릭의 복잡한 심정이 잔잔하게 이어집니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 남편의 연인에 대한 증오... 매리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의 관계에 개입합니다. 물론 그 결과는 생각보다 쓸쓸했습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독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마이 폴리스맨>. 톰의 목소리로 직접적으로 들려주는 파트는 없지만, 매리언과 패트릭의 시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톰의 의지와 불안을 엿볼 수 있습니다. 


놀라운 건 이 이야기는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데 있습니다. 중대한 성적일탈 행위, 부자연스러운 행위로 취급 당했던 동성애를 하고 감당해온 인물들의 이야기 <마이 폴리스맨>. 미화하는 것 없이 그려지고 있는데도, 먹먹한 상실의 이야기임에도 연민의 아름다운 감정이 맴도는 결말까지 완벽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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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 유병재 대본집
유병재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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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역사의 한 획을 그을만한 시트콤 <유니콘>. 쿠팡플레이에서 총 12화로 방영된 드라마입니다.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제작진과 유병재 극본, 배우 신하균의 시너지가 제대로 폭발한 <유니콘>을 이제 대본집으로 만나보세요. 캐릭터들의 매력은 물론이고 유병재 특유의 블랙코미디 감성이 더해져 배꼽 잡고 봤던 드라마여서 대본집이 나올까 기대했던지라 정말 감동이~


북폴리오에서 출간된 유니콘 오리지널 대본집은 초기 기획안 내용과 최종 대본, 비하인드 스틸 등을 담았습니다. 초한 한정 굿즈가 저세상급 비주얼이라 빵 터졌어요. '작지만 유병재 등신대'! ㅋㅋ 유니콘 명대사 스티커도 소중합니다~ 


<유니콘>은 스타트업을 배경으로 하는 '시작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매회 깨알 반전들이 등장해 폭풍 웃음을 선사합니다. K-직장인들의 현실과 이 시대의 불안과 우울함을 고스란히 반영한 에피소드도 명품입니다. 


유니콘은 스타트업 중 기업 가치가 1조 이상인 큰 성공을 거둔 비상장 기업을 부르는 용어입니다. 2000년대 전후 벤처 열풍이 불었던 한국은 금융위기로 암흑기를 거쳤고, 2010년대 이후 또다시 스타트업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일본식영어인 벤처 대신 영어권 명칭인 스타트업으로 용어만 바뀌었을 뿐 꾸준히 K-스타트업의 분투기는 이어졌습니다. 


습관적 피보팅, 수평 문화를 위한 영어 이름,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야근 금지, 혁신이란 명칭을 붙인 이름만 근사한 부서... 스타트업 종사자라면 고개 끄덕일 만한 상황 속에서 직장인의 리얼한 현장을 반영한 <유니콘>. 특히 캐릭터 매력이 빠질 수 없는데요. 허세 작렬이지만 밉지 않은 CEO 스티브 (신하균 배우)를 주축으로 직원들의 다양한 개성이 어우러져 펼쳐집니다.


금수저 집안의 미운 오리 새끼인 스티브는 법률가 집안에서 홀로 IT 쪽으로 빠져 일명 고스펙 백수 골칫덩어리 신세입니다. 닷컴 버블 붕괴도 맞아보고, 공동 창업자로부터의 배신도 맛보며 실패를 거듭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살길을 마련합니다. 혁신이란 이름으로 멈추지 않고 끝없이 도전합니다.





현재는 맥콤의 CEO로 인간의 뇌파를 제어하는 기술을 실용화한 단계입니다. 두둥! 생각만으로 물건을 조종한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기술인가요. 드론까지도 멋지게 날려 보인 데모데이 현장. 그런데 뇌파 기술을 실용화한 시제품의 정체는 바로 '챠브네~'. 안마의자보다 더 덩치가 큰 다운펌 기계였습니다. 이 장면을 영상으로 보면서 얼마나 크큭댔던지. 거창한 혁신을 꿈꾼 비전이 실용화될 때의 괴리감을 이토록 역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유병재의 극본과 연출력에 감탄했던 1화였습니다. 


유병재의 입담은 대사에서 고스란히 만날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일에는~ 관심이 있겠고... 관심 없는 일엔... 영~ 관심이 없구만?" 같은 허당끼 작렬하는 멘트도 수두룩하고, 그에 못지않게 "실패는... 넘어진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머무는 것입니다."처럼 폭풍 감동을 주는 명대사도 많습니다. 


성실한 일잘러이자 돈벌레 애슐리, 허영심 쩌는 비서 제시, 인간 빅데이터이자 바이럴 마케팅의 고수 캐롤, 예쁜 고문관 필립, 너드 개발자 곽성범, 일 빼고 유행을 선도하는 모니카 등 맥콤의 직원들은 현실에 그와 비슷한 사람이 꼭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특히 청년 창업 성공 신화를 이뤘지만 대기업급 스타트업에 인수 합병된 이후 의욕이 떨어진 제이가 맥콤에 들어오게 된 비밀이 숨겨진 채 진행되고 있어 흥미를 돋웁니다.


