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겠습니다, 마음 - 직장에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나를 위하여
김종달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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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더하거나 덜어내지 않고 그저 지금의 나로, 마음을 다치지 않으며 살 수는 없을까?"

 

미련 없이 떠날 수 없는 직장인을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한가요?

직장 생활에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매뉴얼 <지키겠습니다, 마음>.

 

 

 

회사를 이직해도 내 마음이 탄탄하지 않으면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이 반복되기 마련이죠.

'떠나라'를 외치는 그 말조차 뜬구름 같은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간 이 책이 그래서 마음에 들었어요. 상황을 탓하기 전에 내 마음공부가 먼저라는 김종달 일명 달대리 저자. 대기업 직장인인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니 상황 사례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직장에서 상처받는 일이란 뭘까요?

외상을 입히는 상사와 내상을 입히는 착각,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인간적으로 부드러운 상사든, 카리스마 넘치는 칼 같은 상사든 불만은 있기 마련인 법. 맹목적 인내가 아닌 직시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건 머릿속으로 이해하지만, 실질적인 How에서 실패하기에 우리는 상처받고 힘들어하게 됩니다.

 

인간관계란 스스로의 문제도 문제지만 상대방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채고 이해하는 과정이 관건인 것 같아요.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일방의 문제라기보다는 쌍방 과실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소통 스킬에 따라 업무에 대한 결정권이 없는 부하와 바쁜 상사와의 관계는 달라질 수 있거든요.

 

 

 

환경도 상사도 바꾸기 어려운 현실에서 다룰 수 있는 건 뭘까요? 내 마음입니다.

상사에게 절대복종하느냐, A+급이 아닌 A급 정도로 만족하느냐처럼 직장과 상사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거나 너무 이상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바꿀 수 없는 것에 휘둘리지 말고 다친 마음의 근본 원인을 찾아 이해하면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칼퇴근에 목숨 걸어도 현실적으로 칼퇴 하기 힘든 경우 그 상황만 탓하면 일도 의욕 없이 천천히 할 수밖에 없겠죠. 달대리의 조언은 이렇습니다. "오늘 하루 무엇을 배웠는가?". 일찍 퇴근해도 배운 것이 없는 날이 계속되느니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자신만의 노력을 하는 건 어떠냐고 합니다. 칼퇴근할 수 있는 정공법도 몇 가지 알려주지만 그조차도 힘들 때 할 수 있는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실무에 열중할 수 있는 마음공부법까지 들려줍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부정적인 상황을 삶을 더 빛나게 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감정의 생성원리를 이해하고,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심리치료법인 인지 치료로 해결하는 마인드 리프로그래밍이 등장합니다. 우리의 감정은 현실이 아닌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감각을 인지하는 과정을 명쾌하게 정리해주고 있어 이해하기 수월했어요.

 

사건이 아닌 판단이 감정을 좌우하기에 의도적으로 판단을 수정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내 기준이 너무 이상적이지는 않은지, 현실보다 높은 기대수준은 아닌지. 하나씩 떼어내다 보면 관점의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경허 선사의 일화, 공자의 제자 맞춤식 교육 등 인생을 바꿀만한 이야기를 소개하며 우리가 깨야 할 착각들을 짚어줍니다. 감각을 인지하는 과정을 관리하고, 불필요한 생각에서 오는 판단을 수정한다면 한 걸음 내디딘 겁니다. 

 

 

 

제 마음을 탁 치고 들어온 인상 깊은 문장이 있는데요.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으려면 '진정'을 버리라는 말이었어요. 우리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선별한 안목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저' 하고 싶은 활동부터 일단 해보라고 합니다.

