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가족
공선옥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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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라는 소설을 다시 들추어 보다가 로맹가리(에밀 아자르는 필명)가 왜 이 소설을 필명으로 썼는지를 술회하는 부분을 읽게 되었다. 요점은 그런 것이었다. 프랑스 비평계에 대한 일갈. 비평단에 아부하지 않으면 혹평을 사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제대로 평가받고 부각되기가 힘들다. 이전의 평판을 무력화시키는 의미에서의 필명 사용이었던 것이다.
그때그때의 유행적 코드와 이데올로기에 편승하고 적응을 잘하면 승승장구 살아남기 쉽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여의치 않아지는 것.
그런데 여기에 공선옥 보면, 또 그렇지가 않다. 세상엔 많은 작가들이 있지만, 그 중에 공선옥처럼 가난에만 천착할 수 있고, 가난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가도 또 많지 않을 것이다. 매스컴이나 비평가 집단들이 자신을 부각시켜 주건 말건. 작가 후기에도 공선옥 스스로가 말하지 않았던가 (가난 회피의 사회적 심리학)을 거스르면서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가난에 대해 말하는 자신은 유랑 작가일 뿐이라고.

가난과 소외 문제가 소설의 과제로 떠오르는 것은 1970년대 즈음부터일 것이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나 아홉 결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처럼 도시의 노동자나 빈민들의 삶과 저항 의지를 묘사하고 사회적 관심을 촉발한 작품들이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여전히 실업률은 높고, 신용 불량자가 늘어나며 집 잃고 떠도는 사람이 많아진 시대이건만 가난이라는 문제는 부차적이고 지엽적인 문제가 되고, 나 개인의 가난이 큰 문제일 뿐, 부자가 많아진 것 만큼이나 가난한 자가 많아진 이 현실에 대해선 심각한 문제로 자각을 하지 못한다.

어제 중국 감독 Xiaolu Guo의 다큐멘타리 경쟁 부분 작품 ‘콘크리트 혁명’을 보았다. 자본주의가 밀려 들어와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베이징은 새로 들어선 고층 건물들로 즐비하고 이곳저곳에서는 오래된 건물과 집터를 허물고 고층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변혁과 새바람을 기치로 내걸고, 뚝딱뚝딱 새로운 베이징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거기서 발생하는 가치관의 변화와 사회적 비용 특히 베이징이 아닌 다른 농촌 지역 출신의 건설 노동자들의 가난하고 남루한 유랑민 같은 삶은 외면되어 왔고, 작가는 공선옥처럼 용감하고도 뚝심 있게 중국 정부가 줄곧 외면해 온 노동자들의 모습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생계와 미래에 대한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었다.

베이징 인구의 전반이 넘는 건설 노동자들. 건설 현장에서의 급여를 고향에 있는 처와 자식들에게 보내면서 골판 위에서 쪽잠을 자고 목돈을 벌어 고향으로 금의환향할 꿈을 꾸며, 만두과 나물로 대충 끼니를 잇고, 공사판의 목재들로 불을 피워 곁불을 쬐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한국의 작가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감동적으로 보여 주는 작가. 공선옥은 영상이 아니라 문자를 통해 우리가 사는 시대를 누구보다 잘 조망하고 있는 다큐멘타리 작가이기도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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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룸 2005-08-31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1등으로 한사람 접니다^^(네? 누구였는지 안궁금하다굽쇼?)

비로그인 2005-08-3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활자로 영상의 힘과 대적할 수 있다는 건, 재량이 큰 작가만이 감당해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젠 공 작가두 현실적인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거나, 묘사하는 것에서만 끝내지 말고 지금보다 더 깊이있는, 소설적 스케일을 크게 잡아줬으면 좋겠어요. 장편 소설도 좀 내보시고..근데 이카루님, 퇴근 안 하슝?

돌바람 2005-08-3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드골 대통령이 자신의 관저 서재 창 밖 풍경에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가만 놔둘 수 없다고 그 일대의 땅을 모두 사들여 천연 녹지로 남겨두었다는 다큐를 보얐는데(물론 초점은 이게 아니었지만), 참으로 대조적이지요. 이상하게 공선옥에 대해선 참 야박해져서요, 그게 아마 좀더 좀더를 주문하는 심리였지 싶네요. 따뜻한 시선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추천이요^^

플레져 2005-08-31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천 4등이어요!! 제게도 메달 하나 주실거쥬? ^^ 이카루님의 시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상대적으로 나의 좁은 시야를 민망해하고 있다는...ㅠ.~
참, 마지막 문단에서 왠지 한 팔 한 팔 뻗으면서 "이 연사~~" 이 대목이 연상되요.

2005-08-31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8-3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아! 1등 상품은 뭘로 드려야쓸거나~ 암튼 추천은 넙쭉 즐겁게 받겠습니다~*
복돌언냐...월요일부로 한달간 끌어오던 걸 하나 끝내고..요즘엔 모처럼 유유자작 지낸다지요... 이렇게 리뷰도 쓰공 ^^ 복돌언냐가 공선옥 칭찬했었죠... 한국작가 중에 드물게시리.. ^^

돌바람님...좀더좀더 주문하는 마음...그것도 한편으로 작가에 대한 애정의 다른 방식이 아닐런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추천 고맙심더...
플레져 님 4등 아차상 되것심더~* 상대적으로 좁은 시야...당최 해당 안 된다고 생각혀요... 저는 미세하게 보는데 약해서리...저렇게 큰걸 보고 대강 말해 버린다죠... 그런 차이어요...

