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흉년 - 상 박완서 소설전집 2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화제작! 문제작! ... 아마 이 소설이 발표될 당시의 카피가 그런 것 아녔을까. 

모처럼이다. 주인공 지수연처럼, 위악적인 여자 주인공을 만난 것이. 가치관의 배반으로 미모와 성을 가해의 수단으로 삼는 공격형 지성.
시대는 1970년 중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배경은 도시 서울. 물질 중심주의와 여성 억압에 대한 비판 등 일상적 경험을 사회 비판과 연결지어 작품화하였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하면,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온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따뜻한 밥상을 생각하지만, 이렇게 파편화된 가족도 있다.
지수연은 남녀 쌍둥이이다. 할머니는 지수연를 증오한다. 남매 쌍둥이는 쌍피붙는다는 옛말 때문이다. 그런 할머니를 지수연 또한 철저히 증오하리라 마음먹는다. 예전의 사회적 가치와 이데올로기를 오롯이 간직한 할머니.
1.4 후퇴 때 빈집을 털고 양공주를 거느려 돈을 모아 동대문 시장 포목점 골목에 거부로 부상한 어머니. 돈많은 아내 몰래 불구의 가난하고 못생긴 여자와 이중 생활을 하는 아버지.
어머니의 일류병과 허세와 사치, 금력의 꼭두각시로 맹목적 삶을 사는 법관의 부인인 수연의 언니 수희.
탈춤, 드럼 연주, 데모, 오랜 철장 생활 등, 어떤 것도 다 가능한가 하면,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는 방랑자 지성. 수연의 애인인 구주현. 
형부이자 언니의 검사 남편인 서재호는 수희와 결혼전 수연을 강간하고도 모른척한다. 아버지는 어머니 몰래 돈을 빼돌려 불구의 여자와 그 사이에 낳은 아이를 먹여 살리고는 나중에 그 사실에 들통 났을 때, 되려 화를 내며 어머니를 구타하고 어머니는 불구의 몸이 된다. 아버지의 정부의 오빠이자, 집의 운전 기사로 있던 최기사는 어머니와 그렇고 그런 사이다. 모두들 비열하게 서로를 속이고 있는 가족 관계.
자식들에게 돈을 덕지덕지 처발라, 학교를 보내고, 아들과 가난한 여학생과의 교제를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고 나서는 어머니의 삐둘어진 모성.

있는 것은 돈 뿐이고 가족 관계는 헝클어진 정말 심난한 집안이다.

정상적인 일상의 질서 속에 사는 행복한 사람들은 알기나 알까. 이 도시의 맹장 속에서의 인간들의 끝나지 않는 기다림에 대해서, 끝나지 않는 수모와 원한에 대해서.

파국을 치닫는 이 가족에게 희미하게 나마 난국을 해결할 전망을 제시해 주는 인물이 쌍둥이 오빠의 여자 순정이다.

너무 간만이다. 이리도 적나라하고 파편화된 정도가 심각한 작품. 그것도 가부장제와 물질주의에 대한 고발이다. 이 소설은 실제로도 드라마 되었었다고 한다. 수연 역은 박순애가, 수연의 쌍둥이 오빠는 김주승이, 처제를 욕보인 검사 형부는 유인촌, 그리고 수연이 사랑한 남자 구주현은 김영철이.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05-02-1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고 돌리고 묶고....정말 복잡한 가정사네요.
요즘 박완서님의 작품에 완전히 몰두하신 모양입니다.^^

플레져 2005-02-1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로 얼핏, 본 것도 같아요. 박순애는 기억하는데...
복잡한 가정사가 없다면 세상이 꼬일 일이 없을 지도 모르겠어요...ㅎ

icaru 2005-02-15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 예...오래전에 사 두었던 걸...읽었어요...삼백사십여페이지 짜리 두권이라...시간도 좀 걸렸고요...리뷰로 쓰지 말까 싶었다가, 공들인 시간도 있고 해서, 끄적였는데...밀린 숙제 해치운 거 같아 속이 시원타 싶기도 하고요...... 리뷰가 좀 많이 미진한 것도 같고...참...여러모로 뒤끝이 남는 작품인듯해요...
앞으로 한참동안은 박완서 님 작품 보는 거는 좀 미뤘다 해도 될성싶어요...