 

불평불만의 상황을 방해가 되는 걸림돌 대신 나를 성장시키는 디딤돌이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변에 휩쓸려보내는 시간 대신 자신의 의지로 빚어내는 시간을 위해 마인드 리프로그래밍은 꼭 필요한 마음공부법이네요. 환경과 상사 탓을 하면서 정작 내 발목을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맹목적 충성이냐 때려치우기냐 같은 이분법적으로만 달려들지 말고 바꾸기 힘든 것에 관심을 줄이고, 자신이 발전시킬 수 있는 일에 관심을 들이라는 달대리의 현실적인 조언이 담긴 <지키겠습니다, 마음>. 현재 일을 하면서 감정노동을 덜할 수 있는 유연함을 배워보세요.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 현실의 문제가 아니라 유연함의 문제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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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자기 발견의 심리학
일레인 아론 지음, 노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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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계 최초로 '민감함'이라는 문제를 제기한 심리학자의 책,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자기 발견의 심리학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제목만으로도 내 얘기라며 공감할 분이 많을 텐데요, 10명 중 2명꼴로 극도로 민감한 성향의 소유자가 있다고 합니다.

 

 

 

민감성 TEST에서 12개를 넘으면 극도로 민감한 타입이라고 해요. 아주 강한 반응을 보이는 한두 가지만으로도 민감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는 12개를 넘지 않지만 강한 반응이 나타나는 두어 가지가 있는데, 냄새와 소음에 민감하고 외출하고 오면 반드시 조용하게 쉬어야 한다는 것. 이게 안 되면 폭발합니다.

 

민감성은 내향성, 숫기 없음이라는 말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다르다고 해요. 물론 민감성인 사람이 내향성인 경우가 많긴 합니다. 읽다가 재미있는 단어를 발견했는데, '그냥 안다'는 것. 육감이죠. 실제로는 감각이 극도로 발달한 겁니다. 대신 강한 자극에는 취약하기에 적당한 긴장감을 넘어서면 기진맥진하는 거죠.

 

불안, 어색, 두려움, 억압된 상태의 부정적인 감정과 신중, 침착, 사려 깊음 같은 긍정적인 감정으로서의 민감성. 사회, 문화적 시선에서는 민감성을 까다로운 기질로만 집중했기에 극복해야 할 결함으로 치부하곤 했습니다. 예컨대 한두 명에게만 의지하는 민감성 타입의 인간관계를 무시하고 '함께'를 강요하는 획일적인 육아, 교육 문제처럼요.

 

그래서 민감성을 유지하길 원하는가, 극복하기를 원하는가의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이 와 닿더라고요. 부모 양육 태도에 따라 민감한 특성의 장점을 보지 못하고 부정적으로만 대한다면 성인이 되어서 불안하고 우울해하는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합니다. 민감성 특성이 안정적인 환경과 만나면 긍정적이고 활달한 생활이 가능하고요.

 

 

 

민감한 특성을 가진 사람을 '정상적'으로 만들려고 애쓰는 사회.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외향적인 면과 내성적인 면을 숨 쉬는 것처럼 번갈아 가면서 취한다고 해요. 민감성이든 외향성이든 장단점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이런 식으로 적당히 페르소나를 만들어서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게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혹사시키지 말라고 해요. "생각해보면 우리 삶에는 안전한 피신처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합니다. 숲, 해안, 도서관 같은 유형의 피신처도 있고, 명상과 기도 같은 무형의 피신처도 있습니다. 영적 스승들처럼 깨달음의 경지에는 다다를 수 없지만 내 몸이 하는 말을 들을 줄 알아야겠어요.

 

심리학, 인간관계 관련 책은 어떤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에 불만이 있거나 서툴러서, 혹은 내 주변의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을 때 찾지 않나요? 특성과 관련지어 이해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나를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기도 하고요. 제 경우엔 민감성이 '문제'가 될 때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남을 의식했을 때 그런 경향이 큰 것 같았어요. 저자는 누군가의 기대와 요구에 따라가기보다는 본연의 자신을 발견하는 해방을 누리라고 합니다.

