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 상 스티븐 킹 걸작선 7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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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공개하자마자 역대 최고 예고편 조회수 기록을 세울 만큼 관심이 대단한 2017년 가을 북미 개봉 예정작  <그것 IT>. 영화 올드보이, 신세계, 아가씨의 정정훈 촬영감독이 함께 했다니 더욱 기대됩니다. 1990년 TV 영화판 <피의 삐에로>가 만들어졌었고, 새롭게 리메이크작이 만들어질 만큼 호러의 고전 <그것>의 원작소설이 매력적인가 보다 싶더라고요.

 

스티븐 킹 공포소설 최근 것은 읽었지만 고전은 명성만 익히 들었지 이번에 처음 접했습니다. 상, 중, 하 세 권 총 1800여 페이지의 빵빵한 분량에 헉 소리부터 나왔는데요. 읽는 맛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중간중간 이런 것까지 설명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시답잖아 보이는 묘사도 있어 대충 읽고 넘길만한 페이지가 좀 있는데, 그런데도 전체적으로는 무척 흡족한 마음이네요. 시시껄렁한 묘사까지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겠지 하며 스티븐 킹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날려봅니다.

 

 

 

영화 포스터에도 등장하는 노란색 비옷을 입은 여섯 살 아이, 조지 덴브로. 형이 만들어 준 종이배가 배수관으로 빨려 들어가자 쫓아가는데... "안녕, 조지." 형형색색의 풍선을 한 아름 든 배수관 속 어릿광대 페니와이스와의 만남은 조지의 끔찍한 죽음을 부릅니다. 도입부 무척 강렬합니다. 호러의 기본이기도 하겠지만 첫 충격이 큰 만큼 소설 읽는 내내 언제 훅 치고 들어올지 긴장감이 깊어지더라고요.

 

<그것>의 배경은 메인주 가상도시 데리. 조지 덴브로가 죽은 1957년부터 일 년간 벌어진 사건들을 보여주는 과거 시점, 그로부터 27년이 흐른 1984년부터 일 년간 현재 시점을 오가는 구성으로 진행합니다.

 

 

 

1984년, 각각의 인생을 살고 있는 여섯 사람. 마이클이란 남자의 전화 한 통으로 일상은 깨져버립니다. 과거의 일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어린 시절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적인 행동을 보이며 무작정 데리로 향합니다. 데리를 떠나지 않았던 마이클의 기억만 온전했고, 나머지는 데리에 도착 후 점차 기억을 되찾습니다.

 

페니와이스에게 당했던 조지 덴브로의 형, 빌 덴브로를 중심으로 성대모사가 특기인 리처드, 뚱보 벤, 천식약을 달고 사는 에디, 유일한 여자 비벌리, 흑인 마이클, 유대인 스탠리까지 일곱 아이들은 자칭 왕따 클럽 멤버입니다. 학창 시절 헨리 패거리에게 찍혀 온갖 수모를 당했죠.

 

<그것> 상 권에서는 일곱 아이들 각각의 캐릭터 설명에 치중합니다. 베스트셀러 소설 작가가 된 빌 덴브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지만 악몽에 시달리는 스탠리, 성대모사 특기를 살려 DJ가 된 리처드, 뚱보에서 멋진 몸매의 건축가가 된 벤, 리무진 운송업체를 운영하는 에디, 명성 높은 디자이너지만 폭군 남편을 둔 비벌리. 그리고 이들과는 달리 데리를 떠나지 않고 머물고 있는 도서관 사서 마이클. 그들은 저마다 아픔, 죄책감,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외당한 아이들끼리 모여 우정을 나누고 뭉치는 모습이 짠하네요.

 

연어처럼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본능이 되살아나 데리에 모였지만, 스탠리는 오지 못했습니다. 마이클의 전화를 받자마자 기억이 모조리 되살아난 그는 끔찍한 그것을 다시 상대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공포에 결국 자살하고 말았거든요. 이쯤 되니 당시 얼마나 두려운 상황이었길래 자살을 선택했을까,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합니다.

 

페니와이스의 정체는 그들의 회상을 통해 조금씩 드러납니다. 초반에는 사건, 인물이 숱하게 쏟아지며 정신없이 몰아치는군요. "한 도시 전체가 빙의 또는 귀신이 들리는 일이 가능할까?"라고 할 정도로 데리에서 기묘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데리의 역사 속에서 '그것'의 정체를 깨달은 마이클의 이야기에서 앞으로 닥칠 공포감에 으스스해집니다.