플레져 님... 저도 박순애가 나왔던 것만 어렴풋이 기억한답니다...나머지 인물들은...호밀밭 님이 알려 줬어요...ㅋㅋ

2005-02-15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15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네르바 2005-02-15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의 흉년을 TV드라마로 봤었지요. 전 참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드라마였어요. 박순애와 김주승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 때, 박순애는 참 청순했었는데.. 얽히고 설킨 가정사에 푹 빠져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님은 참 부지런하셔라. 궁금한 점... 잠은 몇시간 자나요?

icaru 2005-02-15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좋으시겠당 ^____^
또 속삭이신 님.. 88혹은 89 그랬군요~ 저도 봄방학이나 겨울 그쯤에 해 주지 않았나 싶어요...유선 방송으로 낮에 몰아서 방영해 주었던 것 같은 기억도 나고요...그럼서...박순애 밖에 생각을 못하다니... 순정이 역은 누가 했을까나...ㅋㅋ 님 아세요?
미네르바 님~ 님도 이 드라마를 기억하시는군요... 아, 박순애는 인현왕후에서 전인화랑 같이 나오던 사극으로 보았던 게 마지막이던 듯 싶어요...그러고보니, 박순애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갑자기 그게 궁금해지네요~ 저요, 잠...전..십대 후반과 20대 전반을 못된 잠습관 때문에 그르친 사람 중에 하난 걸요~ 지금도 잠은 많아요..특히, 아침잠... 그래서 진짜...출근을 하는 매일 아침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일어나지요...아조...게으른 사람입니다...저,

내가없는 이 안 2005-02-17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참 이상하지요. 리뷰로 안 써놓으면 멀쩡한 기억력도 흐물거리니 말여요. 제게 흐물거리는 기억으로 남아 있는 책 무지 많은데 속 시원하려면 써야 할까요? ^^
복순이언니님, 박완서 소설 독파하시기로 작정한 모양입니다. 대단~ ^^

2005-02-18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2-18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 님~ 님도 읽으신 작품이군요... 정말...기록을 해 두지 않으면...흐물거리는 기억으로 밖엔 더 이상 남지가 않더라고요...시간이 지날수록 그 증상이 심해지는듯... 후음...
속삭이신 님... 아하...순정이 역은 견미리가 했고만요...오호라...견미리 현재의 모습으론 조금 매치가 안 되어요 하하..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구판절판


사람은 태어날 때 비슷하게 벌거벗고 순진무구하게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천태만상 제각기 다르게 죽는다. 착하게 살았다고 편하게 죽는 것도 아니고, 남한테 못할 노릇만 하며 살았다고 험하게 죽는 것도 아니다. 남한테 욕먹을 짓만 한 악명 높은 정치가가 편안하고 우아하게 죽기도 하고, 고매한 인격으로 추앙받던 종교인이 돼지처럼 꽥꽥거리며 죽기도 한다. 아무리 깔끔을 떨고 살아봤댔자 자식들한테 똥을 떡 주무르듯하게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 (중략) 이렇게 사람은 각각 제나름으로 죽는다. 이 세상에 안 죽을 사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죽을 때는 자기만 죽는 것처럼 억울해하는 건 이런 불공평 때문일까. 무(無)도 없는 무, 호기심조차 거부하는 미지(未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육신의 사멸은 의학이 예측할 수 있는 경과를 밟지만 정신의 사멸은 전혀 아니다.
-12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전, <그 남자네 집>을 단숨에 재미나게 읽어냈으니, 이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도 그래질 것 같았다. 멀리 사는 친척, 애어른 할 것 없이 왁짜하게 모여 득시글한 시댁에서 음식 준비하고 설거지해대는 짬짬이, 부엌데기가 잠시 일손 놓을 때의 소일거리로 하는 십자수 놓듯, 그리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골랐다. 이 판국에 다비드 브르통의 <걷기 예찬>이나 베르나르의 <나는 걷는다2>를 읽는 것은 망쪼고 분명 산만한 읽기의 대마왕 사례를 보여 줄 것이기에.

