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하고도 사소한 기적
아프리카 윤 지음, 이정경 옮김 / 파람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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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우연히 마주친 한국인 할머니의 "유 아 투 팻!" 한 마디에 한국 음식에 빠져 폭식증을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은 아프리카 윤의 치유 에세이 <우연하고도 사소한 기적>. 


카메룬계 미국인 '수잔 아프리카 엥고'는 미디어 사회활동가로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커리어를 쌓아올린 인물입니다. UN 대사관 아버지와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만큼 일찍이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온 수잔. 성공적인 커리어를 달렸지만 음주, 우울, 폭식 그리고 비만으로 이어지는 생활이 그의 삶을 좀먹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두 사람 몸무게가 되면서 자기혐오에 빠지는 악순환에 이릅니다. 


외교관 과정에서 태어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을 보면서 자란 수잔은 기근, 에이즈, 가난, 고아 등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빠져들었지만 정작 자신의 외로움을 해결하진 못 했던 겁니다. 뉴욕은 거대한 용광로이지만 그다지 용해되지는 않은 곳이라고 고백합니다. 지속적인 인종차별이 일상화가 된 삶. 아프리카인들은 대개 브롱스나 퀸스에, 러시아 유대인들은 브루클린, 한국인은 퀸스와 뉴저지, 백인들은 맨해튼... 식으로 모두의 삶이 분리되어 있음을 경험합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뉴저지에서도 지낸 수잔은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았습니다. 김치와 한글은 물론이고 찜질방 문화에도 익숙하고 때밀이 체험도 좋아합니다. 뜨끈한 돌침대에서 힐링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어느 날 한인 마트에서 시식용 빵을 잔뜩 먹고 빵을 사는데 뒤에서 들리는 한 마디. "자네는 너무 뚱뚱해." 


'나한테, 지금, 누가, 대놓고 살쪘다고 말했나?'. 그 순간 심장은 쿵쾅거리고 울컥 우울감이 올라옵니다. 그런 무례한 말을 한 사람은 곱디고운 외모의 한국인 할머니였습니다. 한국인 특유의 능력인 '눈치'도 없이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것에 놀란 수잔. 무례한 말과는 달리 할머니의 친절하고 상냥한 말투에 웬일인지 따뜻한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놀란 심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냥 뒤돌아섰다면 지금의 아프리카 윤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뭘 먹으라는 건가요, 그럼?" 이 한마디는 그의 인생을 바꿉니다. 





할머니는 한인마트의 과일과 채소 코너에서 재료를 선택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재료를 왕창 구입한 이후 만드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한인마트에서 만납니다. 맛난 한식을 만들어 먹은 날에는 와인 없이도 잠을 잘 잤고, 무엇보다 살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시식대에서 더 이상 시식하지 않고 군것질도 끊어버립니다. 일명 한식 비건 생식 다이어트를 자연스럽게 이어나간 겁니다. 식단의 균형과 다양성이 풍부한 한식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고도비만에서 1년 만에 50킬로그램이 감량됩니다. 상담 치유와 병행한 시점이라 음식, 운동, 정신 치유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집니다. 스스로 온전히 치유하고 싶은 욕망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한국인 할머니의 조언으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한식은 더 이상 다이어트를 위한 음식이 아니라 인생 푸드가 됩니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 음식에 대한 감상을 풍부하게 할 줄 아는 수잔. 11월의 생일에는 한국의 김장 문화를 먼저 떠올릴 정도로 K-푸드 전도사가 됩니다. "한식의 상차림은 자연에 대한 공경이자 한 편의 소네트다."라는 말처럼 한식 예찬이 이어집니다. 


운명을 바꿔놓은 또 한 명의 한국인이 있습니다. 아이오와 시골 마을에서 만난 한국계 미국인은 그를 '아프리카 윤'이 되도록 했습니다. 세 명의 아이들의 엄마로 만들어줬습니다. 비만과 우울로 지쳤던 시기에 회복과 치유에 도움 되었던 한식은 육아 스트레스와 갑상선 항진증을 앓던 시기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한국 문화에 스스럼없이 빠져들며 한국 엄마들과 할머니들의 관계맺음을 통해 경이로운 경험들을 하면서 연대의 가치를 몸소 겪기도 합니다.