속삭이신 님... 예...님도 보셨군요...기억나요...그 남자...자식과 아내 이야기 할절에 눈시울 적시었죠... 그거 하나 이루고 나면...더 큰 고달픔이...흠...
전 그 작품의 작가와의 인터뷰 못 본 게 아쉽네요...편집자라는 이태리 사람이 나와서 대신 다 블라블라~
알라딘에 유독 많죠? 저요... 전 그렇다고 할 수 없어요...헤에..

2005-08-31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05-09-01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너무 길고 길던 오후가 생각납니다. 제 어릴 때 무료하게 한없이 길어지던 오후말이에요. 그 적요한 오후에 돌이라도 퐁당 던지듯 들춰보던 책의 세계. 지금 세월이 흘러 온갖 매체들이 요란스럽게 캉캉춤을 추지만 나는 한 손으로 서툴게 치던 풍금같던, 유일하고 가난한 도락인 책읽기의 즐거움이 더 짙게 느껴질 뿐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요즈음의 엉뚱하게 풍요로운 세대들을 내멋대로 가엾게 느낍니다. 그들이 그런 단순한 기쁨을 맛보기란 어렵지 않을까, 세상의 무질서도는 점점 어지럽게 상승하고 있을테니까.

잉크냄새 2005-09-01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가들이 가난과 남루한 삶에 대한 글을 쓸때 부디 수직적인 입장이 아닌 수평적인 입장의 시각을 가지고 글을 썼으면 싶어요. 님의 리뷰를 보니 그런 작가같네요.^^

인터라겐 2005-09-0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난은 부끄러운게 아니고 불편한거라고 하는데 우리는 불편을 부끄러워 하는 세상속에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걸 끄집어 내는 공선옥이란 작가를 싫어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icaru 2005-09-0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에 그리 바쁘게들 살아가야 하는지 말이죠... 사실... 모든 것에 관여하고 이것저것 알고 할 필요는 없는데... 세상이 복잡해지고 마치 모든 걸 다 알고 익혀야 할 분위기가 되면서...단순하고도 고즈넉한 기쁨은 맛보기 어려워지다니...우리의 옛날을 그저 축복으로만 알아야 할지.... 합니다.


잉크냄새 님 저 작가는 비교적 수평적이죠... 소설가이기 전에도 저이는 가난한 사람이었고, 소설가가 되고 나서도? 그렇다고 확신할 수야 없겠지만... 저이가 농촌에 있을 시절에 운동권 대학생과 깊게 사귀었다가 나중에 일방적으로 버림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인터라겐 님 그러게 말이죠... 그걸 평론가 방민호 씨는 사회적 회피 심리학이라고 하더군요... 님도 이 책 읽으셨죠?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강석경 / 살림 / 1996년 12월
품절


"난 처음 인도에 와서 베토벤이나 모짜르트 음악도 들었어요. 테이프를 몇 개 가져왔죠. 그런데 한국에서와 달리 베토벤과 모짜르트 음악이 가슴에 닿아오지 않았어요. 인도 땅과 그 음악들이 어울리지 않는다는것을 깨달았어요. 바하는 그렇지 않아요. 똑같은 감동을 주고 이 땅과 자연에 잘 어울려요. 왜 그럴까요."

"그건 바하의 음악이 우주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베토벤도 위대하지만 우주적이라 말할 순 없지. 바하는 생명의 풍부함이 넘치는 음악의 광야요. 바하는 작은 시냇물을 뜻하지만 '바하는 바다다.....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돌아갈 곳'이라고 베토벤도 말했어요. 식물이 바하 음악을 좋아한다고 죤이 했던 말을 기억하오? 밀밭에 바하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려주니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어요. 인도 전통 음악엔 더욱 친화력을 보였다는 말도 했죠? 그러니 당신이 제대로 선택한 거요. 인도 노래를 계속 배워요." -123쪽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 중에서

완전한 것들을 이것처럼 반쪽 낼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은 그들의 우둔하고 무지한 전체성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거야. 나는 완전했어. 그리고 모든 것들은 내게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혼란스럽고 어리석었어. 나는 모든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껍질이었을 뿐이야. 만약 네가 반쪽이 된다면 너를 위해 좋은 일이야. 넌 완전한 두뇌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지식 너머의 것들을 이해하게 될 거야. 너는 너 자신과 세계의 반쪽을 잃어버리게 되겠지만 나머지 반쪽은 더욱 깊고 값진 수천가지의 양상을 가질 수 있지. 그리고 너 역시 모든 것을 너처럼 반쪽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왜냐 하면 아름다움과 지식과 정당성은 오직 조각난 것에만 있기 때문이지.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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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8-18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의 사색적인 멋에 또 빠지셨군요.
전 읽은지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별로 매력 없던 책이었지요. 배경이 너무 시니컬해서요.
이카루님 리뷰에는 어떤 멋진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궁금+.+

icaru 2005-08-1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파란여우 님..'또 빠지셨군요' 라고요?
음... 매력은 없으셨군요...
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두 자매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삶의 모습하며...
그런데 좀 의외다 싶었던 것은... 책의 뒤에 붙은 작가의 말이었어요...
사람들은 소설가가 소설을 쓰면 그 내용이 다 자전적인 건 줄 아는데.... 그에 대한 항변 같은 거더군요.
음...근데...리뷰로는 안 쓸 듯 한데요 ^^

