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 외 옮김 / 달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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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아직’ 입문 전이다. 무작정 집쥐처럼 긁어 모아 두고 본격적으로 읽기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나의 ‘추리 소설책’들처럼, 이윤기 님 번역 ‘그리스 로마 신화’ 또한 앞으로 읽어야 할 목록 꾸러미 속에 일단 놓아 두고 본다. 허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그렇게 느껴지듯, 그리스 로마 신화 또한 읽지 않았으면서도 읽은 거 같은 느낌이다.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왜 신화를 읽는지를 물으면 그런 말들을 한다. 신화 속에 인간사 모든 것이 다 있다고. 물질과 정신, 사랑과 증오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며, 인간에게 부여되는 의무와 권리에 대한 법률적 해석 등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낭만적인 줄거리에 감미로운 장면이 간간이 삽입된 전형적인 로맨틱도. 인간사, 사람의 현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 안 빠지겠느냐? 라고.

이스마일 카다레의 소설 'H 서류'는 호메로스가 한 사람이었는지 여러 사람이었는지 학자들이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다. 말하자면 일리아스 오딧세이아를 호메로스 혼자서 쓴 것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이 쓴 것을 그가 편집한 것인지 조사하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는 셰익스피어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어 왔다고 말한다. 게다가 셰익스피어의 초기 작품 두 편은 고대 로마 작가 플라우투스와 세네카의 작품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그리스로마 신화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모태가 되었고,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고 그리스 로마의 문화에 정통했던 작가가 셰익스피어였을 것이다.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 그리고 로마의 문화를 모르고는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없다고 한다면 과장이다. 하지만 신화와 문화를 알게 되면 셰익스피어를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이윤기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앞부분에서 신화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얼개를 짜서 읽는 것을 춘향전을 읽을 때, 중국 고전을 이해하고 읽으면 더 실감이 나는 것과 비교하였다.

이몽룡이 경치 좋은 곳을 찾아드는 부분에서,
“기산영수 별건곤에 소부허유 놀고...”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여기서 ‘기산영수, 소부허유’라는 압축된 여덟 글자의 사연을 아는 자는 행복한 압축 파일을 푸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작품 춘향전을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적용해 말하자면, 그리스로마 신화를 잘 아는 만큼, ‘겨울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 질거라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실상 작품을 보면, 즉, 그리스로마 신화라는 배경 지식이 있어야 이 작품의 소화가 쉬운 것이 아니라, 반대로 겨울 이야기를 읽고 나서, 비로소 <피그말리온 이야기>나, <오이디푸스왕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역자 이윤기 씨의 노고를 알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400년 전에 쓴 것이기에 번역이 쉽지 않았을 것임에, 학문적 접근에서의 번역이 아니라, 읽히는 셰익스피어 쪽으로 기울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각주나 미주가 많이 따라 붙어야 했을 것이 분명하나, 독자들의 가독성과 읽는 재미를 위해 각주를 붙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컬러 삽화로 눈의 긴장을 풀어주는 면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다. 

다음 글은 여주인공인 헤르미오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비운의 스파르타 공주인 헤르미오네와 동일한 여인이고, 그 운명 또한 비슷)가 남편인 왕에게 부정한 여자라는 오해를 받고, 만인 앞에서 하는 최후의 진술의 일부이다. 말맛의 자연스러움을 이 인용글을 통해 소개한다.

“내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나에게 부여된 혐의를 부정하는 내용일 수밖에 없고, 내 대신 증언해 줄 수 있는 이도 없을 터이니 ‘무죄’라고 주장해도 별 소용이 없을 듯합니다. 나의 진실이 모두 거짓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니, 내가 하는 진실한 말 또한 모두 거짓말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진술하는 것은, 거룩한 신들이 이 세상을 내려다보고 계시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분들 앞에서는 결백이 그릇된 의심의 얼굴을 붉게 하고, 인내가 가혹한 처사에 무릎을 꿇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저의 삶은 순결하고 진실합니다. 지금 저의 삶은 관객을 즐겁게 하기 위해 교묘하게 꾸며진 비극보다도 더 슬프고 불행합니다. 하지만 지금 슬프고 불행한 만큼이나 순결하고 진실했습니다. 보세요. 국왕의 반려로서 왕좌를 공유했던 왕비이자 대왕의 딸이자 전도유망한 왕자의 어미가, 바라는 사람이면 누구든 방청할 수 있는 여기 이 법정에서 목숨과 명예를 지키고자 떠들어대는 꼴을 보세요. 목숨이라면 저는 슬픔 같은 것으로 여겨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명예는 저로부터 저의 자손으로 대물림되는 것이어서 그것만은 지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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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1 1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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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1 15: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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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5-11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전 쯤에 winter's tale (겨울이야기) 연극을 관람한 적이 있었는데요. 무척 재밌기에 원서까지 샀었거든요. 근데 책은 고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상당히 어렵더군요. 언제 기회되면, 번역본하고 대조해가면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실한 리뷰 잘 읽었어요. ^^

icaru 2005-05-1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님 그럼 출판사 달궁이 21세기북스인건가요? 맞다...님...페이퍼 보니까...연남동에 사셨다고... 에고...이사오고 나니... 예전 살던 지역이 출판사 천국이 되부렸네요~ 아하 제가 귓속말을 즐겨 하는구마요... 몰라쓩...ㅋㅋ
역쉬...님...전... 외래어 우리말 표기가 쥐약이어요... ! 얼른 고쳐야쥐!!