이 책 꼬박 이틀 동안 명절의 전야와 이후 초절정의 시기에 읽었는데 역시 예상대로 느슨하고도 지릿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지루해지지 않을 책을 고르기 위해였다지만, 정말이지 어른들이 모인 명절 즈음에 이 책을 읽은 건 좀 아이러니 같다. 왜냐 하면, 어른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오는 (주로 50~60대 아주머니 친척들이 나누는) ‘뉘집 이야기’ 그것 말이다. 뉘집 자식 돈 있는 집으로 시집 장가 갔으나, 있는 집에 간 탓에 시댁 눈치에 맘대로 외출도 못하고 매여 사는 이야기. 있는 집에 장가 든 탓에 처가 손에 쥐락펴락하는 청맹과니가 된 뉘집 아들이야기. 뉘집 땅 사둔 걸로 갑자가 돈벌었는데 하는 모양새가 무식한 졸부 못 벗어난다고 비꼬는 이야기, 어느메 집은 어떻게 땅을 사두었는데 요즘 한참 망해 먹어가고 있다는 이야기 .. 누구네 집 아들이 의사가 되었다고 그 집 어머니 떵떵거린다는, 어머니의 지위가 아들을 통해 나타난다는 의식의 반영된 듯한 튀틀린 이야기들 말이다. 돈에 관한 헤프닝들이다. 비뚤어진 가부장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도 나온다. 딸만 둘 나은 며느리에게 어머니는 은연중에 아들을 바라, 그 며느리는 남편 몰래 뱃속 아이를 낙태시키고 나이 마흔에 세 번째아이(사내 아이)를 임신한다.) 이 소설 속의 내용과 어른들의 이야기가 몽롱하게 섞여드니 당최 이야기가 책이야기같고, 그게 그것 같고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경이 되었다.  


이 작품에서는 자본주의라는 제도 속에서 돈에 의해 굴절되고 변형된 인간의 사랑과 애정을 이야기한다. 사랑과 애정이라 했나, 초등학교 동창과 바람난 의사가 주인공이기도 하니, 세상사 이야기는 다 하는 셈. 어른들 모인 자리에서도 조강지처 집나가고 딴 여자와 바람난 누구 이야기가 곧잘 등장하듯이. 


어른들의 이야기, 그 요점은 ‘돈이 제일이고, 세상을 호령한다’ 에만 있는 것이 아닐거다. 돈의 물신성이나 가부장적 이념이 사람의 죽고 사는 문제를 얼마나 무력하고 허망하게 만드는가 하는 좀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자본주의와 물신주의의 폐해 같은 것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이 책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리고 부러 자본주의의 썩어빠질 노름을 이야기하기 위해 인물들을 선별했다고 보여 진다.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 주는 이야기라고는 평생을 치킨 만드는 일로 직업을 삼아 어렵게 자신의 치킨 가게를 연 치킨 박의 죽음에 관한 것. 나머지 등장 인물들은 드라마 속 인물들처럼 돈으로 위세를 떠는 직업군과 자칭 재벌 집안의 인물들이다.

   

작가는 ‘뭘 자본주의 씩이나,’ 라고 말했다지. 후기를 보니 재미와 뼈대가 함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희망은 어느 정도 이룬 셈이다.

하지만 소설 속, 죽어가는 아들을 치료하는 데도 돈과 권력의 과시가 앞서는 속물성, 돈에는 돈으로 갚음을 하는 영빈의 형의 처세 등등. 작가의 너무나도 정곡을 찌르는 필력으로 그려낸 우리 생의 허위 의식은 글쎄,,,, 이것이 세태라면 어쩐지 너무너무 씁쓸해지는 것이다.


누구는 이러한 박완서의 글쓰기가 굳은 살 베어나가고 새살이 차오르는 느낌을 준다고 했는데, 새살 차오르는 느낌을 잘 챙기는 것은 독자가 알아서 잘 할 나름인지, 나에겐 담배잎을 타놓은 물을 마신 듯, 입안 그득 쓴 느낌이 먼저이다. 구두를 신은 채, 가려운 발등을 긁는 것 같은 답답함도 일렁인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5-02-25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튼 박완서 선생의 책은 단숨에 읽힌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거야말로 엄청난 파워거든요.
리뷰를 어쩜 이리 잘 쓰세요?^^

마냐 2005-02-1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정말 절묘하게 고르셨네요. 명절에 뉘집 며느리가 읽을 책으로는 딱 아닌가..싶은 생각이...저두 담 명절에 함 도전해볼까요? ^^;;;

