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고 싶은 사람 있을 때, 불운한 일들이 겹쳐서 일어날 때,

난 꼭 그럴 때만 쓰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욕하고 싶었던 사람을 객관적으로 낱낱히 해부하여 그 사람에 대한 섭섭함과 일말의 오해를 희석시키고, 불운한 일들을 구구절절하소연 하면서 그러했으나 이젠 좋아질 거라고 주문을 거는 모양이다. 페이퍼로 쓰면서 말이다. 

 나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 병가다. 백발마녀 차장님으로부터 어렵사리(말을 떼는 게 어렵지, 그 이후 절차는 일사천리~) 오케이 사인 받은 병가.

목요일날 출근할 때, 병원에서 만원 주고 발급받은 전치 2주 진단서를 총무부에 제출하면 병가는 간단하게 절차를 마치게 된다. 차장님은 쉴 때 확실히 쉬라며 입원을 그리고 일주일 이상의 휴가가 어떻겠냐고 권하시더라. 많이 흔들렸지만 4월말 하판 앞두고 있는 이 시국에 팀원들의 원성어린 눈길도 심히 밟히고, 그래 내맘도 편하지 않을듯하여 절반 3일 병가다.  

 오늘의 불운한 일 퍼레이드는  이렇다.

어제 일찍 잠들었음에도 오늘 눈을 뜨니까, 9시였다. 새벽에 건이가 느닷없이 우는 바람에 일어나서 토닥이고 분유 타 먹이고 했던 일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이유가 된다면.... 아무려면 어떤가 출근 준비로 서두를 일도 없는데. 그러나 집앞에서 어린이집차가 9시 20분에 찬이를 데릴러 오는데, 그 때까지 준비를 마치지 못할 거 같아서 유치원에 전화를 했다. 오늘은 찬이 차량 등원 안 하고 직접 데려갑니다.

그러나 9시 20분이 되자, 기사 아저씨와 선생님이 연락을 못 받은 모양. 크락션을 빵빵거리고 하기에, 수첩 뒤져서 차량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서 오늘 안 탄다고 다시 말하고 돌아서는데, 찬이가 쉬아가 마렵다며 발을 동동 구른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남방 가슴 주머니에 넣고 아이 쉬아시키다가 그만 세수물 받아놓은 대야에 핸드폰을 퐁당 한거다. 신속하게 밧데리를 분리시키고, 드라이로 말려 줬어야 하는데 정신나간 아침 시간에 찬이 등원 준비시킨다고 마저 씻기고, 하는 와중에 회사에서 전화가 온거다.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나는 상대의 목소리가 잘 들리건만,,,,,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보다. 핸드폰이 고장난 거지. 집전화로 회사에 전화를 하니, 같이 일하는 대리가 암울하게 탁한 목소리로 "큰일났다"고 하는거다. 

 인쇄 사고다. 3학년에서 과목명과 학년이 들어가는 맨 첫장이 백지로 나가게 생겼다. 그 페이지가 백지로 나간다고 애들이 책보고 공부하는데 하등지장 없고, 그 페이지가 아녀도, 표지에서 표2에서 속표지에서 이 책이 뭐고 몇 학년인거 다 나오니까.... 그래도 책이 좀 우습긴 할 거다. 

 잘잘못을 가려 뭣하나 내 불찰이다. 디자인 표지팀과 확실하게 의사소통을 하지 않은 불찰, 제작부와 제판실 부장님께 직접 말씀드리지 않은 불찰( 그 페이지만 뒤늦게 디자인 표지팀에서 작업이 되어서, 표지팀에서 제작부에 직접 넘기기로 말이 되었다가, 내가 1학년 화면 보러 외근 중인 사이 우리 조판소에서 작업해 내리고 했었던거다. 그래서 늦게 나온 그 페이지를 같이 일하는 대리에게 대신 제판실에 내려 달라고 했고 나는 병가를 냈지.) 그 친구는 제판실 부장님에게도 다 이야기가 된 줄 알고, 제판실 부장님이 자리에 안 계시니 그냥 자리에 내려 놓고 온 것이고. 

 그때부터 사정없이 뒤골이 땡기고 머리에서 딱따구리가 콕콕 쪼기 시작하면서 은근하게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이 시작되었다. 눈앞에 산적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일단 찬이부터 유치원에 데려다 준 다음, 나머지 일을 처리하자는 생각에 아이 손을 잡고, 집을 나서는데, 아이가 유치원 차를 타고내리는 집 근처 바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질 않으며, 차를 타고 갈 거라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입속에 혀같이 착착 안기는 맛도 있는 아이인데, 하필이면 이런 날. 영문을 알 수없는 떼부림. 정말 네 머릿속에 들어가 네 생각을 일일히 헤아려 주려 하는 엄마 마음 십분 그 이상임에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그 고집....