 

 

 

극도로 민감한 사람들이 자극에 대처하는 수준을 보면 움츠러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민감하다 해서 사교술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민감성의 30퍼센트 정도는 외향적이기도 하거든요. 다만 대인 기피, 대인 공포증 등 문제점이 있는 경우 특히 이 책이 자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될 겁니다.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훌륭한 페르소나를 만들어 의식적으로 사용하면서 사회성을 키우라고 조언하는데, 개인적으로 저도 이걸 처방전 삼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긴장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땐 에너지를 탈탈 소진시킨 느낌이라 무척 힘듭니다. 

 

후반부에는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면 직장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사랑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세부적으로 들어가 상황에 맞게 설명합니다. 어떤 성향이든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면서 터득해야 할 요령은 있기 마련이죠. 스스로는 깨닫지 못한 무심결에 하는 행동이 남들이 보기엔 문제 될 거리라면 좀 더 영악해지고 '정치적'이 되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마음에 들었어요.민감성을 보이는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 그리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 무척 도움 된 책입니다. 저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일찍 이 책을 만났더라면 수월했을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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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완성 돈 버는 평생 습관 - 저절로 돈이 모이는 초간단 재테크
요코야마 미츠아키 지음, 정세영 옮김 / 걷는나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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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를 하고 싶어도 도무지 실천이 안 되는 분이라면 이 책 강추예요!

초반 읽자마자 감이 찌르르~~ 오더라고요. 200페이지 안 되는 분량이지만 알찬 내용 덕분에 맘에 쏙 든 책입니다. 저절로 돈이 모이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재테크 책 <90일 완성 돈 버는 평생 습관>이 미니멀 라이프와 무슨 관계일까 싶죠?

 

안 오르는 건 월급뿐. 무조건 허리띠 졸라매면 내가 이러려고 사나 싶고. 먹고살기 빠듯한데 이 이상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런데 말이죠.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래도 돈을 모으는 사람은 분명 있단 말입니다.

 

1만 명 재테크 문제아들을 상담한 서민파 재무 컨설턴트 요코하마 미츠야키 저자는 어떤 이유이든 간에 돈을 모으지 못하는 사람은 재테크 스킬을 알려고 하지 말고 먼저 기초 체력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재테크 투자 공부 전에 돈이 모이는 생활 만드는 게 먼저라는 거죠.

 

 

 

아낀다고 아껴도 남는 돈이 없는 우리를 위한 90일 프로그램. 싱글남 A 씨, 주부 B 씨와 함께 돈 버는 평생 습관을 만들어 보자고요. 이 두 사람의 생활을 진단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방이 어수선하고 집에 물건이 가득한 겁니다. 물건에 대한 집착이 우리의 돈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단순히 깔끔한 인테리어 측면이나 비우는 마음가짐에 초점 맞췄다면 이제는 재테크 해결책으로 바라보세요. 미니멀 라이프로 돈이 모이는 체질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다 포기한 경우에도 기본을 파고 들어가는 이 책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돈 버는 평생 습관을 만들려면 첫째, 물건 정리. 둘째, 일상생활 정돈. 마지막으로 돈에 대한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기입니다. 1개월간 한 단계씩 실천하다 보면 90일입니다.

 

재테크라고 해서 돈에서 시작하지 않고 물건을 대하는 방식에서 시작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쓰지 말라는 말 대신 규칙적인 생활을 강조합니다. 자기 생활에 필요한 최소 한계선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 절약하는데도 돈이 모이지 않는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집 안을 물건을 가득 채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건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돈이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무척 공감되는 말이 나오는데요. Need와 Want의 차이를 인지하는 겁니다. 필요와 욕심을 구분하는 것, 재테크의 첫 단추입니다. 필요한 걸까, 그저 갖고 싶은 걸까. 이것만 몇 초 생각해보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스스로 '필요하다고' 합리화시키는 능력이 있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집안 물건 재고 조사를 하라고 합니다. 내가 가진 것들을 종류별로 사진 찍어보면 막연히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양과 실제 수량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돈 버는 평생 습관의 첫 번째 단계에서는 필요하다면 다른 미니멀 라이프 책도 보면서 적극적인 버리기 실천을 해야 합니다. 저도 미니멀 라이프 책을 이것저것 많이 읽었는데, 이 책부터 읽는 걸 추천하고 싶네요. 이 책만 읽어도 초간단 버리기 노하우는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거든요.

