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책 이야기에 앞서 오래전 친구가 적어준 ‘이런 남자 만나라’를 먼저 소개하려 합니다.

(특정 남성 비하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소심소심.)

 

잔잔하고 감성적인 노래+클래식+재즈 좋아하는 남자 안 됨.

그냥 아이유나 소시 좋아하는 단순한 남자!

맛집 꿰고 있고 분위기 좋은 데 잘 알고 식성 까탈스런 남자 안 됨!

김밥천국이든 나발이든 아무거나 우걱우걱 소처럼 잘 먹는 단순한 남자!

책 좋아하고 독립영화, 상 받은 영화 잘 보는 진지병 걸린 남자 안 됨.

<엽기적인 그녀> 같은 거나 때려부수는 블록버스터나 시시한 할리우드 무비도 군말없이 재밌다고 껄껄대면서 보는 남자여야 됨.

 

이런 이야기와 함께 그 친구는 '문과생 남자는 안 된다' '예술하는 남자도 안 된다'며 '남자라면 공대생'이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경이의 시대』를 편집하면서 저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탄식했습니다.

 

'아, 과학하는 남자도 안 되겠어……'

 

뜬금없이 왜 남자 이야기냐구요? 『경이의 시대』가 '과학자(특히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잠을 잊는 것은 기본이고, 밥때도 놓쳐서 옆에서 떠먹여줘야 할 판에, 무모할 정도로 자기 삶을 바쳐(심지어는 목숨까지 걸고) 과학에 매진해 과학 연구에 새로운 상상력과 흥분을 불어넣은 과학자들. 이들의 이야기가 『경이의 시대』에 담겨 있습니다.

 

흔히 낭만주의 시대 하면 문학이나 미술, 음악 같은 예술적 성취를 떠올리지만, 이 시기 과학사적으로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경이의 시대』의 저자 리처드 홈스는, 직접 제작한 망원경을 통해 태양계의 대중적인 개념을 완전히 바꾼 윌리엄 허셜과 그의 여동생 캐럴라인 허셜, 자신의 목숨을 건 실험으로 화학 마취의 시작을 연 험프리 데이비를 비롯해서 조지프 뱅크스, 토머스 베도스, 마이클 패러데이 같은 '과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 그리고 이들의 발견과 발명을 돌파구 삼아 영감을 얻었던 메리 셸리(『프랑켄슈타인』), 콜리지, 키츠 같은 낭만주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채롭고 흡입력 있는 내러티브로 낭만주의 시대를 채워갑니다.

 

800쪽이 넘는(본문 796쪽+화보 24쪽) 책이라 선뜻 다가가기 힘들어 보이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경이의 시대』는 술술 읽힙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을 위인전처럼 전기(傳記) 형식을 취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달걀을 품은 에디슨의 에피소드에 웃음 지은 적이 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경이의 시대』는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조금 더 살이 붙은 과학위인전입니다. 평전처럼 한 인물의 삶을 세밀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중요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과학적 발견, 과학자 간의 교류 등에 대해서 생동감 있게 소개하기 때문에 낭만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 편의 잘 짜여진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경이의 시대』의 중심에 있는 조지프 뱅크스, 윌리엄 허셜, 험프리 데이비, 이 세 사람이 모두 매력적이지만, 제가 읽을 때마다 가장 빠져 읽은 부분은 윌리엄 허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쭉 음악가의 길을 걷다가 스물일곱 살 때부터 천문 관측 일지를 쓰기 시작해 점점 천문 관측에 빠져들어 심지어 직접 금속거울을 주조하고 반사망원경을 제작한 윌리엄 허셜. 천왕성 발견을 비롯해 우주를 실험실 삼아 날씨가 좋으면 하루에 예닐곱 시간씩 천문관측에 몰입해 가늠할 수 없이 큰 우주를 서서히 개척해간 윌리엄 허셜. 그의 곁에는 낮에는 안주인으로, 밤에는 천문학 조수로 묵묵히 오빠의 손발이 되어준 여동생 캐럴라인 허셜이 있었습니다. 

