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2연승으로 쉽사리 끝날 것 같았던 준플레이오프가 나란히 2승 2패씩을 기록하며 박빙의 승부로 진행중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축제’와도 같은 가을 야구.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4강에 들었다면 우승을 향한 두근거리는 행보를, 아쉽게 가을 야구와 멀어진 팀이라면 내년 시즌을 위한 재도약을 꿈꾸며, 다른 팀들의 승부를 어쩐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지 않을까 싶다. 아직 끝나지 않은 프로 야구. 그 열기를 더욱 뜨겁게 해줄 야구와 관련한 책 4권을 소개한다.
전 두산베어스 투수이자, <천하무적 야구단>의 코치인 이경필 코치의 책. 그동안의 야구 책이 주로 <김석류의 아이러브 베이스볼>이나 <야구 아는 여자> 같은 입문서 류 혹은 <야구란 무엇인가>처럼 야구 개론서였다면, 이 책은 독특하게도 ‘사회인 야구’를 다루고 있다. 연예인 야구단을 비롯해 사회인 야구단에서 실제 코치로 활동했던 경험을 십분 살려 어떤 포지션이 맞는지, 장비 구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서부터 각 포지션 별로 어떤 훈련을 수행해야 하는지 등의 실제로 야구를 하는 이들이 궁금해 할 법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경필 코치가 직접 포즈를 잡아 찍은 사진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생생한 3D 버전의 한국형 야구 교과서’라는 띠지의 문구가 무색하지 않다. 사회인 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직접 보는 야구가 아니라 직접 야구를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
얼마 전 김태균 선수와의 결혼 발표로 떠들썩했던 김석류 아나운서의 책. 책 내용에서 “절.대.야.구.선.수.와.연.애.하.지.않.겠.다”라고 썼으나 야구 선수와 결혼하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에 입방아(?)에 올랐던 책. 야구 입문서로 다양한 책이 소개되어 있지만, 야구 룰도 모르는 왕초보에게 가장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김석류 화보집도 아니건만, 중간중간 8개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찍은 김석류 아나운서의 사진이 대거 수록되어 있다는 점. 한때 ‘석류 여신’으로 불렸을 정도니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같은 여자 입장에서는 어쩐지 흥=3
축구에 <슈팅 라이크 베컴>이 있다면 야구에는 <홈으로 슬라이딩>이 있다. 줄곧 야구선수로 활동해온 주인공이 야구는 오직 남자만 할 수 있는 마을로 이사를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책. 여자는 야구의 대체 스포츠인 소프트볼에만 출전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규정에 맞서 자신만의 리그를 만드는 주인공이 당당함이 귀엽다. 처음엔 그저 야구를 계속 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자신의 힘으로 리그를 시작해 많은 여자아이들과 야구를 나누는 이야기. 귀여운 표지 일러스트만큼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야구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남녀평등에 대한 문제부터, 열정이나 용기, 올바른 토론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라 그런지 2010년 책따세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요즘 일본과 한국의 초등야구팀의 수가 1000대 99라는 식으로 우리의 열악한 스포츠 환경을 보여주는 광고가 있다. 야구 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도 열악하기는 매한가지지만, 어쨌거나.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시게마츠 기요시의 <열구>는 일본 고교 야구에 있어서 하나의 목표가 되는 '고시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만년 꼴찌인 한 고교 야구부가 기적적으로 연전연승을 거두고, 마침내 고시엔이 코앞까지 다가온다. 하지만 한 사건으로 인해 고시엔에 진출하지 못하고, 이들의 삶은 180도로 변한다. 도망치듯이 고향을 떠났다가 20년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고향에 돌아와 비로소 야구가 가르쳐준 것이 인생 그 자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져도 된다. 인생에 콜드게임은 없으니까!"라는 띠지의 문구처럼 어쩐지 주눅 들어 있는 이들을 토닥토닥해주는 힘이 있는 책. 어쩐지 뭉클해진다. 각 장의 시작 면에 들어간 야구와 관련된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책.
마지막으로 덧붙여 현재 롯데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두산베어스의 창단에서부터 우승까지의 이야기를 비롯해 두산베어스의 레전드 박철순과의 인터뷰 등이 수록된 <두산베어스 때문에 산다>와 야신이라 불리며 SK 와이번스를 2010년 정규 시즌 1위 팀으로 이끈 김성근 감독의 <꼴찌를 일등으로>. 이 두 권의 책과 함께 하면 가을 야구를 한층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