비로그인 2005-08-18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72페이지에 나오는 말들은, 쉘 실버스타인의 이 빠진 동그라미 이야기와 비슷하군요.

icaru 2005-08-19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저도 저 부분 읽을 때 동그라미 이야기 생각했어요... 그걸 쓴 사람이 쉘 실버스타인이군요... 얼룩말이란 시를 썼던? 맞남유?

플레져 2005-08-1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있는데...
알라딘의 별은 다 이카루님 서재에 뜨죠? ^^

미네르바 2005-08-1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아주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했는데, 밑줄 친 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 저 문장들이 떠오르네요. 저 책은 책장 구석에 쳐박혀 있군요.

hanicare 2005-08-2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쑥)이카루님.
...그냥 불러봤어요. 눅진눅진하던 바람이 이젠 서늘하고 보송거리네요. 가을이 올 때면 괜히 마음이 설렙니다.님도 좋은 가을을...

icaru 2005-08-2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플레져님 서재에는 별들이 무성하대예~
미네르바 님.. 노트 보면서...저 속에 라사...도 있을법 하다 했어요..^^ 혹시 이탈리노 칼비노의 책도 읽으셨어요?
하니케어 님 의외로 싱거우셔 흐흐.. 그게 매력이실까나..
 
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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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것은 폴 오스터의 치기어린(좀 진부한 데가 없지 않고) 데뷔작임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오소독소한 글맛은 작가의 초창기부터 다져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도 했다.

스퀴즈 플레이 : 야구 경기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득점과 연결시키기 위해 타자가 기습 번트를 하는 전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양팀 사이의 점수 차가 적어 매우 긴장된 경기를 하는 경우에 많이 시도한다.
즉 노 아웃이나 원 아웃 상태에서 3루 주자는 타자의 사인을 주의 깊게 살피다가 투수가 공을 던짐과 동시에 홈으로 내닫고, 타자는 그 공을 반드시 번트함으로써 주자가 득점할 수 있도록 하는 작전을 가리킨다.
이 경우 타자는 1루를 밟을 수도 있지만, 비롯 아웃되더라도 희생타로 기록되어 타점을 인정받는다. 야구 외에 카드놀이에도 스퀴즈플레이가 있는데, 으뜸패를 가지고 상대방의 중요한 패를 내놓게 하는 게임 방식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 사전 중)

주인공은 야구의 스퀴즈 플레이를 보면서 사건 해결의 단서를 얻는데서 제목을 가져왔다.

탐정소설이 그렇듯 복병은 조금은 의외인 곳에 숨어 있었다. 스퀴즈 플레이를 풀어낸 주인공에게 복병이 말한다.

“진실을 알고 싶으면 연락 주세요. 이야기해 드릴께요.” 

그러나 복병과 주인공은 다시 만나지 않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난 생각했다. 주인공은 누가 누구를 죽였는가를 풀었냈지만,  그것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누가 과연 무엇으로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재능의 포로였다. 나는 어떤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는 것, 특정한 일을 너무 잘해서 그것을 오히려 원망하게 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를 상상해보려고 애썼다. 채프먼은 한 인간에게 가능한 모든 성공을 이루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그가 성공한 게 아니었다. 성공한 것은 그의 재능이었다. 그의 내부에 살고 있는 일종의 괴물인 그 재능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를 도구로 이용했다. 그는 자신과 분리되어 있는 듯한 기분, 자신의 삶에서 소외되어 있는 듯한 기분, 자기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포기한 가짜 채프먼인 듯한 기분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 지배권을 갖고 있는 것은 재능이라는 괴물이었다. 그 괴물은 그에게 모든 것을 주었고, 그리고는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괴물이 살해되었다.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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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18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었던 작가의 작품입니다^^

히피드림~ 2005-08-18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서 옮겨온 문장들이 인상적이네요.
저도 저런 생각한적 있어요. 조수미를 볼때요. (좀 뜬금없나?)

icaru 2005-10-06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물만두 님도 잼나게 보셨군요 ^^
펑크 님..앗 조수미...헐..제대로 가격하셨습니다. 뜬금없지 않어요..