줄리 2005-02-1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얼렁 등재해 놔야 겠습니다. 박완서님의 이야기들 너무 좋아하는데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좋은 글 더 많이 남기셨으면 좋겠어요.

icaru 2005-02-1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맞숨다... 진짜 잘 읽히는거 하나만으로 그랑프리깜 입니다!!! 박완서 님의 소설요.. 그나저나..로드무비 님...또또...과찬이십니다...! ^^;;

마냐 님...담 명절까지 반년 남았네요 ^^ 준비 기간 한번 넉넉하죠?
님 덕분으로 그 남자네 집 스타트~!! 아주 오래된 농담의 골짜기를 턴하여 지금사... <도시의 흉년>을 읽기 시작했는데요.....<도시의 흉년>은 무슨 주말 드라마 보는 기분이네요^^ 설마...이 작품을 갖고 텔레비전에서 드라마로 방영했었든가...몰라요...


dsx 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님... 정말 아무리 소소하고 하찮은 이야기도 박완서님을 통해서 이야기로 나갈 때는... 이야기가 그렇게 맛깔스러워질 수가 없는거 같아요.... 박완서 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충분히 찾아 읽을 이유가 생기지요~ 저도 그분이 오래오래 사시고 오래오래 글 쓰실 수 있었음 한답니다~

2005-02-11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11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2-12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아! 그렇구나.... <도시의 흉년>드라마로 했었군요...
저....정말 놀랐어요...<도시의 흉년>에서 딸 수연이가 뒤로 아버지의 여자를 찾아가 그 집갓난아이와 여자를 챙기는 장면에서... 박순애가 아버지의 여자에게 잘 하는 드라마 한 장면이 스치는 거예요... 다른 것은 암것도 생각 안 나고....그 장면이 매치되면서... 이거 드라마로 만든 작품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처음 갖었네요....
옛날 그 드라마의 그 장면을 보았을 때 그런 생각 들었었거든요... 아버지의 여자라면 얼굴을 쥐어뜯고 싶은 마음이 나지 않을까. 엄마를 비참하게 만드는 나쁜 존재인데... 너무 이해가 안 간다 함서요...

하지만 그 드라마가 이것을 원작으로 했으리라곤 전혀 생각도 못했어요...
박순애의 순박한 이미지와 이 소설 속의 위악하고 영리한 수연이와 연결이 안 되더라고요....




kleinsusun 2005-02-12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댁에서 책을 읽는 님의 모습이 떠오르는 정말 생생한 리뷰네요.
아줌마들이 모이면 다 그런 얘기를 하죠?
" 그집 딸 정말 시집 잘갔어. 인물이 있나, 학벌이 있나 , 그렇다고 집에 돈이 있나 어찌 그리 남자를 잘 잡았을까..."
" 그집 아들 사시 또 떨어졌어. 이제 공무원 시험 준비한데."
" 그집 며느리가 해온 밍크봤어?"
아...이런 대화 넘 싫어요. 이런 대화에 저도 소재로 끼어서
" 그집 딸은 왜 시집을 안간데?" 이런 말 들을까 두려워요.ㅋㅋ

icaru 2005-02-1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자요마자요...
저희 어머님은 친척분들 앞에서 아들 자식은 키울 때만 내아들이고, 결혼하면 며느리 아들 된다는 말을 참 많이 하시지요~ 전 그런 말 들으면 억울해서 혼자 꽁해져요... 내 말 잘 따라 주고 내 아들처럼 남편이 굴어 준 적이 있어야 말이죠...허참.....
그런데...저도 참...유난하지요... 그 속에 진탕 어울려 화기애애하게 있지 못하고... 책이나 짬짬이 보고 말이죠...ㅠ.ㅠ

2005-02-12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네르바 2005-02-13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읽어서 조금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현금이라는 여자 애가 혀를 낼름거리는 모습을 능소화에 비유했던 글이지요. 그 때 처음으로 능소화를 알았다는... 그런데, 정말 재미있게, 손을 책에서 놓지 못할만큼 흥미롭게 읽긴 했어도 뒷맛이 씁쓸했었지요.