 

 

 

돈 버는 평생 습관 두 번째, 일상생활 관리에서는 흐트러진 생활과 돈 문제의 관련성을 짚어줍니다.

돈을 모으려면 생활을 정돈해야 합니다. 돈=행복이 아니라 꼭 필요한 최저한도는 얼마라는 적정선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마음, 몸, 자기 투자, 인간관계, 식비, 고정 생활비, 집, 교통비처럼 일상생활 습관을 점검하면 됩니다. 항목마다 짠테크 이야기가 가득해서 절약 노하우를 얻을 수 있어요.

 

 

 

돈 버는 평생 습관 세 번째에 이르면 숫자가 나옵니다.

작심삼일의 대명사 가계부 쓰기.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는 가계부 쓰기가 아니라, 소중한 시간을 유지하면서 돈 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성격에 따라 금액만 기록할 수도, 신경 쓰이는 항목만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소비, 낭비, 투자. 세 가지 기준으로 지출 성격에 따라 작은 상자 세 개에 영수증만 챙겨도 좋습니다. 얼마나 썼는지 보다 무엇에 썼는지 인식하는 게 중요하군요. 세세하게 관리하지 말고, 낭비 항목이라고 해서 무조건 없앨 것도 아니고 스스로 허용할 수 있는 기준 내에서 지출하는 방향으로 잡아가는 게 돈 버는 평생 습관의 과정입니다.

 

 

 

세 개의 통장에 관한 것은 재테크 도서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알고 있는 내용일텐데요. 생활, 예비, 투자 성격의 통장 3개로 유동 자금을 확보하는 것까지 소개합니다.

 

돈을 잘 모으는 사람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생활이 심플하다."입니다. 돈의 흐름도 알기 쉽고, 돈을 쓸 때의 사고방식도 단순하다고 해요. 심플하지만 분명한 규칙이 있는 생활이 습관이 된 상태입니다.

 

<90일 완성 돈 버는 평생 습관>은 돈을 굴리는 기술이 아닌, 돈을 모으는 체질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물건을 보더라도 그저 물건이 아닌 돈의 다른 형태로 본다는 것은 미니멀 라이프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이겠죠. 생활 습관에 초점을 맞춰 생활이 곧 돈 쓰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돈 문제는 결국 생활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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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 보이스 - 법정의 수화 통역사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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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의 삶을 소재로 한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데프 보이스.
청각장애자 농인을 소재로 한 작품은 몇몇 있는데 <데프 보이스>는 들리지 않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들리는 아이, '코다'라 불리는 이들의 삶에 초점 맞춘 책입니다. 농인 문화, 코다의 삶을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어차피 들리지 않는다며 귀머거리라는 말을 함부로 하거나, 그른 잣대로 농인을 대하는 상황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경찰 사무직 출신 '아라이'. 경찰 비자금 문제로 내부고발자였던 그는 공무원 생활을 접고, 수화 통역사 자격을 취득해 새 삶을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아라이는 애초에 스스로 수화를 배울 마음도, 수화 통역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은 청각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돕고 싶다거나 비장애인과 그들 사이의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는 순수한 동기를 가졌지만, 아라이는 달랐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형 모두 농인이지만, 아라이만 청인이었던 겁니다. 그는 들리지 않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들리는 아이, 코다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자연스럽게 배운 수화를 사회생활에 사용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불편할까 싶었는데, 유쾌하지 않은 과거가 있었던 거예요. 17년 전 농인 용의자 취조 때 수화 통역을 잠깐 맡았는데, 당시 취조는 엉터리였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한 신세였습니다.

