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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 - 존엄한 죽음을 위한 안내서
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유은실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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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끝나가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을 위한 책, 죽음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 <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 아름다운 배웅을 위한 준비, 시작되셨나요.
부담스럽고 당황스러운 죽음에 관한 대화. 외면하기 일쑤였지만 2년 전 죽음 관련 책 <블루베일의 시간>,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은 이후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 모두에게 죽음의 문제를 대면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은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한 구체적 행동 지침을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 각각의 입장에서 알려주고 있어 무척 실용적입니다. 베스트셀러 10주년 기념판인 이 책에는 추가된 부분이 있는데요. 저자와의 인터뷰, 죽음을 마주한 사람들의 무의식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인생 수업>과 <상실 수업> 등 죽음 관련 책의 지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을 직접 돌본 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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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의미 있게 만드는 마음가짐과 행동의 바탕은 '온전한 한 인간'에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위엄 있게 대해야 하고, 살아 있는 사람으로 대우해야 합니다.
"진정한 작별은 슬퍼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슬퍼할 것이냐의 문제다. 당신의 아픔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제대로 슬퍼하는 사람이 남은 삶을 잘 보낼 수 있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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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서로를 위로할 것.
죽음을 앞둔 사람과 대화할 때 막연한 두려움이 들기 마련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슬퍼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밝은 일상 이야기를 하면 서운해하지 않을까 하며 머뭇거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야말로 진심으로 감정을 나누게 될 계기라고 해요. 잘 말하고 잘 들어주는 것, 이것은 관계 정리 겸 애도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 시기에 감정 표현을 하지 않으면 남겨진 사람들은 떠난 이와의 관계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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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는 마지막 순간에 대한 결정을 생각해둬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떠나는 이가 됩니다. 죽음에 임박한 상황에서는 늦습니다. 평소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돌봄을 받을지 자신의 죽음에 스스로 참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겨진 이들에게 고통만 안겨주게 됩니다.
추상적인 죽음이 조금씩 생생하게 다가올 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사실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노화의 변화, 피할 수 없는 통증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때 통증 완화 치료는 적극적으로 받는 것을 권합니다. 그저 참고 있기만 해선 안된다고 합니다.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의료진조차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죽음의 과정을 살피고 내 죽음에 참여하게 되면, 내면을 들여다보는 영성을 추구하게 되기도 합니다. 종교와는 의미가 다릅니다. 자신의 본성, 정신, 영혼과 관련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영성의 영역. 하지만 영성 추구를 기적과 착각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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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입장에선 좋은 뜻으로 한 말이지만 아이들이 의미를 왜곡하는 사례를 보여주는데 깜짝 놀랐어요. 더 좋은 곳으로 가셨다는 말에 자기도 함께 가고 싶어 하며 실제 자살 미수 사례도 있었고요. 반대로 자기는 놔두고 가셨다는 것에 나쁜 아이라는 죄책감을 씌우기도 했습니다. <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에서 가장 마음에 든 건 바로 이 부분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줄까.
죽음이 삶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생각 외로 일찍 죽음을 인지합니다. 주인공의 부모가 죽는 장면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반려동물의 죽음 등으로 말이죠.
단순히 더 좋은 곳으로 가셨다, 잠이 드셨다는 말은 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생명이 있는 것은 결국 죽는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고, 슬퍼하는 법과 죽음이 삶의 한 부분임을 아이들의 나이에 맞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저 단순하게, 간략하게, 정직하게만 말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깊고 어려운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고, 아이 입장에서 더 필요하면 질문을 할 테니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맞추면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애도를 도와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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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가까워진 사람의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죽음이 코앞에 와 있다는 신호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실질적인 죽음 과정도 짚어줍니다. 처음엔 경악스러웠지만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구나 미리 알게 되니 점점 담담해지더라고요.
<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을 읽으면서 든 감정은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내 죽음에 관해 생각할 기회, 소중한 이들을 두고 후회를 남기지 않을 기회를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기피하다가 의식을 잃게 되는 일이 생기면 너무 늦어버립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선택들을 놓치지 않을 기회, 이 책으로 시작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