비로그인 2005-08-18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퀴즈 플레이, 를 유도하는 타자..우어~ 멋있군요. 전 맨날 병살타만 때리니 팀원들에게 원망만.. 쩝.

icaru 2005-08-1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사만루에 삼진아웃 당하는 씨추에이션보담야!!! ...
복돌언냐...가 울팀원이면 참 좋겠는뎅... 설령 병살타만 연발하두~ 질펀하게 잼나는 사람이 나는 좋당게~

잉크냄새 2005-08-19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퀴즈 번트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현대야구단 감독 여우 김재박입니다. 80년대 세계 야구선수권 우승당시 김감독의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오른 스퀴즈번트로 동점이 되고 다음타자 한대화의 삼점홈런으로 우승....야구사 최고의 명장면이죠. 근데 폴 오스터가 추리소설작가인가요?

icaru 2005-08-2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0년대 야구사에 그런 일이 있었구만요... 히햐...그땐 지가 야구를 몰랐어라~
정말 기가막힌 순간이었겠다 함돠~
하루키도 ..야구장 가서 야구를 보다가...그러니까..어느 선수가 2루타를 치는 순간 소설가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더군요...그 순간...뭐에 쨍 했는지...
아...오스터는 추리소설가라 볼 순 없는데... 이 책은 자뭇 추리물 같은 냄새를 피우지요~

플레져 2005-08-19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다 올리신거네요? 우와우와~~~
잉크냄새님이 말씀하신 그 명장면 꼬마 플레져는 목격하였답니다 ^^
제가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시죠? 호호~
폴 오스터의 소설에는 늘 추리의 냄새가 나요. 그가 만드는 인물은 모든 것을 다 가졌다 또 빼앗기고 마는... 인물들이 많은듯 해요.
그 밑바닥에 있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그걸 보게 하려는 의도가 왠지 짠~

icaru 2005-08-2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몰랐어요..플레져 님 히야~ 혹시 두산...이건 나중에 쏙닥..
폴오스터 속의 인물들은 플레져 님 말처럼...가졌다가 빼앗겼다가...흠...
바닥을 치기도 하고..하늘을 찌르기도 하고.. 그래...갈 데 까지 가보는거야...하는 것만 같답니다..

미네르바 2005-08-24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구에 문외한인 미네르바... 할 말은 없고요, 조 위에 인용한 글... 참 멋진 말이네요. 재능에 포로가 되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아닌가 생각해 보았는데, 재능이 없는 저로선 그렇게 포로라도 되보고 싶지만, 또 그게 결코 행복은 아닐 것 같은 생각도 드네요. 그나저나, 님이야말로 1년에 한 365권의 책을 읽지 않나요? 궁금해요

icaru 2005-08-25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부터친했던 사촌동생이 야구 선수라...시카고컵스에 가 있답니다. (내년쯤 출국한다지만..) 아끼는 사촌동생이 야구 선수임에도 전 야구의 룰도 잘 모르겠고..그러니 좋아하지도 않고 뭐 그랬다지요... 그런데 작년에 처음으로 어쩔수 없이 사람들을 따라 야구장에 갔다가... 야구의 재미를 알게 되었어요... 텔레비전에서 보는 야구하고 야구장에서 보는 야구는 많이 틀리더라구요~
ㅎㅎㅎ 근데...울 미네르바 님..재능이 왜 없어욧!!
조목조목 차분차분 질서정연... 이것도 필시 능력이라구욧!
음.. 저도 그런 생각하지요...포로라도 좋으니..저렇게 재능이라는 게 꽃피울 만큼만 가 보았으면~ 하고요...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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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년 여름 휴가 때 난생 처음으로 배를 타고 멀리 바다 낚시를 갔었다. 그 날 태양은 작렬했고, 바람이 한 점 없어 파도도 잔잔했다. 이런 날 고기잡이를 나가면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그래서였을까. 배멀미를 약간하는 와중에도 갯지렁이를 미끼로 놀래미를 세 마리나 잡았다. 고기를 낚은 기쁨으로 배속의 울렁느글함이 눈 녹듯 사라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이후로 꼬박 1년을 별렀다. 팽팽한 낚시줄에서 고기가 입질을 할 때 느껴지는 손맛을 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올 여름에도 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배를 타게 될 대망의 날 몇일 전부터 날은 흐렸고, 바람은 남서풍이 계속 불어왔다. 서해에서 출어를 나갈 때 남서풍이 불면 배가 뜨기 어렵다고 한다. 맞바람과 높은 파도를 무릅쓰고 항해를 해야 하니까,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던 당일은 여전히 하늘은 구름을 잔뜩 끼고 앉아 있었지만, 남서풍은 좀 자자들어 갔다. 다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배를 띄워보자는 말이 나왔고, 기어이 배를 타고 바다 낚시를 나갔다.


그런데 파도가 그렇게 무섭다는 것을 난생 처음 겪었다. 그동안 나를 물로만 보았냐고 시위라도 하는 것 같았다. 배가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파도를 따라 2미터도 더 되게 올라갔다가 떨어졌다가를 반복했다. 같이 탔던 다른 가족들은 바이킹이라도 탄 기분이었는지 환호성 비슷한 소리를 질러댔고, 나는 경악의 비명을 질러댔다. 작은 섬 주변에 고기가 많다고 해서, 배가 멀리까지 나아갔다. 정말 공포스러웠다. 육지와 멀어지는 것이...  그 이후로는 말하지 않으련다. 다른 이들이 고기를 잡기 위해 낚시줄을 드리우고 줄의 감촉을 느끼고 있을 때, 나는 배 한 켠에서 배타기 세 시간 전에 챙겨 먹은 아침밥을 위장에서부터 뿜어 바다 속 물고기들에게 밑밥으로 나누어주느라 정신을 잃고 있었으니까. 내가 멀미를 심하게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탓에 출항한 지 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입항했다.    

