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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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의 남자아이이다. 이 가족은 아빠가 다른 여자와 살기 위해 집을 나간 상황. 어린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는 먹고 살기 위해 처녀 시절 하던 잡지사 일을 프리랜서로 되살려 하고 있는데, 다른 엄마들처럼 야무지고 억척이 아니라 일도 서툴고 덜렁대기까지 한다. 그래도 이 서툰 엄마는 크고 작은 사고를 치면서도 오래 풀이 죽어 있는다든지 낙담하지 않는다. 풀이 죽어 있다가도 금방 일어선다. 그래서 이 엄마 때문에 읽는 내내 더불어 힘이 났다.

‘노란 아기 코끼리’ 라는 애칭을 붙인 차를 구입하여 자가 운전을 하면서 몇 가지 황당한 에피소드를 겪게 되었지만, 오히려 이런 일들이 자칫  놀란 고슴도치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움츠려들기 쉬운 싱글맘 엄마에게 가슴 펴고 씩씩하게 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사실 이 노란 아기 코끼리는 엄마에게 큰 도움이 되었어. 우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거든. 선뜻 어디로 떠나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으니까. (중략)
그리고 비참한 마음도 사라졌고, 엄마는 노란 아기 코끼리를 타고 있을 때면 늘 기분이 좋았단다. 엄마 노릇도 잘 못하고 아내로서도 부족했지만, 복잡한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물결에 섞여 함께 달리다 보면, ‘어떼, 나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잘하잖아’ 하는 기분이 들었거든. 엄마가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 갈 수 있었던 건 모두 이 노란 아기 코끼리 덕분이야. 물론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도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어떻게든 씩씩하게 살아가야 해.“

내후년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아는 언니가 학군이 비교적 좋다는 지역으로 무리하게 이사를 했다. 이유는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의 공립 중학교들은 황폐해져서 비행과 교내 폭력의 소굴인 모양이라나. (사립이든 공립이든 애들은 매일반 아닌가.)

이 책에도 나온다. 엄마의 친구이자, 주인공 친구의 엄마이기도 한 아줌마가 굳이 사립 중학교에 딸(친구)을 진학시킬려고 무리하게 학원 교육을 시킨다.

엄마는 친구에게 “왜 꼭 사립 중학교에 가야 하냐”고 하다가, 노란 코끼리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너도 내년에 사립 중학교에 시험 쳐 볼래?” 한다. 큭.. 어느새 영향을 받은 엄마.

아들이 공부라면 딱 질색이라면서 싫다고 정색을 하자, 엄마는 웃으면서 “그래 공립중학교면 뭐 어때. 학생들 모두가 비행과 교내 폭력을 일삼는 것은 아닐 텐데. 사립도 마찬가지야.” 라고 말한다. 아들이 다시 “어쩜 내가 제일 먼저 학교에서 주먹을 휘두를지도 몰라요.”하고 절반은 진심을 담아 말했는데 엄마는 “그래도 그게 가정 폭력 보단 낫다.”하고 말하며 웃는다. ^^ 정말 낙천적인 엄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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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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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퍼레이드>는 같은 집에 사는 다섯 명의 동거인들이 차례 차례로 화자가 되어 스토리가 진행되는 구성으로, 화자가 바뀌어서 같은 시간대로 되돌아가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은 계속 흐르고 이야기도 진행된다.

이 소설 속의 동거인들과 나의 직장 인간 관계와 유사한 점.

- 싫으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있을 거라면 웃으며 생활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인간인 만큼 모두들 선의와 악의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마 미라이도 나오키도 요스케도 여기서는 모두 선인인 척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걸 두고 '계산된 교제' 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94)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런 센티하고 심각한 면을 내보이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 타인들의 요구에 맞추어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취하는 일종의 가면 같은 것을 쓰게 되는 것은 자신이 특별히 위선적이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이 사회 생활이랄지 공동 생활은 그런 것들(진짜 얼굴, 진정한 속내)을 끌어 들이지 않아야 지속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야기 해도 괜찮은 것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렇게 순조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도.

그러나 보여지는 '나'에만 치중하여 진정한 자기로부터 소외되면, 결국 어떻게 흘러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의 뒤통수 때리는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거나 자기 짐을 다 풀어서 부려 놓지 않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가방을 한 켠에 두고 사는 것. 뭐 그런 거지.
 
