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이 깨기 시작할 무렵이 하루 일과중 가장 공포감에 휩싸이는 순간이다.

잠에서 깨어나 새날을 맞이하려는 그 시각.

그날 소화해야 할 일 몇 가지가 머리속에 스쳐가는 게, 아니라...

몸의 어느 부분이 쑤시는 것을 보니, 이 노릇을 오래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치명적인 병을 감추고 있는 몸. 그것이 바로 내 몸 상태가 아닐까 하는 무의식 저 밑의 공포....

그런데, 반전은 일단 기상하여 하루의 궤도에 진입했을 때이다.

 

불길한 예감 같은 확신없는 공포 따위는 까마득히 사라지고,

희망도 딱히 없지만, 절망 또한 하지 않는 어쩌면

아무생각없는 사람처럼 하루를 굴리고 있다.

 

내 머릿속처럼 뒤죽박죽인 정리 안 된 서랍 따위가 가끔 거치적거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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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12-02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이깨는 순간의 그 느낌을 아주 잘 표현하셨어요.
저는 몸도 그렇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 있으면 어쩌지??무뭐 그런 불안감까지,,^^;;
그나저나 오랫만에 인사드려요.
추운데 건강 잘 챙기시고 따뜻한 12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icaru 2012-12-05 08:28   좋아요 0 | URL
아~ 나비 님,, 알라딘 들어오면, 간간히 들어가서 눈으로 꼭 근황 확인하고 그랬어요~ 참 동에번쩍~~!!하게 스펙타클한 생활을 하신다고 생각했었죠~ 건강 꼭 챙기시고요 ^^ 12월은 좀 여유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 책도 좀 읽고, 알라딘 서재에 올 일이 많게 그리 살고 싶어요 ^^

기억의집 2012-12-07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침에 아, 어제 배추된장국(애아빠가 아침엔 꼭 된장국을 고집해서~)끓여놓고 자서 다행이다,딱 오분만 드러누워 있어야지하고 이러면서 깨어날 준비를 하는데... 어떨 땐 아침에 된장국 끓이지 뭐~ 이랬다가 결국 계란국이나 감자국 끓일 때가 있거든요. 애아빠가 된장국 이외에는 무척이나 싫어하는데요. 큭.

오늘같은 주말엔 공포감 없이 일어나셨는지요. 카톡 보니 지난 주 주말엔 삼촌 결혼하신 것 같던데....흐흐 문구 하나만으로 지인의 하루 일과를 상상하는 것도 재밌던데요.
똑같은 일상이지만 그런 반복적인 일상이 있다는 게 또 고마울때가 있잖아요~

icaru 2012-12-05 08:33   좋아요 0 | URL
배추넣고 끓인 국이 국물이 아주 시원한 걸로는 으뜸이기는 하죠 ^^

아하하하,, 보셨군요. 걔가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좀 남다르다 싶은 사연이 있는게 ㅋ 2년전 상견례까지 하고, 결혼이 틀어져 헤어졌다가, 다시 올 2월에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캬...
맞습니다. 반복적인 일상의 고마움 맞아요. 안도감을 주기도 하는데...

북극곰 2012-12-0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힘든신걸까요?
나이가 드니 몸의 변화에 민감해지고 여기저기서 몸이 비명을 지르니 살짝 겁도 납니다.
일하랴 집일하냐 애들 돌보랴 정말 몸이 안 남아나긴 하죠.
잘 챙겨먹고, 몸 관리 잘하면서 일하세요!!

icaru 2012-12-05 08:36   좋아요 0 | URL
어제 뉴스를 보니까, 올해 태어난 아이들, 여자아이는 100명 중 4명, 남아는 100명중 1명이 백세까지 살 거라는 통계가 나왔다대요 ^^
나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 들고, 제가 은근 오래 살고 싶다는 집착이 있어서, 스스로가 징글징글하게 여겨질 때두 있어요 ^^

나이가 드는 증거인지,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혹시???? 하는데, 병원은 또 죽어라 안 가요 ^^;;;;
 

분명 저녁을 구내 식당에서 먹었는데,,,

폭폭 퍼먹었는데,

콩나물국에 김치하고 깻잎하고

찬은 그래도

밥은 뿌듯이 가득 먹었다.