 

냄새와 함께 찾아오는 공포. 상상력이 아닌 아이들의 두려움이 현실로 나타나는 '그것'이 다시 돌아오면서 잊었던 공포도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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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13
에디스 해밀튼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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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학의 원천, 그리스 로마 신화.

저는 신들이 나오는 SF적인 영화를 좋아해서 그 원형을 알고 싶다는 욕구가 있긴 했었거든요. 그러면서도 고전이라는 이름에 눌려 지금껏 시도하지 못했는데 이제 갈증이 살짝 가시네요.

 

그동안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익히 들어봤지만,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번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1942년 출간된 고전으로 1855년 출간된 토마스 불핀치 책보다는 한 세기 늦게 나왔지만, 에디스 해밀턴 판을 읽어 보니 그의 책을 읽지 않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논할 수는 없겠다 싶군요.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아우구스투스 시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먼저 읽으면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오비디우스의 이야기를 원형으로 삼고 있죠. 그런데 이 책에서는 오비디우스의 이야기 인용을 가급적 피했습니다. 오비디우스의 글은 '어마어마한 거짓말'이 많기도 하고, 쓸데없는 감상적 이야기가 많다고 꼬집습니다. (물론 훌륭한 원형은 인용했습니다.)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여러 신화 작가들의 신화를 비교 분석한 것을 깔고 갑니다. 누가 썼느냐에 따라 성격도 다르고 이야기 수준도 천차만별이라고 해요. 에디스 해밀턴은 신화를 얼마나 재미있게 다시 썼느냐보다는 원전에 얼마나 가깝게 썼느냐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신화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그리스와 로마 작가들이 소개됩니다. 오비디우스,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핀다로스, 헤로도토스, 아풀레이우스, 루키아노스, 베르질리우스... 수많은 고전 작가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쓴 신화의 특징을 언급합니다. 그래서 스토리로 읽기엔 딱딱한 느낌일 수 있습니다. 이야기라기보다는 학술서 느낌도 들고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다양한 미술 작품과 아름다운 시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단순 스토리만 따라가기보다는 저자의 관점도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이 책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알던 신화가 신화가 아니었어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신화라는 게 세월이 흐르면서 각색되기 마련이지만, 에디스 해밀턴 저자가 찾아낸 원형을 보면 그동안 알던 인물들 성격이 조금 낯설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대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책 대부분이 토마스 불핀치의 책을 원전으로 두고 진행하는지라 내가 알던 신화 역시 한쪽으로만 치우쳤던 것 같습니다.

 

작가에 따라 내용 자체가 다른 것도 상당수입니다. <일리아스>에선 헤파이토스의 아내가 삼미신 중 한 여신으로 나오지만, <오디세이아>에선 아프로디테로 나오죠. 재미있는 건 그리스인 작가와 로마인 작가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스인 작가의 손에서 아레스 신은 비열한 겁쟁이 신이었다면, 로마인들에겐 패배 모르는 당당한 신으로 등장합니다. 이렇듯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다양한 버전의 원형을 찾으며 원형과 변형된 부분을 비교하고 있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교 분석할 때 찾아보게 되는 고전이기도 합니다.

 

올림포스 열두 신을 중심으로 트로이 전쟁 전후 영웅들의 이야기, 신화에 등장하는 위대한 가문들과 각종 희곡에 나타난 인물들까지.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열두 신과 몇몇 영웅만 알고 있던 저로서는 엄청난 등장인물 수에 압도 당했네요. 

 

 

 

그리스식과 로마식의 이름을 대조한 표, 가계도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성경의 천지창조와는 사뭇 다른 세상의 창조와 인류의 탄생 이야기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만물의 시작에 대한 신화에 있어서 가장 권위 있는 작가인 최초의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머니 대지 가이아에 대한 것은 소설 형태의 콘텐츠로 접해서 그 원형이 무척 궁금했거든요.

