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로마사 1 - 1000년 제국 로마의 탄생 만화 로마사 1
이익선 지음, 임웅 감수 / 알프레드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서양 정신과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로마 제국.

로마에 관한 것은 영화나 몇몇 인물의 단편적인 이야기로만 아는 수준이라 로마사 전체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진즉 해왔었어요.

 

천 년의 역사를 가진 로마에 관한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인기 있는데, 일본 제국주의적 팽창을 정당화하기 위한 당시 일본 시대정신을 반영한 역사관으로 씌어진 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는군요. 그래서 우리 시각으로  다시 한번 바라본 로마, 게다가 만화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만화 로마사> 출간 소식에 '이건 읽어야 해!' 싶더라고요.

 

기원전 753년 로마 탄생 후 기원전 476년 서로마 멸망까지 1000년의 기간. 비잔티움 제국이 함락된 1453년까지 또 1000년의 기간. 현재 유럽 대부분이 한때 로마의 영토였고 EU의 배경 정신에도 로마의 통합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 외 로마법, 알파벳, 건축, 크리스트교 등 로마가 세계에 끼친 영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가 역사서를 읽는 이유는 수많은 사건과 인물을 통해 삶의 지혜와 교훈을 얻는 것인데, 만화 로마사는 기존 역사서에서 흔히 보는 왕과 영웅의 리더십만을 강조하기보다는 민중의 힘을 잘 다루고 있어 균형 잡힌 느낌입니다.

 

 

 

만화 로마사 1권은 위대한 제국 로마 탄생을 다룹니다. 본문 글씨는 그림에 비해 전반적으로 조금 작은 편이긴 하고요, 그림풍은 개인 취향 차가 있을 테지만 거부감 없는 수준입니다. 본문 아래에는 깨알 설명이 있어 바로바로 조금 더 깊게 들어가네요.

 

로마 건국 신화는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군신 마르스를 뿌리로 두는 로마 건국 신화는 침략의 정당성과 합리화를 위한 신화이기도 합니다. 사실 초기 로마사는 자료가 없어 논란의 대상이라고 해요. 이 책에서는 여러 주장을 간략히 정리한 해설도 있으니 한 쪽으로 치우친 입장만 알게 되는 건 아니어서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보다 로마가 세워질 때 큰 영향을 받은 '에트루리아'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어마어마한 신기술을 보유하고 선진 문화를 누렸다는데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 문화가 대부분 에트루리아인에게서 비롯된 것들이라네요.

 

 

 

책 마지막에는 '로마에 관해 더 알고 싶은 것들'이라는 해설 챕터가 들어있습니다. 역시 그림 자료와 함께 설명하는 부분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해설이에요. 본문 만화를 보고 난 후 좀 더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만화는 조금 과장되거나 압축된 그림을 선보이게 마련이라 약간 가볍게 느껴질 수 있기도 한데 본문을 보충하는 해설은 이 책을 더 탄탄하게 만듭니다.

 

미술 작품으로만 알고 있던 사비니 여인 사건에 관해서는 로마 제국을 건설한 로물루스 이야기에 자세히 나와서 그제야 '아 이게 이 사람 때 일이었구나...' 알게 되었어요. 국가가 틀이 잡히자면 인구가 늘어야 하는데 당시 로물루스를 따라온 사람들은 대부분 독신 남성이라 가정을 이루려면 여인들이 필요했죠. 그래서 사비니 여성을 강탈한 사건인데 미술 작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엔 세계사 연표를 함께해 로마사를 접하면서 세계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로마가 강대국이 된 것은 아닙니다. 신화와 역사가 섞인 로마 건국 신화와 함께 천 년 로마의 기틀을 닦은 로마 초기 이야기를 보여준 만화 로마사 1권. 만화로 포인트를 짚어 가면서도 빠르게 전체 흐름을 잡아갈 수 있어 좋았어요. 보잘것없는 도시 국가에 불과했던 로마가 어떻게 강해질 수 있었는지, 어떤 경로로 몰락의 길을 걸었는지 중립적인 시각으로 다룬 <만화 로마사>.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로마사 입문서로 제격인 교양 만화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레이시아 셀프 트래블 - 2017-2018 최신 개정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8
김주희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레이시아 초행자, 배낭여행자, 트렁크족까지 완벽한 여행준비를 위한 <말레이시아 셀프트래블>.

저는 이번에 말레이시아 지도를 제대로 봤어요. 보르네오섬에도 말레이시아 땅이 있더라고요. 대륙 끝의 서 말레이시아와 보르네오섬 북부에 (섬 전체가 한 나라가 아닌!) 동 말레이시아. 이렇게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 말레이시아. 우리나라에서는 대륙쪽과 섬쪽에 각각 한 군데씩 직항 노선이 있다는군요. 말레이반도는 6시간 30분 정도, 보르네오섬 쪽으로는 5시간 정도 소요된답니다.