저녁 밥 먹은지 한 시간 남짓 흘렀는데,,,

어디선가 내 자리까지 맡아지는 김치볶음밥 냄새 땜에~

시장기가 다시 밀려오는 저녁이다.

운동량이 없어서,,, 배가 쉬이 꺼질 일이 없는데,,

정신적 허기를 위장의 허기로 착각하고 있는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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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11-12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채도 있었다,,,, 아무리 형편없는 식단으로 운영된다 해도, 배식판의 반찬 칸은 세칸 ㅎ 잘 봐주면 네칸

북극곰 2012-11-15 08:47   좋아요 0 | URL
회사밥은 식단으로만 보면 완전 훌륭한데 문제는 질과 맛이...

야근하고 계셨군요. 겨울에는 더더욱 늦게까지 일하는 게 싫어요.

icaru 2012-11-16 13:23   좋아요 0 | URL
부대찌개라고 식단표에 되어 있어서 가 보면, 고춧가루 푼 멀건 국에 햄 두세조각 둥둥이요~ 자고로 부대찌개라면, 라면사리도 있고,, 씹히는 고기 살점도 한두점 있고 그래야지 말이죠. ㅎㅎ 입이 아프죠 뭐,,, 더 말하면~
11월말까지는 야근이요~ 힘들어도 징징댈 데가 없어서,,
스산해 죽겠어요 ^---^

책읽는나무 2012-11-15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수 있어요.
구내식당 밥은 이상하게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가 금방 꺼져요.
더군다나 반찬이, 배가 빨리 꺼지는 채식위주였군요.ㅋㅋ
기름기 있는 음식은 몸에 좋지 않다지만,
야근할때는 기름기 음식을 먹어줘야 큰일(?)을 할 수 있어요.든든하게 드세요.^^
날이 자꾸 추워지네요.건강 조심하세요.

icaru 2012-11-16 13:26   좋아요 0 | URL
식당밥은 찐밥이라 그렇담서요? ㅎㅎㅎ
책나무 님의 '큰일'~에서 왈칵 눈물이 나올뻔 했지만... 겉으론 큰 웃음을 지어요! 아,,, 놔,,, 약해졌나봐요. ㅎ

기억의집 2012-11-16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 야근 이시면 아이들은 부군 몫인가요? 흐흐. 울 딸이 오늘 잡채 해 달라고 했는데, 까 먹고 있다가 이카루님 댓글 보고 생각 났어요. 오늘 꼭 해 주어야지~
바쁘시군요. 9일 이후 이카루님도 잠수타신 거 보니.
어휴, 저는 애아빠랑 아들냄이 사고쳐서 수습하느냐고 꽤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네요 아들애가 친구눈을 다치게 했거든요. 고의가 아닌 실수로..... 고민이에요. 눈이 나을 기미가 안 보여서. 오늘도 병원 가는데, 아무래도 큰 병원쪽으로 옮겨야할 것 같아요. 휴~ 이카루님 아들냄이 상해보험 꼭 드세요. 울 아들냄은 얌전해서 절대 상해로 학교 갈일 없다고 자신 했는데,,,,, 사고가 나네요. 상해보험 들면 친구를 다쳐도 보험료가 나온다면서요. 진작 왜 그걸 안 들었나 몰라요~

이제 곧 점심시간~ 맛나게 드심!저도 나무님 서재에 들린 후 점심 먹을까 해요.^^

icaru 2012-11-1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님네 집 오늘 저녁엔 맛있게 잡채 해 드시겠고나~ ㅋㅋ
점심 먹고 와서 바로 기억님의 갓 달린 따끈한 댓글 봐서 넘 므흣해요 ^^
그나저나 꽤나 다사다난한 날들.. 아~ 정말 남자아이들은 한번 사고 없이 키우는 게 이상할 만큼,,앞일모르게 흔하달까,,,현대해상 어린이굿보험이었나 그런 거 들었는데,, 언제 약관 한번 꼼꼼히 봐야겠어요~