 

미국 아마존 그리스 로마 신화 테마도서 중 누적 판매 1위의 명성에 걸맞게 한 권 책장에 꽂아 두고두고 볼만한 고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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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의 특별한 건강 상담소
권용철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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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학자 로빈 박사의 특별한 건강 상담소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수없이 쏟아지는 건강 정보들 중에선 상반된 논문들도 많아 의사조차도 혼란스러울 정도라는데요. 동양의학과 서양의학, 통합적 측면이냐 정밀 분석적이냐 등에 따라 건강에 대한 여러 시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책은 환경에 맞게 적응하며 생존한다는 적응 의학, 진화 의학 관점에서 바라본 건강관리법입니다. 추운 지방에 사는 북유럽인은 차가운 공기에 폐를 보호하기 위해 코가 높고 길어졌고, 동남아시아처럼 더운 지방은 굳이 공기를 데울 필요가 없어 코가 넓고 길이가 짧아진 것처럼 결국 다르게 적응해온 인체에 동일한 치료 방법과 건강 관리법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거죠. 

 

게다가 같은 질병에도 과거엔 문제없다가 현대엔 치명적인 것으로 바뀌기도 하듯 유전자 스위치가 켜진 사례도 있습니다. 설사를 하면 지사제 먹고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는 식이 아니라 우리 몸이 왜 설사와 열이라는 방법으로 질병에 적응해 온 것인지 근원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증상만 제거하는 약을 복용하면 알람을 끄는 것과 같습니다. 경보는 울리는데 그냥 끄면 안 되잖아요. 독성물질로부터 회피하려는 몸의 생존 적응 방법으로 나타난 것이 아토피 증상인 것처럼요.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은 30퍼센트 떨어진다고 합니다. 암 환자 절반 이상이 저체온증이라는군요. 반대로 체온 1도가 올라가면 면역력은 5배 증가합니다. 해열제를 바로 쓰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체온 유전자는 바뀐 게 없는데 우리의 의복 생활로 체온 조절 장치에 문제가 생긴 거니, 아이가 열나면 단순히 옷 벗기는 것만으로도 미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열이 많이 나면 장기에 문제가 되는데, 특히 뇌는 열 발산할 곳이 없어 치명적이라 당연히 해열제를 먹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이 키우면서 가장 힘든 게 해열제 쓰는 문제였는데요, 목과 코 질병을 달고 사는 우리 아이의 경우 쉽게 열이 오르는 편입니다. 문제는 열이 당장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도 병원에서 미리 해열제가 포함된 약을 처방해준단 말이죠. 열이 훅 오르기 전과 가벼운 미열일 때의 미묘한 차이, 저는 여전히 알아채기 힘듭니다. 그래서 그냥 처방해주는 대로 먹이게 되고요.

 

어쨌든 로빈 박사가 말하는 체온 원리상으로는 0.1~0.3도 정도 체온 올리면 거의 모든 병의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영향은 크군요. 운동을 통해 올리는 건 활성산소의 득과 실이 있으니 일시적으로 올리는 사우나와 반신욕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고, 따뜻한 음식 먹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체온은 금세 올라간다고 합니다. 

 

 

 

운동과 다이어트 문제 빠질 수 없죠. 우리 몸은 너무 잘 먹어도 문제, 너무 움직여도 문제, 너무 안 해도 문제라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운동이 그렇게도 건강에 좋다면 장수하는 사람은 운동선수들이야 한다고 ㅎㅎ. 운동과 장수는 별 관계없다고 합니다. 우리 유전자는 운동 유전자도 아니고 그저 앉아 있지 않는 유전자라고 해요. 그래서 과도한 활성산소 만드는 운동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햇볕 쬐면 비타민D 합성에도 도움 되니 자연스럽게 바깥 활동 늘리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하는데... 황사와 미세먼지가 끊이지 않으니 이것도 현실적으로 참 짜증 나는 일이긴 합니다.

 

육식형 인간과 초식형 인간의 운동법, 식사 관리는 다르다는 것도 짚어줍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음식은 없다는 것, 남들에게 좋다고 해서 자신에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갑상선 기능이 유전적으로 취약한 경우 그 좋은 브로콜리도 문제 되는 것처럼요.  

 

 

 

유전자 스위치 온-오프 이야기는 예전에 후생 유전학 관련 도서를 읽으며 알게 된 부분인데요. 우리 유전자 스위치는 환경, 음식에 따라 켜지기도 꺼지기도 한다는 의미입니다. 흥미로운 건 정서적인 부분도 유전자 스위치에 영향을 끼친다는 거였어요.