icaru 2005-05-1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rky님 안녕하세요~ 님 서재에서 여행 사진들 보며 눈 호강했던게 어그제인데... 이김에 인사드립니다.^^
겨울이야기 연극을 재밌게 보셨나봐요~ 이제 이윤기 님이 번역을 했으니... 우리말로 된 연극도 무대에 올려질란가... !! 그럼 금방이라도 보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원서와 대조해보면서 읽는 건 제겐 정말 무리지만... 님께서 대조해 보시고, 감상 말씀해 주시면, 참 즐거이 읽을 것 같습니다. 헤헤 ^^*

2005-05-12 0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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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2 0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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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5-12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속독을 익히셨나..대단하세요, 정말..전 사실 그리스 로마 신화1, 2권을 다 읽었었는데 물론 재미났어요. 컬러화보도 좋았구요. 그렇지만 이윤기님이 신화 속에 나오는 여성들에게 조금 편견을 가지고 계신 거 같아서 불편했네요. 근데 이카루님! 이스마일 카다레가 쓴 '부서진 사월' 읽어 보셨어요? 카눈, 이란 관습법도 나오고요..

2005-05-12 1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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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2 1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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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5-12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0:17 속닥님...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갖고 계시네요... 와아~ 저는 한 작품도 제대로 읽은 게 없는데... 저랑 너무 비교되시는 거 아냐요? ...세로로 나온 책... 금성출판사에서 청소년문고판으로 하드커버로 나온 전집을 몇 권 읽은 기억이 있어요... 그건 친구네 집에서 한 권씩 빌려다 읽은 거라, 지금은 남아 있지 않은데.... 가끔 그 책...다른 어느것도 아닌 그때 내가 읽었던 하드커버의 세로 글씨 그 책... 만나고 싶다는 강렬한 추억에 사로잡힐 때가 있답니다.... 님은 희극쪽을 좋아하시는군요~오호.. 이 작품도 나누자면, 희극쪽에 가까울까도 싶고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니까.. 얼렁 읽으세요~ 금방이에요~1

복돌이 님... 속독 아니랑게요... 두권을 이주일에 걸쳐 읽은 다음에 연 이틀 한 권씩 리뷰를 쓴 것이랍니다... 아하 편견...그죠... 그게 이윤기 님의 편견인지... 신화 자체 속의 편견인지... 몰겠지만... 맞아요...아 글고... 부서진 사월만 읽었지요~ 꿈꾸는 궁전을 읽을려고 부려 놓은 중이고요! 가까운 사람이... 부서진 사월을 무진장 권해서... 읽었드랬는데... 피가 피를 부르는 그 복수의 관습법 보면서... 고연히 덩달아 심각해졌던 기억이 나네요 ...

10:09에 속삭이신 님... 우웁... 그걸 몰랐단 말유??!! 님이 신경 덜 써 주셔도... 복순아짐은 해가지나 바람이부나 같은 자리에서 방싯거리고 있을께네... 고만 우웁...

12:13 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제가 행복헙니다 ^^ 앞으로도 골고루 먹겠습니다 ^^

2005-05-12 18: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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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2 1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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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무서워요....그런데 각주를 붙이지 않았다니 저처럼 신화에 약점이 많은 사람은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 아무튼, 이윤기씨의 신화는 왜 그렇게 다른 신화 이야기에 비해서 거대하게만 느껴지는건지요....제가 무섭다고 한 건 님의 서평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요, 결코 왠만한 저력이 아니라는걸 받기 때문입니다.무섭다니까요

icaru 2005-05-1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32에 속삭님... 그렇단 말입니까! 이건 음모여!!
그게 아니라면....여그가 원체 눈에 안 띱니다... 그런 것도 있을 거예요~
아 그리고....아냐요 아냐요 어려운 책이 아닙니다... 중고등학생 대상의 책이다 싶은게... 내용도 쉽지만 삽화가 아기자기예요... ^^

18:59에 속닥님... 소지... 너무 잘 읽었답니다... 제 사연이었다기 보다는 가까운 이의 슬픔이었어요.. 음~ 님도 아가들을 사랑하시는군요 ^^;;
... 호오.. 님의 꿈에 파이팅합니다... 제가 보기엔 앞으로는 님이 그를 능가할거라...ㅋㅋ


파란여우 님...에에또...님이 저를 말로 공중부양시켜 주시려 하네요... (어맛 어지러워라...) 이윤기는 정말 잘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임에 틀림없구나...했지요~
이 작품은 딸과 공동 번역했다고 하지만... 어쩐지... 딸이 걸을 길을 아버지가 먼저 자갈도 돌도 걸러내면서 걷기 편하게 빗자루로 쓸어주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2005-05-14 1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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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05-05-1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디가 바뀌어서 순간 누구지? 라고 생각했답니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는 그 이름. 머리가 바뀐 것도 아니고, 이름이 바뀌었다는건 무얼 의미하는지? 그냥 기분전환일수도 있는 것임을 항상 할 일 없는 사람들은 망상의 경지까지 오르곤 하죠.^^; (바뀐 걸 이제야 눈치채다니 이렇게 둔할수가...)
저도 겨울 이야기를 읽었는데, 아직 리뷰를 올리진 못했죠. 로미오와 줄리엣과 다르기 하지만 비슷한 플롯을 연상시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만 비극이 희극으로 바뀐. 옛날 이야기를 읽는 것같은 익숙한 느낌에 편안한 기분이었죠.
딸 다희를 위해 아버지가 길 닦아놓은 것 같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앞으로도 딸과 함께 세익스피어를 공동번역할텐데 아마 이것은 딸을 트레이닝 시키는 작업이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이윤기 부녀 화이팅! 님 잘 읽고 갑니다.