저는 오늘 두통이 좀 있는데,,, 눈 때문이예요. 눈이 띵띵 불었어요. ㅋㅋㅋ

아휴~ 나이들수록 왤케 눈물이 흔해지는 걸까요? 물론 억울해분통터진다거나,,, 눈물없인 볼 수 없을 만큼 동정이 인다거나 하면 눈물이 나는데, 적어도 전,,, 저 자신이 불쌍해서 운 기억은 없었던 거 같은데요. 어제는 좀 달랐어요.
 

 

종각역에서 내려 찾아갔던, 유정 낙지집~~~!

 

 

 

 

 

 

 

 

사람은 어떻게든 살게 마련.

음식 만드는데 드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나 대신 식생활의 기발함과 영민함에서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아이들 아빠.

블루베리 쉐이크와 아이스홍시라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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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9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9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생이 TED사이트를 알려줘서, 최근에 들어가서 몇몇 강연 동영상을 봤다. 천여편 이상에 달하게 한국어 번역이 되어 있는 중에서 제목이 끌리는 것으로 골라봤다. 내 주 관심사는

자녀 교육, 노후 생활, 암 극복 등등으로 몰려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삶을 다시 대하게 되었다는 주제.

어제 본 것은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구사일생 목숨을 구한 어느 중년 가장의 이야기였다. 죽음을 목전에 두었다가 덤으로 인생을 사는 사람 특유의 달관과 여유 변화와 긍정의 이미지가 시종 유쾌하기까지 보였다.

사고 이후 자신 삶에 변화된 점 세 가지를 이야기하는데,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가 뭉클했다. 비행기가 곤두박질치고 뉴욕 허드슨강의 강물이 다가오고 있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그런거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죽는 게 무섭지는 않았다고 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평생 이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너무 슬펐다고. 인생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자기의 인생을 분명 사랑했다고.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자로 그릇된 판단을 하거나, 가까운 이에게 상처를 많이 주는 삶이었지만,,,그리고 생각이 한 가지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했다. 딸들이 자라는 것을 보고 싶은데....

 비로소 자기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목표를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

 

사람에게 있어, 평생에 지키고 싶은 것이란 이렇게 단순하고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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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2-08-2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인생에서 중요한 건 단순하고 분명한 것인데....
출근시간에 쫒겨 아이들에게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왔더니 출근길 내내 맘에 무거워졌어요.

요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두번 연거푸 읽었는데요,(한창 베스트셀러였을땐 또 청개구리심리가 발동해서 안 읽다가 ㅎ) 가슴 깊이 와닿더라구요. 나이가 요 만큼 들어서 더 공감할 지점이 컸는지도 몰라요.

스트레스를 풀고자 어제 책을 한다발 질렀더니 기분이 좋아욧! 이렇게 삶도 단순하군요. ㅋ

icaru 2012-08-2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먼저 웃어서 죄송해요~ 공감의 의미예요)
저도 아이들과 분리된 공간에 있을 땐 애들 생각 잘 안하는데, 어제오늘 유독 얼굴들이 아삼삼해지네요. 큰애한테 꾸중을 좀 했는데, 꾸중이 아니라,,, 히스테리적인 비난 같은 거였어요. 자주 잊어먹어요.. 뭘 위해 이러나 싶고..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지금의 남편이 남자친구였을 때 서로 심하게 밀당하다가 잠시 결별했을 적에 잡았던 책인데,, 상황이 그래서 그랬는지, 책 내용 때문이었는지,,, 엉엉엉 울면서 본 기억이 지금도 아주~~~ 선명해요!!