 나 떠난다고 당신들 나무라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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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3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12-1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읽지만 리뷰는 쓰지 못하는 날들이었거든요.... 리뷰 쓰기 왜 그렇게 어렵나요?
웃으실지 모르겠지만, 캬- 저걸 써놓고 나름대로는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었다는 거. (내용은 완전 무시하고요--)
근데 저 책 님은 예전에 읽으셨군요!

잉크냄새 2006-12-1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인이라면 공감할만한 부분이네요. 근데 전 뒷통수에 반골의 기질을 타고난지라 좀 버티는 편입니다요~~~

2006-12-14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6-12-14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저는 아예 절필 상태여요..ㅠㅠ;

icaru 2006-12-1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은 반골 기질이 매력이시죠~ 뭐~ 글쎄나~ 저도 버티는 건 잘 하는데... 더불어 뜨네기 기질도 좀 있거든요 ㅋㅋ

속삭 님 앗!!

반딧불 님 얼렁 절필을 풀어주세요...!!

픽팍 2006-12-16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에만 치중하여 진정한 자기로부터 소외되면, 결국 어떻게 흘러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의 뒤통수 때리는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이 말 완전 대박 공감입니다. 이렇게 글 잘 쓰시면서 무슨 소리 하시는지
전 갠적으로 요시다 슈이치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현실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까요? 어떤 특정한 태도가 없다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요 ㅋ

icaru 2006-12-1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시다 슈이치 작품은 지금껏 두 개 읽었는데... 음~ 저도 이 사람에게서 매력을 느껴요... 다음엔 동경만경을 읽어볼까 하고 있답니다. ㅋ

픽팍 2006-12-1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경만경도 재미있습니다. 동경만에 대한 묘사가 압권인 책이지요. 드라마로도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저는 책으로 봐서 드라마는 안 봤지만 암튼 장소묘사가 상세한 듯함다. 갠적으로는 일요일들을 강추하고 싶네요 ㅋ

icaru 2007-01-0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욜들 ㅋㅋ 은 읽었어요~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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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제 막달, 돌아보니 나의 임신 기간은 6개월 이후부터 마냥 지루해진 것 같다. 임신은 출산이라는 큰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한 9개월간의 리허설이랄까~ 처음에는 흥분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그러다가 이런 흥분이 가라앉으면 많은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읽은 것들 중에서 유독 재밌다고 생각되는 소설이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재밌는 소설이다. 노통브적인 가벼운 터치와 기발한 장면 전환이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경직된 일본 사회의 일면을 볼 수 있다고 들은 것과는 달리 실제로 노통이 그런 일본 직장 사회를 조롱하는 것을 주조로 읽히진 않았다.

우리 직장도 문화도 경직되고 권위적이긴 매일반인데, 뭐 그런 걸로 놀라워 할까나.

흥미진진한 것은 유부키라는 미모의 선임과 아멜리의 대결이다. 아멜리가 저항을 포기하고 철저하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자전적으로 내래이션하는 모습이 참 피학적이면서도 재치가 스민다. 이런 글쓰기는 자칫 가볍고 우습게 흐를 수도 있을텐데. 단단히 무게 중심을 잘 잡고 있다. 지루할 틈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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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8-0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통이 저랑 참 안맞는다 느끼는데 이카루님 리뷰 보니 갑자기 땡기는 것이^^

반딧불,, 2006-08-0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혼자몸도 참 많이 힘든데 많이 힘드시죠??

icaru 2006-08-07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통은 저랑 안 맞지는 않은데... 리뷰로 쓸 때는 참... 이렇게도 쓸말이 없다 합니다~ ㅎㅎ 이 리뷰는 쥐어짜는 글쓰기의 한예입니다 ^^
 
운명의 딸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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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수식어가 작가 앞에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거 같지만, 어려운 말은 각설하고, 그녀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것은 인정!  자기 자신만의 총체적 문학관을 통해 19세기 칠레 사회와 캘리포니아의 초창기 개척 시대의 모습을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서 반영하며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칠레에서 성장한 주인공 엘리사는 처음엔 금광으로 떠난 첫사랑의 남자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배를 몰래 탄다. 그녀는 임신한 몸으로 밀항을 한 것이다. 그러나 가는 길에 유산을 한 후, 캘리포니아에서는 남장을 하고 그렇게 행세를 하면서 여자로서의 모든 삶을 포기하며 살아가지만, 점차로 억압과 왜곡을 극복하고 자신의 고유한 욕망을 회복하는 삶을 찾게 된다. 여기서 엘리사의 친구이자 동반자로 나오는 중국인 타오 치엔은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미국 사회에서 억압받고 소외받는 인종 계층으로써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인물이다.