우리가 늦어서 유치원 차가 먼저 갔다고 해도, 타고 거야 한다는 거다. 어르고 달래며 용케 유치원 현관 앞에 도착했는데, 집에 도로 가겠다며 대성통곡을 하는 아이. 거의 억지로 담임 선생님에게 떼매어 주며, 엄마가 교실 앞에서 서 있을께 라 하며 선생님과 아이가 교실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버스 정류장 쪽으로 향했다. 핸드폰을 손봐야 하니까. 평소에 버스를 타며 출퇴근길에 봐 두었던 핸드폰 서비스 센터가 서울대입구쪽에 있었다는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세정거장에서 내렸다. 우쒸 한정거장 더 왔다. 거슬러 걸어 올라간다. 드디어 도착. 저 멀리 입간판이 보였다. 건물 근처까지 걸어 갔는데, 도통 입구처럼 생긴 곳이 아리까리. 스포츠 맛사지 해 준다는 층만 크게 입구표시를 해놓고, 건축 자재 같은 건이 건물 1층에 널부러져 있는 것도 불길... 2층이라고 표시되어 있길래 가보니, 입구에 "3월 30일부로 폐점합니다. 구로점과 삼섬점을 찾아 주세요."

 

검색 좀 하고 와 볼걸,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냐....!  

갑자기 허리와 꼬리뼈가 시끈시끈...

금방 좌절모드로 바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류장으로 세 정거장이나 되는 집쪽으로 하염없이 걷고 있더라. 집 근처 병원에서 1시간여 물리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오니 시간은 12시 30분을 향하고 있었다.

엄마가 기운없는 목소리로 내가 나가고 바로 회사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전하신다. 아침부터 춥고 목구멍이 아프시고 입맛도 똑 떨어지셨다고 하시는 엄니는 느닷없는 감기의 방문에 컨디션이 속절없이 다운되신거다.

 

(이러니까 내가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말하는 거다. )

 

회사로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세상에 국어부에 인원이 40여명인데, 우리 팀원 없으면, 다른 데서 내선으로 땡겨 받기라고 해야 할 것 아닌가.

기억을 잘 더듬어 보니, 오늘 5일부로 신입사원이 6명 입사한다고 했는데, 점심 환영 회식이 있는 모양인기라. 그래서 1시가 넘기를 기다렸다가 회사에 전화해서 대리와 후속 처리 문제를 논의하고, (후속 처리랄 것도 없다. 3학년은 인쇄가 이미 끝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은 되돌릴 수 없는거다.) 내 책임으로 일어난 사고니까, 시말서를 쓰든 사직서를 쓰든 책임도 내가 지고, 차장님께 보고도 내가 드리기로 했다. 일이 생기면 집전화로 연락 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자, 이 친구의 목소리가 조금 기운을 차리는 듯.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음식에 대해서 아무 생각 없기도 오랜만이다. 목이 유난히 뻣뻣하니 뻐근해질 때 동반하는 것이 있는데, 속이 울렁~ 하는 증상이다. 속시끄러운 일들 투성이인지라 입맛도 딱 떨어지고.

 

하지만 약을 먹어야 하니까 몇 술을 떠 본다. 이제 삼성역 1번 출구로 나와 미래에셋생명 건물 1층에 있다는 핸드폰 수리 고객 센터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그런데 지하철 타고 갔다고 오기 싫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람이냐면, 구로 애경백화점에서 산 남편 가디건이 사이즈가 맞질 않아서 바꿔야 하는데, 2호선 타면 분주한 신도림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구로역에 갈 일이 깝깝스러워서 집앞 버스 정류장에서 서울대입구 방향으로 가는 아무 버스 잡아탄 다음, 서울대입구 역에서 내려 20여분 기다려 (배차 간격도 참 지랄같지 공항버스 라니깐 뭐...) 6003번 공항버스로 다시 갈아타고 구로역에서 내려 애경백화점 찾아간 위인이지.

마침 근방에서 근무하는 남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네 회사 근처 갈 건데, 한번에 가는 버스는 없을테고, 갈아타고 갈 수 있는 버스가 있냐고 묻자, 무슨 그런 터무니없는 노선을 바라냐는 듯 없다고 모른다고 하네. 근처 가면 잠깐 얼굴은 볼 수 있냐고 물으니, 외근이라 하네.

 
핸드폰을 맡기고, 역에서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린다.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외출중인데다가 어깨통증이 허리와 발끝까지 찌릿찌릿한 것에 대해 몹시 신경 쓰고 있던 와중이었다. 하여 몸에 밴 감각에 따라 발길 닿는대로 걷고 들어오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을 뿐인데,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과는 반대 방향인 종합 운동장역이더라. 이제 이 정도 되면, 헛걸음 헛수고는 그냥 애교라고 생각되는 경지라 나오느니 헛웃음이다.