잉크냄새 2005-02-1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 남자네 집 >과 더불어 설 연휴에 박완서님의 글을 읽으셨네요.^^ 연휴 첫날부터 연휴가 끝난후 휘몰아칠 리뷰 후폭풍을 예상했었죠. <- 이거 < 아주 썰렁한 농담 >이죠.^^

icaru 2005-02-1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 님도 그랬군요... 잘 읽힌 것 치곤...오래남는 감동같은게...미진했다는...그 자리를 씁쓸함이 대신했죠~

아하하...잉크냄새님도...참...아주 객쩍은 농담이셔...
리뷰후폭풍은 몰라도..오늘 연휴월요병 후폭풍은 이거 아주 셉니다~!
 
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머릿속 지도의 거리는 실재하는 거리가 아니라 다만 확보하고 싶은 거리에 지나지 않았더라 하더라도, 시대의 도도한 흐름에도 홀로 초연히 그 남자네 집은 그냥 조선 기와집으로 남아 있다. 그 남자. 그 남자가 나에게 해 준 최고의 찬사는 구슬 같다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구슬 같다고 했더랬다. 애인보다는 막내 여동생에게나 어울린 찬사다. 구슬 같은 눈동자, 구슬같은 눈물 “구슬 같은 여자”. 나보다 한 살 어린 아주 먼 외가 친척 벌 되는 그 남자. 누나이고, 먼 친척이다보니, 양쪽 집에서는 아무도 그들의 어울림을 사랑이라 생각지 않았던. 그래서 그들의 로맨스는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온몸에 솜털이 곤두설 듯 아릿함을 불러일으키는 연애담. 한 때 그들의 사랑은 ‘구슬’과 ‘솜털’이라 명명해얄까보다.


이 작품은 박완서의 자전적 3부작의 3부 같은 느낌이다.

'그 많던 싱아는....'이 박완서의 자전소설 1부라면, 그 산이 거기 있었을까...“는 또 2부라면, 이 책은 2부에 이어 3부, 그러니까 미군 부대에 다니던 미스 시절부터 시작해서 결혼 후 의 시기에서 지금에 이르는 굽이굽이의 내력을 쓴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이 앞의 두 작품과 이 작품 셋을 시리즈라고 보았을 때, 이 작품은 1, 2부에 비하면 한 개인의 가족사가 동시대의 가족사이던 실낱 같던 서사의 힘은 덜하다. 불도저의 힘보다 망각의 힘이 무섭다지만, 어찌 그 험난하게 살아왔던 그 시간들을 쉬이 잊을 수 있겠는가 싶게 1, 2부는 대서사시였다. 하지만 3부(내 맘대로 3부랜다.) 그 남자네 집은 전작에 비해 시대를 읽는 힘은 딸리는 것이다. 하지만 또 앞선 작품보다는 애틋하고 서정적이어서 읽는 맛이 애간장 녹이게 좋았던 것도 인정해야지 싶다.


앗, 이 작품에 시대를 말하는 키워드가 전작들에 비해 덜하다고 했지만, 또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실토해야겠다. 그녀가 말하는 개인사 속에 슬몃슬몃 끼어드는 시대의 아픈 부산물. 앳되고 수줍고 소박한 티가 물씬하던 여고생 춘희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도 보게 된다. 홀어머니에 동생이 줄줄이 딸린 남편의 이웃집 춘희를 자기의 후임으로 미군부대에 취업시켜 주었지만 그녀는 어느덧 양공주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아메리카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살러 가고 동생들을 모두 미국으로 이민시켜 버리는 춘희. 그리고 베트남 전쟁 후에 그곳 도로 건설 인부로 파견을 나갔다가 고엽제 피해를 본 사촌 조카 광수.


이 작품의 끝부분에 춘희가 자기네 형제 자매의 이민사를 쫘악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왠지 슬퍼졌다. 미국 땅에서도 떵떵거리며 일류 학교 들어가 잘 산다는 요점이었지만, 내막에는 전쟁과 가난이 인류 최대의 악이라는 것을 고발하고 있다. 어설프게... 그리고 아이들 조기 유학으로 따라온 엄마들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다. 명품 사족 못쓰고 부동산 투기 과외 공부 이야기 등등.


돈이면 다라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의 천박함을 치떨리게 묘사하는 부분이 여기에도 있다. 저것이 실상일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세상이 속물의 키워드로 읽히는 것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뒷맛이 이리도 씁쓸한 것은 우찌하나...