 

1783년 12월 31일, 눈이 30센티미터 넘게 내렸고 하늘은 잔뜩 흐렸다. 그러나 허셜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행사를 제쳐놓고 마지막으로 하늘을 훑어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캐럴라인의 회고록을 보면, 허셜은 그날따라 조바심을 내면서 그녀에게 평소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10시쯤 별 몇 개가 구름 사이로 나왔고, 우리는 최대한 서둘러 관측 준비를 했다. 오빠는 망원경의 앞머리에서 나에게 망원경을 수평 방향으로 돌리라고 지시했다." 그녀는 서둘러 망원경의 기단을 돌리느라고 "녹아가는 눈이 30센티미터나 쌓인 캄캄한 바닥에서 달려야 했다". 그러다 미끄러졌고 눈에 덮여 보이지 않던 나무 말뚝에 걸려 넘어졌다. 그 말뚝은 망원경의 틀을 밧줄로 고정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수직으로 솟은 철제 갈고리가 "푸줏간에서 고기를 매달 때 쓰는 갈고리처럼" 달려 있었다. 

캐럴라인은 그다음 일을 고통스럽게 회고했다. "나는 그 갈고리에 오른 무릎 위 15센티미터쯤 되는 부위를 찔렸다. 오빠가 부르는 소리에―'빨리, 빨리!'―나는 비참한 외침으로―'나 찔렸어요!'―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허셜은 여전히 높은 단 위의 캄캄한 더움 속에 있었으므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즉각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어둠 너머에서 계속 "빨리, 빨리!"라고 외치고, 캐럴라인은 고통에 헐떡거리면서 "나 찔렸어요!"라는 대답을 반복했던 듯 보인다. 

결국 허셜은 사태를 파악하고 과거에 망원경의 틀을 조정했던 조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오빠와 그 기술자가 곧바로 와서 나를 들어올렸지만, 그러느라 내 살점이 거의 60그램이나 떨어져 나갔다. 기술자의 아내도 부름을 받고 왔지만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캐럴라인은 집으로 옮겨졌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은 의사를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 상처를 붕대로 감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2주 이내에 관측 작업에 복귀했다고 자랑스럽게 적었다. (189쪽)

 

그전부터 여동생을 막 부려먹는 허셜의 모습에 몇 번이나 욱했지만 특히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살짝 뒷목을 잡았습니다. 여동생을 병원도 안 데려가는 오빠나 혼자 털고 일어나서 다시 천문관측을 하는 동생이나 해도해도 너무한 이 오누이를 어쩌나 싶다가 결국 과학하는 남자도 못 쓰겠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물론 오늘날 우리의 우주관과 세계관은 허셜 오누이의 덕심(?)에 빚진 것이 많지만 말입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책이라고 마구 자랑하고 싶어서 책의 두께만큼 편집자의 책소개도 길어져버렸습니다. 과학 이야기가 이어져 더 큰 역사 이야기로 이어지는 『경이의 시대』. '발견'의 객관적 대리인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과학자'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에게, 교양 있는 읽을거리를 원하는 분들께 강력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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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3-06-28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주문에 넣었을텐데~~~~~~ㅠㅠ
하루만 일찍 추천해주시징~~~~~.ㅠㅠ