icaru 2005-05-1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참...복돌언냐땜에... 제 머리가 녹슬지 않네요... 고려짝 시절까지 더듬어봐야 헌께... .. 좀 있다가 가서 속닥일께요~
하루살이 님... 아이디가 변했죠... 생각은 많이 안 하고 바꾸었어요...
복순이언니라고 불리는 게 젤로 익숙하고 좋긴 하지만....
내가 언제까지 복순이의 주인으로 살게 될까 ...
하다가.. 또...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세했고.... 갖다붙이면 이유도 많어라~~!!
아...님도 이 책 읽으신 거군요... 근데..보아하니, 무슨 상품권도 이벤트로 껴주고 합니다....굳이 그렇게 안 해도 될법한 괜찮은 책인데....


비로그인 2005-05-13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막 읽었지요. 막 읽은 작품을 옆에 두고 그 작품의 리뷰를 보는 재미란 참...^^;;

icaru 2005-05-1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 님... 좀... 민망하네요... ^^;;; 방금 책을 다 읽으셨다니...말이죠... 흠...이 리뷰,.,,님의 눈에 을매나 구성이 숭숭 뚫려 보일까나...

2005-05-13 17: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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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6 14: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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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5-1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아르테미스 토악질 할 소리를 했구마요 ^^ 푸하하..
예에~ 화해했슴돠 ^^

icaru 2005-05-16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25에 속삭이신 님.... 왓...중국에서 온 편지 읽으셨군요~ 호오...
미실도 읽으시구요... 와아... 이제 곧 리뷰 만나는거지요?

2005-05-20 2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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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1 0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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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1 2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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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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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즐거움을 준 책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
나는 세 번의 부상의 위기와 만났었다.
2호선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는 에스컬레이터에서였다. 아침엔 늘 그렇듯, 내 정신 상태라는 건 조금은 비몽사몽을 걸쳐 있는 중이었다.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 계단에 두 발로 몸을 간신히 의지하고서, 그런데 계단 중간도 못 왔을 때 등허리로 쇠막대기 같은 것이 힘을 실어 가격해왔다. 아팠다.
내려오는 중이라 넘어질 뻔했던 걸, 간신히 난간에 의지하고는 몸을 틀어 나를 공격한 괴물체가 무엇인지를 돌아보았다.
끌고 다니는 여행 가방 손잡이였다. 가방이, 그 큰 가방이 나를 덥치려 하고 있었다. 스물 쯤으로 되어보이는 가방 주인이 뒤늦게 가방을 일으켜 세우지 않았더라면...
그런데... 가방 간수도 못한 그 젊은이는 내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도 (못하는건지 안하는건지) 없이... “어어어어 왜 이러지” 이러고 만다. ‘왜이러긴...빙신!!’ 나도 속으로 이러구만다. 크게 다치진 않았으니, 미안하단 말 한마디 안했다고 시비삼기는 거시기하니까...
갈아타는 구간이란 원체가 늘 붐비지만, 오늘은 출근 시간을 충분히 여유를 둔 터라 서두르지 않고 걸었다. 그런데... 사선 방향에서 오던 아저씨, 난 보지 못했다. 이 아저씨도 물론 (본의아니었겠지만,) 내 어깨를 패대기치고 종종걸음을 쳐 뛰어간다. (어깨가 지금도 저릿저릿하다.) 드디어 6호선을 탔고, 한 정거장 지난 목적지 역에서 내려, 또 에스켈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앞에 대여섯살짜리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에스켈레이터가 끝나고 지상과 만나는 땅을 디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콩콩콩 뛰고 있다. 뒤에 있던 나는 충돌할까봐 조마조마해하다가... 왼쪽 편으로 빠졌다. 아이고 세 번의 위기까지 넘겼다.  
세 가지 사건이 일어난 총 런닝 타임은 5~6분 정도 된다.
마치... 겉으로는 악의를 띄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어떨지 모를 무언가가 나를 목표로 공격을 해오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몸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몸 좀 사려라....”라고....
몸이 들려 주는 소리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면, 생각도 못했던 많은 것들에 생각이 미친다.

 

 

괴로움과 외로움을 떨쳐버리려 할 때, 소박한 선물처럼 자유가 주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덜 괴롭고 덜 외로운 것일까.....
물 속에 넣은 드라이아이스처럼 하얀 기포를 일으키며,
소리소문없이 물 속에 녹아드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고,
적나라 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원초적인 부분을 속삭인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 중에서 가장 깊은 곳까지, 몸이 감응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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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9 15: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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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5-0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리뷰를 이리 쓰시다니......! 감탄입니다..^^

설박사 2005-05-0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소설책이군요... 제목은 무슨 과학 상식책 같은 분위기인데...
잘 읽었습니다. ^^

superfrog 2005-05-09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복순이 언니님(새 닉넴은 아직 낯설어요;;) 이 책 읽으셨군요.. 좋지요?

마냐 2005-05-0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누구신가 했어요. 암튼, 제목은 무슨 건강서적 같아요...ㅋㅋㅋ

2005-05-09 17: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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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5-09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 책상에 있는데...호홋...저도 읽을께요!
퇴근길엔 조심하세요!