댓글(7)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5-02-11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2-1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설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님은 참 부지런하시군요.
시댁 가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시다니......
박완서 선생의 이 책 꼭 읽어보고 싶네요.^^

icaru 2005-02-1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속삭이신 님... 말씀대로 바로잡았습니다!!
바른 말 정확한 말!!! 경롓!!

로드무비 님.. 박완서 님은 선생이라는 칭호가 무람없네요~ 진짜...
님도... 설 잘 쇠셨어요?
저야모...여전히 때마다 시댁에선 어설프게..동분서주 한다지요...^^

플레져 2005-02-1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에 글 한 줄 읽지 못했어요, 저는요...ㅠㅠ
혼자 있을 때만 책 읽는 버릇을 좀 고쳐야 할텐데요. 부럽슴다!!!
저두 이 책 읽어보고파요. 어찌어찌 생길 것 같아서..추천만 살포시 눌러요 ^^;;

마냐 2005-02-11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추천 살포시.....참으로.....다른 리뷰들. 제 눈에 보이는 것과 님들의 눈에 비치는 모습들이 참으로 다릅니다. 같은 책, 다르게 읽기...참으로 흥미롭슴다..
암튼, 명절 포함해 일주일째...무쟈게 재미난 책 한권을 끙끙대며 보고 있으니...독서않고 사는 계절임다...ㅋㅋ

2005-02-11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2-13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른도 길을 잃는다 - 창비장편소설
박정요 지음 / 창비 / 199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도 후배가 이 소설을 권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작가도. 작품도. 게다가 구입한 책이 최근 것인데도 아직 1998년이 초판인 상태이다. 제목에선 얼핏 ‘어른들은 몰라요’ 같은 청소년물 같은 분위기까지 느껴지는데...  읽어보기 전까지는 전말을 어찌 알았겠는가...


작품 속 면면히 흐르는 해학과 입심좋은 천부적인 이야기꾼의 나붓나붓한 전라도 사투리는 낯설지만 말맛이 오지게 좋다. 그리고 땅끝마을에 대한 유래. 배추 한포기 속 배추벌레가 징그러운 벌레 마법에서 풀려나 초록날개를 달고 훨훨 나비로 하늘을 날 듯이, 넓은 새벌이 원래는 바다였는데 꼬막이 되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가면서 바닷물을 물고가 바다가 뻘이 되어버려 생겨진 들판이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마을이 생겨 났다는 이야기에 신기해하며 밤잠을 설치는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다. 농림학교를 다닌데다 다소 낭만적인 데가 있던 아버지는 팔 남매가 태어난 때마다 기념으로 나무 한그루씩을 심었다는데, 이것이 바로 그 말로만 듣던 내내무 전통일 것이다. 첫딸은 벽오동 나무를, 두 번째 아들은 은행나무를 둘째딸이 태어났을 때는 살구나무를 셋째는 무화과나무를....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네의 풍속과 풍부한 토속어의 한없는 세례를 받게 되었다. 


전라도가 고향인 친구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고장 친구들은 초등 학교에서부터 대학 강의에 이르기까지 동학 농민 혁명과 그 정신을 기려 배운다고 했었다.


탐관오리들의 포악한 정치에 견디다 못해 힘없는 백성들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서 관군에게 대항을 했다던, 녹두장군 동학군 이야기. 전쟁이 끝나고 난리가 평정되다보니 관군한테 대항했던 사람들이 모두다 역적이라. 그들과 그 후손들은 저기 땅끝 해남으로 밀려와 자리잡았던 것이었고,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거슬러 올라가는 지점이기도 하다. 


“앞으로 사는 것이 힘들 때마다 저 새벌을 봐라. 잘 보믄 끙끙 돌을 져나르고 둠벙을 파고 씨를 뿌리는 거인들이 보일 것이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대역죄인이란 누명까지 모든 것을 옛일로 돌려버린 어른들이시다. 느그도 그렇게 살어야 한다.”


