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내 몸을 위해 꼭꼭 약속해 - 유괴와 성폭력 예방 어린이안전 365 1
박은경 지음, 김진화 그림, 한국생활안전연합 감수 / 책읽는곰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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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종종 언론에 오르내리는 험악한 사건들에 대한 내용을 접하는 것이다. 어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은 잔인한 일들이 수도없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생각만해도 가슴이 떨리는 사건들을 다 열거하지 않더라도,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 매일같이 내 아이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 또 걱정을 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의 숙명인 것일까? 아이가 조금씩 자라서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자, 우리는 하나씩 하나씩 주의해야할 점들을 가르쳤다. 낯선 사람이 사탕이나 인형 준다고 해도 절대 따라가면 안된다로 시작해서 낯선 사람이 아니라도 매일 마주치는 시장 아줌마나 아파트 경비아저씨라도 절대로 뭔가를 받거나 따라가면 안된다 등으로 끝나는 잔소리는 한번 시작하면 몇 번씩이나 다짐의 다짐을 받고 또 받아도 안심이 안되어 늘 불안한 마음으로 끝을 맺는다. 

 이렇게 주의를 하고 있지만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아이를 잃어버리게 되는 일이 너무나도 자주 일어난다.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는 실종 아동찾기 포스터들. 뉴스의 어느 한 자락에 나오는 납치 사건 이야기. <오로라공주>. <밀양> 등의 영화들까지 생각이 흐르면 불안한 마음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걱정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니까, 최대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책읽는 곰> 출판사의 <소중한 내 몸을 위해 꼭꼭 약속해>라는 책을 통해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잘 알게 되었다. 아이가 좀 더 자라서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면 직접 이 책을 읽어도 좋을텐데, 아직 어리니까 읽어줘야 하는데, 곧바로 읽어주기에는 조금 어려운 느낌이 있어서 미리 여러번 읽고 어떻게 알기쉽게 알려줘야 할지를 좀 고민했다. 

 책에는 우리가 자칫 생각 못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까지 세세하게 잘 짚어주고 있었다. 예를들면 어떤 사람이 아이의 이름을 직접 얘기하더라도 따라가면 안된다는 부분이나, 아이의 눈 앞에서 부모와 통화하는 것처럼 전화를 하더라도 따라가면 안된다는 부분 등이다. 사실 꼼꼼하고 세심하게 잘 짚어주는 부분들이 무척 좋았지만, 한 편으로는 읽는 내내 한 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동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한 내용들에서도 생활속에서 생각못하고 지나칠수도 있는 부분들을 잘 짚어주고 있었다. 읽는 내내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무척 노력을 많이 했다. 