이매지 2013-06-28 09:00   좋아요 0 | URL
우어어어어어어어어. 비싼 책이니까 금방 5만원 채우실 수 있어요. ㅠㅠ

라로 2013-07-04 13:10   좋아요 0 | URL
ㅎㅎㅎ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져가는 게 문제가 그냥 포기합니다. 하지만 이매지님이 편집하신 책이라고 하니 나중에 꼭 읽어 볼게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둘이 참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하는 공상을 할 때가요. 친구라면 서로 소개라도 시켜주겠지만, 좋아하는 작가라면 마음대로 소개를 해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쓰지 신이치 선생님의 전작인 <슬로라이프를 위한 슬로플랜>을 담당했던 인연으로, 새 원고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을 받았을 때 '와, 이 두 사람이 함께한 여행이라니!' 하는 생각이 맨 먼저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여행작가 김남희 선생님과 일본의 환경운동가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쓰지 신이치 선생님은 아무 접점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두 사람이 한일 공동 NGO 교류 행사인 '피스 앤드 그린 보트'에서 만나 동료이자 친구가 되고 부탄을 시작으로 한국와 일본을 함께 여행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다니 원고를 읽으며, 책에 들어갈 사진을 고르며 여러 번 가슴이 두근, 했습니다.

 

  '느리기에 행복한 삶'이라는 지향은 같아도 한국인과 일본인, 남자와 여자라는 시각의 차이를 가진 두 사람은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는 할 수 없지만 행복지수는 여느 나라보다 높은 부탄을 함께 여행하며 "당신은 행복한가, 당신에게 행복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물음을 품게 됩니다. 이에 홋카이도, 안동, 오사카와 나라, 지리산을 거쳐 강원도와 제주도까지 함께 여행하며 타인의 시선이나 경제적인 풍요 때문이 아닌,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삶을 선택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삶의 속도'와 '행복의 방향'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섭니다.

 

  이들의 여행은 단순히 관광지를 돌고, 그곳에서의 감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곳의 '사람'을 만나 그들의 삶을 통해 현재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엘리트 코스에서 벗어나 산속에서 살다 제주도에서 지속가능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부부, 신문사 사진기자 출신으로 펜션을 운영하는 진동 2반 반장님, 귀농해 산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부부 등 이들이 만난 사람들은 우리에게 삶의 방식을 자신들처럼 바꿔야 한다고 강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강한 척하지 않아도 괜찮고, 실수를 저지르고 실패를 반복해도 괜찮다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들은 현명하게 포기하고, 현대인을 압박하기만 할 뿐인 '긍정의 힘'이라는 이상한 최면에서 이제는 풀려나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줄 뿐입니다.

 

  새로운 방식의 삶을 모색하는 사람을 만나는 여행뿐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여행이자 자신의 뿌리를 찾는 여행입니다. 가족에 얽매이는 삶이 아닌 자유로운 개인의 삶을 택했던 김남희 선생님은 한국을 여행하며 전통적 가치, 그리고 민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합니다. 아버지가 황해도 출신인 쓰지 신이치 선생님의 경우에는 아버지의 고국의 아픈 역사를 만나는 시간, 그리고 아버지에게 한국이 어떤 곳이었을지 반문하는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1년간 함께 여행한 뒤 1년간 따로 또 같이 집필하며 두 분은 여행을 다시 한번 반추합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을 만났지만 김남희 선생님과 쓰지 선생님의 글은 다른 빛깔, 다른 관점입니다. 김남희 선생님의 글이 따뜻하고 섬세한 에너지로 차 있다면, 쓰이 신이치 선생님의 글은 이성적이고 냉철하지만 포용력이 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 하나의 여행이지만 그 시선이 다르기에 두 개의 여행 같고, 또 별개의 여행 같지만 결국에는 하나로 이어지는 여행. 그 가슴 따뜻해지는 여정을 맨 먼저 함께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덧) 사진만으로도 두 분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 출간기념회 자리에서 찍은 두 분 선생님 사진을 보너스로 덧붙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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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출간된 이래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네이버, 다음, 네이트 '오늘의 책'으로 선정되고, 인터넷서점마다 수십 편의 리뷰가 남겨지는 등 각계각층의 사랑을 받았던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가 새 옷을 입고 돌아왔습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가 절판된 후에도 이장희 선생님은 동아일보, 불교신문 등 매체 연재와 개인전시회를 통해 대중과 꾸준히 소통해왔지만 책으로는 더이상 만날 수 없었기에 이를 아쉬워하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중고로 몇 배가 되는 가격에 거래가 되는 현상도!) 그런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개정판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기존의 책과 어떻게 차별점을 둘 것인가였습니다.