 

스트레스 한가득인 21세기 생존전략. 적당히 이기적이 되어야 하고, 좋은 사람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끊임없이 걱정하는 현대인의 생활은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생존전략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긍정적 유전자 스위치는 세로토닌 분비와 관련 있는데 95퍼센트가 장에서 만들어지기에 장내세균 문제와 또 연결되네요.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에서는 줄곧 장내세균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합니다.

 

장내세균 불균형으로 면역력 문제가 생기는 거여서 입가에 물집 자주 잡히는 만성피로, 변비, 설사, 감기, 아토피, 알러지 등 대부분의 생활 질병 문제가 장내세균을 잘 다루면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장내세균 하면 우리는 유산균만 생각하는데, 다양한 장내세균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건 먹거리와 직접 관계있다네요. 신맛과 쓴맛을 좋아하는 균도 있다니 다양한 맛의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유산균을 늘리더라도 유산균이 먹고 살 음식이 공급되지 않으면 결국 유산균은 사라집니다. 장내세균들이 살 수 있는 먹이인 다양한 음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되는 원리입니다.

 

장내세균 불균형은 식욕과도 관계있다니 그것도 흥미로웠어요. 세균에게 조종당하는 내 식욕이라니~! 식욕 조절 못하는 사람은 장내세균 불균형 문제로 접근하라고 합니다.

 

 

 

절대적인 건강관리법은 없다는 로빈 박사. 한 가지가 좋으면 한 가지는 손해 보기에, 결국 자신에게 가장 손해가 적으면서 이득이 많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합니다.

 

건강상식이라 알려진 것들의 원리를 파헤쳐 보면서 몸과 질병의 관계를 살펴보는 건강도서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많은 걸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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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
장동완 지음 / 리더스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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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 영포자들의 마지막 희망이 될 책인가~!

Germany, become 뜻도 모르던 영포자가 어떻게 영어능력자가 될 수 있었을까요. 9등급 꼴찌가 독학으로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동시통역자가 된 비결,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지금도 동명사, To 부정사 문법 구조를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장동완 저자. 모의고사 9등급, 정규 고등 과정도 중도 포기했던 그가 동시통역자로 세상을 누비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에이, 원래 언어 능력은 있는 사람이었구만~'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인데, 학창 시절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대신 이 책을 다 읽고 이 사람 참 대단하다는 생각했는데요. 장동완 저자의 강점은 도전심과 근성이라는 것. 얼굴 철판 깔만한 일도 시도할 줄 알고, 중도 포기하지 않는 지속력이 있더라고요. 나에게 잘 맞는 방법이 있다 한들 이 힘이 부족하면 다른 사람은 되는데 나는 안 되는 겁니다.

 

이런 힘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강력한 동기와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동기를 실천으로 이루려는 마음이 강력해야 이룰 수 있습니다. 나는 그동안 너무 쉽게 포기한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마음의 힘과 강한 실천력 그리고 올바른 방법 이 세 가지가 잘 버무려지면 저자처럼 180도 바뀐 삶이 펼쳐 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이 책은 영화, 미드, 시트콤으로 영어공부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이미 아는 흔한 방법이라고요? <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 저자는 성공의 비결이 그저 효과 좋은 훈련법 한 가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어 넓은 시각으로 외국어 공부법을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문법 대신 곧바로 듣기 말하기 실전으로 뛰어드는 영어공부법이기에 3개월, 6개월 뒤 해외취업, 영어면접을 앞둔 영어회화 필요한 사람이라면 큰 기대 걸어볼 만한 책입니다. 특히 승무원 취준생, 유학준비생이라면 눈여겨보세요.

 

그 역시 이런저런 실패를 맛보다가 거의 망할뻔한 뉴질랜드 어학연수 기간 중, 영어와 일본어로 동시에 말하는 선교사에게서 방법을 전수받아 그만의 것으로 자리 잡은 영어공부법이 이 책에 소개되는 100LS 훈련법입니다.

 

 

 

영화로 영어 익히는 흔히 알려진 방법이지만 세세한 꿀팁이 진국이네요. 그가 처음 본 영화는 <노팅힐>이었는데 처음엔 정말 전혀 들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흔한 영포자들의 모습이죠.