한국 음식으로 시작해 하와이에서 거주하며 한국을 알리는 문화 엔터테인먼트 기업 블랙유니콘의 CEO로 활동하는 아프리카 윤. 건강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여전히 성장 중인 그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너무나도 흔하고 식상하게 먹는 우리 음식의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많은 한국인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프리카 윤이 예찬하는 한국 음식 설명을 듣고 있자면 정말 놀라운 마음뿐이더라고요. 음식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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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달력 - 영감 부자를 만드는 하루 한 문장
정철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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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년차 국민 카피라이터 정철 영감이 영감을 불어 넣는 35+ 영감책 <영감달력>. 35세 이상이 읽는 책이라 해서 의아했는데, 35년이 되도록 영감 잔고 0인 사람에게 1년 치 영감을 채워준다는 의미더라고요. 달력이라는 제목을 가졌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탁상 달력은 아니고 종이책 형태입니다.


당신의 영감 상태를 체크해 보세요!

- 나름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일상은 똑같다.

- 좋은 걸 봐도 예전만큼 감동이 없다.

- 새로운 걸 경험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을 뜻하는 '영감'. 요즘은 뭘 해도 무미건조한 감정에다가, 바쁘기만 하고, 그렇다고 새로운 걸 경험하는 도전조차 줄어들면서 무기력한 일상에 빠져있다면 <영감달력>으로 신선한 자극을 받아보세요. 


대한민국 대표 카피라이터 정철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문장이 가득 실렸습니다. 36.5년 차 카피라이터이자 작가로 살아오면서 쓴 글 중에서 직접 고른 365개의 글. 그와 함께 1년 동안 하루하루 그가 던지는 질문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은 단숨에 답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엉뚱한 질문도 많습니다. 엉뚱하다는 건 지금까지 생각해온 내 사고방식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입니다. 365개의 질문은 새로운 눈을 뜰 수 있도록 자극합니다. 작고 사소하지만 1년 365일이 모이면 그 자극은 내 삶을 더욱 건강하게 해줄 에너지의 바탕이 될 겁니다. 


표지도 예쁘고 365페이지마다 다른 디자인이니 데스크테리어용으로도 딱입니다. 저는 책상에 인테리어처럼 붙박이 시켜버릴 렵니다. 1년 365일 함께해야 하는 책이니까요. 매일 반드시 한 번이라도 앉는 자리에 이 책을 놓아보세요. 그날의 페이지를 쓱 훑고 그가 던진 질문을 그날 하루는 틈틈이 생각해 보는 겁니다. 정철 베스트 카피 컬렉션 <영감달력>. 절판된 저자의 초기작의 명문장도 건져올려져 있으니 정철 팬이라면 이 책은 소장각입니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먼저 '좋은'이라는 말을 걷어 내세요." - 영감달력 




짤막한 글 속에서 찰나의 울림을 안겨주는 정철의 문장. 책과 친하지 않아도 읽기 좋게 구성되어 있으니 2023년을 맞이하는 선물용으로도 얼마나 안성맞춤인지요. 소확성을 꿈꾸는 이들에게 꼭 안겨주세요. 새해엔 누구나 무사히 올 한 해를 보내길 기원하고 다짐도 해보지만 그조차도 무기력한 상태에서는 의욕이 나질 않습니다. <영감달력>에서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응원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가장 많이 담을 수 있는 그릇은 가장 큰 그릇이 아니라 빈 그릇이다." - 영감달력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도망간 영감을 찾아주는 <영감달력>. 하루 한 개씩 영감을 적금처럼 쌓아보세요. 오늘은 오늘 하루뿐, 지금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그의 말처럼 1일 1영감으로 내 하루를 좀 더 활기차게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방전된 재미, 새로움, 감각을 채워줄 <영감달력>으로 한 해를 준비해 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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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 당신을 위한 특별한 초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창용 지음 / 더블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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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톡파원 25시 화제의 도슨트 이창용 저자의 특별하고도 멋진 초대장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프랑스>. 각종 방송에서 미깡(미술깡패) 도슨트로 화제를 모은 그는 로마 바티칸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도슨트 활동 이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아직 미술이 익숙하지 않은 미알못뿐만 아니라 미술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책으로 먼저 그 매력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책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첫 번째 책 프랑스 미술관을 시작으로 스페인·네덜란드,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그리고 한국에 이르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으니 시리즈가 다 모이는 그날이 벌써 기대됩니다. 