이 책은 <책읽는 곰> 출판사에서 <어린이 안전 365>라는 시리즈로 만든 첫 책이다. 이후 어떤 내용의 후속작품들이 나올지가 기대된다. 알찬 내용과 이해하기 쉬운 설명 세심하고 꼼꼼한 배려 등이 돋보이는 이 책을 기준으로 본다면 뒤에 나올 다른 책들도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좋은 책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순간 집중력이 강하고 시야가 좁다. 놀다보면 쉽게 넘어지고, 무언가에 부딪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있다. 놀이터나, 집 근처 골목이나, 공원 등에서 보면 아찔한 장면들이 가끔 연출된다. 특히 골목을 질주하는 차들과 골목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볼때면 참 위태롭다. 실제로 골목에서 놀다가 차가 발을 밟고 지나가서 입원해있는 아이를 만난 적도 있다. 이렇게 주변에서 쉽게 일어나는 안전사고 등에 대해서도 후속 작에서 다뤄진다면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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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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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도서평론가라고 부르는 이권우의 독서에 대한 책이다. 그린비출판사에서 꾸준히 내고 있는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흔히 '달인 시리즈'라고 부름)의 다섯번째 책이다. 표지는 마이산 '탑사'에서 본 '돌탑'들처럼 높이 쌓아올려진 '책탑'들이 여기저기서 높이 솟아 있고 그중 왼쪽 책탑 위에 어느 여성이 걸터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그림이다. 제목만 보아도 흥미로운 것 같은데, 표지그림이 시선을 확 잡아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저자만의 독특한 입담으로 주저리 주저리 풀어서 얘기해주고 있다. 2부에서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사실 1부는 좀 쓸데없이 길다고 볼 수 도 있다. 내용이 좀 독창적이긴 하지만 결론은 너무 뻔하다. 결국 책을 읽어야 한다는 걸 말하는 것인데, 이렇게까지 반복적으로 같은 말을 계속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과연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책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이 책을 찾아 읽고 열정적인 독서가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을 찾아 읽을 사람이라면 대부분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결론에는 동의하는 사람일터, 1부는 적당히 맛보기로 해서 흥미를 돋구어주고, 2부의 내용을 좀 더 알차고 재밌게 가져갔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정말로 책읽기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이 우연히 이 책을 알게되어 읽고나서 책에 더 관심을 갖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런 경우라고해도 2부의 내용을 위주로 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앞부분을 읽고 책을 꾸준히 읽어야 겠다고 마음을 굳힌 사람이 계속 읽기에 1부의 내용이 너무 많다. 그러니까 나중에는 좀 잔소리처럼 느껴지는데, 이건 오히려 역효과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한 아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피부가 까맣고 깡마른 아이. '깜디'라고 놀림을 당하거나, '네가 지나가면 온 동네 개들이 다 쫓아온다!'고 놀림당하기 일쑤였던 아이가 생각난다. 그 아이는 예전 학교에서는 골목을 주름잡았던 소문난 개구장이였으나. 새로 전학온 학교에서는 쉽게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마다 혼자 학급문고를 읽으며 시간을 보낸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혼자 산에서, 계곡에서, 들판에서 뛰어놀았다. 그러나 혼자 노는 일은 별로 재미가 없었고, 나중에는 학급문고를 빌려와서 집에서도 책을 읽게 되었다.

교실에서 혼자 학급문고를 읽는 일은 점점 이 아이의 습관처럼 되어갔고, 학년이 바뀌어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된 뒤에도 이 습관은 계속 되었다. 나중에 중학교에 올라간 아이는 국어선생님에게 글솜씨가 있다고 칭찬을 받고, 백일장에서 작은 상도 받게 된다. 칭찬은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다. 아이는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저마다 하나쯤은 책에 빠지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계속 그렇게 책을 읽었다면 또 한 명의 이권우가 되었을지도 모를 저 아이는 고등학교 3년의 절반은 입시위주의 교육에 시달리면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학교와 사회에 반항하면서 보냈다. 그리고 간신히 점수를 맞춰 들어간 대학에서는 데모하고 술마시느라 책을 읽지 못했다. 애초에 그 아이가 책을 접한 계기는 다른 흥미거리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 원하기만 한다면 훨씬 더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시기에 그 아이는 책에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저 술로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그 아이가 다시 책을 읽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다. 국가와 개인, 사회와 개인의 관계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자유란 무엇이며, 평등이란 무엇인가 답을 찾지 못해 좌절하던 중. 결국 답은 구호와 선언에 있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책을 들었다.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했다.

앞서 이 책에 대해 불평을 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 책은 존재 차체가 기쁨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특유의 입담으로 줄줄 풀어놓는 이권우의 필력은 무시할 수 없다. 역시 내공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무슨 교훈을 얻기 위해 읽을 책은 아니다. 책을 꼭 읽어야만 하는 절대적인 이유를 제시하지도 못하고, 책읽기의 달인이 될 수 있는 어떤 특별한 비법을 전수해주지도 못한다. 다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이런저런 일화들을 접하고,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올해 사상최대의 불황을 맞고 있다는 출판계, 이 책이 나와서 전체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수 없지만 적어도 이 책만은 그럭저럭 팔리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 이 책이 많이 팔려서 더 많은 사람들이 책 읽기에 관심을 갖고 그래서 출판계에도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이 사회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나갔나? 한가지만 더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책'은 그냥 형태로서의 책은 아니고 '좋은책'이다. 무엇이 '좋은책'인지는 묻지마라! 그건 스스로 찾아야 할 답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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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공동체 교육 - 한국교육의 새로운 대안과 희망을 찾아서
심성보 지음 / 살림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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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마남지 않은 2008년을 돌아보니, 이 일년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했던 단어는 바로 민주주의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늘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단어였다. 군부독재 시절에도 그랬고, 절차상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계속 그랬다. 그러나 올해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갖는 무게감은 과거 10년(그들의 주장대로 잃어버린 10년이다!)동안과는 차원이 달랐을 것이다.