어룸 2005-05-0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해요, 이책!! 바나나씨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별 기대안했었는데, 생각이 바꼈어요^^ 님의 멋진 표현을 빌리자면, 저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 중에서 가장 깊은 곳까지, 몸이 감응을 하였다.'입니다!

2005-05-09 2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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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5-10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38에 속닥 님 ^^
요가 덕택으로 요즘 님 실버몽사마시군요~ ^^ 저도 N.P는 아직인데...


날개 님... 얼마나 감사한지요...ㅠ.ㅠ 저게 리뷰여 뭐여... 싶었는데...

설박사 님도... 물은 알고 있다.... 이걸 떠올리신 거죠?

물장구치는 금붕어 님...리뷰를 또 다시 읽었습니다.... 님의 리뷰를 읽고, 또 감탄...그러나 리뷰를 써야하니...라는...생각들고.. 전의를 상실했더랍니다.. 푸흐...
그치만... 이 책 너무 좋았는데... 어떤 식으로든 기록이 필요했어요!!

마냐 님... 제 변신 어케 괜찮습니까?

17:20에 속닥님... 님은 어쩌면 심상치 않은 숫자들을 그리 잘 캡쳐하신답니까...
아..... 님... 어찌합니까... 몸... 저도 요즘 몸이 ...어제밤에 뒤척이며... 여러 생각들을 했답니다. 아픈 게 젤 억울한 노릇이구나 하면서.... 나의 건강을 너무 과신했나...
바람처럼 날아가는 건 무리여요 ^^ ~ 두고온 인연들이 눈에 밟혀 워디....! 게다가.. 제 몸이 그리 가볍지 아니하여서..고건 좀...ㅋㅋ 님이 읽으신 책들 다 읽을려면 전 퇴사해야 합니다 ^^


kleinsusun 님... 님의 책상엔 참 많은 책들이!!!
그런데요, 바나나의 책들 중에서 제일 잘 쓴 작품인 거 같더랍니다....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서...

toofool 님 제 말이요... 제 말이요... 사실 저도 바나나씨의 책을 몇 권 읽긴 했지만.... 그 작가를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었거든요.... 이 작품은 저의 그런 기호를 와장창 깨뜨려 줬어요... 입맛에 맛더랍지요...

22:25에 속닥님... 실화랍니다!! 퇴근길에는 내게 달겨드는 부상의 순간이 없었어요... 몸을 사렸더니만... ^^
02:12 속닥님도 ‘물은 알고 있다’를 읽으셨군요... 바나나의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고 동생 왈.. “옛날에 읽고 또 읽어?” 합니다. ‘물은....“이랑 착각을...
그런데 님...예전에 스트레스 때문에 어떤 징후들이 나타났던 것인가요?
저도 직장 생활 초창기... 왕스트레스 땜에 탈모 증세와... 눈꺼풀이 붓는 증세가 한동안 있었는데... 6~7년전 얘기네요~



2005-05-10 1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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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0 1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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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5-11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냐님 말씀대로 보신서적같은 건 줄 알았어요! 근데 복순 아짐, 몸 조심하셔야겠어요. 저는 젤 황당했을 때가 어렸을 적인데요. 아, 둥글고 단단한데다 커다랗기까지 한 자개밥상 있쟎습니까? 거, 한가운데에 공작무늬 들어가 있는 옛날물건요. 한 쪽 벽에 세워놓았는데 그거 자다가 발로 건드려서 얼굴 정면을 가격했을 때, 진짜 황당합니다. 그 날 오후엔 버튼 빠진 텔레비전 채널 구멍에 쇠젓가락 넣고 쑤시다 감전되어서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될 뻔 했다니깐요. 솔직히 몸 지까짓게 알긴 뭘 압니까? 쓰레기 태우다 빈 스프레이통 넣는 바람에 얼굴 껍딲이 홀라당 벳겨진 제 친구도 있다구요! 근데 쓰고 보니 내 몸이 좀 둔한가..괜히 쓴 거 같네..암튼, 책보다 리뷰가 더 잼나게 느껴져요!

icaru 2005-05-1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다가, 자개 밥상에 맞은 분... 님말고 또 있을까요오~ 희한하네...
쓰레기 태우다 얼굴에 일 나신 친구분... 괜찮으시대요?

... 좌충우돌 ㅋㅋ ...
자개밥상으로 맞은 건 정말 양반이네요~

솔직히 몸 지까짓게 알긴 뭘 압니까... 음메나...ㅋㅋ
암튼 몸 조심허고 다닙시답!!

비로그인 2005-05-1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에고..괜히 오밤중에 허튼 소리 했나 봐요. 지금 읽어보니 몸이 둔한 게 아니고 머리가 띨한 거구나..친구는 흔적없이 말끔하게 나았어요! 꽁알꽁알..@,.@

icaru 2005-05-1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왜요...넘넘 재밌는데...
가급적 오밤중에 댓글 달아주세요~ 그래야 이렇게 나른한 오후에 잠 확 깨는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읽을 수 있지 않겠남요.....