세계 수많은 미술관에 전시된 예술 작품들. 미술관마다 대표 작품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놓친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어요.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프랑스>에서는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미술관을 둘러보며 반드시 봐야 할 작품과 작품 배경,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줍니다. 


이창용 도슨트는 최고의 작품이라 알려진 유명한 작품 대신 내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좋은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모나리자는 현재 40조 원의 가치를 지닌 작품이지만, 처음 공개되었을 때는 그다지 가치가 높지 않았습니다. 시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 겁니다. 지금은 유명하지 않더라도 내 마음속에 콕 저장할 만한 작품을 저마다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자는 수많은 작품을 열린 마음으로 열린 해석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품을 바라보는 감각을 높일 수 있을 거예요. 


서양미술사의 전 시대를 망라하는 것은 물론이고 5000년 인류 문명사를 살펴볼 수 있는 인류의 보고 루브르 박물관. 60만 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고, 실제 전시되는 작품은 35,000여 점이라고 합니다. 이 많은 작품 중에서도 이창용 도슨트는 200여 점 정도는 일반인들이 꼭 봤으면 한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반나절 일정으로 동선을 중심으로 대표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루브르가 최고의 박물관으로 불리는 건 조화로운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는 큐레이팅 능력 덕분이라고 합니다. 왜 이 작품이 여기에 있는지, 옆에는 어떤 작품이 있는지... 가장 아름답게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은 다빈치의 작품이 있는 곳입니다. 다들 「모나리자」의 작은 크기와 어마어마한 인파 때문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왜 유명한지 알고 보면 그 실망감은 줄어들 겁니다. 저자는 「모나리자」만큼이나 추천하는 작품으로 「성 안나와 성모자」 작품을 손꼽습니다. 다빈치가 가장 사랑한, 마지막 순간까지 덧칠하며 품에 안고 있었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빈치의 가족사를 알고 보면 화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됩니다. 





버려진 기차역을 활용해 성공을 거둔 오르세 미술관. 4시간 정도면 여유롭게 19세기 근대미술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과거 기차역 시절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오르세 미술관에는 미술 역사상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 미술책에 주요 작품으로 등장해 달달 외웠던 밀레 작품. 당시엔 밀레 작품의 의미에 대한 부분이 시험 단골 출제 문제였는데요. 70년대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노동의 숭고함을 이야기하기 위해 활용된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헛웃음이 나옵니다. 


게다가 「만종」, 「이삭 줍는 여인들」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도 들려주네요. 워낙 다양한 해석이 있어 그만큼 논란이 많이 된 작품들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다시 한번 작품 해석에 대한 이야기를 짚어주는데요.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해석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한편,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포장되어 퍼지며 왜곡되는 상황은 경계하고 있습니다. 오르세 미술관 5층에 전시된 인상주의 작품들을 동선에 따라 대표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틀에 박힌 아름다움 대신 혁신적이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하고자 한 그들의 작품들을 만나봅니다. 


빛의 사냥꾼 클로드 모네를 좋아하는 저는 그 어떤 미술관보다도 오랑주리 미술관만큼은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습니다. 오르세 미술관에는 모네의 「루앙 대성당」 연작이 있지만 저는 모네의 정원을 사랑하는지라 「수련 대장식화」가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이 1순위입니다. 2016년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모네 컨버전스 아트전에서 오랑주리 미술관을 재현한 공간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나니 더 감질나더라고요. 