 

 

 

용의자의 작은 딸이 "아저씨는 우리 편? 아니면 적?" 하고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소녀의 눈빛이 계속 뇌리에 남아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법정 통역 의뢰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번 용의자는 제대로 농인 교육을 받지 못해 제스처에 가까운 단순한 동작만 가능한 농인이라 수화 통역사에게도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법정에서 묵비권이란 단어를 이해하지도 못하는 그를 보며 취조 단계부터 엉망이었을 거라 예상하는 아라이. 그나마 기지를 발휘해 공판이 취소되고, 그를 눈여겨 본 NPO 펠로십 단체에서 그를 영입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만난 이들 중에 농인이지만 변호사가 된 사람도 있었어요. 그는 후천적 농인이었는데 그가 아무리 열심히 발버둥 쳐도 부모에게는 '흠이 있는 아이'였던 겁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아닌 보통 아이가 되길 바란 부모의 기대감 속에 놓였던 그의 인생사를 보며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농인 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데프 보이스>에는 가족 모두가 선천적 농인인 데프 패밀리, 난청자, 중도실청자 등 다양한 농인과 농아인의 삶이 나옵니다. 그에 따라 수화, 구화법 수준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수화 통역사는 수화 기술뿐만 아니라 마음이 통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수화에 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데요. 수화 통역사들이 사용하는 수화와 실제 농인이 오랜 기간 사용해 온 수화는 좀 다르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일본어대응수화와 일본수화로 나뉘는데 꽤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수화로 대화할 때 아라이의 자연스러운 수화 덕분에 실컷 수다떨 수 있어 속이 시원할 정도라는 농인의 말이 인상깊습니다.

 

선천적 농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일본수화를 자연스럽게 먼저 습득하는 코다 역시 농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코다의 위치가 농인 사회에서든 청인 사회에서든 경계에 걸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코다 스스로가 농인 사회에서 이미 멀어져버린 상황도 많고요. 우리 편이냐 적이냐 묻던 소녀의 물음에 아라이는 이제 답을 할 수 있을까요.

 

아라이의 기억을 통해 코다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땐 농인인 부모를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이해는 하면서도 들리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것에 자기만 가족과 다르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힘들어했습니다. 그는 들리는 '농인'으로 가족과 세상 사이의 통역을 해 왔습니다. 코다라는 단어가 생긴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았다는 기분이 든다는 말에 그동안 흔들린 자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들리는 아이에게 선천적 농인인 부모가 하는 말, 그것은 다른 사람은 알아듣지 못하는 목소리입니다. 소리가 들리는 사람은 모르는 찬란한 세계, 데프 보이스. 이 소설에서는 오직 들리는 아이와 들리지 않는 부모 간의 홈사인으로 드러납니다.

 

농인과 코다의 삶을 중심으로 17년 전 살인사건과 또 다른 살인사건의 관계를 파헤치는 가운데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데프 보이스>는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 계층과 코다 수화 통역사 간의 신뢰와 믿음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뭉클한 감동은 기본!

 

부제 법정의 수화 통역사를 생각해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나올 거라 기대했는데, 법정 신은 극히 일부네요. 하지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농인 문화를 소개하면서 훌륭하게 공감대 끌어올린 소설입니다. 작가가 코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감정 이입이 잘 되어 있고, 자극적이지도 인위적이지도 않았어요. 제18회 마쓰모토 세이초 상 최종 후보작에 선정된 작품입니다. 이 책은 낯설지만 우리 주변의 삶이기도 한, 농인문화를 꼭 접해보시라는 의미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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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일탈 - 사실은, 출근하지 말고 떠났어야 했다
남규현 지음 / 홍익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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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3년 넘게 지낸 포토그래퍼 남규현 작가. 어느 날 콘크리트 정글을 벗어나 대자연으로 향했습니다.