다시는 바다낚시 간다고 설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또 모르겠다....

 

새로운 세상의 꿈을 품고 캐나다로 이민길에 나아갔지만 배가 표류하고 하루아침에 부모형제 모든 것을 잃은 파이가 느끼는 슬픔과 고통, 아니다 그보다 무서운 건 두려움이었겠지.

상냥한 네가 공포를 만나다니 이건 맞지 않는 일이야. 네가 그대로 죽었다면 차라리 나았을걸. 너를 보니 얼마나 가슴 아리도록반가운지.

때론 성난 듯, 때론 한없이 잔잔한 무섭도록 막막한 망망대해가 배경이다. 그리고 구명보트안에서 위풍도 당당한 뱅골 호랑이 리차드 파크와 지내며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 파이에게 남은 숙제다. 이것은 파이가 호랑이 리차드 파크보다 그야말로 심리적으로 우세한 위치에 놓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싸움이다. 그밖에 악조건이 널렸지만, 일단은 급한 것이 한 배를 탄 호랑이를 견제하는 일. 파이가 이 싸움에서 지는 순간, 귀머거리에 장님 후각을 잃은 살덩어리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공포심에 대해 천착하게 되었다. 공포심, 그것 공포심만이 생명을 패배시킬 수 있다. 그것은 명민하고 배반 잘하는 적이다. 관대함도 없고, 법이나 관습을 존중하지도 않으며, 자비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가장 약한 부분에 접근해, 쉽게 약점을 찾아낸다. 공포심은 우리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언제나 우리는 잠시 차분하고 안정되고 행복을 느낀다. 그러다가 가벼운 의심으로 변장한 공포심이 스파이처럼 어물쩍 마음에 들어선다.
공포심에 대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성? 이성은 최신 병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과 부인할 수 없는 여러 번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이성은 나자빠진다. 우리의 힘이 빠지고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초조감에 끔찍해진다.
인상에 불과한 공포심이 드디어 승리를 거둔다.
이것은 말로 옮기기가 어렵다. 근본을 흔드는 공포, 생명의 끝에 다가서서 느끼는 그것에 대한 말까지도 썩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힘껏 싸워야 한다. 거기에 말의 빛이 비추도록 열심히 싸워야 한다. 공포는 욕창처럼 기억에 둥지를 튼다. 그것은 모든 것을 썩게 한다.
절망은 호랑이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 아닌가. 파이가 아직도 살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리처드 파커 덕분이었다.
 
파이는 말한다. “멍청하거나 못생긴 동물과 끝을 맞이해야 했다면 어땠을까? 멧돼지나 타조, 칠면조 떼와 생을 마감했다면”

파이는 그렇게 생을 마감하지 않았다.

난 죽지 않아. 죽음을 거부할 거야. 이 악몽을 헤쳐나갈 거야. 아무리 큰 난관이라도 물리칠 거야. 지금까지 기적처럼 살아났어. 이제 기적을 당연한 일로 만들테야. 매일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힘들어도 필요하다면 뭐든 할 테야.

그 이후 파이는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신 분은 책을 보십시오. 이 책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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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18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 직전에서도 파이는 미모를 따지는군요! (역시 이쁘고 볼 일인가!!) 나 자신을 이겨내는 삶에의 굳센 의지가 본능일 수도, 희망일 수도 있겠어요. 글고 절망은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 에 한 표요. 몸과 마음을 완전히 아작내버리더라구요. 문득 사십대에 들어서 느끼는 절망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갑자기 초조해지는 느낌..

hanicare 2005-08-1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 동물이란 것이 못내 괴롭더군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8-1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의 파이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운데요. 가끔 배를 타고 중국으로 건너가봤음 좋겠단 생각을 해볼 때가 있는데 아직 배멀미를 겪어보지 못해서 그런 편한 상상이 가능한지도 모르겠군요. 리뷰 멋져요. 절망이 호랑이보다 무섭죠. 암요.

인터라겐 2005-08-1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계속 뒷전으로 밀려 있어요.. 앞장 읽다가 자꾸 다른것에 밀려서 말이죠...
빨리 보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어요..

히피드림~ 2005-08-18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리뷰가 하도 강렬(?)해서 어떤 책인가 하고 방금 구경하고 왔습니다.
유명한 책인거 같더군여^^;; 영화화도 준비되고 있다고 하고.
위에 이안님 말씀처럼 절망이, 공포가 호랑이보다 무섭죠.^^

icaru 2005-08-1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언니의 사십대에는 어떤 절망이 찾아올까 하는 물음에 저, 감히 이런 대답을 드립니다~ '마음은 미래에 머물고 모든 것은 순간이다..' ----푸쉬킨 '삶' (제대로 '반사'지요?)

하니케어 님... 내가 동물처럼 먹어댄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아팠던 날 내가 얼마나 밑바닥까지 추락했는지 분명히 알았다... 저 이 문장에 밑줄 쫙~ 그었더랬죠...

이안님...전 공포심에 대해서만 좔좔좔 거렸고~ 님은 넓게 아우르셨어요~ 이안 님은 참으로 넓어라~ 배를 타고 중국으로요? 흐아...전 좀 생각해봐야겠슴돠 ^^?