한동안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는 것이 너무 짜증나고 싫어서 외면하고 싶었다. 말도 안되는 일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외면하고 싶어도 매일매일 충격적인 소식들이 내 눈과 귀를 통해 전달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말도 안되는 짓들을 저지를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이론서들이 대개 그렇듯 두꺼운 책이다. 빛바랜 사진 같은 표지의 왼쪽에 마치 무늬처럼 글씨들이 쓰여 있다. 맨 위에 쓰인 문장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민주적 공동체 교육'  몇 년동안 나는 환경운동가로 그리고 문화운동가로서 신자유주의와 맞서 싸워왔다. 그런데 싸워왔다는 것은 그냥 내 생각일 뿐이고 애초에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던 것 같다.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괴물'(요즘 잘나가는 우석훈 선생의 표현을 빌려서)과 맞서 싸우기에 나와 동료들의 힘은 너무나도 약했다. 우리는 번번히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논쟁하기 좋아하는 이론가들은 늘 단어 하나하나를 두고 이런저런 해석을 덧붙이며 적절하다 적절하지 않다고 말들을 많이 하는데, 나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맞서 싸워온 두 괴물을 '신자유주의'와 '신개발주의'라고 부르겠다. 이 두 괴물과의 싸움은 앞서 얘기한 대로 늘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숱한 패배 속에서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저항(운동)은 한계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그것은 구호나 선언이 아니라 일상 생활속에 뿌리내린 문화적인 것이어야 했다. 문화적으로 달라져야 저 엄청난 두 괴물에게 싸움을 걸어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문화적으로 달라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교육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너무나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것은 교육 현장인 학교에 가보지 않아도 쉽게 느낄 수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들이 매일 우리의 눈과 귀로 들어오고 있다. 단순히 현상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점도 심각하다. 오직 대학만을 위해 이루어지는 학교 교육. 그리고 오직 취직만을 위해 목숨을 거는 대학 문화.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오면 대학 입시보다 더 치열한 취업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다. 이것이 우리사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오랫동안 교육학을 연구해온 이론가가 외형적 민주화는 이루어졌지만 실질적 민주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를 진단하고 실질적 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 가를 다루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나열하는 것은 지루한 일이 될 것이지만 짧게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1부에서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기조와 한계를 밝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주적 공동체 교육에 대해서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민주적 공동체 학교의 철학과 가치를 생각해보고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공동체의 상호관계를 그려보는 과정이 흥미롭다.

2부에서는 구체적으로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 가를 다루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이 다루어지는 만큼 1부 보다는 좀 더 흥미를 갖고 읽어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민주적 학교(학급)을 만들기 위해 이루어져야 할 부분들을 다루고 있다. 교사가 학생들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태도를 버리고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민주적으로 학급을 운영해 나가야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책은 교육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 읽어내기 어려울만큼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게다가 연구자가 쓴 글이라서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 바로 지금 교육이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 사회가 점점 더 어두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교육의 문제를 단순히 학교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사회 구성원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과 그 측근들 그리고 자본의 힘에 사로잡힌 경영자들, 땅을 돈으로 보는 사람들 등은 모두 사람 자체가 나쁜게 아니라 잘못된 교육을 받고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똑같이 잘못된 교육을 받고 자라서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기회가 없었던 이 사회의 구성원들 대다수는 아직 문제를 일으킬만한 힘을 갖지 못해서 그럴 뿐. 그들이 힘을 갖게 된다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학교만 달라진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바뀌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선생님들이나 교육을 전공하는 연구자들만 이 책을 읽을 일이 아니라 보다 더 폭넓은 다양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글쓴이가 좀 더 대중적인 글쓰기를 해야 할 필요는 있다!) 만약 이런 바람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면 보다 더 많은 학교 선생님들과 교육학 연구자들이 이 책을 읽고 제발 학교만이라도 바뀌어서 나중에 이 아이들이 자란 후에는 '신자유주의'와 '신개발주의'라는 두 괴물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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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사진에 박히다 - 사진으로 읽는 한국 근대 문화사
이경민 지음 / 산책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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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성이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표지 사진이 무척 인상적이다. 표지는 무척 공을 들여서 제작한 듯하다. 전체적으로는 오래된 종이 느낌이 나는 광택이 없는 재질으로 되어 있고, 사진 부분만 광택이 나는 반질반질한 재질이다. 즉 부분적으로 코팅이 되어 있다. 요즘은 책 표지에 신경을 많이 쓰고 돈을 많이 들이는 추세인 듯 한데, 이 책이 딱 그 전형을 보유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꼭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 책의 경우 사진의 느낌을 잘 살린 좋은 표지임이 틀림없으니까.