 

구판과 개정판의 차이를 사진과 함께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편할 듯하여 준비한 자료사진! :)

 

우선 표지가 바뀌었습니다!

일러스트로 서울을 담은 책이라 본문에 수많은 일러스트가 나오는데,

서울을 대표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이미지를 여럿 두고 고민하다가 창경궁 일러스트를 심플하게 넣어봤습니다.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뭔가 보완할 부분이 없을까 하고 인터넷서점에 올라온 리뷰를 쭉 읽어봤는데, 몇몇 분들께서 '글씨가 작다'는 의견을 주셔서 전체적으로 그림과 글씨 크기를 수정했습니다. 같은 판형에서 글씨와 그림만 키우는 건 좀 애매해서 가로, 세로 사이즈를 모두 조금씩 키웠습니다. 나란히 둔 사진에서는 잘 티가 나지 않아 모서리만 슬쩍 한 컷.

 

 

 

 

각 장의 시작 페이지도 조금 손 봤습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이 책이 출간된 이후 변한 서울의 모습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은 골동품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유기체이기에 오늘도 자동차 내비게이션 회사에서는 지도를 수정하느라 분주하다. 많은 옛 건물이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사라져갔다. 둘러보면 한국전쟁 이후의 모습, 나아가 잘 다듬어진 신도시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역사도시라기에는 초라할 정도다. 그래서 더욱 사라진 것들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이제는 새로 지어진 고층건물 때문에 보이지 않는, 가려진 옛이야기와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 서울의 시간을 그려보고 싶었다. 내 스케치 속 서울도 시간의 흐름을 따라 계속해서 변해갈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의 서울 스케치 여행 또한 내가 살아 있는 한 언제나 진행형이다. _본문에서(21쪽)

 

선생님께서는 네비게이션 회사에서 지도를 수정하느라 분주하다 하셨지만, 편집부 역시 수정하느라 분주했습니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이 장소가 여전히 남아 있느냐'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됐습니다. 워낙에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 많은 서울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지금, 서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을 잠깐 예로 들자면, 구판(위)에는 없는 중국대사관에 대한 설명과 현재 공사중인 중국대사관 신축건물에 대한 내용 등을 덧붙였습니다. 이 외에도 집필 당시에는 있었던 대오서점, 와우트래블 갤러리 등은 이제 사라졌지만, 책에는 그 흔적을 담아두었습니다.    

 

 

 

 

개정판은 그냥 출판사만 바꾸고 표지만 바꾼 거 아니냐, 하실 분들을 위해 구판에는 없었던 서울의 이야기를 두 챕터 더 담았습니다. 바로, '환구단'과 '서울성곽'. 두어 챕터를 더 추가하는 과정에서 경희궁, 남산 등 다양한 장소가 물망에 올랐었는데, 최근 들어 조금씩 복원돼 옛모습을 찾아가는 서울성곽은 제 개인적인 궁금증 때문에 적극 추천(?)해 결국 환구단과 서울성곽으로 최종 낙점했습니다. 환구단은 서울시청 근처에 있어 서울시청사 이야기도 곁들였습니다.

 

 

 

 

이장희 선생님은 이 책에서 서울 여행이 어렵지 않다고, 일상에서 발길 한 번, 마음 하나 돌리면 바로 여행이 시작된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처럼 무심결에 지나친 곳에 마음을 담아 발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서울 여행은 시작됩니다. 거창하게 짐을 싸고 일정을 계획하지 않아도 좋고, 이장희 선생님처럼 서울을 스케치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그 장소에 머물며 지나가는 사람들, 새가 날아가는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서울 여행은 충분합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와 함께 이 책에서 소개한 경복궁, 명동, 숭례문, 인사동, 정동, 청계천 등 서울 곳곳을 누빈다면 분명 서울은 그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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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3-29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판 사놓고 읽지도 못했는데 개정판이 나왔어요. 어쩔...;;;;