이 소설은 다른 두 영혼의 집, 세피아 빛 초상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세피아 빛 초상은 운명의 딸의 속편 격....그리고 그 이후 영혼의 집이 있다. 그러나  
이사벨 아옌데는 영혼의 집 , 운명의 딸, 세피아 빛 초상, 순서로 삼부작의 집필집을 냈다고 한다.


p.12

중요한 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동적으로 다가온 삶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거였다.

 
p.157

"독창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늘 미친 사람으로 보이지요."

파울리나가 덧붙였다.

 

p.180~181

"네가 배우면 배울수록, 네가 얼마나 아는 게 없는지 깨닫게 될 거다." 하고 스승은 인자하게 웃었다. (...) 그러면서 마구잡이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주의를 잊지 않았다. 식탐이나 색탐 못지않게 학문에 대한 욕심도 사람을 망치게 할 수 있다는 거였다. "현자는 원하지도 말고, 판단하지도 말고, 계획도 세우지 말아야 한다.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평화로워야 하느니라." 스승의 주장이었다.

 

p.195

상인들이 마약과 폭력의 문명을 전파하는 사이, 선교사들은 그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자 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독교는 전파되어야 했다. 기독교만이 유일하고 진정한 종교이며, 공자가 예수 그리스도보다 5백 년 전에 살았다 하더라고 그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외국인들은 중국인들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 (...) 그들은 자기네들 종교가 가장 유일한 것처럼 믿고 설교하는 양놈들의 집착을 매우 재미있어했다. 실질적이고 관용적인 중국인들에게는 영적인 것이 종교보다는 철학에 더 가까웠다. 그건 윤리의 문제이지, 절대 교리의 문제는 아니었다.

 

p.429

"헛된 건 아무것도 없어. 인생에는 도착점이 없어, 엘리사. 그냥 걷기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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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6-2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이 품절된 책을 어디서 사셨데요? 요즘 태교로 책 많이 읽나봐요. 건강하죠?^^

icaru 2006-06-20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 꺼 빌려 읽었거든요. 영혼의 집 하고 세피아 빛 초상은 구입해서 읽어야 겠어요~

2006-06-21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06-22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잘 구입했지 뭐야~ 근데.. 전 주인이 그 책 가지고 스터디라도 했는가봐...그지? 뭐라고 쓴 건가 궁금해서 읽고 싶었는데...난독이었음...
 
렉싱턴의 유령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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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어떤 관계의 어려움을 앓고 있다. 부디 이 글을 쓰고 난 다음에 그런 곤란한 느낌을 떨쳐버리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오늘도 내일도 눈 뜨고 있는  삼 분의 이의 시간을 보내는 그 사람에 대한 이 애매하고 찝찝한 느낌을 어떻게 단박에 떨구나.

그런 애매함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어떤 공식의 단계처럼 그 다음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대인 관계에서 ‘나’에게 어떤 결함이 있길래. 하는 그런 여러 복잡다단한 느낌을 안고 맞이하는 주말 하루키의 렉싱턴의 유령을 읽었다.

하루키, 하면 장편이 좋지! 라고 생각했는데..
단편도 참 좋구나! 했던 책이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을 참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나란 사람도 무척 외로운 사람이야! 하는 생각도 한다.
표제작 <렉싱턴의 유령>도, <토니 타키타니>도 좋았지만, <침묵>을 읽으면서 나는 또 한번 심각해져버렸다.
화자인 오사와 씨에게는 딱 한 번 사람을 때린 일이 있다. 그것에 얽힌 이야기이다. 그가 때린 남자는 중학교 2학년 때의 같은 반 학생 아오키였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 남자가 싫어서 견딜 수 없었던... (오사와 씨는 본래 누군가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에게도 그런 상대가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오키는 반에서도 눈에 띄었고, 선생님의 귀여움을 받았고 성적이 좋은데 우쭐거리지도 않고, 성품도 시원스럽고 부담없는 농담도 잘 하는 그런 남자였지만, 그 남자의 배후에 보이는 잔꾀와 본능적인 계산벽이 오사와 씨는 못마땅해 참을 수가 없었다.
머리가 좋은 아오키 쪽도 그런 오사와의 심리를 암암리에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일이 벌어진다. 주인공 오사와 씨가 모함을 당하는 것이다.
  