인터라겐 님..제가 딱...그랬어요... 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내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앞부분은...자꾸 중간에 정신이 딴 길루 새는 바람에 읽은 데 또 읽고 그러다가 건너뛰고 막 그랬거든요... 그러던 게 어느새...중반을 달리며...두두두두... 가슴이 뛰더군요...

펑크 님.. 강렬...? 하하 제가 오바이트 한 걸 주저리 썼기 땜에 더..^^?
사마란트 감독의 영화로 나오면...꼭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perky 2005-08-19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이후 파이는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신 분은 책을 보십시오. 이 책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 한참 재밌게 읽고 있는데, 갑자기 이문장으로 끝나니까 더 궁금해져요. ㅎㅎ 아, 정말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리뷰입니다. ^^

잉크냄새 2005-08-1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망보다 더한 것이 좌절이지요. 절망하더라도 한조각의 희망함이 남아있으면 인간은 다시 일어섭니다. 두려움, 공포...그러한 것이 인간을 진화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 싶네요. 저도 조만간 파이를 만납니다.

icaru 2005-08-1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우차우 님..흐흐...다시 보니 저 멘트 좀 웃긴 구석이 있네요~ 마치 책장수처럼 ^^
잉크냄새 님---- 하! 파이 녀석 제게 참 여러 얘기를 들려 주었죠~ 님에게도 그런 책이었음 하네요~

비로그인 2005-08-1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책입니다..;; 그리고 너무.. 좋은 리뷰에요..;;

2005-08-19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네르바 2005-08-1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이 책을 읽으셨군요. 지난번 제 페이퍼에 읽고 있다는 글을 보았는데... 정말, 파이는 읽는 사람마다 보는 눈도, 감동받는 부분도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오랫동안 전 그 책에서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리뷰에요

2005-08-19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8-23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 좋은 책이지요~ 마자요 ^^ 아.. 21:20에 속삭이신 님..귀신이야... 리뷰로는 잘 표현할 수 없었지만.. 읽으면서 즐거웠고...어인일인지 모르게 책과 교감하는 뿌듯한 느낌요... 그런 거 있었거든요... 아...인생은 정말 왤케 헤쳐나가얄게 많은건지..조금은 빌어먹을 이지만...푸힛.. 좀 용기를 내서 살아보는거지요 뭐... ^^
흐흐...미네르바 님도~ 그렇게 느끼셨군요.. 십인십색..그러나 우리가 파이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부분에서는 찌르르르 통하지 않았겠나요~

icaru 2005-08-2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3:12 속삭님.. <친절한 금자씨> ㅎㅎ

icaru 2005-08-26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효주 님 오셨구랴...!
맞아요 맞아... 저도 리처드 파커 그 이후에 무지 궁금했는데...좋은 곳...훌륭한 초원(?)에 가서 느름히 잘 살고 있겠죠?
효주 님아...얼굴 좀 자주 보여 주소!

2005-09-0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5-09-0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주의 마이리뷰] 당선 추카추카!!^^

2005-09-01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9-01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들...그리고 펑크 님..정말 고맙습니다. ㅠ.ㅜ

panda78 2005-09-02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제사 봤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

아영엄마 2005-09-02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카루님, 축하!!축하!!

설박사 2005-09-02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이주의 리뷰에 당선되시네요..축하합니다. ^^

icaru 2005-09-0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러게요...판다 님도...축하드립니당 ^^*...
아영엄마 님 고맙심더... 고등어는 맛나게 드시고 계신 중이시래요?
설박사 님..고맙습니다... 이번에는 눈먼 행운의 여신이 저에게 온 것 같네요.. 에구...남의 말씀 하십니다..

인터라겐 2005-09-02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오늘에서야 봤어요.. 축하 드립니다..

하루살이 2005-09-0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빰빠빠빰빰빰빰 축하의 트럼펫 소리입니다. 근데 이거 자판 두드리기 힘드네요.ㅋㅋ 님의 당선에 혹 제가 한몫 하지 않았을까 괜히 으쓱^^ 우리 모두 희망을 잃지 말자구요하고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희망의 깊이만큼 떨어질 절망의 늪이 두렵기도 합니다. 으, 성격 나오네 ㅎㅎ.

비로그인 2005-09-0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저도 지금 봤어요..;;
축하드려요^^

야클 2005-09-0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보고도 전 어째서 이런 리뷰를 못쓸까요? 부럽고, 축하드립니다. ^^

icaru 2005-09-0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 님 고맙습니다... 스팀청소기 사용 소감 올려 주셈!! 참고 많이 할께요!!