집에 돌아왔다. 건이는 자고 있다. 엄마가 몸이 많이 힘드신지 기운없는 창백한 얼굴로 누워 계신다. 아이가 잘 때가 유일하게 나를 위한 차 시간을 갖을 수 있을 때다. 게다가 오늘은 힘들었잖아. 얼른 믹스 두 개를 털어넣고 머그컵에 물을 잔뜩부어 과하게 커피를 타 가지고 책상 앞에 앉고, 노트북을 켠다. 커피를 채  두 모금도 마시지 않았는데, 잠에서 깨어난 건이가 기분이 좋은지 벙싯거린다. 아이에게 달려간다. 부비부비 하고 어쩌고 하다가, 아침에 아이 등원시킬 때 서랍칸에서 아무렇게나 빼놓은 옷들 마른 빨래들이 너저분하여 그거 정리하다보니, 누워 계시던 엄마가

"쟤 컵들고 저방(컴퓨터 방)에서 뭐하는 거라니?"

하........   


책상과 방바닥이 커피로 맛사지를 제대로 받는 와중이었던 거다.  조금만 늦었어도, 노트북 마저 에이에스 맞길 뻔... 

 
건이의 요즘 일과 중에 하나다. 식탁이나 책상위에 있는 것들 장님 코끼리 만지는 손 쭉 뻗어 더듬더듬해서 다 내려놓고 내용물 쏟아내기. 지난번에는 식탁위에 올려둔 조림 반찬 그릇을 내려서 방바닥에 쏟아놓고는 철벅철벅 손으로 절구질을 하더라.  

 
5시가 조금 지나서 찬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왔다. 오전에 유치원 현관앞에서 '오늘 잘 놀면, 장난감 트럭 사 준다'고 순간 면피용으로 귓속말 했었는데, 그 때는 시끗도 안 하더니만, 날 보자마자

"엄마가 이따가 장난감 트럭 사준다고 그랬죠오~?" 하며 확인하는 거다. 무서운 녀석.

'일단 밥먹자.' 하니까. " 밥 잘 먹어야 엄마가 사주는 거죠오~?" 하며 끝을 길게 늘이는 말투다.  

밥 다 먹고 나서 장난감 언제 사러 가냐는 채근을 견디기 어려워, '응 설거지 다하고~ '

설거지 다 한다음에는 방책이 안 떠올라 "찬아, 우리 아빠 마중 나갈래?" 라고 물으니, 좋다고~ 트럭이고 뭐고 다 잊어버린 눈치.... 

버스정류장으로 아이 아빠마중을 나갔다. 그 시각이 8시 30분쯤.... 조금 있으니, 아빠가 9번 버스에서 내린다.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 하는 내 눈치를 헤아린 걸까, 오늘 정신없고 의기소침했노라 전화 통화로 했던 말들이 걸렸던 걸까. "우리 시장 갈까?" 하는 남편. 

돌아오는 길에, 보드람 치킨 집에서 (헉,,, 저녁에 삼계탕 해 먹었거늘) 아이와 두 내외 후라이드 반마리 뜯고 생맥주 한 잔씩 걸쳐 주시고.... 남편 님 왈

"아무래도 너 조만간 그만 두는 게 좋겠다." -그럼 이렇게 시간적인 여유도 더 부리며 살 수 있지 않겠냐는 문맥의 말인듯- 그 말에 만감이 교차하는 나.

다사다난 했던 하루였지만 마무리는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찬이도 예의 그 장난감을 득템하고야 말았고, (트럭이 아니라 뽀로로 불자동차라고 편의점에서 파는 9000원짜리로 쇼부쳤다.) 내 꿀꿀함을 헤아려 준 남편이 고마웠다. 

남편으로 말하자면, 요즘 부쩍 피곤해하고 늘 제자리이던 몸무게 마저도 빠지는 거 같아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던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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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10-04-06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산수도?
사바세상이 곧 도 닦는 곳이지요.^^
힘내시고!

icaru 2010-04-06 22: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작년에는 눈물 쏙빠지게 힘들어서 올해는 괜찮겠지 했는데, 아휴~ 언제나 경지에 오를지요~

춤추는인생. 2010-04-0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이게 얼마만인가요?^^
밥 잘먹어야 엄마가 사주는 거죠오..~~ 와.. 찬이가 벌써 그렇게 컸나요 이카루님.?ㅎㅎ
전 아직도 가엾게 울던 찬이의 이미지가 지워지질 않네요.ㅎㅎ 정말 힘겨운 하루이지 않았나 싶어요. 이카루님 수고하셨습니다.
참 찬이동생 건이도 보고싶어요...^^

icaru 2010-04-06 22:2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찬이는 이제 좀 커서 저랑 툭탁툭탁 할 지경이죠.
제가 비교적 점잖은 사람인데, 아주 도발을 시킨다고나 할까요.
건이는 무던한듯 하면서 말썽쟁이예요. 생김새는 곰돌이 같은데, 하는 짓은 생쥐라... 딱 곰쥐...