 

 

2017-2018 최신판 <말레이시아 셀프트래블>은 말레이 대표 관광지 여덟 지역을 소개하며,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까지 들려줍니다. 다른 동남아보다 교통이 잘 갖춰진 편이고, 다국적 문화를 느끼기 좋은 곳이라네요. 여행 목적에 따라 4박 6일에서 12박 14일 일정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여덟 지역 각각 세세한 일정표를 다시 알려주고 있어요.

 

 

지금까지 말레이시아 이름이 낯설진 않아서 잘 아는 나라처럼 느꼈었는데, 이 책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이슬람 국가라는 것도 놀라웠고요. 저자 이력 보면서도 놀랐던 ㅋㅋ '달언니'로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인 김주희 여행작가는 포켓몬스터, 디지몬, 슬램덩크, 우유송 등 빅 히트송 작사가라는 사실~ 와우. 그녀가 왜 말레이시아에 푹 빠지게 되었는지 <말레이시아 셀프트래블>로 말레이의 숨은 매력을 살펴봅니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 룸푸르는 아시아 허브도시로 성장중인 핫한 도시입니다. 볼 것 많고 할 것 많은 도시여행으로 제격입니다. 유명한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가 이곳에 있죠. 국제도시 쿠알라 룸푸르에서 즐길 수 있는 볼거리, 놀거리가 상당히 많은 편이었어요. 반딧불이 투어, 바투 동굴 등 자연 체험은 물론이고 구름 위의 라스베가스라 불리는 리조트 월드 겐팅, 아시아 최고 테마파크인 선웨이 라군이 있네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인 말라카와 페낭의 조지타운은 다국적 문화를 체험하기 좋은 곳입니다.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지 시절을 겪은데다가 이슬람이 국교인 만큼 다양한 건축물의 조화가 멋지더라고요. 행정수도 푸트라자야, 면세 쇼핑하기 좋은 랑카위도 있고요. 무엇보다 제 눈을 반짝이게 한 부분은 신비한 정글을 품은 고원지대 카메론 하일랜드와 정글과 바다를 모두 만나는 휴양도시 코타 키나발루였어요. 열대우림 지역이라서 정글 관련 투어도 있고, 해양 스포츠 투어도 있고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고양이 도시라 불리는 쿠칭이 있는데요. 사실 길고양이 도시를 생각하면 안 될 듯해요. 이곳은 고양이 동상이 많은 곳이네요. 그래도 신기하긴 하더라고요. 다양한 형태의 고양이 동상이 여기저기에~!

 

여행지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했다면 말레이시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들도 누려봐야죠. 책 속에서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답니다. 개인적으로 정글의 법칙에서 보던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르네오섬에서 만날 수 있어 동 말레이시아쪽이 조금 더 끌렸는데 책 읽다보니  동 말레이시아도 끌리고 으아...

 

볼거리, 먹거리, 쇼핑과 숙소 모두 꼼꼼한 취재로 알려준 <말레이시아 셀프트래블>.

든든한 여행준비를 위해 선택해야 할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념찬 수학사전 - 중학수학의 147개 핵심 개념으로 개념, 공식, 수학사를 단박에!
강미선.송정화.백희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학수학 All Pass를 위한 수학 개념 사전 <개념찬 수학사전>.

개념과 공식, 수학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한 번에 정리되어 있어 한눈에 딱 들어오네요.

 

수포자들의 난관, 중학수학. 저도 스르륵 훑어보니 왜 이리 낯선 개념이 가득한지. 이런 것도 배웠었나 싶을 정도여서 내신이 그나마 그렇게 나왔었던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수학 용어는 대부분 한자말이죠. 수학 용어부터 제대로 공부해봅니다. 147개 중학 수학 핵심 용어 개념입니다. 영어 용어 어원과 의미까지 간략히 소개하네요.

 

 

용어와 직접 연결되는 핵심이 잘 드러나는 유형 문제를 예제로 보여주고 있어 용어 정의에서 문제까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개념에 집중한 수학사전인 만큼 용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개념 발생, 발달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어요. 수학공식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에 도움 되는 포인트, 틀리기 쉬운 부분은 주의점 표시를 해 강조하고 있어요.

 

 

 

수학사는 용어, 기호를 누가 처음 사용했고, 개념발달에 공헌한 수학자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배경지식 쌓기에 좋은데, 수학사만 따로 있으면 또 따로국밥처럼 받아들이기도 하니까, 이렇게 개념과 바로 연결해 알려주니 한 상 크게 받아든 느낌입니다.