이매지 2013-03-29 13:30   좋아요 0 | URL
뭐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ㅠㅠ
봄에 정동길 산책하는 이벤트 진행할 것 같아요. ㅎㅎ
마노아님도 오셔용ㅎㅎㅎㅎ
 


30년을 살면서(아, 어색하다, 서른, 이라니!) 단 한 번도 일출을 본 적이 없었다. 그 시간에 못 일어나서, 그 시간에는 추우니까 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따지고보면 사실 그냥 귀찮았다. 어차피 맨날 뜨는 해를 산에까지 올라가서 왜 봐야 하나, 해는 1월 1일에만 뜨나 아무튼 오만가지로 궁시렁거리면서 단 한 번도 일출을 보러 간 적이 없었다.  


서른 살의 첫 해를 굳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냥 바다가 보고 싶어서 혼자 속초에 내려가서 바다를 보고 닭강정도 먹고(...) 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12월 중순에 독서모임을 마치고 3차로 술을 마시면서 카페(라 해야 하나 술집이라 해야 하나)에서 틀어놓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멍하니 보는데 갑자기 바다가 나왔다. "아, 바다 가고 싶은데…" 하고 나도 모르게 내뱉었는데 같이 마시던 ㅇ군이 자기도 바다 가고 싶다고 맞장구를 쳐줘서, 여차저차 하다가 술김에 31일에 바다를 보러 가기로 약속해버렸다. 다음날 재차 확인했으나 술 깬 뒤에도 동행할 의사를 보여 해돋이여행 급 추진. 사실 ㅇ군과는 모임에서 네 번 정도 만났지만 개인적으로는 스무 마디도 안 섞었던 터라 둘이 가기는 부담스러웠지만 어쨌든 바다는 보고 싶으니까, 혼자 가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리고 (이게 나한테는 가장 큰 이유였지만) 아무튼 호감이 있는 상대니까 따라나섰다.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던 터라 강원도 쪽은 이미 기차표가 다 매진이라 결국 여행사에서 내놓은 부산 해돋이+태종대+자갈치시장 상품을 구입해 31일 밤기차로 내려갔다. 


4시 좀 넘어서 부산역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 5시 언저리에 해운대에 도착했는데, 해가 뜰 때까지 두어 시간 동안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바닷가를 거닐다가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아, 발 시려!' 하고 인내심에 슬슬 한계가 올 때쯤 일출시간이 다가왔다. 버스 안에서 기사님께 구름 때문에 해를 못 볼 꺼 같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하고 일단 일출시간까지만 기다려보기로. 엇, 근데 해가 나온다?! 해돋이라고는 난생처음 본 터라 해가 머리를 쏙 내밀더니 쓕쓕 올라오더니 뿅! 하고 나타나는 모습에 그저 감탄. 또 감탄했다. 사진은 무슨 사진이냐 내 눈에, 내 마음에 담아두면 되지 하면서 넋 놓고 보다가 돌아나오며 그래도 아쉬워 한 컷을 찍었다. 



아무튼 간에 남자 사람이랑 간 첫 여행(인데 왜 다들 무박임에 안타까워했을까?!), 내 생의 첫 일출, 2013년의 첫 일출, 2013년의 첫 바다, 2013년의 첫 여행, 2013년의 첫 컷, 2013년의 첫 두근거림… 올 한해 얼마나 많은 '첫'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아직은) 조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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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3-01-03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예쁘다. 일출을 볼 때 해보다 더 감동인 건 언제나 하늘이었어요. 전 무식해서 해가 뜰 때 진짜 애국가에 나오는 해처럼 왕따시만한 해가 두둥실 떠오르는 줄 알았었는데 ;; 처음에 일출을 봤을 땐 계란후라이 노른자같은 게 뿅 하고 나와서 저게 정말 해냐며 아쉬워했었는데.... ㅋㅋㅋㅋ 하지만, 해는 늘 같지만 하늘은 늘 다르고, 늘 아름다웠고. 아. 매지님 이 사진의 하늘도 정말 아름답네요.