 

100LS 훈련은 영화 한 편을 100번 반복하는 겁니다. 100LS는 미 국방부 외국어 교육원 훈련법을 바탕으로 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6개월 만에 외국어를 익히게 하려고 즉문즉답 방식으로 하루 종일 훈련했다는군요. 저자 역시 처음엔 웅녀가 된 것처럼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고 해요. 그런데 34번째쯤 되니 대사가 한국어처럼 들리기 시작하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저 영화를 틀어놓기만 하고 100번 들으면 되는 게 아닙니다. 그건 100번 Listening만 하는 겁니다. 100LS의 S는 Speaking이거든요. 100LS는 100번 듣고 100번 말하기입니다. 특히 들리지 않는 구간을 반복해서 듣고 말하는 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효과 없습니다.

 

영화나 미드, 시트콤으로 하는 이유는 '상황 속 표현'을 익히기 위해서입니다. 상황과 맥락 속에서 어떻게 말할지는 아는 게 중요하다는군요. 그 표현이 사용되는 상황까지 통째로 익혀야 해외에서 생활하지 않아도 제대로 활용할 줄 알게 됩니다. 

 

 

 

100LS를 성공할 수 있는 실천 단계에서의 소소한 팁도 중요해요. 실패하는 다양한 이유를 짚어주기도 했고요. 드라마나 시트콤은 시즌을 한 번에 쭉 보는 게 아니라 딱 한 편을 100LS해야 한다는 게 키포인트! 게다가 장르도 무척 중요한 요소군요. 현대 로맨스 장르가 실생활 영어를 배우기 딱 좋다고 합니다.

 

아, 솔직히 저는 여기서 좌절. SF 팬인 저는 다른 장르는 100번 볼 도전 못할 정도로 관심 없는데 말입니다. 미드도 메디컬 미드만 좋아하는데 나한테 의학 용어 따윈 ㅠ.ㅠ;; 그래도 영화보다는 짧은 드라마나 시트콤 쪽에서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100번 할 수 있는 힘은 솔직히 장르와 배우에 대한 팬심과 덕질이 큰 영향 주잖아요. 

 

 

 

한 편을 100LS 하고 나면 자신감 상승은 기본. 최소 9편 정도는 더 하면 좋다고 하고요. 원서 읽기, 다양한 매체 활용 등 고급 영어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그는 100LS로 다른 외국어도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태국어와 아랍어에 도전 중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외국어를 습득하게 되면 전 세계 모든 곳이 기회의 장이 됩니다.

 

 

 

<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을 보면 100LS로 성공한 여러 사례가 소개되는데 공통점이 보이더라고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 보자."라는 도전심은 물론이요, 절박함으로 무장된 확고한 목표가 있었어요.

 

잘하고 싶은 외국어가 있다면 그 이유와 목표를 먼저 생각해야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는 것, 끝까지 강조합니다. 우리 아이도 좁은 땅덩어리에서 한정된 기회를 놓고 싸우기보다는 기회 자체가 많은 세상을 누비는 글로벌 인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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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프루프 - 안전 시스템은 어떻게 똑똑한 바보를 만들었나
그레그 입 지음, 이영래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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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지키는 데 이용했던 기술과 시스템이 되려 큰 위험을 불러온다?!

<풀프루프>는 안전 시스템이 엄청나게 충격적인 위기가 발발할 수 있는 단계까지 위험부담을 키운다는 사실을 역사적 사건으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금융 위기, 후쿠시마 원전, 유로화 붕괴,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이 어떻게 커다란 재난으로 이어졌는지 그 배경과 영향을 살펴보면서 완벽한 안전은 환상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레그 입 저자는 월스트리저널에서 일하는 저널리스트로, 그 역시 금융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는데요. 미국과 세계 경제 개발 및 정책을 예리하게 파헤치며 통찰한 내용이 <풀프루프>에 담겨 있습니다.

 

 

 

먼저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되었는지 들려줍니다. 금융 위기를 분석하는 이야기에서는 경제 용어를 어려워하는 저로서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풀어내는 과정이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내용 이해는 완벽하게 하지 못해도 책이 마음에 들 정도로 논리적인 전개가 돋보입니다.

 

"문명의 역사는 위험하고 불안정한 세상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안전과 안정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의 역사다."

 

우리는 안정성을 중요시합니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안전, 분명 처음 의도는 좋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이익도 줍니다. 하지만 조건과 환경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반전의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처음엔 천재인 사건도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그 이후엔 인재가 되는 겁니다. 안전 시스템은 다음 번 위협이 지난 위협과 같은 모습일 거라고 가정하고 만들기 때문입니다.