기대 안했던 미술관이었다가 이 책을 통해 꼭 가보고 싶어진 곳도 있습니다. 로댕 미술관입니다. 이창용 도슨트는 파리에 있는 수많은 미술관 중 가장 편안하고 여유 있게 둘러볼 미술관으로 이곳을 추천합니다. 무려 7,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니 프랑스 최고의 조각가 로댕의 작품을 겨우 「생각하는 사람」한 점만 알고 있는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권력, 욕망, 사랑이 프랑스의 역사적 배경과 어우러져 때로는 기만하는 방식으로 때로는 미화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했기에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는 맛이 쏠쏠합니다. 오랜 세월 사랑받은 프랑스 미술관의 최고의 컬렉션들을 책으로 만나는 시간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프랑스>. 누구나 자신만의 관점으로 감상할 수 있게, 작품을 통해 화가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게 도와주는 이창용 도슨트의 해설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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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이 중요하다 - 세계는 지리로 작동한다
알렉산더 머피 지음, 김이재 옮김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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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상에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한 필수 역량, 지리적 문해력. 하버드대는 구시대적 유물이라며 지리학과를 폐쇄했지만,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는 거대 학문으로 확대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는 오늘날 국제정치학, 지역학, 환경학을 아우르며 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지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맥락 없이 암기하는 과목으로 홀대받는 지리학. <지리학이 중요하다>에서는 왜 지리적 이해가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지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들려줍니다. 정치, 문화, 환경과 지리학과의 역동적 관계를 연구해온 알렉산더 머피 교수는 미국 지리학회 회장 역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에 문제 제기하는 등 지리학계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 차드호. 차드, 카메룬, 나이지리아, 니제르 4개국과 국경을 공유합니다. 1960년대와 비교하면 현재 호수의 90퍼센트가 사라졌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 간 긴장이 고조되고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지리학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합니다. 자연환경과 인간 활동이 결합되어 나타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인구 증가, 집약적 농업, 종족 갈등, 부패 정부를 지원한 서방 세계, 자원 관리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호수에 의존해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었습니다. 


지리학의 주요한 관심은 "왜 그것이 그곳에 있는가 Why of Where"입니다. 지리적 이해를 위한 탐색은 무궁무진합니다. 지리-공간 좌표에 의해 정보가 생성, 관리되는 요즘은 다른 학문과 연계한 융합 학문 분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인류의 집이라고 한다면, 지리학은 지구의 다양한 본질과 특성을 이해하게 하는, 집에서 '매우 중요한 창문'에 해당한다고나 할까요." - 지리학이 중요하다 





1979년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에도 많은 설명이 언론에 등장했는데, 지리적 사고력을 갖추면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들이 오류투성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단순 지리적 정보 외에도 장소와 공간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한 겁니다. <지리학이 중요하다>에서는 지리적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로 들려줍니다. 


전 지구적 연결의 강도가 높다고 해서 보편적 정책을 수립하면 실패하게 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각 지역의 자연환경, 인구 특성, 사회 및 문화적 다양성을 인식하고 지역 차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현대 문제에 대응 가능한 겁니다. 


지금까지 정치적 경계로 나눈 지도에 익숙해진 탓에 우리는 지리학에 있어서 비판적 사고가 사라졌음도 꼬집습니다. 소말리아는 이미 북쪽과 남동쪽이 완전히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기능하는데도 여전히 세계 정치 지도에서는 소말리아를 하나의 국가로 인식하듯 말입니다. 


현대 지정학의 현장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사고력 함양에 도움 주는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대서양 중심의 메르카토르 지도에 워낙 익숙해진 탓에 실제 크기와 엉뚱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린란드는 아프리카만큼의 크기가 절대 아니고, 미국과 러시아도 대폭 줄어듭니다. 실제 아프리카 대륙은 중국, 인도, 미국에 서유럽을 합친 것보다도 더 큽니다. 아프가니스탄이 어디에 있는지 저도 모르고 있었던 세월이 더 길었습니다. 이라크와 전쟁을 치른 미국에서는 정작 대중들은 이라크가 아시아에 있는 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오늘날은 세계를 통합적 접근 방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요소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연계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겁니다. 지리적 사고력을 적용한 지식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는 민족국가가 아닌 다민족국가로 이루어진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공간의 정치적 구성과 정체성을 결정하는 특징이 불일치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현대 세계는 다양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겁니다. 