사실 실제로 읽기 전에는 좀 더 사진이 많을 줄 알았다. 그리고 '경성, 사진에 박히다'가 제목인 만큼 서울 구석구석의 옛 사진들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펼쳐보니 잘못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진이 많다기 보다는 옛 신문기사가 많았다. 이 책은 사진을 통해 한국의 근대, 즉 식민지 조선의 몇몇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읽다보니 좀 무거운 느낌이 든다. 역사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 작가가 굳이 이렇듯 무거운 느낌으로 글을 풀어간 이유가 궁금하다. 책의 내용은 무겁지 않으나, 문체는 무겁다. 쉽게 읽히지 않는다. 옛 신문기사의 인용도 처음에 몇 개를 읽을 때는 재밌지만 뒤로 갈수록 좀 지루해진다. 책의 내용을 고려했을 때,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쓰기를 했더라면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통제하는데 사진을 어떻게 이용했는가를 주로 알려주고 있다. 특히 안창남이라는 비행사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고, 1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한용운의 서대문형무소 수형기록표가 인상적이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유관순의 수형기록표도 만날 수 있다. 2부에서는 사진관의 등장과 대중화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홍경이란 여성사진사와 남편 채상묵이 함께 운영한 사진관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책의 표지사진으로 쓰인 아름다운 여성의 사진도 이 부부가 운영하는 경성사진관에서 찍은 것이다. 3부에서는 사진과 관련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가장 흥미로울 수 있는 부분인데도 이상하게 가장 재미가 없었다. 작가의 글쓰기 방법이 달랐더라면 아마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되었을수도 있겠다. 4부에서는 사진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새로운 현상들을 이야기한다. 사진결혼이란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리고 에로사진에 대한 부분은 생각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이 책의 가장 큰 교훈은 사진은 그것을 찍는 사람의 시각에 의해 기록된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료로써 사진은 흔히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림이나 글과 달리 눈에 보이는 대로 당시의 상황을 담고 있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으로 보는 옛 모습을 의심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없다. 그것은 찍는 사람에 의해 한번 연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현상과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때에도 누가 찍는가에 따라서 전혀 다른 사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 책의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네번째 특집을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젖가슴을 드러낸 여성의 사진이 나온다. 이 유명한 사진은 이전에도 이미 여러본 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이것이 일본 사진사에 의해 연출된 사진임을 알 수 있었다. 근대 여성이 실제로 젖가슴을 드러내고 다녔다는 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 사진이 연출된 것임을 밝히는 것은 의미가 있다. 실제로 일부 학자들의 가설처럼 당시에 여성들이 아들을 낳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혹은 아이들에게 젖을 물리기 편하기 위해 혹은 짧은 저고리가 유행이어서 사진처럼 젖가슴을 드러내고 다녔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일부러 이런 연출사진을 찍어서 널리 유통시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도가 있었다는 뜻이다.