그렇게 모여 살던 사람들이 6. 25 난리를 만나고, 제 편인지 남의 편인지 구분하기 위해 쏘아대는 총구에 에먼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 난리 중, 제가 살기 위해 같은 동네에서 같이 자란 친구들을 바닷물 속으로 밀어버려야 했던 사람이 있었다. 알고보니 그는 ‘나’의 아버지였다. 세상을 향해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의좋은 형제처럼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몰래 가져다 나르던 아버지와 노인(바닷속에 밀어 죽은 친구들의 아버지)의 그 아름다운 이야기가 결국 아버지의 위선에 다름 아니었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드러나 버린 것이다. 할머니는 인간의 도리를 다했노라 주장했지만 그것은 아버지의 보상 심리에서 비롯된 것일 뿐. 마음 속에 죄책감을 그런 식으로 갚아왔던 것이다. 백일하에 드러난 아버지의 위선은 우리가 가난뱅이가 되고 아버지가 간첩 혐의를 받아 뼈가 녹는 고초를 겪고 이웃의 경원을 당하고 언니들의 앞길이 망가지고 ‘나’와 제남이가 외톨이로 소외된 그 어느 것보다 나쁜 일이었다.

그러나 노인은 아버지를 오래 전에 용서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번 굴절된 삶의 궤적은 한계 밖의 것이 되어버렸고, 아버지는 자신의 그런 생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하다 못해 술의 힘을 빌린다거나 변명 한마디조차 없이, 철저하게 자기를 부정해버린 것이다. 아버지는 끝내 세상을 용서할 수 없었고 자신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을 묶었던 올가미와 궤적뿐 아니라 온갖 체제와 규범과 가치, 세상 자체를 부정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부지런하셨던 아버지가 맥아리 없이 드러누우시고 쓰다달다 말한마디 없으셨다.


검은눈에 나돌기를 좋아하던 ‘나’는 흉폭한 몇몇 일들을 겪으면서, 인간이란 도대체 구원이 없는 존재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토록 황당하고 조잡한 이념들의 올가미에 꿰어 허우적이다 결국은 그렇게 허무한 것으로 사라져야 한다면 인간이야말로 가장 슬픈 짐승인 것 같은.


“산다는 건 그렇게 부질없이 길기만 한 지루한 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핍박과 수고뿐이던 조상들의 삶도 아버지의 좌절도 잘못 꾼 나쁜 꿈인지 모르는 것이다. 노인이 왜 민들레가 보여준 그 텅 빈 것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말라고 했는지, 종일댁의 죽음도 보지 말라고 했는지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많은 것을 보아버렸다. 미래라고 해 봐야 양상을 달리한 그것들의 반복에 지나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아주 우울한 소녀였다.”


마무리를 우울하게 해 버린 것 같다. 이게 다가 아닌데, 이게 끝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조카 나대를 업고 들판을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태어난 이상 생존의 게임은 불가피한 것이고 우리는 어차피 아버지가 물려준 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아버지’는 아직도 저 들판 새벌을 서성이며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우리를 통해 다시 살게 되는 것이다. 한번 태어난 이상 우리는 조상의 피를 다시 살고 극복하고 완성하는 과제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새벌은 아직 생명의 가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검은빛으로 낮게 엎드려 있다. 그러나 머잖아 햇빛 따뜻한 봄이 오면 겨우내 얼어붙었던 저 땅의 온갖 슬픔과 분노는 흔적조차 사라지고 푸른 새 생명들이 힘차게 솟기 시작할 것이다. 차갑고 사납던 바람의 기억은 그 생명들을 더욱 강하고 푸르게 일어서게 할 것이며 불불이 일어난 생명의 숲은 더욱 은성한 물결을 이룰 것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leinsusun 2005-02-01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난 이상 생존의 게임은 불가피한 것이다' - 끄덕 끄덕.
근데...아주 훌륭한 소설 같은데 좀 무거울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읽으면서 계속 고민을 하게 하는 소설....읽고 싶은데 약간의 두려움이...

icaru 2005-03-05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제가 무겁기그지없게 리뷰를 썼네요...
읽는 순간순간 나를 궁지로 내모는듯한 그런 작품...절대 아니예요..한때는 부유했던 집안의 팔남매 중 일곱째 여자아이가 '나'로 등장해 좌우대립과 남녀차별의 역사에 대해 눈떠가는 과정을 토속적인 느낌을 실어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지요~ 남도 땅은 한국근현대사의 축소판이더만요~ 음..