 

<개념찬 수학사전>은 교과 과정 순은 아니고 가나다순 용어로 진행해 사전식 구성입니다. 개념과 공식을 한두 페이지에 정리해 부담되진 않더라고요. 관련 사진 자료도 꼼꼼히 담아뒀고요.

 

아쉬운 점은 대부분 한자말 용어여서 개념 정의에도 한자말이 설명문으로 나오는 겁니다. 관련어 목록이 있긴 하지만 이왕이면 페이지를 기재해 쉽게 확장 공부하기 편하게 해뒀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어요. 그나저나 이렇게 수학 용어가 한자말인데 초등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 한자 공부 너무 안 하는 것 같고 ㅠ.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의 갭이 너무 큰 것 같네요.

 

수포자 부모, 중학 수학을 준비하는 학생, 고등학생이지만 수학에 자신 없는 학생이라면 옆에 두고 볼 만한 수학사전입니다. 소설책 읽듯 가볍게 전체를 한 번에 읽어도 좋고, 교과과정에 따라 복습할 때 찾아 읽으면 깔끔하게 정리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한도전 컬러링북
무한도전 제작팀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세상에나, 이건 정말 무한도전 기록사네요.

단순한 컬러링북일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엄청난 분량의 에피소드가 가득합니다. 컬러링에 관심 없어도 무도빠라면 소장가치 완전 제대로예요.

 

 

앞, 뒤표지를 펼치면 등장하는 깨알 같은 컬러링에 눈이 뱅글뱅글.

이것도 컬러링 도안이 있는데 그야말로 무. 모. 한. 도. 전. 이 되겠더라고요.

 

 

 

"늦었다고 생각할 땐 너무 늦은 거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햇!!"

머릿속에 박명수 목소리가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저 멘트.

 

무한도전이 무려 11년이나 된 프로그램이더라고요. 대한민국 대표 예능입니다. 꼬박꼬박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500편 이상의 에피소드 중 가장 큰 웃음과 감동을 준 65개의 에피소드가 컬러링 도안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현재 멤버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양세형, 황광희 이렇게 여섯 남자의 도전기가 나옵니다. 형돈 씨의 모습은 나오질 않아서 아쉽아쉽.

 

 

 

 

메인 컬러링은 에피소드 이름과 회차를 소개하고 있어요. 무인도 특집, 우린 자연인이다, 의상한 형제, 프로레슬링, 명수는 12살, TV특강, 극한알바,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무한상사, 도산안창호특집 등 배꼽 잡기도 하고 깊은 감동을 주기도 한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무한도전 엠블럼으로 시작하는 무도 컬러링북.

에피소드마다 이 엠블럼도 재미있게 변하잖아요. 그것만 따로 모여있는 컬러링 도안 페이지도 있답니다.

 

 

 

도전심을 불끈 솟게 하는 깨알 컬러링 도안도 색칠 시작. 언제 끝날진 아무도 몰러.

메인 컬러링 외에 자잘한 컬러링 도안 속에도 수많은 에피소드가 숨어 있어요.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위대한 유산 에피소드의 울컥하게 하는 장면도 있어요.

이건 진지하게 색칠! 색칠하면서 무도 여섯 멤버의 표정을 리얼하게 느낄 수 있어 재미있더라고요.

 

 

 

"스타는 아무나 되는 줄 아냐! 그런데 그 스타가 네가 되지 말란 법은 없어."

유재석의 공감 멘트로 마무리해봅니다.

 

색연필, 겔펜으로만 무도 컬러링북 색칠 중이에요.

저는 인물 컬러링을 무척 어려워하는 편인데, 무한도전 컬러링북은 은근할만했어요. 일단 웃기니까 캐릭터에 시선이 쏠리면서 저의 엉성한 색칠 실력이 커버되는 효과가 나타나더라고요. 무도덕후들은 애정 듬뿍 담아 색칠해보세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知의 거인이라 불리는 일본의 대표지성 다치바나 다카시는 독서광이자 애서가로 익히 알려져 있다. 책을 보관하기 위해 지었다는 고양이 빌딩은 관광명소가 될 정도로 유명한데, 그동안 고양이 빌딩 외관을 사진으로 보면서 내부에 가득한 책이 궁금했던 게 사실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설마? 했던 심정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그 기쁨이란! 고양이 빌딩 내부를 전격 공개한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분명 천상의 책으로 다가올 것이다. 다른 이의 서재를 탐색하는 행위는 관음증과 같은 흥분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극히 내밀한 사적인 공간을 훑는 기분이다.