우리가 살아보지 않은 과거의 모습을 자세히 알아보기는 어렵다. 다만 그림과 사진이 있다면 좀 더 쉬울 것이다. 그리고 그림과 달리 사진은 훨씬 더 다양한 모습들을 더 자세히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사진에 얽힌 식민지 조선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다만 다음에는 좀 더 읽기 쉬운 글과 더 많은 사진들과 함께 하는 책으로 작가를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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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별의 집 - 엄마가 쓴 열두 달 야영 일기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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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와 딸 둘, 이렇게 한 식구가 한 달에 한 번씩 절기마다 집을 떠나 자연속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돌아온다. 우선 참 부러운 모습이고,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집 아이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선물을 매달 받은 것이 아닌가? 물론 지금 본인들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아,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부모들로서도 마찬가지이겠다. 요즘 세상에 다큰 자식들이 누가 그렇게 선뜻 따라나서겠는가? 이런 아이들을 둔 부모 입장에서도 매달 소중한 선물을 받아 온 것이다. 가만 나는 자라면서 식구들과 야영을 해 본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야영을 해 본건 아마 열 손가락 안에 꼽힐테고, 그 중에서 우리 식구끼리만 여행을 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 모두다 아버지와 관련된 사람들과 단체로 여름휴가를 가서 야영을 한 것이다. 경험이 없으니 당연하겠지만 야영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이런 경험의 차이가 나중에 아이에게 미칠 영향이 얼마나 될 지 상상할 수 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이 책에 나오는 부모와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제목인 [바람과 별의 집]이란 말이 참 좋다! 총 열 두 번의 야영기록을 읽으면서 매번 바람과 별과 함께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해봤다. 얼마나 멋진 밤이 될 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 책의 표지는 그래서 참 매력적이다. 밤하늘 아래에 키 큰 나무가 여러 그루. 그리고 그 아래에 빨간 텐트와 자동차. 하늘에는 빨간 텐트가 보는 이를 유혹하고 있다. 표지에는 달도, 별도, 바람도 보이지 않지만 나는 볼 수 있었다. 이울어가는 초승달과 밝게 빛나는 오리온자리의 별들 그리고 구름을 몰고 가는 바람이 내 머릿속에 환히 그려졌다. 수없이 많은 별이 수놓아진 검은 밤이라는 이불을 덮고 잔다는 것은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지친 일상의 피로를 날려준다. 그렇게 상상하고 또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황홀한 하룻밤을 그려보는 것만으로 위안 받으며 나는 지친 일상 속을 헤쳐 나갔다.

책 뒤표지에는 이 식구들의 조그만 사진과 함께 짤막한 소개문구가 들어있다. 생협운동을 하는 아빠는 빛나는 별. 높은산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큰 딸, 큰 바다란 뜻의 이름을 가진 작은 딸 그리고 산악잡지 기자로 오랫동안 일했던 글쓴이는 강한 바람이라고 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읽어보니 다 공감이 가는데, 다만 아빠의 경우는 조금 어색하다. 말없이 묵묵히 모든 일을 척척 다 해결하는 아빠는 좀 다른 이름이 더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오랜 기자생활 덕분인지 글쓴이의 필력이 여간 아닌것 같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일단 산악잡지 기자 출신이라서 야외에서의 생활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읽기만 해도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야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천천히 두 번 읽으면서 많은 새로운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이 식구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구석구석 가볼만한 곳들을 잘 알려주고 있다. 역시 고수는 이런 데에서도 다른가보다. 남들 다 잘아는 유명한 곳들 보다는 아주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주 좋은 곳들을 찾아다니는데, 그 장소들이 마침 절기랑 잘 맞아떨어져서 멋진 경험을 선사해주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로 내뱉게 된다.

하지만 책의 분량이 적지 않고 총 열두번이나 되는 여행을 담고 있는 데 비해 내용이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글쓴이가 아는게 워낙 많고 하고 싶은 말이 많기 때문에 이런 저런 내용들이 계속 들어가면서 글을 영양가 있게 만드는건 좋은데, 뭔가 하나의 주제에 좀 더 집중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면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울 수도 있었겠다고 잠시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또 달리 생각해보면 조금 산만해도 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조금은 시시콜콜한 내용들이 대부분 아이를 위하는 엄마와 아빠의 헤아릴 수 없이 넓고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부분들이어서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질 수 있었다. 특히 교육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엄마의 마음을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땅에서 자식을 키우면서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주제이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왠지 지루하게 읽힐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책의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가 쓴 열두달 야영일기’라는 부제가 은근히 부담스러웠다. 왠지 눈에 잘 안들어올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막상 읽기 시작하니 굉장히 쉽게 잘 읽혔다. 지친 일상속에서 다만 하루밤만이라도 도시를 떠나 자연속에서  살 수 있는 이들의 용기와 결단력이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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