"스스로를 위해.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하기 위해. 그리고 이곳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홀로 50일간 미국의 자연을 찾아다닌 로드트립.

 

 

 

첫 목적지는 23시간을 꼬박 운전해야 도착하는 빅벤드 국립공원.

온종일 운전만 해도 뭔가 시작됐다는 설렘으로 가득한 여행의 시작입니다. 국립공원만 다녀보기로 한 여행. 미국 국립공원은 입장료만 해도 몇 만 원대여서 모든 국립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패스 카드는 국립공원 여행자에게 필수 아이템이라네요. 

 

 

 

도시에서의 사진 작업과 달리 대자연을 누비는 여행. 처음에는 다 어색하기만 합니다.

1일 1샤워맨의 일상은 하루 만에 달라지고, 많은 국립공원이 통신 신호가 안 잡혀 종이 지도를 손에 쥐고서도 어색어색. 산을 오르면서 물병도 깜빡 잊고 카메라 가방만 챙겨가질 않나. 하지만 어느새 모처럼 맞이하는 일탈에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국립공원에서는 코요테, 프레리도그, 엘크 등 온갖 야생동물과 맞닥뜨리기도 합니다. 야생동물과의 첫 만남에서는 움찔하기 바빴지만 곧 자연스럽게 교감을 나눕니다.

 

 

 

사진을 보면서 울컥할 정도로 뭉클한 감동을 받은 사진이 있었는데요.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맞이한 밤하늘과 황금빛 아침 풍경입니다. 책 사진만으로도 자연의 감동을 벅차게 느낄 만큼 정말 멋지더라고요.

 

 

 

 

원하는 대로, 끌리는 대로. 넓은 땅덩어리 미국이다 보니 자연의 느낌도 무척 웅장합니다.

하지만 넓은 자연 대신 작은 자연들에 집중해보면 또 다른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네요. 대부분은 한가한 국립공원이었지만 북적대는 관광객으로 꽉 찬 국립공원도 있기 마련이죠. 그때 터득한 경험입니다. 거대한 풍경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장면에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숨어 있음을 발견합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세쿼이아 국립공원은 환상적인 분위기로 눈길을 사로잡네요.

솔직히 저런 풍경을 평소에 맞이했다면 습해 보여서 관절 욱신거리는듯한 분위기로 넘겨버렸을 텐데 사진 분위기가 정말 예술입니다.

 

 

 

여행 1일차부터 50일차까지의 여행 기록에는 작가의 한 마디와 명사들의 명언이 실려있는데, 한 문장도 빠짐없이 정말 멋진 문구였어요. 이것만 모아서 읽어도 감동받을 정도로.

 

사진도 중요하지만 진짜 자연과 교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 여행.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다는 자유를 만끽하며 만난 자연. 관광이 아닌 여행을 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책 속 사진만으로도 몰려오는 감동이 그 어느 때보다 컸습니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도시는 달라진 건 없지만 달라 보이기까지 합니다.

여행의 시작과 끝 느낌은 비슷한 듯 달랐습니다. 그는 여행이 뽑기와도 같다고 해요. 아무것도 없는 여행은 없다고, 분명 무언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입니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평온과 여유를 품에 안고 여행의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여행의 시작, 이제 일상의 여행을 합니다.

 

사람마다 눈빛 반짝이게 하는 풍경은 다르겠지만 저는 <청춘 일탈> 속 대자연 풍경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사진과 글, 깨알 일러스트까지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최근 몇 년은 유럽 여행 에세이가 주류여서 솔직히 이제 조금 질리던(?) 시점이었는데, 미국 국립공원의 대자연과 함께 한 여행 에세이 <청춘 일탈>, 그래서 더 반가웠고 더 감동 깊게 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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