맨날 인사하지만 괜히 여기서도. 해피뉴이열! (해피뉴썬?) ㅋㅋㅋ

이매지 2013-01-03 01:45   좋아요 0 | URL
사실 해가 뜨기 전에 그라데이션이 진짜 예뻤어요.
어차피 찍어도 이 색감 안 나온다고 그냥 보자고 옆에서 궁시렁거리기도 했고,
추워서 가방에서 카메라 꺼내기도 귀찮아서 그냥 넋놓고 봤었어요.

아니 제가 댓글 다는 고새 수정을...
저도 해가 애국가처럼 두둥실 뜨는 줄 알았는데 뿅! 하고 나타나서 놀랐어요.
대체 애국가 화면은 누가 찍은 거냐며 애꿎은 사람을 구박했...

웬디님도 해피뉴이열! :)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순오기 2013-01-03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으로 해맞이 다녀왔군요~ 새해 해맞이 멋지죠!
해운대는 여러차례 가서 많은 사람들과의 추억이 깃든 곳이네요.^^
건강하고 멋진 2013년 만들어가시기를....

이매지 2013-01-03 02:39   좋아요 0 | URL
전 작년(아니 벌써 작년이라니) 부산영화제 때 처음 부산에 갔었어요.
해운대는 이번이 두번째. ㅎㅎ
순오기님 오랜만이예요.
순오기님도 건강하고 멋진 2013년 보내시길! :)

프레이야 2013-01-0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사람이랑 해운대까지 오셔서 해맞이 하셨군요.
와~ 제가 다 신나요. 해운대 해맞이 하겠다고 여고생 4명이서 버스 타고
그 옛날 새벽에 설쳐서 갔는데
이미 해가 다 뜨고 못 봤다는 안타까운 전설이 있다지요.^^
이매지님 새해에 좋은 일만 많이 생기기 바래요.

이매지 2013-01-03 14:14   좋아요 0 | URL
사실 내려갈 때만 해도 구름이 있어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해 뜨는 거 봐서 기뻤어요.
저도 강원도로 갔으면 아마 차 안에서 해가 뜨지 않았을까 싶다능. ㅠㅠ
프레이야님도 새해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

마노아 2013-01-0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렇게나마 제가 일출을 보네요. 직접 보면 얼마나 더 장관이었을까요. 여행 잘 다녀왔어요. 저도 왠지 무박이 쫌 아쉽네요.^^ㅎㅎㅎ

이매지 2013-01-03 14:15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 봤는데, 아 이래서 사람들이 추운데도 기다려서 보는구나 싶었어요.
무박이었지만 좋은 하루였습니다. 후훗. (읭?!)

oren 2013-01-04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3년의 첫 일출이 이렇게 아름다웠다니 믿겨지지 않네요.
이 장관을 직접 보신 분들은 올 한해 큰 행운이 있을 것 같아요. ㅎㅎ
이매지님께서 올려주신 이미지만 보게 된 우리들에겐 '작은 행운'이라도 있겠지요?

이매지 2013-01-04 13:22   좋아요 0 | URL
와. oren님 반갑습니다. ^^
올 한 해 큰 행운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ㅎㅎㅎ
oren님도 사진으로나마 보셨으니 큰 행운이 있으실 꺼예요! :)
 


개인적으로 2012년에 워낙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아서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아홉수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2012년 빨리 꺼져버려, 라고 생각했었는데, 올해 있었던 일들을 플러스, 마이너스로 나눠서 생각해보니 딱히 비뚤어질만큼 나쁘지 않은 한 해였음을 알게 됐다. 

 

플러스(+)

이탈리아(로마-피렌체-베네치아)+ 파리로 간 첫 해외여행.

평창 1박 2일.

부산국제영화제.