프레이야 2010-04-07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해주고 싶은 사람, 저도 오늘 있는데
정작 그래주진 못하고..ㅠ
미안하단 말도 옆구리 찔러 억지로 받고 참 어이없어요.
출판사 여직원이요.
이카루님 물리치료 잘 받으세요.

icaru 2010-04-09 10:49   좋아요 0 | URL
ㅎㅎ 지금쯤은 풀리셨나 몰라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상식과 교양의 양날인 혜경 님을 화나게 만들었다면, 그 여직원이 얼마나 어이없는 과실을 했는지는...
물리치료는 꾸준히 잘 받겠습니다~ 후유증 정말 무섭잖아요 ^^;;

순오기 2010-05-13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완전 머피의 법칙이 적용된 날이군요.

2010-05-13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의 앞일은  정말 알 수가 없나보다.


이렇게 거창한 문장으로 시작할 만큼 큰 일은 아니지만서두...

지난 28일 일요일 오후 세시 회사에 출근하던 길에 연희미용고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뀐 걸 확인하고 걸음을 떼려다, 그만 신호를 위반하고 가려는 차를 피하려던 오토바이와 충돌하다. 

오토바이와 부딪힌 쪽은 오른쪽 다리이고, 그 충격에 넘어졌다가 툭툭 털고 일어났다. 검정 정장바지가 흑먼지로 쫄쫄해졌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나이가 아주 지긋해보이셨는데,  인도에서 쓰러져 다리를 부여잡고, 뒹굴고 있었다. 그후 꼭 우리 필자 중에 까칠한 아줌마 김모선생 하고 똑같이 생긴 중년의 여인이 차에서 내려 쓰러진 아저씨에게 가서 뭐라뭐라....한다.

'빨리 회사 가봐야 하는데, 뭐가 이리 꼬인담!'하면서 ' 늦었는데 그냥 갈까, '하다가 막상 크게 다친 데가 없어 보이더라도 그 자리에서 운전자의 명함이라도 받아서 가라던 옛사람들의 조언'이 생각나던 참이었다. 게다가 지나가던 구경꾼 아줌마들이 내게 와서 '아까보니, 크게 넘어지는 것 같던데, 그거 굉장히 오래가요. 우리  신랑도 다쳤었잖아! ' 뭐 이런 훈수들을 두시고. 

그래서 '나도 다쳤거든요!' 하는 얼굴로 운전자 아줌마에게 '나는 오토바이에 치였다. 명함을 달라....!' 하니, 아줌마가 그런 거 없고, 같이 병원 가잔다. 조금 있으니, 구급차가 달려와서 쓰러진 아저씨를 실어 가고, 오토바이 운전자 아저씨의 고용주인 듯한 남자가 와서, 아줌마와 실갱이하고, 경찰이 오고, 아줌마는 병원이 아니라 경찰서부터 가야 하는데, 차에 타라고 하니.... 나는 그럼 아주머니 이름하고 핸드폰 번호를 알려 달라하여 받고 후덜덜 떨려오는 사지를 지탱하며, 회사에 출근했다.

아니, 그 몸으로 출근하냐고 혹시 의아해하고 있을 당신에게...

지난 학기 작업 막바지 화면 오케이 앞두고, 벌어진 집단 식중독 토사곽란 사태와 그 심각성이 유사하다.고 한마디로 설명하면 될까?

회사에 가서 일요일 저녁에라도 보자 싶은 교정지... 집으로 싸들고 오겠다는 생각에....

회사에 가서 정신을 수습하고 보니, 오른손에 들고 있던 가방으로 오토바이를 막아서 그랬던지, 보라색 가죽 가방 앞판이 쓸리고, 검정바지 무릎 부근에 보라색 물이 들었더라. 종아리와 무릎은 멍이 들어 있었다. 가방 안에 있던 내용물 중에 그 와중에 뭐가 쏟아졌을 거라는 사실은 생각도 못앴었는데, 늘 갖고 다니는 파우더팩트 하나가 보이질 않는다. 무엇보다 왼쪽 겨드랑이부터 시작되어 좌측전체에 전해지는 경련....

놀라고 멍해서 그런 거라 생각하며, 그날은 저녁먹고 후딱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월요일 확실히 좌측어깨를 위시하여 목과 왼쪽 팔 손가락 끝까지 땅기고 저릿저릿한데다가 두통까지.....

하지만, 짬이 안 나서 병원을 가보지 못하다가....

화요일 더 명명백백해지는 증상들 때문에 어느덧 단골(지난 김장 때 깍두기 썰다가 손가락 잘린 사건을 계기로)이 되어버린 동네 김철신 정형외과를 찾았다.

김철신 정형외과의 김철신 선생님은 우리 식구들 사이에서는 우리 가족 주치의로 통한다. 김철신 선생이야 그 사실을 알턱이 없으실테고 ^^;;; 울엄마는 혈압약 처방전 때문에 정기적으로 가시지, 나나 남편도 감기 같은 내과 진료마저도 김철신 정형외과를 찾으니까. 이분은 아픈 데를 진지하게 살펴주며,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다. 말씨마저도 소박하기 이를데 없는...

그런 의사가 내린 진단인 즉, 목뼈 7개가 보통은 구부정한데, 나는 꼿꼿하게 서 있단다. 좀 오래 갈 것이고, 시시종종 아플 것이고, 후유증도 올 수 있다 라는....    