"이 이야기는 '시작'으로 '끝'낼 것이다."는 기획의도를 지킨 유병재 작가의 <유니콘>. 착한 기업으로서의 유니콘 분투기는 하이킥 이후 최고의 시트콤으로 칭할 만큼 웃음과 힐링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결과물로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몇 화인지, 쓰면서 가장 웃겼던 대본은 몇 화인지, 유병재 작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몇 화인지... 에피소드마다 유병재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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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나 - 한없이 다정한 야생에 관하여
캐서린 레이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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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산맥의 인적 없는 황량한 땅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자발적 외로움을 견디며 살고 있는 그에게 매일 같은 시간 찾아온 야생 여우. 캐서린 레이븐은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여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캐서린 레이븐은 생물학자입니다. 과학자로서 여우를 연구 대상으로 취급할법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여우와 감히 친구가 되려는 마음도 없었지만, 결국 '우리 여우'라고 부르며 여우와 사귀는 특권을 누리게 됩니다. 


작은 읍내도 50킬로미터나 떨어진 외진 곳. 처음엔 박사후과정 중에 주말마다 들르는 것을 시작으로 대학과의 계약이 끝나고서도 오두막살이는 계속됩니다. 꾸준한 급여,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직업 대신 오두막을 선택했습니다. 야생의 외딴 지역에서 사는 것이 그에게는 정서적 안정감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알려면 그의 성장 과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린 시절 가정불화에 시달리다 집을 나온 후 오롯이 홀로서기를 해왔습니다. 스스로 먹고살 일거리를 찾아 고독하게 살아온 캐서린 레이븐. 가족으로부터의 배신감은 그를 외톨이로 만들었고 사람과의 관계 맺음엔 젬병으로 만들었습니다. 도시 생활은 우리에 갇힌 듯 답답해합니다. 


오두막살이를 하던 중 한 살배기 여우가 엄마 여우의 감시망을 피해 무단 침입합니다. 엄마 영역과 자신의 굴 사이에 위치한 오두막으로요. 그렇게 여러 달을 마주치다 이제는 "앙투안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란다."라며 캠핑의자에 앉아 저만치에 앉은 여우에게 책을 읽어주는 편안한 관계가 됩니다. 


신기하게도 오후 4시 15분쯤 찾아와 평균 18분 남짓 앉아 있다가 떠나는 여우. 함께 하는 시간의 끝은 언제나 여우가 정했습니다. 여우가 먼저 돌아서는 것이 그들의 관습이 되었습니다. <여우와 나>에서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뿐만 아니라 허먼 멜빌의 『모비딕』, 닥터 수스의 책 등을 읽으며 여우와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캐서린 레이븐은 사실 여우와의 관계에 오히려 부정적이었습니다. 야생동물을 인격화하는 것은 감상적이고 꼴사나운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적어도 자신처럼 훈련받은 과학자라면 말이죠. 대학을 떠나 황무지로, 다시 학계로 돌아갔다가 재차 황무지로 돌아오길 반복하던 그에게 야생의 관찰 대상은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야생 여우만큼은 달랐습니다. 





상자에 갇힌 애완동물과는 다른 야생의 존재들. 상자에 갇히지 않은 동물에게 삶은 언제나 위태롭습니다. 잡초를 뽑을 때도, 길을 낼 때도 그들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밀도 높아진 밭쥐를 없앨까 수없이 고민하다가도 '우리 여우' 때문에 이 모든 걸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여우라면 문이 열렸을 때 달아났을 텐데, 그 여우는 자신을 그의 영역에 속하게 해줬습니다. 캐서린 레이븐의 이야기가 인상 깊은 건 여우를 자신의 친구로 삼는다는 인간 중심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겁니다.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지만, 그의 여우는 자신을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언제나 그 여우가 중심입니다. 그가 자신을 가능한 범위만큼 허락해 준 셈입니다. 그건 오두막 주변 곳곳에 오줌을 누어 자신의 영역으로 표시한 여우의 행동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시속 15킬로미터의 바람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여우를 위해 도랑을 치우고, 개와 들고양이를 쫓아내고, 회전초를 청소하는 저자. 그 대가로 여우는 풀밭을 누비며 설치류를 괴롭히고 멋진 묘기를 보여줍니다. 


"우리 여우는 언제나 스케줄을 정확히 지켰다."라고 할 정도로 여우와의 관계는 무르익습니다. 그러다 4시 15분에 나타나지 않으면 왠지 뒤숭숭해집니다. 여우를 걱정하는 모습조차 냉철한 과학자의 모습이 아닌 친구를 걱정하는 모습입니다. 객관화하고 연구 대상으로 삼는 대신, 나머지 여우와는 다른 '우리 여우'로서 대했습니다. '우리 여우'는 친구이지만 나머지는 이웃인 겁니다. 『어린 왕자』를 읽을 때 한 문장이 끝나면 꼭 15초 간의 침묵이 이어집니다. 여우가 말할 차례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눈빛을 교환합니다. 