그거 읽으면서 내가 먼저 화해하자고 해야 겠다 했던 거 같고 ㅋㅋㅋ 모리할아버지 덕분에(?)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한 스토리가 되어버리나욤 ^^

아무튼,,, 마음의 카타르시스를 좀 얻고저 저도 책 좀 지를까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ㅋㅋㅋ ㅋ

책읽는나무 2012-08-2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중년으로 접어들었다는 증거인가요?
저의 관심사 또한 육아,노후,건강 이 세가지 밖에 없는 듯한데..ㅋ
거기다 보태기 한다면 독서??
를 해야 이 세가지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요즘 서재질 잠깐 손놓고 그생각을 바로 하고 있었거든요.ㅎㅎ
그래서 이페이퍼가 엄청 공감되게 읽히네요.

요즘 전 한참 잠잠했다가(실은 넘 더워 널브러져 있다가) 달력을 보니 담주 월요일에 아들녀석 개학인거에요.방학숙제 한 것 보자고 검열했다가..철푸덕~~
그래서 다시 못된엄마 하고 있어요.ㅋ 그래서 곁에 있는 쌍둥이들도 같이 혼나공~ㅋ
나도 한 번씩 언제쯤이면 내가 착해질까? 그런 생각 많이 합니다만...
그길은 참 멀어 보이네요.

헌데..<모리와~>책이 결혼을 성공시켜준 멋진책이었군요?
전 갑자기 머리맡에 있는 옛날책을 꼭 읽어야겠다 싶어 째려보고 있었던 책이 <모리와~>책인줄 알고 마구 반가워하다 다시 책제목 보니까 <폰더씨~>책이더라구요.
요즘 혼자서 오독 넘 심하게 하고 있어요.노안이 오는겐지..ㅠ

icaru 2012-08-28 09:43   좋아요 0 | URL
ㅎㅎ <폰더씨~> 에피소드 심하게 공감하게 되네요. 폰더씨 뿐만 아니라요...<모리와~> 책은 혼동되는 경우가 많은 게 전, <나비와 잠수정>인가 하는 책하고도 혼동했어요. 혼동이라는 게 뭔가하면,,, 같은 이야기를 제목만 달리해서 낸 거라고 생각했다는 ㅠㅠ)

나쁜 엄마 노릇하신다는 것도 그래요 ^^ 전, 큰애가 7살인데도 이리 갈등을 겪으니 말이죠~ 내 아이는 도저히 느긋하게 객관적으로 봐 줄수가 없는 이 엄마라는 사람의 마음 ㅠㅠ) 되려 아빠들은 되게 객관적이더라고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은 알 수 없다며,,, 잘 노는 게 최고라고 하지요...
아마 아이들을 옆에서 나만큼만이라도 지켜보게 된디면,,, 그런 말을 입에도 붙일 수 없다는 것을 ... ㅎㅎㅎ

2012-08-23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8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8-2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동영상 보고싶어요. 가을을 맞아 삶의 목표를 다시 들여다 보고프네요. 저는 책은 계속 질러 놓고 카타르시스는 많이도 느꼈건만 그 중 읽은 건 만화책과 추리소설 밖에..

icaru 2012-08-2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http://www.ted.com/
이 사이트인데,,저는 번역된 걸로 보는 게 약간 매끄럽지 않고, 맥락이 끊기는 번역도 감수하고 보느라,,, ㅎㅎㅎ 근데, 만치님은 강의 진수를 제대로 음미하실 수 있으시겠당 ^^
 