 

 

 

먼저 두툼한 분량과 상당한 수의 컬러판 사진이 눈을 현혹시킨다. 무슨 도해집을 보는듯한 기분이다. 고양이 빌딩은 3층 건물에 지하 2층, 그리고 옥상이 있는 건물이다. 사진 촬영 시 책장 한 단씩 촬영하는 기술 덕분에 얼추 계산해보니 20만 권 가까이가 아닐까 예상할 정도로  고양이 빌딩의 보유 장서는 상당하다. 책탑이나 박스 속 책은 별도 촬영하지 않았다니 실제 보유 장서는 더 많을 테다. 고양이 빌딩뿐만 아니라 산초메 서고와 릿쿄 대학 연구실의 책장도 소개된다.

 

 

 

빌딩 내부를 공개한 덕에 이제 그곳 분위기는 파악이 되었고, 이제는 그가 어떤 책을 보관하고 있으며 왜 그런 책들을 읽었는지 궁금해진다. 이 책에서는 전체 사진과 부분 컷을 보여주면서 서가를 쭉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특별한 책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함으로써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시킨다.

 

 

 

서가를 보면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보인다는 다치바나 다카시. 어떤 책이든 그것을 산 이유는 분명 있다. 분노와 고민이 담긴 책들을 보며 그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추억을 되살려본다. 고양이 빌딩 안에서 오랫동안 자리 이동 없이 변화가 거의 없는 서가가 있다는데 그곳에는 어떤 책이 꽂혀 있을까? 안락사와 존엄사 같은 '죽음'에 관한 책, 종교 책, 그리고 놀랍게도 고전 걸작 빨간책들이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 책에서 성에 관한 교양지식 수준을 넘어 외설적인 책도 언급하는데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소장할 가치가 있음직하다는 설득을 당할 정도이다.

 

 

 

재밌게도 원숭이학에 한때 푹 빠졌다는 그는 원숭이 연구는 인간 연구와 겹치는 게 많아서 흥미가 있었다 하고, 라틴 아메리카를 파고들다 보니 종교까지 두루두루 섭렵해야 했고, 석유에 관한 조사를 하다 보니 이스라엘과 중동 쪽으로 공부해야만 했고, 질병에 대해 알려니 생물학 자체도 알아야 했다고 한다. 이처럼 한 가지 주제의 관심이 가지를 뻗어나가면서 문제의식이 점차 확대되는 독서 경험을 이야기한다.

 

서가에 책을 정리하는 기준은 대체로 주제별로 꽂는데, 이때 주요 키워드가 여러 가지 혼재한 책은 그 당시 관심 기울였던 키워드에 맞춰 꽂히게 된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흘러 서가를 들여다보면 "어라! 이 책이 왜 여기 있지?" 하며 갸우뚱하는 일도 있다고. 이 책에서도 "아, 이거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계속 찾았던 건데..." 하는 책들이 몇 권 등장했다.

 

 

"진짜 가르쳐야 할 것은 현대의 역사입니다."
책 이야기 중 나온 말이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 현대사 쪽은 시간 부족으로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그는 새로운 시대를 먼저 가르치고 역순으로 밟아간다고 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의 독서 폭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춘화도 있고, 신비현상 같은 책들도 많다. 향토사, 공산당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기도 하고, 과학과 수학 분야도 상당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 철학과 출신답게 인문 분야는 기본이다. 전작 독서를 하기도 했는데 프리먼 다이슨과 리처든 도킨스 같은 과학 책 분야는 특히 그런 현상이 짙었다. 흥미 끄는 것을 조사하다 보면 결국 작은방 하나 정도의 분량만큼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도대체 다치바나 다카시가 파헤쳐 보지 않은 분야는 무엇일까 되려 궁금해질 지경이다. 참고로 소설 같은 문학작품은 이번에 거의 언급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그의 다른 저서를 참고해야 할 것 같다.

 

 

 

"서가는 역사의 단면이다." - 책 속에서.

 

독서가, 애서가라면 '환장'할 만큼 좋아하는 일인 남의 책장 들여다보기.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는 그런 호기심을 충분히 해소해준다. 일본 서적이어서 일본어를 모르는 나에게는 그가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 책장 속 책을 사진으로 봐도 알아챌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이 책에서 소개한 책은 별도로 목록화해서 소개해뒀는데, 국내 번역서는 생각보다 적었다.

 

 

 

이 책은 일본에서 OO의 서재 시리즈의 한 권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 지성들의 서재도 이런 방식으로 정밀 탐색해서 보여주는 책이 시리즈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아! 내 서재도 이렇게 훑으면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싶었다. 내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스스로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책은 책 그 자체로 퀄리티가 상당하다. 와이다 준이치 사진작가의 서가 정밀 촬영술이 빛을 발휘했다. 고양이 빌딩 외관은 그의 전작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 소개된 바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책에서 고양이 빌딩 외관 사진이 없다는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고양이 빌딩 서가를 소개하는 책인 만큼 외관도 나왔더라면 만족도가 더 높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눈을 즐겁게 하고, 방대한 교양지식을 내뱉는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