화요일을 기점으로 난생 처음 물리치료라는 받고 있는 중이다. 수요일쯤 되니,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온다. 내 상태를 묻고, 치료 잘 받으시라~ 한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크게 다쳤단다.

의사가 했던 말들을 그대로 전하면서, 병원 치료는 계산하지 않지만, 약값은 일일 내가 계산하고, 나중에 보험회사 측에 영수증 모아 청구해야 한다니, 복잡해진다 싶은 거다. 뭐 그런 뉘앙스로 말을 하니, 보험사 측에서는 그럼, 합의를 하잔다. 이런 통화를 앞으로 계속 하지 않는 길은 합의 뿐이다. 라는 생각에 그쪽에서 제시는 방향으로 순순히 오케이 해버렸다. 3년 내에 후유증이 생기면, 연락 달라 하더라.

너무 쉽게 합의를 해버렸다는 후회가 막급해지는 것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증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주치의 선생님(?)마저도 "계속 아프시면, 정밀한 검사도 받으셔야 하고 할텐데, 왜 벌써 합의를 해 버리셨어요?" 하며 나무라시니까 민망해서 식은땀이 다 나려 하더라.   

삼재, 라는 게 있다던데,,, 내가 지금 그건가보다.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액땜?

혹시 지금 작업하고 있는 책이 대박나려나?

우아~ 이 와중에도 사고를 일과 연관을 짓는 나는 정말 훌륭한 직업 마인드를 겸비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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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4-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유증까지 있을 수 있다니 정말 작은일은 아닌 거에요.
교통사고는 그래서 무섭군요. 작은 거다 싶어도 그게 아닌가 봐요.
부디 잘 치료받으시고 아무 일 없이 잘 나으시길 빕니다.

icaru 2010-04-06 01:37   좋아요 0 | URL
아~ 옛날의 혜경 님이시죠? ㅎㅎ 우선 인사부터 드려요~
너무 오랜만이라는...
네.. 정말 사고 당일은 몰랐어요. 이렇게 하루하루 지날수록 아픈 데가 생기는 줄은...

잉크냄새 2010-04-03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교통사고는 휴유증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빨리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icaru 2010-04-06 01:38   좋아요 0 | URL
아유~ 잉크냄새 님 오랜만입니다...!!!!
좋은 소식 들었어요~ ㅎㅎ
넵, 잘 쉬어야 할텐데.. 그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 에긍

느티나무 2010-04-04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큰일날 뻔 하셨네요. 그래도 일단 그만하길 다행입니다. 친구들 사고 난 거 보니까 꽤 오랫동안 입원해 있던데...(땡겨서~) 얼른 나으시길 빕니다. 다시는 사고 같은 거 당하시지 마시구요.ㅋ

icaru 2010-04-06 01:39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저도 참 오래 살았구나... 이런 일도 겪고, 했지 뭡니까~ ㅎㅎ 이만하기 천만 다행이죠. 그렇게 돌려서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사고는 기왕이면 안 겪는게 좋았을 것을...
 

남는 건 책 밖에 없다, 는 어떤 님의 서재 제목. 동감한다. 아주 정확히 말하자면, 남는 건 리뷰 밖에 없는 것 같다. 재밌겠다 싶어 대여한 영화가 틀어보니, 예전에 대여해 보았던 영화일 때 느끼는 어이없음과 맞먹을 정도로 책을 읽었다는 사실만 남을 뿐 내용은 머릿속에 하나도 남지 않은 경우가 늘어만 간다. 그나마 리뷰를 보면, 읽었을 때 당시 느꼈던 소회랄지 내용 일부랄지가 되살아나니까.

단순히 그런 이유뿐만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잘하는 거 하나 없이 난 뭘 한 걸까 밑도 끝도 없이 위축될 때 이 서재에 들어와 수삼사년 썼던 리뷰들을 읽으며, 그래 나란 사람 사실은 그래도 조금은 재기발랄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었지 하며 약간의 에너지를 얻게 된다. 

물론, 눈뜨고 봐줄수 없을 정도로 손발 오그라들게 하는 ‘리뷰를 위한 리뷰’도 있고, 쓸 때 당시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싶게 ‘평정을 잃은 리뷰’도 있다. 뭐 그렇긴 하지만 고런 건 스킵하고, 재밌다고 생각되는 거만 골라 읽는다. 

한 때는 맹렬하게 서재 블로그를 꾸리던 시기가 있었다. 리뷰도 열심! 페이퍼도 열심! 리뷰는 당시 서점측에서 20편을 쓰면 5000원의 적립금을 지급해 주는 제도가 있었던 게 동기 부여가 되었었다. 따지면 편당 250원인데, 한낱 감상문 하나가 자그마하나마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에 감동. 매부 좋고, 누이 좋은 일이 아닌가. 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그 제도가 한시적으로 시행되다가 중단됐지만, 이후로도 리뷰 쓰기에 열 올리기는 식지 않았다. 페이퍼는 알라딘에 서재라는 게 생기고 나서 서재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페이퍼의 경우는 사람 사는 게 그러하듯 재미와 열정도 식고, 또한 지명도 높은 작가가 팬들 의식하는 것도 아니면서, 우습게도 페이퍼를 편하게 작성하지 못하고 쓰면서 자기 검열을 심하게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쓰고자 한다면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데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이런저런 것들이 계기가 되어... 급기야는 카테고리 하나만 남겨두고 다 닫게 되었다. 