로드무비 2005-05-1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과 이카루님 두 분.
너무 다정하시잖아요. 흥=3
샘나네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5-14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리뷰의 방식을 달리하시니 읽는 사람으로선 참 즐겁네요. 이런 리뷰 어디 가서 또 볼 수 있을까 싶군요. ^^ 저도 책상에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이 하나 있는데 그거 맨위로 올려놨어요. 나직나직 이야기하는 그녀의 문체가 보고 싶어져서요. ^^
 
차에 치인 개
기욤 게로 지음, 김지혜 옮김 / 자인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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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작가의 작품입네 하는 미사여구로 물들여, 제살을 깎아먹은 책 홍보문구, 분량도 얼마 되지 않고, 글자의 자간과 행간이 방방함에도 하드커버로 제작하는 과도함....만 뺀다면, 수준작은 아니고, 그럭저럭 괜찮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화자는 15살 소년으로 직업 체험 과목의 이수를 위해 신문사에서 실습 기간을 갖는다. 그곳에서 주인공이 목격한 것은 정치와 언론의 유착관계에 찌든 지방 신문의 실상과 권태로운 심심풀이 가십기사를 쓰기 위해 온종일 머리를 쥐어짜는 기자들의 모습이었다. 그 실습 기간 동안, 소년에게는 꽤나 충격적으로 여겨질 비리 사건을 정면으로 맞딱뜨리게 된다.  '나'는 언론과 기자들을 '차에 치인 개'와 같다고 말하며 '쓰레기 운반 차'보다 더러운 것이라고 비꼬는 신랄함을 보인다.
이 세상을 살아본 어른들은 알고 있다.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정부패를 면전에서 겪게 되더라도, 청렴결백하기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담 어렵게 느껴질 순간이 있음을, 때문에 어떤 이들은 미래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삶을 겨우 살아내고 있다는 것을.
참으로 놀라운 것은, 부정과 부패의 장본인들이 바로, 사회적 정의감을 언제나 잊지 않고 살아야 할 경찰서장, 자선단체 회장, 그리고 신문사의 편집장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실제로 한 지방지에서 기자로 일하다 너무 솔직하고 오만한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해직된 전직 기자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책도 사회 고발 소설 같은 인상을 준다. 
그렇다고 어두운 결말의 골짜기로 이야기가 흘러 가지는 않았다.

프랑스 사회도 우리처럼 곳곳 어두운 곳에 부패가 만연해 있는지, 이렇게 타락한 패거리들이 기득권층에 전봇대처럼 우뚝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소설은 자칫 암담한 결말로 흐를까 싶었다. 그러나 이 소년에게는 지원대가 있다. 시위를 주도하고 용기 있게 나서는 자선 단체의 젊은이가 있었고, 노조 활동 경력 때문에 직장을 얻는데 말못할 고충을 겪었던 아버지와 실제적인 도움을 준 어머니가 계셨으니까.

마지막으로 일주일 동안의 언론사 실습이 끝나고 나서 학교에 제출한 주인공의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짧막하다. "저널리즘은 개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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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5-01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서방님도 개를 읽고 있었네요. [창백한 개]에다 [차에 치인 개]라니, 왜 개들이 다들 요로코롬 힘들게 사는 것인지, 원. 근데 저는 좀 암울한 인간이 되어 그런지 저런 결말이 좀 껄끄럽네요. 일종의 전망이나 희망이면 뭐 그러려니 하겠지만. 근데 저는 왜 자꾸 그런 희망 섞인 전망이 허위인 것처럼만 느껴지는 건지. -_-;

2005-05-01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5-0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자고 일어났더니 벌써 밤이네요. 크하하..마지막 문장이 압권이에요!

2005-05-01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5-0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저분한 언론과 기자가 왜 " 차에 치인 개"로 묘사된 것인지 궁금하네요. 제 생각엔 차에 치인 개는 개값도 못받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2005-05-02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5-0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들의 수난이네요~ 저런 결말... 글쿤요.. 님...역자 후기를 보셨어야 하는데...역자후기를 보면... "이 한 권의 프랑스 소설이 어느 날 문득 삶이 고단하다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라고 되어 있거든요...
뭐... 그 정도까지야 싶지만...^^
속삭이신 님...왜케 귀여우세요...신랑없을 때 혼자 먹어야겠다는 생각을..ㅋㅋㅋ
복돌이 언니... 그럼 어제 느즈막히 주무셨겠네요~
속삭이신 님... 제가 할 말을 또,또,또,,,, 책이 싸이즈도 딱 포켓 싸이즈고요... 얇고... 그런 게...빨리 읽어내는 데 단단히 한몫한거지요...

icaru 2005-05-0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 아, 그런 의미로군요... 동생이 군대 가 있을 때,,,, 텔레비전에서는 한참...모일병이 군대에서 죽은 의문사규명 이야기가 한참 있었지요... 그때, 들었던... 군대에서 죽으면 개값도 못 받는다는 이야기...너무 처참했지요~( 왜 뜬금없이 그 이야기가 생각나냐.. 나도 참... )

2005-05-03 1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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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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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중학생 대상 소설이다. 올챙이 시절을 기억 못한다고, 중학 시절이 지난지가 한참이라, 그 나이의 감성을 잊은지 오래지 싶다. 그러다가도, 사실... 이 책이 사고로 인한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죽음’ 받아들임은 나이를 불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슬몃 한다. 이것은 내가 중학생 대상의 책을 읽은 하나의 핑계이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이’의 죽음을 목도하고, 내가 앞으로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이 생의 본질적인 이야기 앞에선 연령 대상이 누구를 했던 간에 그 앞에 납작 엎드리고 보는 심정이 되는 것에 대한 고백이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마음 속에 품고 잊지 않으면 그 사람은 죽은 게 아니라고, 우리 마음 속에 살아 있는 거라고......웃기는 소리다. 마음을 달래느라 만들어 낸 수많은 거짓 위로 중에서도 가장 짜증나는 말이다. 차라리 재준이가 완벽하게 사라졌다는 사실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나 또한 언젠가는 그렇게 씻은 듯이 사라질 거라는 사실을......"