하루살이 님 흐흐.. 희망의 깊이만큼 떨어질 절망의 늪이라... 크흑..
사는 게 마치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거 같단 생각 드네요.. 아무리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어도... 외부의 환경에 따라...기복이 생겨요... 그나저나..님의 덕도 있지요... 그럼요..
속삭님 당신의 행복은 나의 플레져여요...
비숍 님...고맙습니다. 꾸벅!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가 드디어 도착했어요...재고가 없었는지..주문하고 5~6일 만에야 받았습니다.
야클 님 이런 해석도 가능합니다요..정말 같은 책을 읽고도 전 님처럼 재미나게 못 쓰지요~ 부럽고요.. ^^

icaru 2005-09-0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캘리 님 고마워요~ 잘 지내시죠?

humpty 2005-09-0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싸, 뒷북!!! 축하축하~~ 사람들 인삿말 남긴거 보고서 뒤늦게 알았구만요.
지금 가방에 저거 들어 있는데, 들어간 지가 언젠데 통 나오질 못하고 있네요.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해지고 있는데, 일이며 놀거리며 발목 잡는 게 너무 많네 --;;

icaru 2005-09-07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험프티 그러게...우린 너무 발목 잡는 게 많다...그지?
 
밤으로의 긴 여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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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랄 때는 아버지 때문에 화가 나서 울어본 적이 아주 많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불행한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도 많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렇게 아버지와 가장 많이 충돌했던 장녀는 좀 변했다? 이제 나는 아버지를 진심으로 이해할 줄 안다. 왜? 그렇게 심한 독설가인 아버지도 많이 늙으셨다는 이유일까? 아니면 시간이 가져다 준 망각이라는 것의 위력으로, ‘과거’는 다 잊었서?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시간의 힘이 비극을 희극(?희극씩이나..)으로 바꾸어 놓은 것일지도, 아마 과거에서 조금도 상황이 변하지 않고, 평생을 서로서로의 불운과 실패를 조롱하며 흘러갔다면 지금은 비극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버지에게는 장녀(장녀에게 뿐이었겠냐만...)에 대한 기대가 조금 있으셨던 것 같다. 그런데 기대와는 많이 엇나가는 딸을 보면서, “가망없어! 틀렸어!”라는 말씀을 곧잘 하셨고, “그래요, 저 못났어요. 아버지의 독설이 저주가 되어버린 거예요! 모두 당신탓이라구요.... ” 식의 울먹이는 댓구를 하면서, 가족이 모두 모인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냅다 던져버리고 나온 적도 많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지난 일을 잘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다. 잊는 게 속편해서 그런 건지 속이 편해지니까 제법 상처가 될 과거의 것들은 다 잊게 되었는지, 뭐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잊었다.(난 잘 잊어버리니까, 아마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는 유진 오닐 같은 대작가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안 될 것이다. ) 게다가 나는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빼닮은 자식이었던 것이다. 나의 못나고 미운 점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아버지에게 발견했던 싫은 구석이기도 하고, 내가 당시의 아버지였어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는 힘들었을 것도 같다. 지금 생각하면 말이다. 하지만, 그 때는 왜 그렇게 아버지에 ‘악을 쓰며 대들었을까?’ 아버지가 빈정 상해지면 독설이 더 심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안면서 말이다. 


<밤으로의 긴 여로>의 가족 성원들은 어떤가, 음 1막이 시작됐을 때, 분위기는 사뭇 화목한 가정의 무엇과 다를 바 없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아름답다는 말을 해주고, 아내는 남편에게 흐트러짐없이 보이려고 연신 머리를 매만진다. 주방의 식당에서 담소를 나누며 크게 웃는 두 아들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조금더 깊이 들어가보면 이렇다. 아버지는 아일랜드 이민자(어릴적에 갖은 고생을 함)로, 돈에 인색하여 두 아들의 빈축을 사고, 어머니는 처녀 시절의 행복을 뒤로하고, 아버지와 결혼하여, 아버지의 순회공연 탓에 싸구려 호텔을 전전, 구질구질한 기차에 자기들의 집(사실 어떤 여자에게 집은 세상의 절반일 수 있다.가사에 열성적인 좋은 주부일수록 집에 대한 집념이 강하기 때문에)다운 집(극이 벌어지고 있는 여름 별장 제외하고)도 없이 아이들과 내팽개쳐졌다는 남편에 대한 피해 의식도 있다. 게다가 둘째를 일찍 하늘나라에 보낸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셋째 아이(극중 두 번째 아들 에드먼드 작가 유진 오닐의 현신)를 임신, 그러나 셋째는 병약하고 예민하기만 해, 어머니는 에드먼드에게 마저도, 피해 의식과 죄 의식이 점철된 감정으로 대한다. 알콜 중독이 있는 큰 아들 제이미는 돈푼이 주어지면 술을 마시고 여자를 사는 한량이다. 아버지에게 욕을 먹으며 자란 티가 나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드먼드...절망에, 염세주의에, 신을 무정하는 무신론자를 읽는 병약하고 예민한 청년.


놀랍고도 이중적인 가족이라는 집단의 아이러니는 이 작품 속에도 있다.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잡고, 조롱을 하지만, 곧 지문처리 “(절망적이면서도 즐거워하는 웃음을 지으며,) 그렇지만 이해해야지 않겠니, 운명이 저렇게 만든거지, 저할 탓은 아니야” 이것도 위로와 위안에 속한다면..... 음...