하지만 리뷰 만큼은 계속 쓸 수 있었을텐데..... 
 

요즘도 책을 읽기는 한다. 하지만 리뷰는 못 쓰겠더라. 밑줄 긋기도 잘 안 되더라. 위와 같은 이유로 좀더 써보도록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페이퍼도 그렇다. 그냥 편하게 써 보자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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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10-03-1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공감...

icaru 2010-03-19 08:47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면, 항간에 평범한 인터넷 서점에 지나지 않은데, 제게는 특별해졌네요. 둥지를 틀고 애착을 갖고 한 세월이 10년이더라고요... 참 .,.

2010-03-18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9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10-03-18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고르면서 무심히 읽게 되는 리뷰에서 님의 이름을 여러번 발견했더랬죠.ㅋㅋ 와 취향도 비슷한 점이 있고, 내용도 좋았습니다. 저는 열심히 쓰지는 않았지만 여러 사람의 글을 읽으며 감탄했고, 행복하기도 했었는데... 여러 사람이 비슷한 상황인가 봅니다. 저도 책을 읽고는 있는데, 가끔 쓰는 리뷰를 아예 손 놓은지 오래네요. 저도 리뷰는 쓰고 싶은데~!! 암튼 페이퍼 읽고 공감 백 개 날려용

icaru 2010-03-19 08:57   좋아요 0 | URL
진복이랑 우리 큰애랑 동갑이라서^^;; 제가 진복이 커가는 모습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많이 컸죠? 저희 아이도 바람잘날없긴 하지만 열심히 커가고 있어요. 어여쁘신 심상이 최고야 님 서재도 들랑달랑 했었는데, ㅎㅎㅎ
리뷰 써 주시면, 열심히 가서 읽겠습니다~
 

모년, 오월, 오일

오늘은 어린이날이이서,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고, 그래서 늦게 일어났다. 그런데 꽤 고통스럽게 잠에서 깼다. 늦잠이었음에도.... 달게 잤다는 느낌으로 충만해서는 상콤하게 그렇게 잠에서 깨어나 본 적이 언제였던가 싶다. 찌뿌드드 한 게 수면 중에 자세가 드럽게 안 좋았던 모양이네 싶은 생각이 든다. 지금은 회사다. 회사에서 블로그를 써 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오늘은 예외인게 어린이날이잖은가....

가정에 어린 애가 있는 사람에게 어린이날 휴일 근무는 상식적으로 좀 아니지 싶다.

하지만, 상식적인 상황에서 통념에 따라 살아온 인생은 아니기에,

항상 묻곤 한다. 눈 뜨고 일어나 변기 위에 앉아서, 출근길 만원 지하철 안에서, 어찌 이리 피곤하게 사나.... 왜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나 나는 앞으로 어떻게 일생을 살고픈 사람인가 하고....


여러 가지 상들을 생각해 보지만, 그 태도는 “조용하게, 한 템포 느리게”이다. 그리고 목표는 조물주가 내게 맡기신 어린 양들을 잘 건사하는 것.... 요즘 통 책이 읽히지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지금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지금 힘겨워 하는 이유는 내 바람과는 달리 어린 자녀들에게 결코 좋은 부모가 되어 주질 못하는 것과, 경쟁 그리고 전진 전진 ...! 해야 하는 내 일 때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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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7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장 행복했던 때는?

맨 처음 해외 여행을 했던 2001년 여름 8박 9일

일상에 브레이크가 걸릴 때마다 일시적인 청량감을 갖기 위해 이 시절을 자주 회상하는 걸 보면,




가장 두려운 것은?

노후에 주변 사람들 힘들게 만들며 나이값도 못한다거나, 하는 일종의 늙어서 기체후만강하게 살지 못하게 되는 일

 

가장 어릴 적의 기억은?

집...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철봉처럼 생긴 대들보(기둥) 한팔로 잡고 무게중심은 다른 한팔에 두고 몸을 기울여 뺑뺑이 돌던 일 . 돌고 나면 손바닥에 생기던 까만 때...







가장 존경하는 생존 인물은, 그리고 이유는?

김구 선생님 유관순 언니 정도의 누구나 알 수 있는 인물을 대라는 말일까? 그런데 생존인물을 대라 하니, 없네. 만약 있다 해도 아마 그건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는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당신 자신에게서 당신이 가장 개탄하는 특성은?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 부분에서조차 움츠려들 때




타인들에게서 당신이 가장 개탄하는 특성은?