 

죽은 친구의 빈 자리를 느끼며 크게 허망해하는 그와 가장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 유미의 탄식이다.

나와 가까웠던 어느 분이 돌아가셨을 때, 내게 처음 든 생각은 ‘믿기지 않는다’ 였다.
그 사람이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 난다는 것, 지병이 있으셔서 그 전부터 죽음을 예견하였지만 막상 저 세상으로 가셨을 때는 ‘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유미도 그랬다.  유미는 “고양이고, 금붕어고, 뱀이고, 코끼리고 모두 모아다가 각자 잘하는 걸 더 잘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동물들을 똑같이 만들게 하는 ” 학교 교육에 대해 갑갑함을 느끼는 친구이다.

이혼한 엄마, 새아빠, 그리고 새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젖먹이 동생 그리고 유미, 이렇게 네 식구, 유미는 세상에 대해 조금 불만이고 조숙한 친구이다. ‘그렇게 자라다가 술집 여자가 될 거라고’ 귀를 뚫은 것에 대해 막말을 하며 다그치는 선생님께, 유미는 ‘그럼, 선생님도 술집 나가세요?“ 라고, 선생님께 대거리를 하는 통에 단번 전학온 학교에서 찍히고 만다.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선 친구도 많았는데 이 학교에선 친구들도 접근을 안 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유미에게 먼저 다가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재준이다. 소심하면서도 자상한 재준이와 공부도 같이 하고, 실연(각각 서로 다른 여학생과 남학생을 짝사랑하고 있음.)의 아픔 또한 서로 위로해 준다.

 

이런 유미가 재준이의 죽음을 통해서 철이 들었다고 생각되는 지점은 바로, 재준이가 혼자 많이 많이 좋아했던 소희라는 친구에 대한 유미의 감정이 바뀌던 지점에서였다. 유미는 ‘소희’가 청순가련한 외모로 남자 아이들의 마음을 잔뜩 흔들어놓으면서 그걸 실컷 즐기는 여우 같은 아이라고 마득치 않게 생각해 왔었지만, 재준이가 소희가 오토바이를 잘 타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잘 타지도 못하는 오토바이에 속력을 내다가 그만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사실을 재준이의 일기장을 통해서 알게 된다. 어떻게 보면 소희가 재준이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몰아부칠 수도 있는데 하지만, 재준이 살아 생전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소희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재준이가 얼마나 소희를 좋아했는지 이해하기에 결국 미워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지점이 바로 유미가 세상과 소통하고 화해를 하는 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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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2 17: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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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4-1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내주위의 많은 이들이 저기 하늘로 올라갔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치유가 되더라구요,,,,
그런데 생각해봅니다,
어느날 내가 이세상에서 사라질때 날 위해 진정으로 울어줄이가 몇이나 되나하고요,,

아영엄마 2005-04-1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만간 읽어볼 책으로 꼽아두고 있어요.. ^^ 추천 하옵고~

진주 2005-04-13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 대상의 죽음을 주제로 한 책이라니 무쟈게 끌리는고만요...하지만....얼마전에 모리와 함께 죽음을 너무 심각하게 나눈터라...내년쯤에는 한 번 생각해야봐겠군요^^ 리뷰 잘 봤습니다.

icaru 2005-04-1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위 속삭이신 님~ 님...하핫.. 이실직고 하면...... 이 책이 분량이 하루저녁 나절을 온전히 바치면 소화할 수 있을 적량이거들랑요~ 요즘 신영복 님의 <강의>를 옆에옆에 앉은 사람이 빌려줘서 그걸 읽는다고 깽깽거리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강의>는 이 속도로는 한 달 꼬박 걸려얄 것 같습니다.... 아....정말 책도 책 나름이구나 하는 생각 드네요~

울보 님... 그죠오~ 무슨 조화 속이었는지...이 소설 속 재준이는 일기장에서 보면 소위 ‘시체놀이’같은 걸 하거든요... 굉장히 속상하고 화가 날 때, 지금 이 순간 내가 죽었다 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버티는거죠... 그렇게 죽은 척 하고 살아보다 보면, 삶이 오히려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 잘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정말 내가 죽으면...누가누가 울어 줄까요... 핫...음..

속삭이신 님... 맞아요...... 소중한 친구가 죽었다면, 그 허전함을 어디에 비할까요...
이 책 읽으면서...죽음을 미리 준비함으로써, 남은 지금의 삶을 더 값지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었고요.... 또, 내가 죽은 후에 혹은 주변의 누군가가 죽은 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남에게 모질게 하지 않고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데요~ 흠...

아영엄마 님.... 중학생 대상 소설이 일천한 와중에... 중학생과 소통하는 좋은 작품 같았어요~ 님의 공주님들도~머지 않아, 중학교에 들어갈테고... 엄마와 함께 책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엄마들이 읽기엔 좀 밋밋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느낌이 클거란 생각 들어요...