별다섯인 이유는, 몰랐던 작가에게서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대어를 낚은 강태공의 심정이었답니다... 물론 후배를 통해서였지만...

hanicare 2005-02-0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여 쓰신 리뷰. 복순이 언니님은 폭넓은 독서를 하시네요.덕분에 좋은 작가이름을 하나 알았네요.^^

미네르바 2005-02-0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들어보네요. 좀 무거울 듯 하지만 또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님은 독서의 폭이 굉장히 방대해요. 문학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그래서 굉장히 부러워한다는...^^) 그리고 읽은 즉시 열심히 리뷰도 쓰시고. 참 부지런하신 것 같아요. 이 책 도서관에 있을까 모르겠네요. 최근에 책을 너무 많이 사서 이제 책사는 것은 자제해 보려구요.(잘 읽었어요. 추천!)

잉크냄새 2005-02-01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저한 자기 부정, 갈팡질팡하는 삶의 허우적거림...살아가면서 한번쯤 심하게 도전받고 유혹받는 부분이 아닌가 싶네요.

icaru 2005-02-01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 케어 님.. 읽어 주셔서 그리고, 머리카락과 문장들을 쥐어뜯으며... 썼다는 걸 ..파악해 주셨네요..
미네르바 님... 제가 넓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도 깊지도 정확하지도 않다지요 ^^
저도 최근에 읽지도 않을 책을 너무 많이 사버려서 방바닥 여기저기에 책들이 지적난민처럼 널부러져 있어요^^

잉크냄새 님... 술로도 달랠 줄 모르는 철저한 자기 부정, 휴우.. 너무 강직해도 세상살기 어렵지 싶어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2-02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불이 일어난 생명의 숲은 더욱 은성한 물결을 이룰 것이다...
이 마지막 문장 너무 맘에 들어서 저 가지고 갑니다... ^^
가끔 마음에 남는 작가들 있어요. 저도 며칠 전에 읽은 소설이 하나 있는데, 순우리말이 데굴데굴 나뒹구는 공들여쓴 소설인데다 구성도 탄탄하지, 입심도 훌륭하지, 그런데 막상 그 작가, 제가 뭐라고 걱정이 되는 거예요. 책이 많이 팔리진 않겠다 싶어서... 그렇게 때려죽여도 가볍게 쓸 수 없는 작가들이 있더군요...

2005-02-02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살이 2005-02-02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라도가 고향인 친구의 말은 과장이 아닐까 싶네요.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말들을 통해서 선입견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동학운동이나 5.18을 마음 깊숙이, 그리고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교육받고 되새김질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제 기억 속에서는 특별한 가르침을 받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이 좀 색다른 사람이었을련지 모르겠지만. 부마 항쟁이나 제주4.3 항쟁과 무게가 다를 필요도 없을테구요. 아마 피해의식이나 자존심 정도로 남겨져 있을련지는 모르겠습니다. 국사책을 보면서 광주학생운동에 스스로 자랑스럽게 느끼듯이, 내 주변의 고장에서 무슨 자랑스런 일이 일어나면 뻐기고 싶어하고,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면 창피스러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터이니 말입니다. 분명 지역적 성격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사건들이 있을 수 있으나, 단순히 그 지역색으로만 보아서는 안될 거대한 흐름같은 것도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체 리뷰와 상관없는 지엽적인 것에 마음이 쏠려서 그만... 으, 이것도 어쩜 또 다른 피해의식 비슷한 것일련가 모르겠네요.^^;

icaru 2005-02-02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네~ 하루살이님...
제 친구는 고향이 익산인데~ 그 친구에게는 그랬나보아요~ 정말 지엽적인 이야기지요... 제가 리뷰에 그렇게 쓰고 나니, 일반화가 되어버리고...선입견의 단초을 제공했는가요..?? 앗 나도모르게 그만, (이거 복학생 멘트 아니고요...^^;;)

저 부분을 쓰면서..좀 걸린다 싶었는데.. 하루살이 님께...딱 걸렸어요!!!

icaru 2005-02-0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저도 이 작가의 작품을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좋은 소설이었어요~ 진짜....
하지만...현실은...그렇죠... 좋은 소설과 잘 읽히는 소설은 따로따로 인거 같아요...

토란잎 2008-12-2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최근에 이 소설가를 잘 아는 후배가 권해줘서 지금 주문했어요.
님의 독후감 읽으며.... 빨리 읽고 싶어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