개탄까지야? 그러나 무던한 나도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는 때가 있는데.... 시간 약속을 상습적으로 지키지 않는 부류들을 대할 때?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미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시어머니로부터 날아오는 꾸지람&무언의 비난. 혼날 만하면 꾸중 듣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은 한다.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날리던 된서리 같은 꾸중.. 일종의 그런 것들에 면역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 그게 면역이 아니라 트라우마 같은 게 된 걸터다. 고연히 민감해져가지고는. 다 큰 어른이 되어 누군가에게 꾸중 비슷한소리를 들을 때는 몹시 거시기하다.




자산을 별도로 하고, 당신이 구입했던 가장 값비싼 것은?

내동생은 ‘오다리 교정 기계’, 나는 시집갈 때 혼수로 마련한 가전 제품들? 내보기엔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그런 종류들이 본래 가격대가 그러하거늘, 




가장 소중한 소유물은?

간직하고 있는 것들 중에 소중하지 않은 게 있겠냐만, 또 없어도 그만인 게 사실이라,,,,

중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써온 일기장 정말 소중하다. (근데 그게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 기억은 안 난다. 집구석 어딘가 있긴 있을텐데,,,,)




당신을 침울하게 만드는 것은?

이미 작업한 책에서 나오는 오타와 오류




당신의 외모에서 가장 싫은 것은?

코끼리다리처럼 굵은 다리가 사춘기 이후부터 콤플렉스였는데, 덕분에 다리 하나 튼튼해서 이거 뭐,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건가?

다리 뿐만 아니고, 딱 맞는다 싶은 면소재의 옷을 입으면 여지없이 드러나는 허리와 뱃살들의 실루엣 ....  나이탓이라고 어쩔 수 없다고 위로도 해보지만, 뱃살 안 나온 어르신들도 많다 이 말이지! 그 분들이 비단 체질을 잘 타고난 것만도 아닐거고.

 

가장 매력 없는 습관은?

답하기 어렵네, 자꾸 못난 거만 찾으라 하고 말야.







가장무도회의 의상을 고른다면?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백색마녀처럼 성에가 잔뜩 낀 것 같은 백색 펄 느낌의 허연 얼굴에 새하얀 번쩍번쩍 드레스 같은 거 꼭 한번 입고 싶다. 그 날이 언제나 오려나?




가장 죄책감이 드는 쾌락은?

덮어야 할 순간 덮지 못해 회사에서 교정지 사이로 교묘히 소설책 펼치고 읽을 때 




부모에게 빚진 것은?

때로는 원망도 했었다. 남들처럼 뒷바라지 안 해 준다고, 뒷바라지만 잘 해주셨어도 난 더 클 수 있었는데 함서... 정말 철이 되게 없었지.

옛말이 맞다. 내가 부모가 되고 보니, 드는 생각이다. 글쎄나 -- 갚을 수나 있을까? 받은 모든 것을.... 




미안하다고 가장 말하고 싶은 사람은, 그리고 이유는?

내가 누구한테 가장 많은 잘못을 저질렀더라? 잘 기억이 안 난다. 원래 가해자는 피해자보다 기억하는 게 적다. 그러나 나 때문에 크고 작은 상처받은 사람들 적지 않을 듯도 하다. 그 경중을 헤아려 한 명만 고르긴 무리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은 있다.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 축에 속하는 사람일텐데 , 유독 그 말이 잘 안 나오게 되는 한 사람. 같이 사는 남자다.    




사랑의 느낌은?

자꾸 생각나는 얼굴. 어디에서도 떠오르는 얼굴.




일생의 사랑은 무엇 혹은 누구인가?

나도 엄마라,,,, 제일 금쪽 같은 건 자식이다.




좋아하는 냄새는?

빵은 그닥 좋아하지 않음에도 베이커리 지나갈 때 나는 빵 냄새는 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 공복의 아침 출근길 항상 지나치는 빵집이 있다. 그 집에서 나는 빵 냄새가 너무 곱하기 3 일만큼 사랑스러움에도,, 빵을 좋아하지 않아,, 들어가 빵을 사 본 적 한번도 없다.)

딸랑 하나야? 싫어하는 냄새는 많은데.....




그런 뜻이 아니면서 "널 사랑해"라고 말해본 적이 있는가?

농담으로는 지나가는 멍멍이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수도 없이 했을 텐데, 그런데 진지한 자리에서 남발할 수 있는 그런 단어가 아니지 않나?




가장 경멸하는 생존 인물은, 그리고 이유는?

태생이 악한 자들이 있다. 환경이 경멸스러운 인종으로 길러내서 그리 된 사람도 있을거다. 그리하여 경멸스러운 짓거리를 서슴치 않는 자가 있다. 그런 사람들이야 경멸해 마땅하지. 그런 사람들이 진짜 내 주변이 있다고 한다면, 대놓고 비난하는 것도 의미 없다. 미친개 피하듯 피하는 게 상책. 




당신의 최악의 직업은?

글쎄? 가사일에 젬병인데, 그럼 주부라고 해야 하나?