진주 님... 하아~ 저도 모리 할아버지와 죽음 심각하게 나눈 전력이...^^ 흐흐... 모리 할아버지는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라셨죠... 흠...죽음은 삶을 이해하는 키워드라는 말... 생각나네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4-1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언니님, 이 책은 미네르바님 리뷰로도 봤는데 유미와 소희의 갈등은 꽤 가슴에 와닿네요. 제가 유미에게 속할까요, 소희에게 속할까요? ^^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작가는 유미가 재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말하고 싶었던 듯하군요.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데는 여러 과정을 거치잖아요. 그 사람이 좋았다거나 싫었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생각되다가 곧 그 사람의 죽음을 통해 자기 삶의 방식도 변하고 인식이 바뀌죠. 요즘 전 그래요. 막상 제 죽음은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제 주변인의 죽음은 대단한 의미로 다가오거든요. 이참에 미루지 말고 이 책 읽어야겠어요! ^^ 그런데 리뷰 참 잘 써요, 복순이언니님은.

잉크냄새 2005-04-1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 문득 " 소하 몇년 나는 죽었다 " 로 시작하는 < 반딧불의 묘>가 떠올랐네요.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인지하든 못하든 분명 어떤 계기가 있는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약간 맛이 간듯 지내던 어느날 꿈에 친구가 나타나 홀로 떠나더군요. 새벽녘에 일어나 한바탕 소리죽여 눈물을 흘리고 등교하는 길에 문득 그 친구가 떠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빈 하늘에 잘가라고 인사를 했답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였죠. 아마 정을 떼고 가는 모양입니다.

2005-04-13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1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안님은 유미와 소희 뿐만이 아니라...재준이의 캐릭터까지 함축하고 계신 분이 아닐까나요? 소희처럼 새침하고, 유미처럼 쿨하고, 재준이처럼 다정다감하세요 ^^
저도 미네르바 님...리뷰 읽고, 읽으려고 찜했었거든요~ 리뷰 읽을 때,,,, 그 아래...파란여우 님하고 호밀밭 님 그리고 그리고... 님의 코멘트가 있었는데... 리뷰도 리뷰였고...아울로 코멘트가 제 기억에 오래 남았더랬습니다... 특히...님께서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릴 때부터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그리고..제가 어느 분 리뷰에서 님의 코멘트를 보았었는데 거기에도...그런 말 있었거든요... 구구절절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죽음에 대한 예행 연습을 해보고 싶다는... 하... 재준이처럼요~ 아휴..너무 무거운 야그만 주절주절...한 것 같습니당


잉크냄새 님...페이퍼에서 친구의 죽음에 대한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새벽녘에 일어나 한바탕 소리죽여 눈물을 흘리고 등교하는 길에 문득 그 친구가 떠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빈 하늘에 잘가라고 인사를 했답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였죠. 아마 정을 떼고 가는 모양입니다.”
모두모두 잘 가기를...너무 일찍 떠난...청춘들이여.....

속삭이신 님... 너무 고맙지 뭐유~ 어제 본 <엄마를 찾아서>는 어땠수? 님 갈 때 얼른 따라 나서야는데...그래야...나도 어데가서... 그 영화제 가본 적 있다고 생색 쫌...ㅋㅋ
난 완전 생색용이에요~
그죠... 나두 실은 그 생각했어요.... ‘재준’이가 너무 천사스럽게...사람스럽지 않게... 유미에게 접근을 하는 바람에... 리얼리티가 쫌 떨어지기는 했어라우~ 자연낭만적이기도 하기한데 말이우...

내가없는 이 안 2005-04-1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복순이언니님 제 댓글을 다 기억하시는 통에 앞으로 서재주인보기로만 써야겠당. ^^ 잉크냄새님은 반딧불의 묘를 얘기하셨네요. 처절해서 도저히 다시 돌아보기 힘든 책이었는데... 오늘 아침 어느 지인 서재에서 아픈 글 읽고 지금 계속 가슴이 쿡쿡 쑤셔서 이리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죽음에 대해서요, 제가 중학교 때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국어시간에 왜 사는지, 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제 대답이 뭔지 아세요? 죽음 이후가 두려워서. 선생님이 저를 찬찬히 보시더니 요약을 하시더군요. 그러니까, 죽지 못해 산다는 거냐? 그게 그건가요? ^^

icaru 2005-04-1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뭘 기억하는 데는 티미한데... 특정인 부분에서는 또...집요하게 기억을...^^ 무섭지라아??
"죽음 이후가 두려워서.." 하아... 선생님이 왜 한참 바라보았는지... 알겠어요~ ㅋㅋ

2005-04-16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16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1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이런 책이 있단 것도 몰랐어요.^^

실비 2005-04-17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이라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지요.. 먼가를 말하고싶은데
머리속에서 정리가 안되네요.ㅠㅠ

icaru 2005-04-17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중학생을 위한 소설이라고 해서...반올림시리즈인데... 성인이 읽기에도 무람없드라고요~
실비..님... 죽음...참.....어려운 얘기지요~

2005-04-17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17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4-18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말이죠. 늘 붙박이 장롱처럼 뒤돌아보면 언제나 변함없이 그 곳에 있을 것만 같은 존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까..많이 슬프고..그렇게 나두 외로워질 거구..죽음에 대해 조금 더 가깝게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낯익고 친근한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사실이.. 솔직히 좀 힘듭니다. 기냥 짧고 굵게 살다 가고 싶습니다..
핫..근데 댓글 다신 분들은 12분이신데 나머지 숨겨진 7분은 누구실까..하핫..이거 괜시리 신경이 씨잘떼기 없이 다른 쪽으로 튀네요..으흐..

2005-04-19 0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21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4-2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고 말았습니다...리뷰 쓰기가 쉽지 않네요. 계속 묘한 것이.. 여튼, 청소년들을 위한 (더불어 어른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기를!!!
 
