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일찍 일어난 월요일 아침. 날씨도 많이 풀려 오랫만에 구두도 신고 룰루랄라 출근길을 나섰다. 한 주를 이렇게 상콤하게 하는 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지하철에서 기껏 일찍 내릴 것 같은 사람 앞에 서서 버티고 있는데 도무지 내릴 기미가 없어 포기하고 쭉 서서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을 읽었다. <건지 아일랜드~>가 의외로 무거운데다가 똑 떨어진 커피에, 점심 도시락 반찬까지 들고 갔더니 팔은 떨어질 것 같고, 환승역을 하나씩 지나다보니 점점 지하철에 사람은 휑해지고 저 멀리서 빈 자리가! 슬쩍 액션을 취하면 어느새 다른 사람이 낼름 그 자리를 채워 결국 내가 노리던 자리 옆 자리가 비어서(그것도 내리기 3정거장 전에-_-) 잠시 다리를 풀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버스를 갈아타러 가자 기껏 일찍 왔건만 버스 줄은 왜 이렇게 긴지! 게다가 8시 버스가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하려는 찰나에 접촉사고가 나는 바람에 아저씨끼리 싸움이 붙어 도무지 출발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8시 20분 차에 그 사람들이 그대로 탑승.앉아서 가겠다고 기껏 20분 서서 기다렸던 나는 결국 또다시 버스도 서서ㅜ_ㅜ 지하철에서, 버스 기다리면서, 버스에서까지 근 한 시간 반을 서서 출근하니 이미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기진맥진.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새로 맡은 원고 pc교를 보고 있는데, 팀장님의 쪽지 도착. 설 선물 포장 작업에 팀마다 한 명씩 차출인데, 커피 사줄 테니 점심 지나고 막내인 내가 갔다 오라고 -_ㅜ 와구와구 점심 먹고 내려갔더니 엄청나게 쌓여 있는 상자들! 세계문학전집 세트+키워드 한국문화 세트였는데, 이게 또 어찌나 무겁던지! 점심 먹은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소화 끝;;; (그래도 팀장님이 사다주신 스타벅스 캔커피는 맛있더라!)
출근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마침 예약된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가 도착해서 퇴근길에는 언덕 위에 위치한 도서관에 들러 책까지 짊어지고 15분 정도 걸어왔더니 이래저래 피곤. 그나마 희망이라고는 이번 주말이 설 연휴라는 것! 꼴랑 삼 일 밖에 되지 않는 짧디짧은 휴일이지만 다행히도 시골에 내려가지 않아서 나름 계획은 목요일에 피부과에 가서 숙원 사업인 점 빼기를 하고, 월요일까지 태양을 피해 방에서 뒹굴거리면서 책을 쌓아놓고 읽는 것! 근데 월요일부터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서야 금요일까지 어찌 버틸꼬!
덧) 연휴에 읽어두려고 쟁겨둔 책. 반쯤 읽은 책들도 있고, 서평단 때문에 읽어야 할 책도 있고, 순수하게 읽고 싶은 책들도! 삼 일 동안 다 읽을 수 없다에 한 표!
덧2) 지난번에 하이드님 서재에서 열나게 리뷰 써도 마이 리뷰도 안 뽑아준다고 투덜댔는데, 열나게 쓴 리뷰 드디어 뽑아줬다. 한 백만 년만에 당선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