 

위기 때마다 보호 목적으로 구제하며 개입한 결과 우리는 어떤 위기에서도 경제는 파멸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위험을 무시하게 되는 겁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정부가 허용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처럼요. 금융회사를 무너지게 할 리는 없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와 금융의 관계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미국에서 있었던 시금치 회수 사건과 시금치 식품의 관계를 예로 듭니다. 어느 지역에서 생시금치를 먹고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시금치에서 대장균이 발견된 겁니다. 그러자 시금치를 이용하는 모든 것들이 무너진 사례가 있었습니다. 토마토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고요.

 

이 사건이 의미하는 건 분수령이 된 사건이 대규모 규제 변화를 촉발하는 데 있습니다. 질병 발생 전엔 아무 문제없던 것이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 익숙해지는 순간 그때부터는 약간의 오염 가능성도 용납하지 않게 됩니다. 한마디로 배신당한 기분이죠. 이 배신감이 공황을 만들어냅니다. 부차적인 것들까지 멀쩡한 것도 폐기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은 싫어하거든요.

 

그리스 사태도 이와 비슷한 사례였어요. 북부의 지나친 저축이 남부의 위기를 키웠다는 말이 의아해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긴급 구제 필요한 상황을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며 자가보험인 저축에 집중하면 이것 역시 위기의 씨앗이 되더란 것을 보여주네요. 

 

 

 

스포츠, 자동차 등 실생활 사례도 있습니다.

풋볼의 반복적인 뇌진탕이 치매를 유발한다며 집단 소송을 한 사건은 힘껏, 세게! 암묵적 폭력을 용인했던 풋볼의 헬멧에서 시작합니다. 두개골절이라는 큰 부상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한 헬멧이 실제 경기에서는 보호장비에서 무기의 역할로 바뀌게 된 겁니다. 하키도 마찬가지죠.

자동차의 ABS 브레이크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차에 대한 통제력이 커졌다고 느끼며 안전의 혜택을 상쇄할 정도로 더 위험하게 운전하게 됩니다.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를 더 난처하게 만드는 겁니다.

 

 

 

위험을 내포한 장소에서 살고 일하는 우리들. 자연재해를 단순히 기후온난화에만 연결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재난과 경제 발전의 악순환을 짚어줍니다. 

 

제방 덕분에 문제 있던 지역에도 사람들이 모여들며 발전하게 되자 오히려 다음 위기 때는 더 큰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산불도 옛날과 달리 빈도는 낮아졌지만 한 번 나면 엄청난 재앙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죠. 나무의 가치를 경제적으로만 보니 숲의 회복에 필수인 자연적인 화재까지 억제한 결과, 밀도가 높아진 숲의 화재 진압이 힘들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화재를 방조하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진압하면 영웅 대접받는 사회 풍조가 이미 자리 잡은 상황이고요. 

 

비행기 사고나 원자로 사고 같은 경우는 사고가 일어나면 많은 사람이 죽지만 매우 드문 발생률이죠. 하지만 우리는 운전, 스키 등 일상생활의 위협보다 원자로 사고를 훨씬 두려워합니다. 위협에 익숙하지 않을수록, 두려움이 클수록 인지된 위험은 커진다고 해요. 파멸적 사고에 대한 반감 때문에 사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을 외면하는 겁니다.

 

감정이 두려움을 유발하고 두려움이 리스크 감수에 개입합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또 다른 위기를 막기 위해 지나치게 위험을 피하려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경험에  초점 맞춰 위험을 보기 때문입니다. 안전에 대한 집착 말입니다. 안전을 추구하는 기술 발달로 안전과 재난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의 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되는대로 손 놓을 수도 없죠.

 

 

 

그레그 입 저자는 리스크에 대한 태도를 비교 분석하며 해법을 제시합니다. 재난 위기의 빈도와 강도는 낮출 수 있지만 그 발생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고 바라지도 말라고 합니다. 단기적으로 드러나는 리스크를 억누르기 위한 조치만 생각하면 결국 안전이 위험이 되는 모습이 됩니다.

 

모든 것을 인간이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과 반격에 관한 이야기 <풀프루프>. 리스크와 안정성의 균형은 금지가 아닌 자제에 있습니다. 현존하는 약간의 위험과 불안정성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태도. 글쎄요. 본성을 누르는 부분이니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눈에 보이는 위험에 급급한 나머지 보이지 않는 다른 것을 놓치지는 않는지, 이 부분을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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