우리의 고정관념도 한몫 크게 작용합니다. 이슬람 세계는 무조건 악의 축으로 생각합니다. 단순,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칫 인종차별주의를 강화하는 환경결정론적 사고에 빠져 있기도 합니다.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저하시키는 인간 활동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를 콕콕 짚어줍니다. 지역마다 그 물리적 환경과 배경이 다른데도 도시의 모습을 복붙한 것처럼 닮았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리적 문해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의 핵심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옳게 개입해야 하는지도 보여줍니다. 반면 지리 문맹이 계속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예측해 봅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주의 관세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코로나19 전염병 확산,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이해하려면 필수인 지리적 통찰. 생각과 경험의 범위가 한정되었다는 것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가 가득한 <지리학의 중요하다>. 기상이변, 팬데믹, 전쟁, 경제적 불평등 등 지리학의 중요성은 점점 더 높아져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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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쓰는 밤 - 나를 지키는 글쓰기 수업
고수리 지음 / 미디어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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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차 작가로 살고 있는 고수리의 나를 지켜주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마음 쓰는 밤>. 저자는 KBS 인간극장 취재작가로 시작해 보통의 삶에도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도 실천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고등어 :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에 이어 신작 <마음 쓰는 밤>은 5년간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글쓰기 안내자로서의 삶을 살며 배운 것들을 들려주는 책입니다. 


“글쓰기는 사랑해보는 일이었다. 나를 돌보고 삶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다.”라는 말로 글쓰기의 효용을 일깨웁니다. 종이와 연필만 있다면 시작할 수 있는 글쓰기. 고수리 작가는 쓸수록 나를 만나, 내가 되는, 나를 지켜주는 글쓰기를 합니다. 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구성이든 카피든 모든 글을 쓰며 밥을 먹고 삶을 사는 작가로서의 삶. 충실하고 정직하게, 담담하게 써내려단다는 그는 그렇게 번 돈을 떳떳하게 여깁니다. 원고료를 받은 날은 정성스럽게 집밥을 차립니다. 


하루 24시간 중에 오로지 나로 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저자는 30분이라도 행방불명의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세상의 스위치를 끄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쓴 그 시간 덕분에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가게 되더라고 고백합니다. 그 시간만큼은 나를 사랑하는 시간입니다. “사는 거 바쁘다고 내 마음 나도 모른 채 지나쳐버리고 말았네.”에서 “불완전하더라도 나는 날마다 쓰면서 나다워진다.”로 되기까지 작은 꾸준함의 힘이 삶을 만들어나갔습니다. 





글쓰기 수업에 엄마인 여성들이 많습니다. 처음엔 아이들 이야기만 쓸 줄 알았지만 점차 사라졌던 나를 찾아 건져올리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경험이 글쓰기의 영감과 역량이 되도록 노력한 저자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습니다. 별거 아닌 하루치 인생을 기록하는 일기 쓰기가 흩어져 버리는 하루를 어떻게 선명하게 붙잡을 수 있는지 들려주기도 합니다. 


글쓰기 문턱을 없애고,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는 법, 글감 꺼내는 법, 엄마 작가의 글 쓰는 법 등 다양한 성별, 연령, 직업군의 수강생을 만나 글쓰기의 마법을 펼칩니다. 글쓰기 수업을 하며 매 순간 수강생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자신은 작가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생생한 날것의 글에서 오히려 부러운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에게는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는 그의 멘트는 울림이 큽니다. 글쓰기는 ‘용기’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나를 마주하고 나를 만나야 하고, 평가받을 두려움도 감수하고 표현해야 합니다. 퇴근 후 직장인들의 글쓰기 수업 ‘마음 쓰는 밤’, 학생들이 참여하는 글쓰기 수업, 창비학당 ‘고유한 에세이’에 이어 망원동 골목길에 직접 연 ‘고유글방’에서의 수업까지 삶을 언어로 꺼내 쓰는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고수리 작가. 건강한 몸과 마음, 현실의 일상, 글 쓰는 일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는 ‘예술 하는 습관’을 가지고 인생을 꾸려나가도록 도와줍니다. 


글쓰기 강사라는 말보다는 안내자로 불리기 바라는 그는 글쓰기로 자신의 이야기를 찾고, 나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잘 쓰고 잘 나누고 잘 헤아리면 잘 살아보고 싶어지는 마법 같은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담담하지만 진솔한 문장들이 슬며시 가슴을 두드리기도 하고, 울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읽는 내내 몽글몽글한 감정이 차오르게 되더라고요. 쓰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고수리 작가의 문장들은 결이 참 곱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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