아이를 키우며 

                                     
                       렴형미



처녀시절 나 홀로 공상에 잠길 때며는

무지개 웃는 저 하늘가에서

날개 돋쳐 훨훨 나에게 날아오던 아이

그 애는 얼마나 곱고 튼튼한 사내였겠습니까





그러나 정작 나에게 생긴 아이

눈이 크고 갸날픈 총각애

총 센 머리칼 탓인듯 머리는 무거워 보여도

물푸레아지인 양 매출한 두 다리는

어방없이 날쌘 장난꾸러기입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고삐 없는 새끼염소 마냥

산으로 강으로 내닫는 그 애를 두고

시어머니도 남편도 나를 탓합니다

다른 집 애들처럼 붙들어놓고

무슨 재간이든 배워줘야 하지 않는가고





그런 때면 나는 그저 못 들은 척

까맣게 탄 그 애 몸에 비누거품 일구어댑니다

뭐랍니까 그 애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데

정다운 이 땅에 축구공마냥 그 애 맘껏 딩구는데





눈 올 때면 눈사람도 되어 보고

비 올 때면 꽃잎마냥 비도 흠뻑 맞거라

고추잠자리 메뚜기도 따라 잡고

따끔따끔 쏠쐐기에 질려도 보려무나





푸르른 이 땅 아름다운 모든 것을

백지같이 깨끗한 네 마음속에

또렷이 소중히 새겨 넣어라

이 엄마 너의 심장은 낳아주었지만

그속에서 한생 뜨거이 뛰어야 할 피는

다름 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단다





네가 바라보는 하늘

네가 마음껏 딩구는 땅이

네가 한생토록 안고 살 사랑이기에

아들아, 엄마는 그 어떤 재간보다도

사랑하는 법부터 너에게 배워주련다

그런 심장이 가진 재능은

지구 우에 조국을 들어올리기에 .......

 

 

 

 

등단을 1987년에 했고, 이 시는 2002년 <조선문학>지에 출전됐다길래, 뭐지? 했었다. 북한 시인이었다. 북한에서도 아이를 키울 때, 자연의 섭리에 거스르지 않고, 사랑하는 법을 아는 아이로 키우는데 우선할지, 실용적인 재주를 가르치는데 먼저 신경쓸지 고민하는 것은 매일반인 모양이다.

 

고추잠자리도 잡고, 송충이에 찔려도 보고, 눈 올 때 눈맞고, 비올 때 비맞고,,,

사랑할 줄 아는 심장을 가진 아이로 자라기를 소망하는 것은 남한에 사는 이 엄마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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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7-1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할 줄 아는 심장을 가진 아이로, 저도 그렇게 길러보고 싶은데
그러질 못 한 건 아닌가 좀 아쉬워요. 자연과 벗해주지도 못했고
모유로 키우지도 못했고 좀더 자애로운 엄마가 되어주지도 못했고요.
렴씨라서 누굴까 했더니 북한시인이었어요.^^
꾸밈없이 좋은 시네요.
이카루님 고마워요.^^

icaru 2012-07-12 11:57   좋아요 0 | URL
어떻게 키우든, 지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긴 해요~

'심장은 낳아주었지만 그속에서 한생 뜨거이 뛰어야 할 피는 다름 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단다'라고 하는데서 더 큰 위로를 받는 엄마입니당 ^^

그리고 모유 수유요! 저도 모유 수유를 몇 달 하긴 했지만,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모르겠고, 영양적인 측면에서는 굳이 악조건을 딛고 고집해야 할 필요는 없겠다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

책읽는나무 2012-07-1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그런가봐요~끄덕끄덕
오늘 비가 완전 퍼붓는데 혼자 우산쓰고 막 돌아다녀 봤거든요.
좀 재밌더라구요.ㅋㅋ
애들도 참 재미나겠다 싶었는데 저쪽에서 우산을 들고 있긴 한데 한 녀석이 물에 빠진 생쥐꼴마냥 아래,위 옷이 홈빡 젖어 혼자 신나서 물장난하고 있더라구요.
누군가 봤더니 울아파트에 사는 나랑 동갑인 엄마의 1학년 아들이더라구요.
고녀석 좀 한 개구쟁이하는데..비가 많이 와서 완전 필 받았나보더라구요.
한 시간째 비맞고 놀았다더군요.
나는 큰맘 먹고 오늘 좀 그아이처럼 신발 다 젖도록 그렇게 놀긴 했지만요.
사실 내애는 소심해서 그리 못놀리거든요.헌데 동갑인 그엄마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마냥 아이가 놀고 싶은대로 그냥 그렇게 놀게 내버려 두면서 곁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스타일인데요.매번 볼적마다 좀 많이 배워요.ㅠ

시인의 엄마 얼굴에 오늘 본 그엄마의 얼굴이 오버랩되는군요.