아오키는 “기회가 올 때까지 잠자코 끈질기게 기다리는 사람, 기회를 포착하는 사람, 사람의 마음을 실로 교묘하게 선동하는 사람.”이다. 사실 무서운 쪽은 아오키가 아니다. 아오키 같은 사람은 어디 어떤 집단에 가든지 한둘 쯤 만날 수 있으니까.

정말 무서운 것은 아오키 같은 사람이 하는 말을 비판없이 받아들이고 그대로 믿어버린는 사람들이다. 말주변이 좋고 받아들이기 쉬운 타인의 의견에 좌지우지되면서 집단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그들은 그런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니까.

아마, 나도 본의 아니게 백에 한 번쯤?? 아오키처럼 얍실하게 행동했을 때가 있을 것이고, 싫어했던 사람이 파놓은 함정에  피치 못해 걸려든 오사와 같은 입장에 처한 적도 있을 것이고, 말주변 좋은 다른 사람말만 믿고 생각 없이 쉽게 남을 판단해버린 적도 있겠지.
 
그리고 오사와가 당한 이런 일들은 사람을 좋은 쪽과 나쁜 쪽 둘 모두로 인도하는 것 같다. 좋은 방향은 참을성이 강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일테고... 나쁜 쪽은 사람을 끝까지 신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불신 같은 게 아니고, 뭐랄까. 지금은 내 옆에서 나를 이해해주고 위안을 주는 남편이 언제까지나 평화로운 나의 사랑으로 남을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고, 언제 무슨 흉폭한 일을 계기로 바라지 않던 나쁜일이 급기야 일어날, 그럴 가망성이 없지 않다는 것을 마음 한 구석에서 잊지 않고 기억해 두는 것이다.

나머지 작품들은 생략....

생각보면, 그의 작품엔 뭐 중뿔난 스토리가 담겨 있어서, 누구 앞에서 줄거리를 얘기할 수준의 것들이 분명 아니다.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는 2년전 <화요일의 여자들>라는 단편집에서 읽었던 것을 또 읽는데도... 읽었었다는 느낌만 날뿐 세세한 것이 하나두 기억이 안 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커피 잔은 한참 전에 치워졌는데 향은 그 자리에 남은 듯, 여운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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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5-2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름질하게 하지 마옵소서;;ㅠㅠ

2006-05-20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5-20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커피 잔은 한참 전에 치워졌는데 향은 그 자리에 남은듯 여운만... 공감해요. 이런 느낌은 자주 느끼는건데 문장으로 쓰지 못했었어요. 훗~ 너무 좋아요.
렉싱턴의 유령, 저도 무척 좋아하는 소설집이에요.
고단백 영양과 감동의 소설집!

히피드림~ 2006-05-2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렉싱턴의 유령이 품절되었다고 해서 조금 아쉬웠는데, 문학사상사에서 다시 나왔나 보네요. 정말 아오키같은 사람도 밉지만 그런 사람의 얕은 수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답답하죠. 사람은 겉모양보다는 내면이 더 중요한 법인데,,, 요즘 책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 부러워요.저도 많이 읽어야 할텐데,,,^^;;

icaru 2006-05-22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름신아! 반딧불 님께 붙어라~!!!

속삭 님.. 요즘 님의 글이 무르익으셨어요~ 재밌게 읽고 있어요. 결의에 찬 뭔가가 느껴지는... !! 힘찬 출발하시길 바랄께요~ 연수도 잘 받으시고요..

플레져 님.. 그러게.. 작년 가을 쯤에였나요.. 님께서 강추하셔서..비로소 나에게 존재감이 느껴지던 책인걸요..

펑크 님. 작년에 구하려고 할 때는 품절이었는데.. 서점서 사고... 리뷰쓸려고 보니.. 다시 나왔네요.. 표지만 바꿔서.. 전엣것은 하루키 옐로사전이랑 표지가 똑같은 하루키 얼굴이 나와 있었죠...
요즘~ 책 많이 읽는다구요? 아휴~ 그냥 말랑말랑한 책들만 들여다보고 있어요... 안 그래도.. 요즘 너무 멍~해서...저에 대해 불만여요... 건망증도 심해지고.. 이것도 예비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일까요?

2006-05-23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