행동과 시선으로, 언어 없이 맥락만으로 소통을 한 여우 덕분에 현대인이 가진 불안함과 긴장을 풀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캐서린 레이븐의 삶은 『모비딕』의 육지판 이슈메일의 삶을 닮았습니다. 자연은 그를 성장시킵니다. 고독을 소중히 하면서 야생의 힘에 경이로워하고, 그로 인해 상상력이 깨어나고 팩트만을 중요시하는 현실주의에서 벗어나기도 합니다. '우리 여우'는 그에게 또 다른 세상을 선사했고요. 


가끔씩 말대답하듯 '꽈아' 소리를 내뱉는 '우리 여우'를 상상해 봅니다. 보은이랍시고 밭쥐를 물고 오는 여우의 모습에 엄마 미소가 절로 납니다. 헨리 소로의 『월든』처럼 자연 속 생생한 야성의 감성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길만한 야생동물과의 마법과도 같은 우정 이야기 <여우와 나>. 


전형적이지 않은 여우와 전형적이지 않은 인간이 만나 눈을 맞춘 시간들. 그 시간엔 끝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와의 연결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우리 여우'는 캐서린 레이븐에게 '여우들'에게 관심을 가지도록, 도피처가 아닌 근거지로서의 오두막이 되도록 했습니다. 여우가 남긴 유산으로 살아가는 그의 행보에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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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싶다구요? - 공공기관 취업 성공을 위한 마스터 바이블
김욱 지음 / 법률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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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은 취준생들을 위한 책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싶다구요?>. 현직자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어보는 공공기관 취업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 하면 대다수의 인식은 정년 보장, 높은 연봉, 널널한 업무입니다. 변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대체로 안정적인 직장으로 취급합니다. 저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고 합니다. 부서마다 시즌마다 상사에 따라... 여느 민간 기업 직장 생활보다 더 빡셀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직장 생활의 어려움은 다 똑같을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대기업도 그렇지만 결국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입사하면 적응하지 못한 채 퇴사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공공기관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기관, 단체입니다. 매년 초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을 지정합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그리고 기타 공공기관이 있습니다. 지자체별로 필요에 의해 설치하는 지방공공기관도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마사회, 국민연금공단, 신용보증기금, 한국장학재단, 도로교통공단, 서울대병원, 예술의전당... 을 떠올리면 됩니다. 공무원연금을 받는 공무원이 아니라 철저하게 국민연금을 받습니다. 


민간기업에서 5년 이상, 공공기관에서 15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김욱 저자는 밖에서 보는 시각과 안에서 직접 느끼는 관점 모두를 경험했습니다. 공공기관만의 절대적 장점은 없지만, 한결같이 인기 높은 곳인 만큼 공공기관 취업 성공에 대한 노하우를 이 책에서 아낌없이 들려줍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공공기관의 장점과 단점을 낱낱이 파헤쳐 줍니다. 국가로부터 경영에 대한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은 경쟁을 죄악으로 여기기에 독점권을 가지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업무 강도가 약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야근에 시달릴 때도 당연히 있습니다. 케바케인 셈이죠. 연봉 역시 열악한 공공기관도 많다고 합니다. "죽지 않을 만큼 딱 준다"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 


반복적이고 루틴한 업무, 지방 근무 등 공공기관의 단점으로도 일컬어지는 것들이 성향에 따라서는 장점으로 여겨지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결국 공공기관의 생리, 장단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지원하는 취준생이라면 실망이나 후회없이 만족하며 직장생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블라인드 면접, NCS 기반 채용이 기본이어서 공공기관 입사 준비할 때 필요한 것들을 알려줍니다. 사실상 블라인드 채용이 투명한 채용을 위한 원래 목적과는 달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도 짚어줍니다. NCS 기반 채용 역시 이미 전에도 있던 걸 새 이름으로 포장한 것일 뿐이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합니다. 


스펙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도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인턴 경험은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편이니 스펙 경험치를 고민하기보다는 전공 관련 자격증을 기본으로 취득하라고 합니다. 특히 현재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자신만의 특별한 것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마케팅 기법 중 하나인 USP 기법으로 설명하는데, 자신만의 비장의 카드를 갖추기 위한 방법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입사전형을 직접 진행한 경험이 있는 김욱 저자는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지원자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오버인지 잘 짚어주고 있어 취준생들이 꼭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실질적으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은 무엇인지, 공공기관 적합형 인재는 무엇인지, 입사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공기관 합격법을 현직자가 직접 알려주는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싶다구요?>. 공공기관이 아니어도 비슷한 업계로 취업할 수 있는 깨알 정보와 현직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고급 정보까지, 공공기관 취업 준비생들의 바이블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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