2012-07-12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2-07-1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뭉클한 시네요. 오늘 아이들 이끌고 태권도 학원에 데려가 주고
해든이를 피아노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피아노 학원도 들렸다 왔어요.
그런데 피아노 선생님이 한글부터 가르쳐서 보내라고 하는거에요.ㅠㅠ
저는 아직 가르칠 준비가 안 되었고 아이도 배울 준비가 안 된것 같기에,,,
아무튼 아이들이 축구공처럼 맘껏 딩굴기엔 여건이 힘든것 같아요.ㅠㅠ
한글을 지금 가르쳐야 할까요? 만 4세인데???
이카루님께 상담하고 있는,,,ㅋㅋㅋ

icaru 2012-07-12 11:44   좋아요 0 | URL
저에게 이런 상담(?)을 하신 분은 뤼야 님이 처음이세요!!! ㅋㅋ 첫인물되겠습니다~
만 4세면, 6세인거죠? 한글은 6세 가을겨울쯤에 시작하시면 되잖을까 해요..~~ㅋ
우리 큰애가 그랬었기에, 피아노도 처음엔 이론공부도 뭐다 해서, 한글을 좀 알아야 하나 보네요~ 그렇게 안 하는 학원도 있겠죠~~
7살 아들의 친구(여아)가 피아노를 배우려고 학원에 갔는데, 선생님이 자꾸 아이가 늦다 못 따라온다 ~ 하더래요. 그래서 알아봤더니,, 학원 수강생 대부분이 초등생들이고 유치원 다니는 아이는 이 아이 하나라서,,, 선생님이 성장 발달에 따른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웠는 모양인지..
ㅋㅋ
아무튼,,, 환경이 그렇지 않은 건 참 애석한 일야요~ 시멘트바닥에서 뒹굴 순 없으니 ㅠㅠ)

마녀고양이 2012-07-12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다...... 시가요.
읽으면서 기분이 환해집니다. 아휴휴.

북한 시인이군요. 그렇군요... (어쩐지 끄덕거려지는..)

icaru 2012-07-12 11:4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죠~ 어휘하며, 총각애라고 해서,,, 수염 거뭇거뭇한 청년을 막 떠올렸고, 조국을 들어올린다고 해서,,, ㅋㅋㅋ
일하다가 읽게 된 시인데요~ 너무 재밌는 건 이 시의 카테고리가 세계문학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

기억의집 2012-07-12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
아이가 커 가면서 내버려 두긴 하는데, 어느 선까지 제가 간섭해야하는지 판단이 잘 안서요.
이번에도 기말이 개판이어서, 제가 한소리 좀 했어요. 널 자유롭게 나두는 것은 너의 자유만 만끽하는 게 아니고 책임까지 준 것데 이거 뭐냐고요. 아, 정말 뭘 어떻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 시 읽으니 심상은 자유로운데,,,, 한편으로 천방지축인 아들이 떠 오른다는.

icaru 2012-07-13 08:53   좋아요 0 | URL
이런 시 읽으면 한편으론 자책하게 되죠~ 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엄마란 생각에. ㅎ
저는 어제 아이를 울렸네요. 숙제하면서요~ 유치원 선생님께 자극적인 이야기(주말동안 숙제를 가지고, 테스트를 했는데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해내는 걸, 우리애는 못했다고..)를 듣고는 아이 상태를 체크하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인 거죠.
참,,, 부끄러운 이야기예요. 자꾸 일곱살 아이하고 이럼 안 되는거잖아요 그죠? 기억님 ^^)
최근에 도서관에서 아이와의 기싸움이라는 책을 빌렸는데, 책 면전에 두고 한숨부터 푹푹 쉬고 앉았기는 또 오랜만예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