온라인에서 오래 알고 지냈으나 오프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

일본어 학원 등록 및 초급 4개월 코스 패스.  

지하책방.

혼자 영화 보기.

카메라 구입.

수요먹부림 모임.

 

마이너스(-)

좋아하는 사람들의 잇단 퇴사.

남친과 긴 연애(8년 10개월)에 종지부.

무개념 소개팅남.

아빠의 결핵 판정.

 

따지고보니 남친과 헤어지고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를 못 해서 오랫동안 미뤄왔던 일들을 시작했는데 그게 다 플러스가 된 셈이이니 어쩌면 남친과 헤어진 것도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만큼 새로운 일을 시작해본 적도, 새로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어서 그동안 내가 너무 내 스스로의 틀에 나를 가두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좀 들었다. 이십대를 통틀어 올해만큼 책을 안 읽은 해도 없었고, 리뷰를 안 쓴 해도 없었는데 내년에는 좀 더 부지런을 떨어봐야겠다는 생각도 슬몃, 든다. (절대 2012년 서재의 달인에 안 뽑혀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읭?!) 

 

이제 몇 시간 뒤면 30대의 첫 해를 보러 부산에 갈 예정이다.

알라딘 서재라는 공간에서 20대를 함께해준 분들께 고마운 마음 전하고 싶어 

겸사겸사 백만년 만에 생존신고 겸 페이퍼 하나 슬쩍. ^^  

2013년에도 모두 행복한 한 해 되시길! :)

 

곁다리로 붙이는 올해의 책.

 

 

 

 

 

 

 

 

 

올해의 시리즈: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올해의 영화

- 말하는 건축가

- 미드나잇 인 파리

- 엔젤스 셰어

- 서칭 포 슈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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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2-12-31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나도 알라딘에서 이십대를 보냈어요. (삼십대도 알라딘에서 주구장창 보낼 기세;지만)
스물 아홉에서 서른은 뭔가 간질거려서, 나는 해 넘어갈때 말고, 생일 끼어서 그리스 갔던거 생각나네요.

이매지 2012-12-31 18:24   좋아요 0 | URL
저도 삼십대도 보낼 기세. ㅎㅎ 원래는 해넘어갈 때 해외로 떠버리려고 했는데 일이 너무 바빠서 손 놓고 있다가 엉겁결에 부산에 내려가요. 생일 끼어서 가는 것도 좋겠네요! 히히.

가넷 2012-12-3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대 후반에 알라딘을 시작해서 20대 후반을 지나가고 있으니, 저도 곧 2년뒤면 20대를 온전히 알라딘에서 보내게 되겠네요.

생각해보면 저도 올 한해 크고 작은 일들이 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버텨서 2012년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네요... ㅎㅎ

이매지 2013-01-02 09:38   좋아요 0 | URL
그 '어찌저찌 버티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더라구요.
올 한 해도 자 부탁드리겠습니다 (--)(__)

kimji 2012-12-3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20대 끝자락과 30대를 옴팡 보낸 저도 있;;
플러스마이너스,를 읽고 있자니... 아, 정말 올 한 해가 끝났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의 한해 정리를 한 건 읽은 것도 아닌데... 사실, 전, 마이너스가 너무 많아서;;; 아무튼, 그래도,
새해복많이받아요! 부산여행도 즐거웁게! ^^

이매지 2013-01-02 09:38   좋아요 0 | URL
부산여행 잘 다녀왔어요. 저 해돋이 처음봤는데 해가 뿅! 하고 나타나서 감탄. ㅎㅎ
30대에도 잘 부탁드려요, 김지님. ㅎㅎ

순오기 2013-01-03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러스 마이너스~ 그래도 남는 장사(?^^) 하셨네요.
30대 진입을 축하해야겠죠~ ^^

이매지 2013-01-03 02:39   좋아요 0 | URL
네. 결과적으로는 남는 장사였어요. ㅎㅎㅎ
삼십대는 또 새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