조롱과 위안이 함께하는 피와 눈물로 얼룩진 집단, 이것이 가족이라는 생물체의 속성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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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7-3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곡 전공자도 희곡 전공할 때 읽어놓고 멀리 두고 있는 책을 읽으시다니요...
다양한 독서를 하시는 이카루님, 정말 어여쁘십니다 ^^
유진 오닐, 테네시 윌리암스, 아서 밀러의 희곡을 좋아했어요.
세 사람 다 분위기가 다른데... 유진 오닐은 특히 비극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지요.
그의 느릅나무 밑의 욕망을 젤 좋아했는데, 저랑 좀 코드가 맞았지요 ㅎㅎ
장녀로서의 님이 어떠셨을지 눈에 훤해요. 그래서 막내가 젤 편해요. 저희는 언니두분 오빠 한 분 걱정하시다가 제 단계에 오면 에유, 너 하나쯤은...이렇게 변했다니깐요 ㅎㅎ 덕분에 좋은 리뷰와 잊고 있던 책 추억합니다 ^^

icaru 2005-07-3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지요.. .새벽에 쓴 리뷰들을 낮에 읽으니..좀 적나라한게 읽기가 민망해지네요... 4: 44분에 올리다니...숫자를 저렇게 맞출 의도는 없었는데...^^;;;

제가 님께 옛날 생각나게 한 거군요 ^^
'느릅나무 밑의 욕망' 꼭 찾아 읽어보겠습니다... 유진 오닐이 좋아질 것 같거든요 ^^

2005-07-31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8-0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장진영의 그것이 알고 싶다의 '수경사' 그 이후를 보다가... 세수도 양치도 안 하고... 잠들었어요... 옆지기도 그 날 체해서 10시무렵부터 잠자리에 들었구요... 그렇게 거실에서 엎어져 자다가... 문득 찝찝함에 일어나 봤더니...새벽 3시더라구요...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하고...그래서 컴터 앞으로 직행!!
다시 아침 일곱시에 잤어요... 그리구 열 한시 다 되서 일어났으니까...
절반으로 나누어 잤다뿐... 7~8시간 잔 거네요~~

그동안 책은 몇 권 읽었지만...리뷰는 안 쓰고 있었거든요... 최근에 몰아서 헥헥대고 썼는데... 하루키의 <슬픈 외국어>가 마지막이네요...
숙제 혹은 빚을 청산한 것 같은 홀가분함이 들어요~

icaru 2005-07-3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어서 또...님... ^^ 아, 언니분 정말...엄마 같으세요~
아버지는 참, 이상하지요. 어머니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는 구절을 어데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전...되려 아버지 쪽이에요.....
많이 부딪혀서 그런가봐요... 에구..

인터라겐 2005-07-3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녀나 장남은 기대치 때문에 참 많이 힘든것 같아요....

icaru 2005-08-01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녀도 그렇고...형제많은 집의 장남도 좀 그렇죠~ 결혼할 때도 쉽덜 않고...
그렇지만...막내도 막내나름대로는 힘들겠지요... "새도 새나름대로는 힘들'듯이 히히..

2005-08-01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8-0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 주신 님~ 답방해 주셨네요 ^^ 고맙습니다~ 저도 님처럼 재밌고 오소독소하게 리뷰를 쓸 수 있었음 한답니다... 유진 오닐이야 뭐, 앞으로 차차 알면 되는거죠~

비로그인 2005-08-01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복순 아짐 서재가 깽스털스 파라다이스로 변했습니다, 그려. 숟가락, 포크 막 날라다니구 말에요, 크헐헐헐..아뵤~ 게다 '조롱과 위안이 함께하는 피와 눈물로 얼룩진 집단, 이것이 가족이라는 생물체의 속성인가 보다.' -> 이 문장에 오늘 와방 올인합니다!! 글쵸. 아버지로 상징되는 가족이란 존재. 저도 참 미워했었는데. 근데 지금은 되려 아버지를 그리워할 뿐만 아니라 제 자신조차 그렇게 싫어하던 그들 군상의 일부분을 닮아 있더라구요. (에혀..가족 같은 건 애시당초 만들지 말아야지!)



icaru 2005-08-0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갱스털스 파라다이스라굽쇼~
어데서 그런 기가맥킨..표현을 또 구해 오셨나요~
복 시스털즈가... 그렇죠 모...^^

비로그인 2005-08-05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갱스털스 파라다이스, 박청호의 소설 제목에서 가져온 듯!
여보야, 어서 실토해 보랑께요.

2005-08-05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8-05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파 님은 아는 것두 만탐시롱~

히피드림~ 2005-08-11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진오닐의 희곡은 이것말구 <느릅나무 밑의 욕망>과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읽어봤어요. 그래서 이 작품도 어떤 희곡일까 궁금했는데 이카루님 통해 제대로 알게되었네요. 가족은 세상 누구보다 서로에게 가까워야할 존재들이지만, 한편으론 타인보다도 더 상처를 주고 받게 되는 사이인지도 모르겠어요. 님의 리뷰를 읽으니 한층 더 그런 생각이 드네요.^^

icaru 2005-08-1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펑크 님 오셨네요~ <느릅나무 밑의 욕망>은 벌써 두 분이나 말씀 주시다니..어쩐지 꼭 읽어야 할 것 같음...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음서, 참 그랬던게... 주고받는 대사가 어디서 많이 들어온 대사들이었던 거예요... 후후...아버지와 아들 간의 대화가,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대화가 말이죠... 어디서 들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