암퇘지 - 양장본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참으로 묘한 울렁거림이 일었다.  먹은 것을 쏟기 직전의 어지럼증 같은. 이 책은 정신이 아니라 육체의 소리를 옮겨 보려는 시도가 돋보인다고도 보인다. 다른 변신 모티브 소설들을 보면, 몸은 변신을 했으나, 사유는 인간의 사유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이런 표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육체의 사유를 한다. 자기가 빠져 있는 혼란에 대한 정신적 자각 증세를 나타내지 않는다. 둔감의 극치랄까.

 

앞부분 여자 주인공이 나날이 암퇘지 면모로 거듭나는 과정은 그닥 읽을 만했다. 그리고 수간을 묘사한 아수라장, 다른 사람이 토한 배설물을 다시 먹는 혼교 파티장의 모습을 표현하는 부분은 정말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 쉽게 와 닿지 않았다. 후반에 숫퇘지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영화 <울프>나 <헐크>의 모티프를 빌어다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을 프랑스의 시대 상황과 시사적인 배경 지식들이 따라 주었다면 읽는 재미가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일개 평범한 대한민국 독자에 지나지 않고, 세계사 공부를 하는 마음으로 소설책을 읽는 호사를 누릴 바지런함이 없다.
 
역자가 뒤에 밝혀 말했듯 소설은 변신의 테마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그리 새로운 것도 의미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사회를 풍자하기 위해서 변신 테마를 빌어다 쓴 것은 전혀 조명할 것이 못 된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번역자는 이 소설이 찬사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채 서른도 안 된 여인이 썼다고 보기에는 의심이 들 정도로 죽음에 대한 꽤나 격렬한 경험을 적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른이 되기 전에 읽을 걸 그랬나 보다. 그랬으면, 역자처럼 나도 이 소설에 심히 감탄했을까.) 그러나 내가 읽은 어느 구절에도 죽음에 대한 격렬한 경험이라 붙일 수 있는 사유, 한 자락도 나오지 않는다. 알고 보니, 죽음에 대한 ... 운운은... 작품에서가 아니라, 작가의 인터뷰에서 나온 말일 뿐.

아무튼 역자는 이 소설이 작가가 대중적인 언어를 구사하여 작가가 흡수한 거의 무의식적인 이미지들과 모티프들과 인식의 틀들을 드러내었기 때문에 대중적이면서도 동시에 철학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에고 이게 무신 풀뜯어 먹는 소린지...)

장정일의 독서일기에서 보고 이 책 재밌겠다 싶어서, 골라놓은 책이다. 그런데 결과는 이리도 신통치 않다.

 

인상 깊은 구절 하나

 

 “부자들은 우리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단지 그들이 먹다 남은 뼈다귀와 울 수 있는 눈 이외에 남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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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4-0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장정일의 독서일기...신통치 않은 결과... 저는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나요? ^^ 변신 모티프에 대한 님의 얘기는 아주 평론가 같습니다, 그려~

2005-04-07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08 06: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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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5-04-0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었을 때니까 망정이지 지금 같아서는 절대 읽지 않을 책이었다는 기억이 납니다.그러고 보면 젊은이들이 더 포용력이 있는 것일까요? 저는 이제 제 취향의 책이나 예전에 읽던 책 등속을 뒤적뒤적 갉작갉작 거린답니다.

icaru 2005-04-0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히히..제가 저 껀으로 장정일씨한테 쫌 삐졌어요..

속삭이신 님... 천부당만부당여요... 그렇게 된담... 말할 나위없이 좋겠고~ 턱 뿐이당가요...한상 차릴깝쇼~ 인데요 ^^

효주 님...흐흐...빌려보세요~ 아니다 아니다...님께 흡족한 책이 될지도 몰라요... 이럴 때 나이탓 하는 것은 쫌 모양새가 좋진 않지만...암튼...저런 책을 읽기엔...내 사고가 굳었구나 싶은 거요~ 왕성한 사고를 하실 나이의 효주 님 구미에는 딱 맞을지도요...

속삭이신 님...그게 글치가 안. 어. 요. 누구(?)의 경지 따라갈라면.. 애깨나 써야 한다는 ㅋㅋ .. 근데... 요즘 님 그로테스크가 구미에 당기시는군요.. 호호..

님..너무 오래만이라..반가움에 글썽...합니다...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그 느낌 저 아주 잘 알아요~ 어릴적에 읽었으면...조금은 쇼킹도 했겠다 싶었거든요...
‘예전에 읽던 책 등속을 뒤적뒤적 갈작갈작...’ 흐흐...사실... 제가 절실히 해 보고 싶은 것인데요... 그건...옛날 걸었던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라하대요~^^

비로그인 2005-04-09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의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후반의 난교파티 장면이 생각납니다. 밀교파티, 라고 해야 하나..남의 배설물을 먹는 장면.. 으..쫌 드러워요..제가 헤로인에 취한 듯한 느낌이..@,.@ 암튼 장정일 책 읽으면서 이거 무지 어렵구만, 그런 생각했드랬는데..난해한 거..필요하다 싶으면 읽긴 하는데.. 개인적으론 좀 쥐약급..

icaru 2005-04-1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언니... 하하..."으 쫌 드러워요.." <너희가 재즈를...>에도 그런 장면이 있구만요...하항...장정일이...읽은 책들이 자산이 되었는가 보네요...

2005-04-17 2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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