가장 큰 실망은?

나에 대한, 타인에 대한, 사건에 대한, 사물에 대한, 조물주에 대한???  




당신의 과거를 편집할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1998년 여름 마포구 염리동에 전셋집을 구하기 바로 직전으로 가서  그 집으로 계약을 하지 않는 걸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겠는가?

거슬러 가고 싶을 만큼 행복했던 시절을 말하라는 건가?

아니면, 끔찍해서 지우고 다시 출발하고 싶은 곳을 대라는 건가?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까지는 좋은데 돌아가는 것에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영광스러웠던 기억도 시든 꽃다발 같은 거고..... 싫든 좋든 아름답든 추하든~ 지금은 어슴푸레한 추억일 뿐이다. 죄다.... 




어떻게 쉬는가?

누워서 천장보며.




얼마나 자주 섹스를 하는가?

이런 것까지 궁금하셔요? 하긴 나도 타인들의 성생활에 전혀 궁금증이 없는 것도 아니니, 이해하기로, 그렇지만 통계로 낼 수 있을까?  하고 살긴 한다! ㅋ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던 때는?

없다. 죽음이 아주 가까이 온 적이 있었는데 자각을 못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의 삶의 질을 향상해 줄 단 하나가 있다면?

여행? 여의치 않으면 책으로라도.




당신의 최대 업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남다른 업적 없다. 히..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식을 낳은 것? 




삶이 당신에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일단 한번 살아보라니까요. 하는 것 같다. 정답은 아직 일러주지 않터라는.......

 




우리에게 비밀을 하나 말해 달라.

비밀이 많다. 내가 좀 음흉한 사람인가보다. 그 중에서 약한 거 하나.

화장도 지우지 않고, 꿈나라로 갈 때가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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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8-21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해요, 약해. 너무 약해. ^^

느티나무 2008-08-2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마지막으로 '비밀'부분에서 약해요^^;; 뭔가를 기대하고 있었나 봐요ㅋ

마냐 2008-08-22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래도 솔직하신것. 전 약한걸로 해노코...그게 약하단 소리를 살짝 빼먹었는데..ㅋ

icaru 2008-08-2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그럼, 조금 더 센 것 하나.. 아직 아는 사람이 몇 안 되는 사실이에요.
둘째를 가졌어요~ ^^;;;
마냐 님 - - 이제 날이 선선해요. 시아버님 방에 들어가서 주무시게 되겠죠?


느티나무 2008-08-23 00:23   좋아요 0 | URL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마냐 2008-08-24 02:01   좋아요 0 | URL
으왓~ 축하해요. 제가 젤 잘한 짓이 둘째를 낳은 것이라고 늘 생각함다...하나와 둘은 아주 다르고..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달라요. 넘 좋아요. 아마 쑥쑥 잘 자랄거여요. 미리미리 축복 가득~~ (울 시아버님의 더 큰 문제는...심야 바둑TV 시청이람다. --;;)

조선인 2008-08-25 10:04   좋아요 0 | URL
와하하하하 축하해요 축하해. 둘째 키우는 재미는 또 다를 겁니다.
그나저나 마냐님, 흐음, 마루 취침 못지 않은 문제네요.

icaru 2008-08-25 11:2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둘째라는 존재가 음, 그렇군요. ^^ 계획한 임신이긴 하지만, 뭐랄까요. 제 나이 때문에 진작에 아이 가져 낳을 걸 싶은 게... 몸이 아주 고단해 죽겠네요. 입덧도 그렇고요. ㅠ.ㅠ 아,,, 시아버님 어쩌,, 답이 안 나오네요 흐흐..
조선인 님!! 박장대소 그 웃음의 의미는 ㅋㅋㅋ

조선인 2008-08-26 08:32   좋아요 0 | URL
박장대소는 동지의식이죠. 히히.

hanicare 2008-08-22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쪽 아이 무럭무럭 잘크죠? 이젠 금덩이가 되었겠지요...

icaru 2008-08-25 11:16   좋아요 0 | URL
하하... 늘 그리운 하니케어 님
아이는 몸의 성장은 둔화 추세인데,,, 말도 늘고,, 이젠 제법 데리고 놀만해요~

2008-08-22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5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6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9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일리 2009-08-08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언제 이런 글을 쓰셨더랬지? 하며 반갑게 읽고 갑니다. (그만큼 격조했네요..^^;)
지금쯤 둘째도 한창 잘 크고 있겠죠? 정말 정말 축하드려요.

꼬마별 2010-03-1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 읽게 됐어요
글 쓰신지가 한참 되었는데
지금쯤 둘째 아이는 돌지나서 2살이나 세살쯤이겠네요
한창 말배우고 돌아다닐 나이일텐데 귀엽겠네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icaru 2010-03-12 09:19   좋아요 0 | URL
ㅇㅎㅎ 언제 쓴 글이랍니까 ㅋ
둘째는 어그제 돌잔치 했어요.
정신없고 어수선하고... 그런데 참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